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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6 01:44
전편 반제 if 보로미르가 반지를 가졌을 때(하)
(상),(중) 편은 따로 링크는 (하)만

 

반제 if 보로미르가 반지를 가졌을 때... 어나더 ()

 

반지를 차지한 보로미르는 프로도와 다른 호빗들을 가두고, 어둠의 세력과 힘을 합쳐 중간계를 잠시 위기에 빠뜨리지만, 남아 있던 아라곤 일행들과 파라미르의 희생으로 반지는 힘을 잃고, 사우론도 무너지면서 다시 평화의 시대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1.

사우론이 무너진 이후로도 오크의 잔당들과 하라드인들과의 전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여전히 세상엔 슬픔과 혼돈이 존재했지만, 한번 큰 승리와 희망을 맛본 사람들은 어둠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았다. 희망의 불꽃이 사방에 솟아올랐고, 적들의 횡포에도 그보다 더 강한 인간들의 용기로 세상은 이전처럼 미지의 공포가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미래를 향해 역사가 움직이고 있을 때, 여기 한 사람 보로미르만은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있었다.

그는 비록 반지에게 조종당했다지만, 원정대 동료들을 배신하고 위기로 몰아넣은 데다가 아버지 데네소르를 죽음으로 이끌었으며,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동생 파라미르를 그렇게 떠나보내게 한 그 모든 원인의 제공자인 자기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수레바퀴 같이 맴도는 자괴감과 죄책감에 빠진 보로미르는 머리도 하얗게 센 채, 하루하루를 분노와 한숨으로 채우고 있었다.

 

역시 여기 있었군....”

미나스 티리스 꼭대기로 올라온 아라곤은 멍하니 앉아 지평선만 바라보고 있는 보로미르에게 다가갔다.

노을이 융단처럼 펼쳐져 밤이 오기 전 마지막 온기를 곳곳에 나누고 있었다.

이런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진작 나에게도 말해줬어야지.”

한때 넓고 단단했지만, 이제는 비 맞은 건초처럼 축 처진 보로미르의 어깨를 잡으며 아라곤이 말했다.

“...”

무슨 말이라도 해보게 보로미르. 오늘 만찬에는 왜 안 온 건가? 우리의 호빗 친구들이 자넬 보기 위해 왔는데 말이야.”

그 말에 보로미르의 뺨이 잠깐 움찔했고, 잠시 후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나 같은 배신자도 친구라고 불러주다니, 호빗들도 참 배우지 못하는 종족이군...”
보로미르! 그런 말이 어디 있나. 그들은 다 알면서도....!”

보로미르의 대답에 아라곤은 잠깐 흥분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급하게 말을 마무리했다.
. 그래 좋아. 하지만 그들은 어리석은 게 아냐, 그저 관대한 종족이지. ”

아라곤은 보로미르의 정신이 다시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그와 대화를 해야 했기 때문에, 보로미르의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로미르, 언제까지 이럴 텐가. 비록 과오가 있긴 하나, 자네는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고 덕분에 세상에 평화가 왔네. 자넨 전쟁영웅이자, 내 동료일세. 제발 자신을 포기하지 말게나.”

아라곤은 애써 보로미르와 눈을 마주치려고 했으나, 보로미르의 눈에는 그저 이제 어둠이 밀려오는 초원이 공허하게 비칠 뿐이었다.

자네가 여기서 이런다고...!”

파라미르는 돌아오지 않겠지.”

보로미르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아라곤은 순간 아차 싶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네만...”

여기서 수백번, 수천번 그리고 꿈에서도 계속해서 파라미르가 죽고 있다네. 그 애는 언제나 내가 붙잡을 틈을 주지 않아.”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그래도 파라미르에 관한 얘기라서 그런지 보로미르의 목소리엔 타다 남은 장작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저 낭떠러지 밑, 볕도 들지 않는 칼날처럼 추운 곳에 왜 내 동생이 있어야 하는 거지?”

보로미르, 나도 슬프지만, 항상 슬퍼할 수는 없네. 파라미르도 그걸 원치 않는다는 건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그만!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지?”

보로미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눈물인지 분노인지 모를 붉은색을 띤 눈으로 아라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자네는 아무것도 몰라! 그 애가 그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파라미르는 살고 싶었어. 그런데 나 때문에....내 오만함과 욕심이......내 하나뿐인 동생을 거기서 떠민 거야.”

보로미르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것처럼 떨고 있자, 아라곤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귀하신 몸이신데, 날이 차니 이만 들어가시지요. 언행이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아직 저를 동료라고 생각해주시니 저도 건방을 떨고 싶었나 봅니다.”

보로미르, 친우여, 그럴 필요 없어. 예전처럼 얘기하면 된다네. 왕은 언젠가 떠나지만,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지 않겠나.”

여전히 자신을 동료로 생각하는 아라곤의 진심이 느껴지자 보로미르는 그 따스한 온기에 잠시 미소를 지을 뻔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입꼬리를 움직이게 했을 뿐, 그는 묵례를 한 후 발걸음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 무엇도 자네 탓이 아닐세.”

아라곤은 떠나는 보로미르의 등을 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보로미르가 떠난 뒤, 아라곤은 한동안 멀리했던 파이프를 다시 쥐고 깊게 한 모금 들이마셨다가 뱉었다. 연기는 하늘을 정처 없이 휘젓다가 이내 바람에 실려 갔다.

 

 

 

2.

보로미르는 잠자리에 드는 게 두려웠다. 그 이유는 보로미르가 반지에 지배당했을 때 그가 마치 꿈꾸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꿈에서 파라미르를 볼 때마다 그가 죽고 없는 것이 더욱 실감 나서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쉽사리 잠들지 못할 것을 예상하며, 보로미르는 일단 침대에 누웠다. 그에게 세상은 고요하고 무심하고 잔인했다. 모든 것이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데, 결국 모든 것이 그의 탓이었다.

자네 탓이 아닐세

자신을 위로하던 아라곤의 말이 생각났지만, 보로미르는 고개를 저으며 그 말을 부정했다.

누구의 탓도 아니라면, 왜 파라미르는 죽었어야 했지?

또다시 번뇌의 늪에 빠진 보로미르는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발버둥 쳤지만, 이내 포기하고 가라앉는 쪽을 택했다.

형은 내게 항상 좋은 사람이었어

작별을 고하던 파라미르의 목소리가 들리며, 그의 정신이 현실과 멀어지며 아득해지려고 하는바로 그때,

똑똑.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고통의 환상이 와장창 깨어졌다.

파라미르?”

현실과 꿈이 구분되지 않는 보로미르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생각할 수 없었다.

문이 스르륵 열리며 작은 인영이 보로미르의 방으로 걸어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의 동생 같았....

보로미르! 나야 피핀! 앗 뜨거!”

들고 있던 촛대에 촛농이 떨어져 피핀이 잠시 허둥대는 사이, 보로미르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여긴 무슨 일이지? 그래.... 만찬에 참석하지 못한 건 미안하다. 그때 일을 지금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사죄를...”
! 진짜! 그런 말을 들으러 온 게 아니라니까!”

촛대를 내려놓은 피핀이 짜증을 내며, 침대로 올라왔다.

솔직히 사과받을 게 있는 건 맞는데...그건 뭐 반지 때문에 그런 거니까, 반지가 사라진 지금은 딱히 사과받을 맘은 없어.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나도 얘기 다 들었으니까.”

그럼 더더욱 여기 올 필요가 없겠군. 이만 떠나주게. 앞으로 인생에서 서로 볼 일은 없을 테니, 작별 인사를 나누러 온 거라고 생각하겠어.”

피핀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밀치며, 보로미르는 그를 쳐다보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파라미르 죽음 이후, 적막하던 방에 활기가 도는 것이 느껴지자 보로미르는 오랜만에 당황한 자신의 심장소리를 느낄 수가 있었다.

파라미르랑도 작별인사 나눴어?”

갑자기 진지해진 피핀의 목소리와 뜻밖의 말에 보로미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피핀을 쳐다봤다.

“...?”

안 했다면, 잘했네! 왜냐하면 이제 그를 다시 볼 수 있을 거거든!”

귀를 의심하게 하는 피핀의 괴상한 소리에 보로미르는 자신이 지금 또 다른 종류의 악몽을 꾸고 있는가 싶어 이번엔 피핀을 붙잡고 그를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제 그만해. 파라미르는 죽었어. 다 들었다는 건 거짓말인가? 아니면 나를 고약하게 놀리러 온 건지도 모르겠군. 복수라면 성공했어.”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지고 번개가 칠 듯 찌그러진 하늘 같은 표정으로 보로미르는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피핀을 문밖으로 밀어냈다.

그럼 이만 잘 잘게, 페레그린 툭. 다시 볼 일은 없을 거야.”

마치 그의 아버지처럼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보로미르는 억지로 문을 닫으려 했다.

잠깐! 잠깐! 내 얘기 좀 들어봐! 보로미르!! 파라미르가 떨어진 낭떠러지 말이야! 그냥 낭떠러지가 아니지? 곤도르에는 예전부터 그 절벽에 대해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피핀의 알 수 없는 소리에 보로미르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피핀은 문을 비집고 들어와 발로 문을 닫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 절벽이 보통 절벽이 아니라면? 그 아래 골짜기에 파라미르가 아직 살아 있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보로미르의 폐허가 된 마음속에 한 줄기 햇살이 내려왔다.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나?”

보로미르는 꺼져가는 초에 불을 하나 더 밝혔다.

 

 







보리.png
파라.png

 
+ 에필로그 느낌으로 가려고 하였으나 또다시 시작된 트릴로지

반제 숀콩보로미르 웬햄파라미르
2023.03.26 02:22
ㅇㅇ
모바일
흑흑 섭정가 형제들에게 부디 함께 꽃을 감상할 봄이 찾아오길
[Code: edc4]
2023.03.26 03:08
ㅇㅇ
모바일
센세에에에에엑 제목에 어나더라는 아름다운 문구를 보고 행복에 겨워 굴러왔어요오오옵 !!!!! 머리까지 하얗게 센 보로미르 가엽고도 꼴린다 흐흑 미안하다 보로미르 그치만 앵슷이 짜릿한걸 큽 절벽에 떨어졌을 파라미르가 살아있을 방법이 있다!?!?! 한줄기 희망을 붙잡게된 보로미르가 어떻게 될지 여기서 기다리고있겠습니다 센세!!!!!
[Code: f3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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