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않냐.. 애정결핍이라 상대의 애정을 갈구하는것도 그렇지만 자기가 표현하는것도 엄청 적극적이라 태웅이 처음엔 적응 못해서 백호한테 자꾸 휘둘렸으면 좋겠다

고백은 당연히 태웅이가 했지만 사귄 뒤에 의외로 스킨십도 백호 쪽에서 먼저 하고 좋아해, 너무 좋아 이런 말도 서슴없이 해서 태웅이 온몸 시뻘겋게 달아오르게 할것같음. 얘도 그런 애정표현에 면역이 없어가지고 백호가 자기 좋아한다 그러면 아와와와하다가 머..멍..멍청이..멍청... 이 말만 코딩 잘못된 프로그램처럼 반복할 거임

근데 좋아한단 말은 저렇게 솔직하게 잘 하면서 가끔 태웅이한테 상처받거나 화났을땐 또 그걸 숨겨가지고 태웅이 답답하게 함. 원래 혐관에서 시작한 사이기도 하고 태웅이가 말주변이 없다보니 사귀면서도 백호한테 알게 모르게 태도로 상처주는 일이 꽤 있었을 거야. 특히 농구에 진지한 태웅이니까 백호가 조금만 소홀히 해도 바로바로 날카롭게 지적하는데 그게 또 치수나 대만이, 태섭이처럼 애정이 섞인 채찍이 아니라 딱 공과 사를 구분해서 지적하는거라 백호도 수긍하면서도 좀 서운하겠지. 조금만 더 다정하게 말해주지 싶어서

태웅이한테 상처받은 날은 백호 말수도 줄어들고 잘 나대지도 않아서 눈치없는 대만이 빼고 거의 다 알아차릴것 같은데 이쯤되면 태웅이가 애를 잘 달래줘야 하잖아. 근데 또 얘도 달래는 법을 모름. 백호 산왕전에서 넘어졌을때 칭찬 겸 응원 겸 위로랍시고 초짜치곤 잘해줬다...해서 빡치게 했던 것처럼 잘못 말했다가 애 더 땅파고 들어갈까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 그 주변에서 맴돌기만 할거임.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근데 이렇게 태웅이가 백호한테 거리두려고 하면 바로 백호가 먼저 다가올 거 같다.. 태웅이는 그냥 백호에게 무슨 말로 사과하고 달래줘야할지 모르고 자기 보면 더 화날까봐 나름대로 배려 겸 자책, 의기소침해 있는 상탠데 백호는 그게 태웅이가 진짜 화난 건줄 착각해서.. 탈의실에 둘만 남아있을때 태웅이가 배려랍시고 얼른 갈아입고 후다닥 나가려고 하는데 진짜 새털같은 힘으로 자켓 옆구리쪽이 살짝 당겨진것 같아서 돌아보면 백호가 울것같은 얼굴로 서서 -....미안해.. 할거야

백호는 이 관계가 너무 좋으니까 자기만 참고 물러서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태웅이가 잘못해도 자기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려고함. 어쨌든 연습에서 실수한 건 내 탓이고, 태웅인 할 말을 한거고, 그런데 그 일 때문에 우리 사이가 삐걱대는 건 너무 싫으니까.

그렇게 안 울려고 미간은 잔뜩 찌푸린채로 시선도 바닥에 고정하고 있는데도 눈꼬리랑 콧잔등, 앙 다문 입술에 울음이 그대로 물려있는거 보고 태웅이 결국 못 참고 백호 세게 안아줬으면 좋겠다. 왜 네가 사과를 해, 멍청아. 나쁜 건 난데

태웅이도 무뚝뚝하고 슛 비거리에 비해 생각이 짧은 친구일뿐 성격이 안좋은건 아니니까 이 일 이후에 백호한테 상처 안 주려고 말하기 전에 한 3초 정도 생각했다가 말하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백호 따라서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도 해보는데 고백날 이후 처음으로 태웅이한테서 좋아한다는 말 다시 들은 백호가 진짜 눈부실만큼 환하게 웃는 거 보고 왜 이제까지 이 말을 안해줬을까 이렇게 쉽게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는데.. 하고 그간의 어리석은 자신을 패고싶은 태웅이가 보고싶다

그 뒤에 해감 열심히해서 백호가 자기 앞에서 싫다고 어리광도 부리고 가끔 사귀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왁왁 화내고 삐지는 거 보면 엄청 만족할듯. 좋아한다는 말만 했던 게 솔직한 게 아니라 자기 부정적인 감정은 다 숨기고 있었던 거란 걸 알았으니까 지금부터가 진짜로 솔직한 강백호를 마주하게 됐다고 혼자 뿌듯해할 태웅이...하지만 백호가 사귀기 전 이상으로 나대고 날뛰면 옛날이 더 나았나 싶어서 잠시 고민할 태웅이


태웅백호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