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293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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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00:55
덷풀로건 버전 https://hygall.com/609956809
센티넬이니 가이드니 하던 것들은 모두 먼 옛 이야기가 된지 오래였어. 인간들은 센티넬을, 그리고 가이드를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했지. 거대하고 파괴적인 힘을 경외하면서도 가지지 못한 것들을 질투했어. 끝도없는 싸움에서 사피엔들은 결국 그들이 얻지 못한 힘들을 종말시켰어. 뮤턴트라 불리우던 센티넬과 가이드들은 폭주하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힘을 숨기고 처절하게 살아가다 죽어버렸지.
코드네임 울버린. 변치않는 강인함으로 모든 전쟁의 앞에서서 적들을 도륙하던 과거의 영광은 그의 마지막 가이드 찰스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지. "logan, you still have time" 끝까지 희망을 노래하던 나이어린 아버지는 로건의 품에서 잠들었어. 유언처럼 남긴 그의 말이 자주 머릿속을 울리면 싸구려 술을 들이키면서 차곡차곡 쌓여있는 과거의 업보들이 언제쯤 터져버릴까, 자문하곤했어. 끝이 올 것 같으면서도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은 엉겁의 시간이야. 녹슬대로 녹슬어버린 몸뚱이는 뒤틀린 바퀴처럼 삐걱삐걱 소리를 내면서도 끝까지 넘어지지 않았어.
그날따라 클로가 나오는 손마디가 찢어질것처럼 쑤셔대는 고통에 알콜을 정신없이 몸속에 때려 붓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지. 싸구려 술의 여파로 밀려오는 숙취에 머리는 깨질 것 같은데 쿵쿵대는 소리와 덜컹 거리는 리무진에 주변이 핑핑 돌며 어지러움까지 더해졌어. 욕설과 낄낄 거리는 웃음소리. 끼익거리는 불안한 소음. 하아.. 지겨운 일상. 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차문을 열고 나가니 어린 얼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어. 징글징글하네 진짜. 로건은 주먹을 말아쥐고 무리를 향해 돌진했음.
웨이드는 가이드로 "태어"났어. 이상한 일이지. 더이상 센티넬들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아니, 존재는 했어. 음습한 골목 구석에. 빛도 들지않는 깊은 음지에 숨어 있었지. 얼굴은 기억도 안나는 제 부모의 울먹이던 목소리는 기억해. '절대 들키지마. 널 지킬 수 있는건 너 자신밖에 없어' 그래서 그렇게 살았어. 아무도 옆에 두지않고 아무도 믿지않고.
그래서 지금 이건 뭘까.. 답지않게 머리 빠개지도록 고민중이었지. 시끌벅적한 술집 구석에 숨어서 싸구려 술을 들이키던 남자를 처음 봤을 때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 가까이 가고싶은데 가기 싫었어. 찝찝한 기분에 술집을 바꿨는데 거기서 두번째로 봤을 땐 흥미가 일었어. 어둠속에 숨어서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당자리를 운좋게 차지한 사내. 가끔 만나곤 했던 뮤턴트라 불리웠던 동료들을 생각나게 했지. 이것봐라? 웨이드는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어.
싸움은 생각보다 지루했어. 뭔가 특별한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저 주먹과 칼, 총이 다였어. 시시해. 흥미가 떨어진 웨이드가 혀를 끌끌차며 자리를 떠나려는데 남자의 손에서 칼이 튀어 나왔어. 오호라? 심장이 오랜만에 두근거렸어. 남자는 짐승처럼 그르렁 거리면서 칼날을 여기저기 꽂아 넣었어. 빠른 몸짓으로 손을 휘둘러 턱을 뚫어 버리고 다른 손으로는 이마를 꿰뚫었지. 양손을 교차시켜 휘두르자 잘려진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갔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마지막놈은 따라가지 않았고, 이내 비틀비틀 휘청거리며 쓰러지려는 몸을 받아 안았어.
"웨이드, 너도 운이 좋다면 말이지 너만의 센티넬을 만날꺼야"
"... 난 그런거 관심없는데"
왜일까. 목이 잘려 땅에 묻힌 가이드의 말이 생각났어.
"언젠가 만나게 되면 웨이드.. 나처럼 바보같이 놓치지말고 옆에 잘 붙들고 지켜"
"그건 어떻게 알 수 있는데?"
"음.. 나는 말이지.. 달콤한 카라멜향이 났고 성스러운 종소리랑 찬송가가 들렸는데.. 너도 비슷하지 않을까?"
텁텁한 먼지와 비릿한 피냄새와 시큼한 땀내. 귓가에 들리는 헉헉대는 거친 숨소리. 그리고.. 하늘에서 터지는 폭죽소리. 화약냄새. 그애가 말한게 이런거였나. 안겨든 몸은 제법 무거웠지. 불안정하던 숨이 편하게 바뀌고 뻥뻥 터지는 대포소리같은 불꽃은 알록달록 참 예뻤어.
흔들리는 차 안에서 오랜만에 개운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어. 덜컹거리는 리무진. 편안한 공기. 느리게 눈을 꿈벅꿈벅 거리며 로건은 간만에 찾아온 평화로운 순간을 누리려고했지. 시발, 마지막 기억이 누군가의 머리를 잘라버린거라는게 생각나기 전까지는. 튀어오르듯이 몸을 일으킨 로건은 백미러를 통해 어린놈의 눈과 마주쳤어. 그와 동시에 털이 쭈뼛서며 팔에 소름이 돋았지.
웨이드는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려 노력했어. 첫만남이 피가 낭자하는 납치활극으로 시작하는건 좀 그러니까. 근데 이 짐승한테는 안통하네. 털을 잔뜩 세운채 경계하는 태도에 웨이드는 솔직히 상처를 좀 받았어. 저가 느낀걸 상대도 느꼈을거라 생각했거든. 뒈져버린 가이드 말 따위 듣는게 아니었는데. 웨이드는 결국 도로 한가운데서 버려졌어.
이 느낌을 알아. 그래서 버렸어. 선의를 베푼 상대에게 빅엿으로 보답했지. 더이상 마주치지 않길 바랐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어. 달콤한 안식과 평화는 한번으로 족해. 이런 느낌 따위 잊을 수 있어. 아니, 잊어야 해.
짐승을 길들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냥 존나 들이대는거야. 대신 정해진 시간에 가서 정해진 시간만큼만 보내는거지. 익숙해지도록. 억지로 읽었던 책에서 여우를 길들인 꼬맹이 얘기를 생각하며 웨이드는 매일 로건의 리무진을 탔어. 마땅한 이유는 없어. 그냥. 심심했거든. 사실 궁금하기도했어. 평생 만날거라 생각도 안했던 제 센티넬이 어떤 사람인지.
매일매일이 고문이야. 미친놈. 머릿속이 시끄러워. 빙글빙글 웃으며 말 한마디없이 그저 로건을 응시하는 눈빛에 찌릿, 하고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었어. 원하는게 뭘까. 속을 알 수 없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어. 호의를 건네는 따뜻한 눈빛. 실수인척 스치는 섬세한 손길에 저릿한 몸의 통증이 사라지는 감각따위. 매번 덤덤한 척을 하느라 집으로 돌아가면 녹초가 되어 기절하듯 잠드는 로건을 알까? 알면서 그러는걸까? 적응하지 말아야지. 익숙해지지말자. 그리 생각했어.
짐승을 길들이는 두번째 방법. 잠시 눈 앞에서 사라지자. 자주 보이던 거슬리던 놈이 오지 않는다? 그럼 어떨거 같아? 그래. 그걸 노리는거야. 모 아니면 도.
질린걸까? 질린거겠지? 질린거야. 콕콕 쑤셔대는데도 반응이 없으니 재미가 없어진거지. 잘됐어. 잘된거야.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것 같아. 또 살아지겠지. 찰스가 말했던 제 시간은 이제 끝나가고 있으니. 따위의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에도 허전함은 채워지지않았지.
며칠 보이지 않는 웨이드없는 삶에 애써 익숙해지려 할 때쯤 이 개새끼는 다시 불쑥 끼어들었어. 더이상 쑤셔대는걸 참을 수 없어서 밀어내려는데 익숙한 피냄새가.. 제길.
무서운 표정으로 돌진하기에 자연스레 방어 자세를 취하려는데 멈칫 하더니 눈이 하염없이 흔들리기 시작해. 어쩔줄 모르겠다는듯 굳어버린 얼굴에서 한 줌의 걱정과 두 줌의 번민이 새어 나오고 있어. 뭐지? 그러다 "너, 다쳤어?" 라는 다정한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니 한숨을 쉬며 손을 잡아 끌었어. 갑작스런 호의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어느새 로건의 집에 들어와 그 앞에서 맨 몸을 드러내고 보살핌을 받고 있네. 럭키♡
흔하디 흔한 칼에 베인 상처인데 중상인것마냥 심각해져서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불만을 표현하는 얼굴이 나름 귀엽게 보여. 무뚝뚝한 태도와는 다르게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는 손길은 참 다정해. 잠깐씩 닿아오는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야. 그래서 웨이드는 심술이 났어. 왜 그런지는 몰라. 본성이 그런걸. 배배 꼬여서는. 못돼 처먹은 성미지. 그래서 손을 거두려는 그를 잡아채 무작정 입을 맞대었어. 놀라서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을 쓸다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입안에 혀를 밀어 넣었지. 잡힐듯 잡히지 않는 로건의 혀를 자신의 혀끝으로 콕콕 건드리다 볼을 스치고 입천장을 간질이자 당황한 소리가 새어 나왔어. 기어이 혀를 잡아채 휘감고 희롱하듯 쓰다듬었더니 순하게 웨이드의 움직임을 따라오는데 머리에 열이 올랐어. 한참을 쪽쪽대며 키스하다 강한 힘에 뒤로 밀쳐진 웨이드가 시선을 내리자 힘이 풀린듯 주저앉아 색색대는 로건이 고개를 들었지.
혼란스러운 눈동자에 고통이 깃들었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한참을 웨이드를 쏘아보다 기어이 울음이 터졌어. 넌 대체 뭐가 문제야!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쑤셔대지 말랬지. 다가오지 말랬잖아. 꺼지라고 했잖아. 필요없다고. 난.. 나는.. 싫다고. 아프다고. 제발 그만해. 하지마. 괴로워.
두서없이 쏟아내는 말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건지 웨이드를 원망하는건지 알 수없는 말들에 베어버렸어. 이건 좀 많이 아프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헉헉대며 까무러지려는 로건을 뒤어서 꽉 안아줬어. 고통스럽게 하려던건 아니었어. 아프게 했다면 미안. 이리저리 날뛰는 파장이 웨이드의 인도안에서 천천히 가라앉았어.
어쩌면 여우는 로건이 아니라 나였나봐. 그애도 그랬던것처럼 나도 내 센티넬을 놓쳐버렸어.
휴대폰 속에 들어있는 영상은 말할 수도 없이 참혹했어. 인간들은 결국 절대 가질 수 없는 센티넬과 가이드의 능력을 포기하지 못했어. 로건의 시간은 이제 끝나가고 있어. 이런 빌어먹을 것들은 더이상 존재하면 안돼.
웨이드는 도저히 싸움에 집중할 수 없었어. 살을 찢고 나오는 칼날에 피투성이가 된 손에서 뚝뚝 생명이 떨어져 나가. 크게 포효하며 제일 앞에서 베고 찢고 달려드는 맹수는 이 와중에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적들의 피가 뿌려질수록 로건의 피도 같이 뿌려졌어. 상대가 쓰러질수록 로건의 생명도 꺼져가고 있어. 가까이 가고 싶은데 닿고 싶은데 두려워.
그저 베고 또 베었어. 제 뒤에 서 있는 웨이드가 다치지않도록. 소리를 질러 시선을 끌고 찌르고 베었어. 좁은 리무진 안에서 실수인척 닿아오던 손길을 기억해. 말없이 온기를 나눠주던 눈빛을 기억해. 아프다고 했지만 사실은 더 닿고 싶었지. 더 깊어지기 전에, 더 절박해지기 전에 끊어야 했어. 닳고 닳아 망가진 걸 그 녀석 옆에 둘수는 없었어.
그랬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로건은 차가운 바닥에 홀로 누워있는 지금이 낯설었어. 여느때와 다름없는 익숙한 고통이 몸을 휘감고 터져버릴 것 같은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비명소리가 울려. 실험실에서 태어났으니 실험실에서 마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로건은 지금 이순간 외로웠어. 그토록 바라던 순간인데 무슨 미련이 남아 이렇게 버텨내는건지.
"you still have time" 찰스의 마지막 말이 계속 맴돌아. 남겨진 내 시간은 대체 뭘까. 손을 뻗어 허공을 쥐었어.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것처럼 하염없이 주먹만 쥐었다 폈다 하는 손을 꽉 붙잡아 오는 힘에 로건이 고개를 돌리자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보여. 아무말 없이 그저 가만히 바라봤어. 로건의 몸 속을 휘젓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은 것 같은데 다시 순간적으로 폭발할 듯 울컥하고 터져버리는 것같은 느낌에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는 얼굴이 참 앳돼보여.
늘 자신의 시간이 끝나가길 바랐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니었나봐. 욕심이 났어. 거지같은 실험실에서 피웅덩이와 시체더미 속에서 끝내고 싶지 않아. 나오지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냈어. "도와줘" 맞잡은 손을 끌어내리며 로건은 입술을 부딪혔어. 마주닿은 입 안 사이로 혀가 얽히고 달큰한 숨이 섞였어. 웨이드의 뒷목을 잡고 끌어 당기며 정신없이 달디단 입 안을 탐했지.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저의 어린 가이드에게 닿고만 싶었어. "도와줘" 거친 숨을 몰아쉬며 로건이 간절하게 속삭였어.
자꾸만 쓰러지려는 로건을 고쳐 안으며 웨이드는 이를 악 물었어. 제 발로 걸어와 스스로 안겨온 이 아름다운 짐승을 뼈까지 씹어먹고 싶었지. 가까스로 로건을 뒷자석에 밀어넣고 애타게 매달려 키스를 구하는 제 짝에게 숨을 불어 넣어 주었어. 웨이드의 입술이 지나갈 때마다 신음을 흘리며 가슴을 부풀리고 허리를 뒤틀면서 그저 저에게 닿고 싶어 안달난 몸이 야해 빠져서 웨이드는 조금 거칠게 깨물며 흔적을 남겼어.
긴 손가락이 내벽을 쑤실때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복근을 황홀한 듯 감상하다 혀를 내밀어 핥아올리면 물고 있는 손가락을 꽉 조이며 벌어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지. 벌어진 입술 사이로 살짝 보이는 붉은 혀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맞추면 순하게 입을 벌려 오는 몸짓이 못내 사랑스러웠어.
잔뜩 성이나 프리컴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안으로 밀어 넣자 허리가 들뜨며 입이 저절로 벌어지면서도 온기를 잡으려는 듯 웨이드를 붙잡고 매달려오는 로건을 다정하게 마주 안아주며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어. 흐윽, 하는 신음을 신호삼아 강하게 박아 넣다가 깊은 곳을 치받고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며 자극하면 온몸을 덜덜 떨며 꽉 조여대는 안이 황홀해.
정신없이 허리를 털어대며 입을 맞추고 몰아치는 흥분에 헐떡거리는 숨소리와 신음소리가 뒤섞여 둘 모두 정신없이 서로를 꽉 끌어안으며 절정의 순간을 함께 느꼈어.
두근대는 심장박동을 느끼면서 몸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 충만한 감각이 얼마나 황홀한지. 날뛰던 로건의 파장이 웨이드로 인해 안정되고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따뜻함에, 오랜만에 느끼는 다정한 온기에 로건은 숨쉬는게 고통스럽지 않았어. 끝나버렸다고 생각한 시간의 끝에서 찾아와준 제 짝이 고맙고 사랑스러워 로건은 온 마음을 담아 입을 맞췄어.
짐승을 길들이는 방법따윈 없어. 누군가를 길들인다는건 나도 그에게 길들여지는거야.
덷풀로건
웨이드로건은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찐한 쌍방순애가 존맛
센티넬이니 가이드니 하던 것들은 모두 먼 옛 이야기가 된지 오래였어. 인간들은 센티넬을, 그리고 가이드를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했지. 거대하고 파괴적인 힘을 경외하면서도 가지지 못한 것들을 질투했어. 끝도없는 싸움에서 사피엔들은 결국 그들이 얻지 못한 힘들을 종말시켰어. 뮤턴트라 불리우던 센티넬과 가이드들은 폭주하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힘을 숨기고 처절하게 살아가다 죽어버렸지.
코드네임 울버린. 변치않는 강인함으로 모든 전쟁의 앞에서서 적들을 도륙하던 과거의 영광은 그의 마지막 가이드 찰스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지. "logan, you still have time" 끝까지 희망을 노래하던 나이어린 아버지는 로건의 품에서 잠들었어. 유언처럼 남긴 그의 말이 자주 머릿속을 울리면 싸구려 술을 들이키면서 차곡차곡 쌓여있는 과거의 업보들이 언제쯤 터져버릴까, 자문하곤했어. 끝이 올 것 같으면서도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은 엉겁의 시간이야. 녹슬대로 녹슬어버린 몸뚱이는 뒤틀린 바퀴처럼 삐걱삐걱 소리를 내면서도 끝까지 넘어지지 않았어.
그날따라 클로가 나오는 손마디가 찢어질것처럼 쑤셔대는 고통에 알콜을 정신없이 몸속에 때려 붓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지. 싸구려 술의 여파로 밀려오는 숙취에 머리는 깨질 것 같은데 쿵쿵대는 소리와 덜컹 거리는 리무진에 주변이 핑핑 돌며 어지러움까지 더해졌어. 욕설과 낄낄 거리는 웃음소리. 끼익거리는 불안한 소음. 하아.. 지겨운 일상. 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차문을 열고 나가니 어린 얼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어. 징글징글하네 진짜. 로건은 주먹을 말아쥐고 무리를 향해 돌진했음.
웨이드는 가이드로 "태어"났어. 이상한 일이지. 더이상 센티넬들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아니, 존재는 했어. 음습한 골목 구석에. 빛도 들지않는 깊은 음지에 숨어 있었지. 얼굴은 기억도 안나는 제 부모의 울먹이던 목소리는 기억해. '절대 들키지마. 널 지킬 수 있는건 너 자신밖에 없어' 그래서 그렇게 살았어. 아무도 옆에 두지않고 아무도 믿지않고.
그래서 지금 이건 뭘까.. 답지않게 머리 빠개지도록 고민중이었지. 시끌벅적한 술집 구석에 숨어서 싸구려 술을 들이키던 남자를 처음 봤을 때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 가까이 가고싶은데 가기 싫었어. 찝찝한 기분에 술집을 바꿨는데 거기서 두번째로 봤을 땐 흥미가 일었어. 어둠속에 숨어서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당자리를 운좋게 차지한 사내. 가끔 만나곤 했던 뮤턴트라 불리웠던 동료들을 생각나게 했지. 이것봐라? 웨이드는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어.
싸움은 생각보다 지루했어. 뭔가 특별한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저 주먹과 칼, 총이 다였어. 시시해. 흥미가 떨어진 웨이드가 혀를 끌끌차며 자리를 떠나려는데 남자의 손에서 칼이 튀어 나왔어. 오호라? 심장이 오랜만에 두근거렸어. 남자는 짐승처럼 그르렁 거리면서 칼날을 여기저기 꽂아 넣었어. 빠른 몸짓으로 손을 휘둘러 턱을 뚫어 버리고 다른 손으로는 이마를 꿰뚫었지. 양손을 교차시켜 휘두르자 잘려진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갔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마지막놈은 따라가지 않았고, 이내 비틀비틀 휘청거리며 쓰러지려는 몸을 받아 안았어.
"웨이드, 너도 운이 좋다면 말이지 너만의 센티넬을 만날꺼야"
"... 난 그런거 관심없는데"
왜일까. 목이 잘려 땅에 묻힌 가이드의 말이 생각났어.
"언젠가 만나게 되면 웨이드.. 나처럼 바보같이 놓치지말고 옆에 잘 붙들고 지켜"
"그건 어떻게 알 수 있는데?"
"음.. 나는 말이지.. 달콤한 카라멜향이 났고 성스러운 종소리랑 찬송가가 들렸는데.. 너도 비슷하지 않을까?"
텁텁한 먼지와 비릿한 피냄새와 시큼한 땀내. 귓가에 들리는 헉헉대는 거친 숨소리. 그리고.. 하늘에서 터지는 폭죽소리. 화약냄새. 그애가 말한게 이런거였나. 안겨든 몸은 제법 무거웠지. 불안정하던 숨이 편하게 바뀌고 뻥뻥 터지는 대포소리같은 불꽃은 알록달록 참 예뻤어.
흔들리는 차 안에서 오랜만에 개운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어. 덜컹거리는 리무진. 편안한 공기. 느리게 눈을 꿈벅꿈벅 거리며 로건은 간만에 찾아온 평화로운 순간을 누리려고했지. 시발, 마지막 기억이 누군가의 머리를 잘라버린거라는게 생각나기 전까지는. 튀어오르듯이 몸을 일으킨 로건은 백미러를 통해 어린놈의 눈과 마주쳤어. 그와 동시에 털이 쭈뼛서며 팔에 소름이 돋았지.
웨이드는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려 노력했어. 첫만남이 피가 낭자하는 납치활극으로 시작하는건 좀 그러니까. 근데 이 짐승한테는 안통하네. 털을 잔뜩 세운채 경계하는 태도에 웨이드는 솔직히 상처를 좀 받았어. 저가 느낀걸 상대도 느꼈을거라 생각했거든. 뒈져버린 가이드 말 따위 듣는게 아니었는데. 웨이드는 결국 도로 한가운데서 버려졌어.
이 느낌을 알아. 그래서 버렸어. 선의를 베푼 상대에게 빅엿으로 보답했지. 더이상 마주치지 않길 바랐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어. 달콤한 안식과 평화는 한번으로 족해. 이런 느낌 따위 잊을 수 있어. 아니, 잊어야 해.
짐승을 길들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냥 존나 들이대는거야. 대신 정해진 시간에 가서 정해진 시간만큼만 보내는거지. 익숙해지도록. 억지로 읽었던 책에서 여우를 길들인 꼬맹이 얘기를 생각하며 웨이드는 매일 로건의 리무진을 탔어. 마땅한 이유는 없어. 그냥. 심심했거든. 사실 궁금하기도했어. 평생 만날거라 생각도 안했던 제 센티넬이 어떤 사람인지.
매일매일이 고문이야. 미친놈. 머릿속이 시끄러워. 빙글빙글 웃으며 말 한마디없이 그저 로건을 응시하는 눈빛에 찌릿, 하고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었어. 원하는게 뭘까. 속을 알 수 없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어. 호의를 건네는 따뜻한 눈빛. 실수인척 스치는 섬세한 손길에 저릿한 몸의 통증이 사라지는 감각따위. 매번 덤덤한 척을 하느라 집으로 돌아가면 녹초가 되어 기절하듯 잠드는 로건을 알까? 알면서 그러는걸까? 적응하지 말아야지. 익숙해지지말자. 그리 생각했어.
짐승을 길들이는 두번째 방법. 잠시 눈 앞에서 사라지자. 자주 보이던 거슬리던 놈이 오지 않는다? 그럼 어떨거 같아? 그래. 그걸 노리는거야. 모 아니면 도.
질린걸까? 질린거겠지? 질린거야. 콕콕 쑤셔대는데도 반응이 없으니 재미가 없어진거지. 잘됐어. 잘된거야.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것 같아. 또 살아지겠지. 찰스가 말했던 제 시간은 이제 끝나가고 있으니. 따위의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에도 허전함은 채워지지않았지.
며칠 보이지 않는 웨이드없는 삶에 애써 익숙해지려 할 때쯤 이 개새끼는 다시 불쑥 끼어들었어. 더이상 쑤셔대는걸 참을 수 없어서 밀어내려는데 익숙한 피냄새가.. 제길.
무서운 표정으로 돌진하기에 자연스레 방어 자세를 취하려는데 멈칫 하더니 눈이 하염없이 흔들리기 시작해. 어쩔줄 모르겠다는듯 굳어버린 얼굴에서 한 줌의 걱정과 두 줌의 번민이 새어 나오고 있어. 뭐지? 그러다 "너, 다쳤어?" 라는 다정한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니 한숨을 쉬며 손을 잡아 끌었어. 갑작스런 호의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어느새 로건의 집에 들어와 그 앞에서 맨 몸을 드러내고 보살핌을 받고 있네. 럭키♡
흔하디 흔한 칼에 베인 상처인데 중상인것마냥 심각해져서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불만을 표현하는 얼굴이 나름 귀엽게 보여. 무뚝뚝한 태도와는 다르게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는 손길은 참 다정해. 잠깐씩 닿아오는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야. 그래서 웨이드는 심술이 났어. 왜 그런지는 몰라. 본성이 그런걸. 배배 꼬여서는. 못돼 처먹은 성미지. 그래서 손을 거두려는 그를 잡아채 무작정 입을 맞대었어. 놀라서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을 쓸다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입안에 혀를 밀어 넣었지. 잡힐듯 잡히지 않는 로건의 혀를 자신의 혀끝으로 콕콕 건드리다 볼을 스치고 입천장을 간질이자 당황한 소리가 새어 나왔어. 기어이 혀를 잡아채 휘감고 희롱하듯 쓰다듬었더니 순하게 웨이드의 움직임을 따라오는데 머리에 열이 올랐어. 한참을 쪽쪽대며 키스하다 강한 힘에 뒤로 밀쳐진 웨이드가 시선을 내리자 힘이 풀린듯 주저앉아 색색대는 로건이 고개를 들었지.
혼란스러운 눈동자에 고통이 깃들었어.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한참을 웨이드를 쏘아보다 기어이 울음이 터졌어. 넌 대체 뭐가 문제야!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쑤셔대지 말랬지. 다가오지 말랬잖아. 꺼지라고 했잖아. 필요없다고. 난.. 나는.. 싫다고. 아프다고. 제발 그만해. 하지마. 괴로워.
두서없이 쏟아내는 말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건지 웨이드를 원망하는건지 알 수없는 말들에 베어버렸어. 이건 좀 많이 아프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헉헉대며 까무러지려는 로건을 뒤어서 꽉 안아줬어. 고통스럽게 하려던건 아니었어. 아프게 했다면 미안. 이리저리 날뛰는 파장이 웨이드의 인도안에서 천천히 가라앉았어.
어쩌면 여우는 로건이 아니라 나였나봐. 그애도 그랬던것처럼 나도 내 센티넬을 놓쳐버렸어.
휴대폰 속에 들어있는 영상은 말할 수도 없이 참혹했어. 인간들은 결국 절대 가질 수 없는 센티넬과 가이드의 능력을 포기하지 못했어. 로건의 시간은 이제 끝나가고 있어. 이런 빌어먹을 것들은 더이상 존재하면 안돼.
웨이드는 도저히 싸움에 집중할 수 없었어. 살을 찢고 나오는 칼날에 피투성이가 된 손에서 뚝뚝 생명이 떨어져 나가. 크게 포효하며 제일 앞에서 베고 찢고 달려드는 맹수는 이 와중에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적들의 피가 뿌려질수록 로건의 피도 같이 뿌려졌어. 상대가 쓰러질수록 로건의 생명도 꺼져가고 있어. 가까이 가고 싶은데 닿고 싶은데 두려워.
그저 베고 또 베었어. 제 뒤에 서 있는 웨이드가 다치지않도록. 소리를 질러 시선을 끌고 찌르고 베었어. 좁은 리무진 안에서 실수인척 닿아오던 손길을 기억해. 말없이 온기를 나눠주던 눈빛을 기억해. 아프다고 했지만 사실은 더 닿고 싶었지. 더 깊어지기 전에, 더 절박해지기 전에 끊어야 했어. 닳고 닳아 망가진 걸 그 녀석 옆에 둘수는 없었어.
그랬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로건은 차가운 바닥에 홀로 누워있는 지금이 낯설었어. 여느때와 다름없는 익숙한 고통이 몸을 휘감고 터져버릴 것 같은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비명소리가 울려. 실험실에서 태어났으니 실험실에서 마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로건은 지금 이순간 외로웠어. 그토록 바라던 순간인데 무슨 미련이 남아 이렇게 버텨내는건지.
"you still have time" 찰스의 마지막 말이 계속 맴돌아. 남겨진 내 시간은 대체 뭘까. 손을 뻗어 허공을 쥐었어.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것처럼 하염없이 주먹만 쥐었다 폈다 하는 손을 꽉 붙잡아 오는 힘에 로건이 고개를 돌리자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보여. 아무말 없이 그저 가만히 바라봤어. 로건의 몸 속을 휘젓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은 것 같은데 다시 순간적으로 폭발할 듯 울컥하고 터져버리는 것같은 느낌에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는 얼굴이 참 앳돼보여.
늘 자신의 시간이 끝나가길 바랐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니었나봐. 욕심이 났어. 거지같은 실험실에서 피웅덩이와 시체더미 속에서 끝내고 싶지 않아. 나오지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냈어. "도와줘" 맞잡은 손을 끌어내리며 로건은 입술을 부딪혔어. 마주닿은 입 안 사이로 혀가 얽히고 달큰한 숨이 섞였어. 웨이드의 뒷목을 잡고 끌어 당기며 정신없이 달디단 입 안을 탐했지.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저의 어린 가이드에게 닿고만 싶었어. "도와줘" 거친 숨을 몰아쉬며 로건이 간절하게 속삭였어.
자꾸만 쓰러지려는 로건을 고쳐 안으며 웨이드는 이를 악 물었어. 제 발로 걸어와 스스로 안겨온 이 아름다운 짐승을 뼈까지 씹어먹고 싶었지. 가까스로 로건을 뒷자석에 밀어넣고 애타게 매달려 키스를 구하는 제 짝에게 숨을 불어 넣어 주었어. 웨이드의 입술이 지나갈 때마다 신음을 흘리며 가슴을 부풀리고 허리를 뒤틀면서 그저 저에게 닿고 싶어 안달난 몸이 야해 빠져서 웨이드는 조금 거칠게 깨물며 흔적을 남겼어.
긴 손가락이 내벽을 쑤실때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복근을 황홀한 듯 감상하다 혀를 내밀어 핥아올리면 물고 있는 손가락을 꽉 조이며 벌어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지. 벌어진 입술 사이로 살짝 보이는 붉은 혀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맞추면 순하게 입을 벌려 오는 몸짓이 못내 사랑스러웠어.
잔뜩 성이나 프리컴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안으로 밀어 넣자 허리가 들뜨며 입이 저절로 벌어지면서도 온기를 잡으려는 듯 웨이드를 붙잡고 매달려오는 로건을 다정하게 마주 안아주며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어. 흐윽, 하는 신음을 신호삼아 강하게 박아 넣다가 깊은 곳을 치받고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며 자극하면 온몸을 덜덜 떨며 꽉 조여대는 안이 황홀해.
정신없이 허리를 털어대며 입을 맞추고 몰아치는 흥분에 헐떡거리는 숨소리와 신음소리가 뒤섞여 둘 모두 정신없이 서로를 꽉 끌어안으며 절정의 순간을 함께 느꼈어.
두근대는 심장박동을 느끼면서 몸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 충만한 감각이 얼마나 황홀한지. 날뛰던 로건의 파장이 웨이드로 인해 안정되고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따뜻함에, 오랜만에 느끼는 다정한 온기에 로건은 숨쉬는게 고통스럽지 않았어. 끝나버렸다고 생각한 시간의 끝에서 찾아와준 제 짝이 고맙고 사랑스러워 로건은 온 마음을 담아 입을 맞췄어.
짐승을 길들이는 방법따윈 없어. 누군가를 길들인다는건 나도 그에게 길들여지는거야.
덷풀로건
웨이드로건은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찐한 쌍방순애가 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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