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5350469
view 16223
2024.09.20 01:17
제이스 너붕붕으로 후회물 보고싶다…
대충 라에니라가 황제로 즉위하고, 제이스 약혼녀 자리가 공석이란 설정 하에, 제이스는 누가 봐도 성군의 자질이 뛰어난 타르가르옌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갈색 머리와, 짙은 눈동자가 그의 정당성을 자꾸만 외부로부터 위협받게 만드는 거
그래서 더더욱 약혼녀를 고를 때 타르가르옌에 가까운 소녀들로만 찾고 또 찾았을 듯. 새하얀 눈 혹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는 백금발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낯설고도 아름다운 제비꽃 색 눈동자. 왕세자비가 되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정통성 있는 귀족 가문이되, 그 세력이 제이스를 위협하진 않아야 하는
그런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딱 한 사람이 허니인 거. 게다가 성정이 온순하고 무던해서 이리저리 치일 거 많은 왕세자비에 딱이었을 듯. 혹여나 다른 집안과 혼담이라도 오갈까 라에니라가 냅다 허니 예비 왕세자비 땅땅 선언하고, 결혼 전에 궁으로 들임.
일단 간소하게 약혼식부터 치루는데 그 날 처음 얼굴 마주하게 된 결혼 당사자들. 제이스는 앞으로 자신과 함께 이 나라를 이끌어갈 안주인이니 남편으로서 예를 다 하는데 그 속에 연정은 한 자락도 없음. 신이 조각한 듯 수려한 외모에, 반듯한 옷차림, 다정한 말투며 행동.
제이스 속이 어떻든 성인식을 치룬지 일년도 안 된 허니의 마음을 간질이기엔 충분했을 듯. 서로 손을 마주잡고 연회장 한가운데에서 춤을 출 때에는 맞닿은 손이 불타는 듯 화끈거려서 혹여나 땀에 젖은 제 손이 제이스를 불쾌하게 만들진 않을까 그 걱정만 하던 허니임.
그럼에도 제이스는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약간 열이 오른 허니의 안색을 살피고, 침실 앞까지 데려다주기까지 함. 그날 허니는 바로 잠들지 못하고 고향에 있는 언니한테 편지를 넉장이나 씀. 대충 요약하면 드디어 왕자님을 만났는데 너무너무 다정하고 멋진 사람이고 첫눈에 반한 것 같다는 내용이겠지.
그렇게 허니가 하루하루 제이스에 빠져들어갈 동안 제이스는 뭘 하느냐? 궁에 숨겨둔 연인 만나러 감; 이제 후회물 시작이죠…. 허니를 알기도 한참 전에 만나던 사이임. 상대는 집안이 몰락해서 레드킵의 시녀로 들어온 제이스 또래의 여자아이. 둘 다 남들에게 완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며, 사생아라는 공통점이 있어 외로운 왕궁 생활에 유일한 낙이었을 듯.
우릴 이해하는 건 서로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서로 부둥켜온 밤이 얼마인데 고작 만난지 일주일 조금 지난 귀족 영애 허니에게 맘이 가겠어. 고생이라곤 모르고 살아온 것 같은 뽀얀 얼굴에, 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붉어지는 볼과 수줍은 미소. 누군가 본다면 사랑스럽다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제이스에겐 그저 곧 왕세자비 될 사람이 아직도 어린애 티가 나서 되겠나 하는 걱정거리일 뿐이었음.
도대체 왕족 교육은 제대로 받고 있는 건지. 예비 왕세자비에 대해 들리는 소문이라곤 진도 나가는 속도가 더뎌 선생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말 뿐이었지. 허니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허니가 입궁한 이후로 안절부절 못하는 연인까지. 제이스는 최근 몸이 열개여도 모자랄만큼 하루하루가 바빴음.
- 분명 첫날밤을 보내면 나따윈 잊어버릴 거야… 분명해.
그렇게 칭얼대는 저 입술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제이스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자수를 하던 연인의 곁으로 다가갔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어떻게 확신해? 그 여자는…
- 내가 절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거든
타르가르옌의 상징을 모두 타고난 것으로도 모자라, 모두에게 사랑만 받고 자란 제 먼 친척, 내 왕세자비. 제이스가 열등감을 느끼는 모든 걸 당연히 누리고 살아온 허니를 제이스는 사실 속으로 조금 미워하고 있었던 거.
같은 시각 허니는 제이스에게 어울리는 여인이 되고자 밤을 새어가며 공부를 했음. 배우는 속도가 더딘 건 배워본 적이 없어서일 뿐이지. 허니가 하나 마음 먹으면 끈질기게 달려들기 때문에, 두고봐 두달 뒤 결혼식 전까지 완벽한 왕세자비가 될 테니까. 허니를 그렇게 다짐하며 졸린 잠을 참으며 예법을 달달 외우기 시작했음. 제 남편 제이스가 슬퍼하는 연인을 매일 밤마자 품에 안고 사랑한다 속삭이는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결혼식 전 날 밤.
허니는 고대하던 결혼식을 앞두고 도저히 잠에 들 수가 없었음.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 제이스와 자신을 상상하기만 해도 심장이 요동치는 걸. 혹여나 제가 실수하면 어쩌냐는 말에 제이스는 감히 누가 왕세자비에게 잘못을 탓하겠냐며 걱정하지 말라 다독였지만, 자신의 흠이 제이스의 흠으로 번지면 어떡해.
그런 걱정을 하다가도, 앞으로 이 궁에서 제이스와 자신을 닮은 아이들을 낳고 사이 좋은 부부로서, 왕과 왕비로서 살아갈걸 생각하면 베시시 웃음이 새어나왔지.
시녀들이 내일을 위해 일찍 잠들어라 신신당부했지만, 결국 허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등잔을 하나 들고 밤산책을 나섬. 어느덧 레드킵 이곳저곳에는 봄을 알리는 꽃들이 만개해있었지만, 여전히 밤 공기는 서늘했음. 어깨에 걸친 외투를 여매며 걸음을 내딪자 새벽공기에 걱정도 조금씩 식어가는 듯 했지.
얼마나 걸었는지 몰라. 허니는 문뜩 자신이 궁인들의 숙소까지 왔다는 걸 깨달았어. 큰일이다 이러다 아주 밤을 새겠어. 나가는 곳을 찾으려 이리저리 헤매는데 오히려 더 깊숙이 들어가는 기분이었지. 발걸음이 멈춘 건 열린 틈새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어느 궁인의 숙소 앞이었음.
가까이 다가가자 두 사람이 마치 한 몸인 양 벌거벗는 나체를 이불로 아슬하게 가리고 사랑을 나누는 게 보였지. 저게 내가 내일 저녁 왕자님과 할 거라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허니는 도무지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어. 너무 궁금했거든. 부부의, 연인의 밤이라는 거 말이야.
두 사람이 무언가 속삭이는 것도 같은데, 호기심을 못 이긴 허니가 문 틈으로 얼굴을 좀 더 가져다 댔어.
- 아침이 안 왔으면 좋겠어… 그럼 넌 평생 나의 것일 텐데.
- 그런 걱정 안 해도 난 평생 네 것이야. 너 역시 나의 하나뿐인 연인일 것이고.
- 정말 네가 그 비 가문의 계집을 사랑하지 않으리라 확신해?
- 당연하지
비 가문의 계집. 허니는 순간 이 방 안에 든 연인이 누군인지 알아챘어. 그야 저 낮고 다정한 목소리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 그럼 맹세해. 신께 오직 나만을 마음에 품겠다고.
여인의 부탁에 제이스가 여인의 손을 제 입가 위로 가져다댔어. 아주 사소한 동작이었지만 그 눈빛은 마치 신께 순결을 맹세하는 사제와도 같이 성스러웠지. 제이스는 여인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에 모두 가볍게 입 맞추고는 여인의 눈을 바로 쳐다보며 말했음.
- 내 심장이 멈추는 그 날까지, 아니 그 뒤로도
누군가 이 장면을 봤다면, 두 사람이 뿜어내는 경건함에, 너무도 완고한 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아마 이 왕국 전역, 아니 대륙 전역에 레드킵의 사랑스런 연인 이야기가 백년 천년이 되도록 흘렀을 거야.
- 오직 당신 하나만을 섬기겠다고. 내 이름과 모두를 걸고 맹세합니다.
그렇지만 첫사랑의 단잠에 빠져있던 예비 신부에겐 너무 가혹하지 않나. 어떤 정신으로 침실까지 돌아왔나 몰라. 침대에 주저앉아있기를 몇 시간. 이윽고 아침을 알리는 태양빛이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흘러들어왔음. 문 밖에선 허니를 깨우려는 시녀들의 발걸음 소리가 분주했지.
장미꽃잎과 값비싼 향유를 뿌린 욕탕에서 깨끗이 씻기고, 좋은 향이 나는 화장품으로 얼굴을 예쁘게 치장시키고, 타르가르옌의 상징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혼례복을 입은 허니. 시녀들이 감탄할만큼 아름다운 신부가 거울 앞에 서 있었어.
어쩜… 이리 완벽하실 수가 있을까. 시녀들은 허니를 보며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지 눈물을 두어방울 흘렸음. 한 시녀가 허니의 머리에 장식을 고정시켜주며 속삭였어.
- 분명 사랑 받는 왕비가 되실 거에요.
허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그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일 수 밖에. 그렇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으니까.
혼례는 미리 연습한대로 흘러갔어. 제이스와 허니가 나란히 걸어들어올 때에는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왕세자, 왕세자비 부부. 분명 역사에 남을 태평성대를 이끌 것이라 말했어. 허니와 제이스는 예정대로 각자의 엄지에 작게 상처를 내 서로의 입술에 핏줄을 그었음.
허니가 연습 중에 자주 버벅이던 부분이었지. 제이스와 가벼운 포옹정도는 한 적이 있어도 이렇게 입술을 만지작거린 적은 없으니까. 어찌나 부끄러워하던지. 보던 이들이 작게 키득거릴 정도였지. 그러나 지금 허니는 그 누구보다 차분히 모든 것을 해내고 있었음.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윽고 두 사람이 하객들을 향해 나란히 섰음. 건물 안을 울리는 거대한 박수와 함성 소리. 제이스는 곁눈질로 허니를 내려다봤어. 마치 거대한 호수처럼 잔잔하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잔뜩 들떠있더니. 혹시 긴장을 했나?
허니가 내밀어진 제이스의 손바닥 위로 손을 겹쳐잡고 버진로드를 걸었어. 아마 문을 열고 나가면 둘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킹스랜딩의 백성들이 몰려있겠지. 문이 열리기 직전 제이스는 작게 허니에게 말했어.
- 오늘 그 누구보다 아름답소
아마 쑥스럽게 웃어보이거나, 더 굳어버리겠지. 그렇게 예상한 제이스지만 허니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앞만 바라봤어. 그제서야 제이스는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지.
- 부인…?
- 당신이 내게 무엇을 숨기는지 알아요.
- 무슨,
- 웃어요. 적어도 지금은
날 사랑하는 척 해야지 당신. 허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렸어. 그러자 거대한 함성이 둘을 덮쳤지. 여전히 굳어있는 제이스의 손을 잡고 허니가 몇걸음 다가가 손을 흔들었어. 봄날의 햇살의 맞고 선 아름다운 왕세자비. 그 옆에 선 믿음직스런 왕세자. 시민들이 둘의 이름을 연호했어.
제이스는 재빨리 표정을 갈무리하곤 허니를 따라 손을 흔들었어.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정신은 허니의 말에 쏠려있었지. 결국 알아버렸구나. 도대체 어떻게? 누가 말한 거지? 곧 두 사람은 이어질 연회를 위해 각자 숙소로 돌아갔어. 그리고 연회가 진행될 동안에도 허니는 완벽한 왕세자비로서 하객들을 맞이했어.
- 정말 두 달 전의 그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십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제이스를 모시는 궁인이 물었어. 제이스가 손에 든 와인잔을 입에 가져다대며 작게 끄덕였지. 둘만 있을 시간이 오면, 그때 다 털어놓자.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음. 허니가 그날 밤 부부 침실에 들지 않았음으로. 그러나 이상하게도 다음 날 라에니라는 두 사람이 합방을 하였다고 보고를 받았어. 금빛 침구에 확실히 남은 정사의 자국.
저건 대체 누가 꾸며낸 거지? 화기애애하게 온 가족이 모여 조찬을 나누는 동안 제이스는 묻고 싶은 게 가득한 얼굴로 허니를 바라봤지만, 허니는 한 번도 제이스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았음으로 그 모든 질문의 답은 제이스가 스스로 찾아야 했지.
어나더: https://hygall.com/605608500
헉헉 너무 길었다 아직 보고싶은건 쓰지도 못했네
문제될 내용이나 이미지 있을 시 수정 혹은 빛삭함
자캐리스너붕붕 제이스너붕붕 하오드
https://hygall.com/605350469
[Code: 8a3b]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