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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05
요 며칠, 캐피의 기분은 바닥을 치고 있었어.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았지만, 피트의 눈엔 너무 잘보였지. 피트는 성급하게 굴지 않았어. 전과 같은 실수는 하고 싶지 않았던거야. 추궁하기보다는 캐피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했어. 시간도 많이 보내려했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어.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자 다행히도 캐피는 퍽 괜찮아졌지. 대니, 오늘 데리러 갈까? 피트의 물음에 캐피는 괜찮다고 대꾸하곤 집을 나섰어. 캐피를 배웅해주면서 피트는 습관처럼 우체통을 뒤적였어. 운이 좋게도 아이스맨의 편지가 와있었고, 피트는 바로 편지를 빼들었어.

편지에는 신문이 스크랩되어 있었어. 디저트 매장에 코코넛 케이크가 새로 출시되었는데, sns에서 큰 인기라는 광고 기사가 쓰여있었지. 네 생각이 나서. 짧게 덧붙인 사족에 피트는 절로 웃음이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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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그 '배탈 사건'이 지나고, 매버릭은 아이스맨과 조금은 가까워질 거라 예상했어. 하지만 둘은 여전히 만나기만하면 투닥거렸어.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게 거의 없었거든. 비행이 끝나고 나면 더 열성적으로 싸웠고. 특히 아이스맨은 쓸데없는 시비를 걸기 시작했지. 꽤 심했어. 구스는 물론이고, 아이스맨님이라고 감싸고 돌던 슬라이더도 말릴 정도였으니까.

휴식시간, 슬라이더가 슬쩍 다가왔어. 야, 너 잘못한 거 있으면 빨리 사과해. 나 힘들어. 빈말은 아닌지 슬라이더는 정말 피곤해보였어. 매버릭은 꺼지라며 슬라이더의 정강이를 발로 찼어. 쓰러지는 슬라이더를 구스가 불쌍한 어린양 보듯 굽어살피며 의자를 끌어다 앉혔지.

"걔 요즘 되게 이상하긴 해."

"이상한 것뿐이게? 난 이제 무섭기까지 하다니까. 막 실실 웃다가 정색하고, 다시 실실 웃고. 그걸 10번정도 반복하더니 벽에 머리를 박아댄다고."

"진짜 크리피하다."

구스와 슬라이더가 수다를 떠는 동안 매버릭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어. 그러다가 배탈이 났던 그날을 떠올려냈지. 그러고보니, 그날 전달사항이 있다고 했는데. 매버릭이 그 이야기를 전하자 구스가 호들갑을 떨었어. 너 불러오라고 했던거 아냐? 우리 그날 개쩌는 비행했잖아. 맞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파티했지? 희한하게 혼나지도 않아서 기분이 더 좋았었어. 짝짝쿵을 하듯 신이난 꼴통듀오에 슬라이더는 골이 아팠어.

"너 못데려가서 엄청 까인 것 같은데?"

"헐."

"그런가봐."

셋은 결국 머리를 모았어. 화를 풀어줘야 한다는 슬라이더의 진정성 있는 호소가 꼴통듀오의 심금을 울린거야. 사실 슬라이더가 눈물을 짜며 포효하는 모습이 좀 징그러웠기 때문이었지만, 둘은 말을 아꼈지.

"사과를 하면 되는 거 아냐?"

"그걸론 부족하지."

"선물이라도 사가."

긴 토의 끝에 매버릭은 슬라이더와 근처 디저트 매장에 들렀어. 구스가 잠시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워야 했고, 슬라이더는 아이스맨의 취향을 잘 알테니 함께한 거였지. 하지만 취향은 개뿔, 슬라이더는 자기 먹을 걸 고르기 바빴어. 짜증이 난 매버릭은 홀로 매대 앞을 서성거렸고, 결국 코코넛 케이크를 샀지. 아이스가 코코넛 쉐이빙 폼을 쓰던게 기억이 난거야.

그날 저녁, 매버릭은 구스의 응원과 슬라이더의 애원에 등떠밀려 아이스맨의 관사로 향했어.

매버릭은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내내 고민하다 문을 두들겼지. 아이스맨은 금방 문을 열었어.

"잠깐 들어가도 돼?"

"무슨 일인데?"

아이스맨이 누가봐도 어색한 투로 물었어. 매버릭은 케이크 상자를 내밀었어.

"받아."

"...나 주는거야?"

"응."

"왜?"

"어,뭐,친구랑 디저트 사러갔다가, 네 생각이 나서."

케이크 상자를 건네받은 아이스맨은 상자를 만지작거렸어. 기분이 썩 괜찮아보였지.

"저번에 나 못데리고 가서 한소리 들었지?"

"아, 그것때문에. ...아냐, 괜찮았어. 아팠잖아. 구스랑 갔다온거야?"

분위기가 꽤 좋았어. 용건이 다 끝났는데도 이야기를 더 이어갈 것처럼 보였으니까. 매버릭은 살짝 기분이 들뜬 채로 아이스맨을 따라 들어갔어.

"아니, 슬라이더랑."

"...슬라이더랑? 왜?"

"내가 같이 가달라고 했어. 와, 너 방 되게 깨끗하게 쓴다."

말이 끝나자마자 매버릭은 아이스맨의 등에 부딪혔어. 왜 갑자기 멈춰? 매버릭이 짜증을 내자 아이스맨이 케이크 상자를 내밀었어.

"가져가."

"어? ...왜? 안 좋아해?"

아이스맨은 매버릭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싫어해."

그 한마디만 남기고 쫓아냈어. 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 옆관사에 있던 슬라이더와 구스가 뛰쳐나왔지. 매버릭의 표정이 안좋아보이자 슬라이더가 이유를 물었고, 매버릭은 꽥 소리를 질렀어.

"아이스맨, 이 잔디같은 자식아! 나도 너 싫어!"

매버릭이 지랄을 하며 달려들자 슬라이더와 구스가 각각 양팔을 잡고 끌고갔어. 자초지종을 들은 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지.

"나 이제 그 자식이랑은 말도 안 섞을거야."

"음..."

"험난하겠는데."

매버릭은 한참을 개새끼 소새끼, 심지어 말새끼까지 찾으며 열을 냈어. 저도 모르게 눈물까지 찔끔 나버렸지. 희한하게도, 실연을 당한 기분이 들었어.
2024.04.27 17: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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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와 동접! 센세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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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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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이스 뭔데 입덕부정기 겪는 중이야? 그래도 이건 아이스가 잘못했다 매버릭이 기껏 코코넛 케익까지 사서 선물로 줬는데 도로 가져가라고 해버렸으니 맵이 길길이 날뛰는 게 당연하잖아 ㅋㅋㅋㅋ실연당한 기분이라니 맵 어쩌냐고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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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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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스랑 사왔다 그럼 받아줄 거였냐고ㅋㅋㅋㅋㅋㅋㅋ 슬라이더 질투하는 거냐 어름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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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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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이 업보 쌓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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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9: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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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질투하는거 너무 좋아서 기절하고싶어요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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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20:29
ㅇㅇ
슬라이더 일부러 이어준건데 엄한데 질투를 하는 아이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캐피는 기분이 왜 나쁜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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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13: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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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바보야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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