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끼리의 약속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자 유언으로 모든 집안 사람들이 찝찝한데도 우선 혼인신고는 하겠지 양심껏 식은 못 올리겠다고 고개 젓는 루스터 말에 모두가 동의하여 그냥 도장만 찍을 거임 그리고 유언 중 하나인 볕 잘 드는 좋은 곳에 집 하나 지어줬다 홀홀홀 라는 말에 동거까진 할 거임

근데 뭐 법적으로 부부 사이고 동거라고 해봤자 루스터가 겨우 초등학생 때쯤, 브렛은 이제 막 걷기 시작할 때쯤 처음 만나고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인데 묘한 기류가 생기겠음? 걍 삼촌 조카 사이마냥 루스터는 잔소리하고 브렛은 듣기 싫어서 귀나 후비겠지

심지어 둘 다 성향 차이도 커서 서로가 서로를 보며 왜 저럴까? 할 거임 루스터는 요즘 애들은 다 이런가? 싶고 브렛은 나이들면 다 저런가? 싶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한 지붕 아래 살아도 가까워질 기미가 없는 둘이라 초반엔 투닥거려야 옳다 이게 로코의 맛이잖어

두 사람 주변에서도 갑자기 이사를 간다는 둥 심지어 외간남자랑 같이 산다는 둥 이런 말 하니까 그 애랑/그 아저씨랑 무슨 사인데? 하는 거지 그럼 둘 다 한숨 푹 쉬고 남편. 이렇게 딱 한 마디하면 피닉스는 경찰 신고 때리기 직전이고 코요테는 먹던 샌드위치 뱉어낼듯 그리고 어디가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겠지

zipzip해서 동거하다보니 정도 좀 쌓고 하다보니 먼저 좋아하게 되는 건 당연히 브렛일 것 같음 당연함 브렛 인정하기 싫지만 루스터는 존나 멋진 어른 파일럿임 근데 딱히 자각 못하고 루스터 신경줄만 건들 것 같음 파티 갔다가 연락 안하고 외박해서 루스터 걱정 시키고 데이트 나갔다가 늦은 밤 들어와서 또 걱정 시킬 것 같음

이때 브렛 심정은 생판 남인 (사실 아님 법적으로 부부고 가족임) 사람이 잔소리하고 간섭하는 게 싫은 거임 그래서 데이트 한다고 나갔다가 늦은 밤 될 때까지 또 연락두절이겠지 루스터는 이제까지 벌어진 자잘한 사건으로 정도 쌓았고 나름 동생 같은 마음에 소중히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단 말임 근데 브렛이 그걸 도와주질 않는 거야 매번 삐딱선 타고 밉게 말하고

그래서 이제는 더이상 참아주면 안되겠다 싶어서 브렛 올 때까지 거실에 무서운 얼굴 하고 앉아있을 거임 데이트
즐기고 온 브렛이 거실 불 키고 기절할 뻔 할 정도로 그랬을듯 깜짝 놀라서 욕 내뱉는 브렛에도 루스터 꿈쩍 안하고 어디 갔다왔냐고 무섭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말함 그럼 브렛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세요;; 모드로 비아냥거리다가 쇼파에 앉아있던 루스터 벌떡 일어나서 브렛 앞에 섬 암만 운동이 취미인 브렛이라지만 건장한 군인 앞에선 한낱 일반인일 뿐임 브렛 커다란 덩치에 앞도당하는데 티 안 내려고 더 쎈척함 그러면서 우리가 진짜 부부인 줄 아냐고 아저씨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 없다고 비꼴 거임 그럼 루스터 난 널 소중히 생각한다고 이제 넌 내게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제발 걱정 좀 시키지말라고 하겠지 평소처럼 어린애 같은 말 좀 하지말라고 잔소리 할 줄 알았던 브렛은 의외인 루스터 진심에 약간 어라? 할 것 같음

그리고 몇 주후 루스터 작전 나갔다가 목숨 달랑했던 사건 이후로 브렛 자기 마음 각성할듯

그래서 온갖 방법으로 꼬셔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래봤자 루스터한텐 애기나 다름 없음 설레거나 간지러운 감정이 생길 수가 없고 그냥 귀엽다, 라는 감상평 정도가 다라서 브렛 환장할 노릇인 거 보고싶다 한번은 남자라면 침대에서까지 거절할리 없다는 이론을 앞세워 보란듯이 꼬셔보려다가 그냥 이불에 둘둘 말린 김밥 될 듯 브렛이 이게 뭐냐고 더워죽겠다고 하는데 그런 브렛 감싼 팔뚝 절대 안 풀고 스푼 자세로 누워서 오늘 밤에 춥대, 라고 속삭이는 루스터... 한 침대에서 잔 적은 많지만 이렇게 가깝게 숨결이 느껴지는 건 처음이라 브렛 얼굴 빨개질듯 심장 터질 것 같아서 입 꾹 다무니까 루스터도 이제서야 좀 조용하네 싶다가 빨개진 곧은 뒷목 보고 이런 애를 데리고 뭘 하라고, 생각하면서 브렛 모르게 한숨 쉬는 거 보고싶다

나중에는 자기 마음 못 숨기는 브렛이라 저랑 진짜 부부해요, 네? 이럼서 대놓고 들이대고 거기 가면 남자 있잖아요! 하면서 되도 않는 급식내나는 질투했음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브렛 대학 들어가고 대학 생활 즐기면서 애가 점점 물이 오르니까 자신감도 좀 생기고 이래서 다시 꼬셔보려 하는데 루스터는 아직도 애로 봐서 얘는 언제 크냐, 이게 다임 그러면 이제 짝사랑에 지친 브렛 자기도 사랑 받고 싶다고 연애하려다가 시도하는 족족 실패하고 (왜냠 루스터는 여전히 너무 다정했기 때문) 질투 좀 하려나 해서 데이트 가는 거, 다녀온 거 티내면 별 감정 변화없이 옷 예쁘네, 재밌게 놀아 이래서 우리 부부 사이 아니냐고 소리 꽥 지르면 좋겠다

그러다가 한번은 자기 주량 모르는 나이 답게 꽐라 돼서 오는 바람에 책 읽고 있던 루스터 품에 억지로 파고 들어서 가슴팍에 얼굴 묻고 진짜 나는 아직도 애로 보이냐고 아무런 감정이 안 드냐고 하다가 고개 들고 처연하게 눈 내리 깔고 눈물 뚝뚝 흘리면 좋겠다 루스터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말없이 눈물 닦아주면 이제 자기 좀 봐달라고 애원할 것 같다

근데 루스터는 아직까지도 브렛 애로 볼듯 ㅎ 당연함 저 말하고 갑자기 토하러 화장실 달려갔음 루스터 한숨 쉬고 등 두들겨주고 물 대령해주고 다음날 토마토 갈아서 해장주스 만들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렛이
자기 어젯밤에 돌아온 기억이 없다고 자기 눈 왜 이렇게 부었냐고 하면 루스터 붓기 빼기용으로 냉동실에 넣어둔 거 던져주면서 그러니까 니가 아직 애라는 거야 이럴듯










루스터행맨 크오 루스터브렛
루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