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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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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결혼, 황실혼, 어린신부 외전?


"아, 제 어머니가 에클레어를 먹고 돌아가셨거든요, 독살이였죠."

이 말을 듣고 딜런 첫스키가 취해야할 올바른 행동은 과연 무엇이였을까? 공감? 위로? 멋쩍게 웃기? 정답은 모르겠고, 첫스키는 그냥 말을 더듬었다. 대충 아를 세번쯤 말했고, 마무리로 그렇군요라고 했다. 그렇군요라니! 첫스키는 어색한 제 대답에 혀를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기절해 이 상황을 도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병과 기사로 살며 별 험한꼴 다 본 첫스키의 쇠심줄같은 정신력은 기절을 허용하지 않았고 민망한 정적만이 흘렀다.

그러니깐 첫스키가 이 기절하고 싶은 상황에 빠진건 매 주말에 있는 티타임 때문이다. 이 티타임은 플로이드 세 형제로 시작되어, 공작, 막내황자, 그리고 첫스키가 마지막으로 참여하며 여섯이 되었다. 단란한 플로이드 형제의 티타임은 이제 세 형제 중 한명만이 플로이드로 남았지만 여전히 주말마다 유지됐다. 로버트는 주말마다 플로이드 저택을 방문했고, 댄과 찰리, 그리고 첫스키와 마일스는 아예 플로이드 저택에서 살고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다만 이 티타임이 미치도록 불편한건 딜런 첫스키, 그러니깐 이제 후작이 된 딜런 첫스키 후작뿐이다. 

첫스키는 올해 서른다섯이다. 제 사랑하는 어린 부인은 이제야 스물하나. 어렵디 어려운 세러신 공작은 서른둘, 막내황자는 스물아홉, 그나마 가장 친절하고 나긋한 로버트는 스물일곱, 그리고 조금 무서운 댄 플로이드가 스물다섯. 

그러니깐 여기서 제일 연장자는 첫스키고, 공작만 제외하면 다들 작위도 특별히 없으니 굳이 따지자면 지위도 첫스키가 제일 높았다. 물론 첫스키는 후작위를 여전히 껄끄러워하긴 했다. 여하튼 어떻게 봐도 첫스키가 여기서 불편할건 없었는데, 첫스키는 언제나 티타임에서 쪼그라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놈의 티타임에서 매번 공작과 막내황자가 기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싸움은 세러신 공작이 시작한다. 첫스키가 마일스에게 듣기론 둘이 어렸을 적부터 알던 사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공작은 매번 찰리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첫스키는 티타임에 참여한지 열번이 넘어가자 황실의 진짜배기 소문부터 어디 시장바닥에서 굴러다닐만한 더러운 거짓 소문까지 속속들이 알게됐다. 물론 공작은 찰리가 이제 더이상 황자도 아니지 않냐며 하대하는 말투를 써댔다. 오히려 첫스키에게 후작이라며 말을 높이는 통에 첫스키만 매번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그럼 황자는 가만히 있냐고? 찰리는 폼으로 황실 생활을 한게 아니였다. 찰리는 공작가의 추문을 신랄하게 까댔다. 보통 공작이 질색팔색하는 제 아비의 기행에 관련된 추문이였다. 그리고 으르렁거리는 사자 두마리를 두고 온순한 초식동물 같은 플로이드 삼형제는 그저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상태로 따지면 신경안씀. 관심없음. 너네가 알아서 하렴의 그 어딘가. 이 이상한 싸움에서 항상 안절부절 못하는건 첫스키 혼자였다.

그리고 지금 첫스키가 기절하고 싶은 순간을 만든 것도 세러신 공작의 말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깐 시작은 이렇게 됐다.

"당신이 매번 디저트를 안먹으니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보지 않습니까?"

그건 완전 개소리였다. 그 테이블에서 찰리의 눈치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찰리의 부인인 댄 조차도 찰리가 디저트를 먹든 말든 관심 없었고 제 입으로만 열심히 날랐다. 첫스키는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조용히 잘만 먹던 댄이 눈썹을 들어올리기 전까지. 그건 엄청나게 안좋은 징조였다. 보통 티타임의 입씨름은 공작과 막내황자가 겉으로는 교양있게 웃고 말으로는 서로를 엿먹이며 끝나지만 댄 플로이드가 참전하면 말이 달라진다. 

댄은 첫스키가 35년을 살며 본 사람중 단연코 입이 걸고 무서운게 없는 인간이였다. 30년은 넘게 별꼴 다 보고 산 첫스키가 본 사람들 중에 교양있는 플로이드 재상가에서 얌전히 자란 댄 플로이드가 가장 무서운 사람 중 하나라는건···. 정말 많은걸 시사했다.

그래서 첫스키는 댄이 재앙같은 입을 열어 모두의 정신에 타격을 입히기 전에, 대뜸 말을 내뱉고 만 것이다. 바보같이! 갑자기 그 놈의 연장자 병이라도 도졌는지!

"그러고보니 먹는걸 본 적이 없네요, 단 걸 많이 싫어하시나 봅니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 첫스키는 제가 댄 플로이드의 입을 막았다는 것에 기뻐할 새도 없이 이제 황자는 아닌, 하지만 여전히 막내황자같은 찰리 플로이드의 폭탄같은 대답을 듣고야 말았다.

"아, 제 어머니가 에클레어를 먹고 돌아가셨거든요, 독살이였죠."

그 말을 듣고 첫스키가 사색이 되어 말을 더듬었고, 앞서 말했듯이 그렇군요라고 대답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댄이 폭발하듯 웃기 시작했다. 슬프게도 첫스키는 댄이 정말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자신이 매우 한심해 보여서 웃는다는걸 알았다. 그래도 이 어색한 정적 속에서 절 꺼내준 댄이 약간 고마우려는 그 순간.

"아···, 귀엽네요. 아니 순진하다고 해야되나? 그 나이에 순진한거 좋죠 뭐."

첫스키는 이게 스물다섯 먹은 오메가가 서른다섯 먹은 알파에게 하기에 적절한 말인지 잠깐 생각한다. 그리고 찰리 플로이드의 이글거리는 눈을 애써 피했다. 찰리는 다···, 다 좋은데, 댄의 말에 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뭐 귀엽다라던지···, 순진하다던지···, 그런 말에 꽂혀 질투에 불타는게 분명했다.

첫스키는 이 개판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막막해졌다. 제 어머니가 독살 당했다는 말을 잘만 내뱉은 찰리는 제 부인의 말 몇마디에 첫스키를 경쟁자 보듯 쳐다봤고, 세러신 공작은 이 개판을 매우 재밌어했으며, 로버트는 그냥 이 개판에 관심이 없었다. 이 개판 오분 전 상황에서도 고요히 책을 읽는 로버트가 이쯤되니 제일 무서웠다.

"아저씨, 이 바보들 상대할 필요없어요."

아가! 첫스키는 이 난장판에 유일한 구원자인 제 어린부인을 쳐다봤다. 공작과 황자 그리고 두 형까지 한번에 바보로 칭한 마일스는 동그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첫스키의 팔을 잡고 일으켰다.

"서로 싸워대는 사람들말고 저랑 침대에서 놀아요 아저씨."

뭐??? 첫스키가 말을 내뱉기도 전에 나머지 넷의 입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로버트마저 책을 덮고 눈을 댕그랗게 뜨며 경악했다. 

"으응, 그럼 다들 안녕."

팔랑거리는 몸짓에 저항할 틈도 없이 끌려간 첫스키는 진짜 침대로 끌려갔다. 그리고 제 알파향에 절여진 채 색색 잠든 어린부인을 안고 사실 제일 무서운건 제 어린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플로이드 재상은 말년에 주름이 늘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자식들이 다 어디 놈팽이 같은 놈들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리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첫째, 우리 똑똑한 첫째 아들, 꼭 제 뒤를 이어 재상이 되기를 바랐건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다 자라 오메가로 발현한 첫째아들은 조금 의기소침하더니 금세 평소처럼 행동했다. 재상은 똑똑한 로버트가 역시 빨리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다. 재상은 못되어도 길이 없는건 아니였다. 플로이드 재상은 아비로서 첫째아들이 오메가로 발현하자마자 연구나 다른쪽으로 지원해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재상은 제 아들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계획을 짜놓은 상태였다. 

로버트가 일년 남짓 제이크 세러신 공작과 밀회를 했으며 이제 결혼하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제이크 세러신이라니! 플로이드 재상은 제이크 세러신의 아비인 마크 세러신을 잘 안다. 제 부인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전대 세러신 공작. 그의 기행은 고위 귀족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제이크 세러신은 평민의 핏줄이라는 욕을 들어먹었지만 제 아들에게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아비였던 마크 세러신은 제 아들을 방치한다. 방치에서 자라난 아이가 어떻겠는가. 제이크 세러신은 소공작일때부터 망나니였다. 품위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다녔을 때도 있었고, 한동안 소공작과 자보지 않은 오메가가 없을거라는 소문도 수도에 넘실댔다. 그뿐인가? 공작이 되고서는 이제 그 잘 굴러가는 세 치 혀로 귀족들을 뒷목잡고 넘어가게 하는 날이 허다했다.

근데 그런 제이크 세러신이! 감히 제 귀하디 귀한 첫째를! 재상은 아직도 공작이 처음 집에 온 날, 로버트가 얼굴을 붉히며 공작의 뺨에 입맞추는걸 생각하며 몸을 부르르 떤다. 당연히 분노로.

"여보, 춥나요?"

다정한 부인이 묻는 말에 테라스에서 차를 홀짝이다 문뜩 세러신 공작에 대한 분노로 몸을 떤 재상이 멋쩍어져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부인. 나긋하게 나오는 재상의 말 사이로 아래층에서 로버트의 목소리가 들린다.

"제이크, 이렇게 오래 공작저를 비워두시면 어떡해요? 어서 가세요."

옳지. 플로이드 재상은 제 아들을 응원한다. 저 꼴뵈기 싫은 첫째사위는 공작저로 썩 사라지고 어여쁜 첫째 아들 로버트만 재상가에 머물렀으면 한다.

"로버트···, 저희 약속이 있지 않나요···."

플로이드 재상은 교양없이 엿듣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거의 아래층으로 내려갈 기세로 고개를 숙인 채로 집중했다. 저 망나니 첫째 사위가 로버트에게 도대체 무슨 약속을 강요했기에! 로버트가 오메가라고 집에도 맘대로 못 오게 한건 아니겠지? 플로이드 재상의 눈이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재상부인은 그런 남편의 모습에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가봐도 첫째사위가 애걸복걸하고 있는데 저 대화의 어디가 강요란 말인가.

"아이참···, 돌아가면 제이크도 글렌도 매일 열번씩 안아줄게요. 그럼 됐죠?"
"하지만···, 삼일은 너무 깁니다."

플로이드 재상은 경악했다. 로버트는 요새 진행하는 연구일이 막바지에 달아 재상저에 머물렀다. 아까 로버트가 말한 것처럼 공작저를 이주 넘게 방치하고 내팽겨친 세러신 공작과 함께. 그리고 이제 겨우 삼일이 남은 일정이였다. 더이상 공작저를 비울 수 없는 세러신 공작이 겨우 삼일 제 부인을 못 본다고 징징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재상저 일층에서!

저! 저! 교양없는 짓거리를 좀 보라지. 플로이드 재상이 혀를 찼다.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플로이드 재상과 재상부인의 티타임은 아쉽게도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 되지 못했다. 제 둘째 아들이 눈물을 대롱대롱 단 막내황자를 데리고 테라스로 처들어왔다. 맙소사! 댄 플로이드! 플로이드 재상은 찰리가 태어날때부터 재상이였다. 찰리는 순하긴 했으나 어미마저 빼앗긴 황실에서 살아남을만큼 눈치가 빠르고 똑똑했다. 그리고 어미가 죽고 제 유모가 죽었을 때도 약점을 보이기 싫어 눈물 한방울 안흘리던 독한 황자였다. 그런 막내황자를 울리다니.

플로이드 재상을 머리를 짚었다. 제 귀하고 어여쁜 둘째아들은 아주 사랑스러웠으나 가끔 사람을 기겁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



찰리는 요며칠 댄이 은근슬쩍 저를 피해 불안해졌다. 심지어 어제 저녁엔 댄의 목에 입맞춤하며 슬쩍 옷을 벗기려고 했는데 댄이 고개를 비틀며 벗어난 후에 저를 등지고 누웠다. 찰리는 말문이 막힐만큼 충격을 받아 말을 하지도 못하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있었다. 별 생각이 다들었다. 오늘 별로 안하고 싶었나? 혹시 내가 모르는 기분 나쁜일이 있나? 그리고 종래에는 혹시 제가 싫었나?라는 생각으로까지 튀었다. 

찰리가 등 뒤에서 굳은걸 뒤늦게 눈치챈 댄이 다시 몸을 돌려 팔을 뻗어오지만 않았어도 찰리의 생각은 끝도 없이 질주했을 것이다. 다행히 댄은 찰리의 품에 안겼고 딱딱히 굳은 찰리를 토닥거렸다. 찰리는 댄을 꽉 안았다. 댄이 숨 막힌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곧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찰리는 요며칠 제가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려 노력했다. 실제로 댄의 일에 가끔 과민반응하긴 했다. 찰리는 안좋은 생각을 애써 거두며 잠에 들었다.

하지만 찰리가 다시 과민반응을 시작한건 바로 다음날 오전부터다. 아침에 상쾌히 일어난 찰리는 품 안에서 풀꽃향을 나풀거리며 달게 자는 댄을 보고 마음이 전부 풀어졌었다. 댄의 얼굴에 몇번 가볍게 입맞춤한 찰리는 직접 아침식사를 침대까지 대령했다. 하지만 비몽사몽 눈을 뜬 댄은 평소 좋아하는 스크램블 에그를 보자마자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아, 찰리. 미안한데 아침은 혼자 먹어요. 저는 안먹을래요."
"왜요, 몸이 안좋아요?"
"그건 아니고, 별로 안 먹고싶네요."
"그래도···, 아침은 항상-."

같이 먹었잖아요-. 찰리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잃고 줄어들었다. 찰리가 말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댄은 찰리를 다시 봐주지도 않고 침대에 몸을 파묻었다. 찰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침대에서 몸을 물렸다. 쉬어요하는 말에 따라오는 대답이 없었다. 그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시위같아 도망치듯 방을 나왔다.

찰리는 하루종일 자기만 하는 댄 때문에 안 좋은 쪽으로 튀는 생각을 막을 수가 없었다. 대화를 시도하려고 할때마다 댄은 피곤하다는 얼굴로 나중에요라며 다시 잠들었다. 혹시 나한테 질렸나?하는 생각이 들자 겉잡을 수 없는 나쁜 생각이 찰리의 마음에 뻗어내렸다. 곧 결혼한지 일년이다. 찰리는 댄을 만나기 전의 27년의 황궁생활보다, 댄을 만나고난 후의 1년이 좀 넘는 시간이 훨씬 행복했다. 황후는 그렇게 악독하게 괴롭혔던 적이 없는 것처럼 찰리가 황가의 성을 지우자 관심을 딱 끊었다. 그들의 마지막 대화로 말미암아 황후도 이제 좀 편히 살고싶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았던 한적한 교외생활도 좋았고, 댄이 플로이드저로 가자고 할때도 군말없이 따랐다. 댄이 내 편이기만 하다면 어디서 살던 상관없었다. 그런데 댄은 아닐지도 모른다. 1년이라는 시간은 찰리한테는 짧았지만 댄에게는 길었을 수도 있다. 이제 지위도 명예도 없는 제가 별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매번 제 마음에 안정을 주는 댄과는 다르게 저는 댄에게 그 어떤 안심도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이상 저와 한침대에서 자는 것도, 아침을 같이 먹는 것도 싫어졌을 지도 모른다.

찰리는 댄이 없는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웠다. 사실 오메가가 이혼을 요구하는게 아주 어렵다는 것도, 이미 제가 찰리 플로이드가 된 것도 알고 있었지만 불안했다. 댄은 매번 저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줬지만 그 사랑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까? 그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언제든지 저를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아이라도, 아이라도 있으면···. 찰리는 제가 상상하는 불행한 사실을 들을까 댄과의 대화를 포기했다. 그리고 아이라도 있으면 오메가인 댄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찰리는 그 생각을 실현시키기로 했다. 댄을 묶어놓을 방법이 아이뿐이라는 멍청하고도 맹목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댄에게 입맞춤하며 침대에 부드럽게 눕혔다. 사이클이 아니긴 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아이를 가져야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으음, 찰리. 미안한데 오늘은 그냥 자요."

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나온 거절에 찰리가 몸을 굳혔다. 

"정말 어디 아픈거 아니에요?"

찰리는 제발 댄이 아프다고 대답해주길 바랐다. 아파서 제가 치대는게 귀찮았기를, 입맛이 없었기를. 그러면 아프지 않은 댄은 다시 평소의 댄 플로이드로 돌아올테니깐.

"아픈거 아니에요. 원래 오늘 어딜 좀 가려고 했는데 계속 잠만 자서 못가서요. 내일은 꼭 가야겠어요."
"어딜요? 저랑 같이 가요."

아니에요. 댄은 여타부타 더 설명도 없이 함께가자는 찰리의 요청을 거절했다. 잠자리도, 같이 밥을 먹는 것도, 같이 외출을 하는 것도 거절당한 찰리의 마음에 댄이 이제 자신에게 질렸을거라는 명제가 사실로 정립되는 순간이였다. 찰리는 불안으로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며 댄의 위에서 내려왔다. 옆으로 누운 찰리에게 다정히 이불을 덮어준 댄이 하루종일 잔사람 답지않게 금방 색색거리며 잠들었다. 

찰리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겨우 며칠 댄이 튀는 행동 좀 했다고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제가 이상한거라고 계속 세뇌했다. 그러다가 불쑥 댄이 절 떠난다는 생각이 들면 배 속이 꼬이고 토할 것 같은 느낌에 화장실로 달려가길 몇번이나 반복했다. 해가 뜨고 지쳐 늘어진 찰리는 댄이 조용히 일어난걸 깨달았다. 안아줘요 제발. 평소의 댄은 벌떡 일어나는 대신 찰리에게 몸을 붙이며 일어나는 시간을 늦추곤 했다. 하지만 댄은 돌아누운 찰리에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몇번 토닥여주고 침대를 떠났다. 왈칵 눈물이 차오른 찰리가 배게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 울면 안돼. 그래도 댄은 아직 다정하잖아. 하지만 곧 부정적인 생각이 움텄다. 겨우 이불을 덮어준게 뭐라고. 찰리는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그 말을 애써 무시했다. 그런 행동 하나라도 의미를 부여해야 울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절하듯 까무룩 잠들었다.



*



"찰리!"

찰리는 댄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났다. 얼떨떨한 얼굴을 한 저와 다르게 댄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은 저 대신 하루종일 자게요? 이제 일어나요. 벌써 3시가 넘었어요."

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찰리는 댄의 기분이 좋아보여 아까의 불안했던 감정도 다 잊은 채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손을 덥썩 잡아쥔 댄의 몸에서 풀꽃향과 함께 다른향이 나는걸 알아챘다. 찰리는 누가 머리를 세게 때린 것 같은 강한 충격에 휩싸였다. 순식간에 잠기운이 달아났다. 제 오메가한테서 다른 향이 났다. 

찰리의 머릿속이 꼬이기 시작했다. 희미하긴 했어도 댄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걸 제 앞에서 대놓고 풍긴다는건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걸 알려주려는건가? 말로 하기도 싫고 알아서 알아차리라는 그런···, 그런 뜻인가?

제가 자는동안 댄이 다른 알파를 만났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배 속이 엉망으로 꼬여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심장이 심하게 쿵쿵거리고 손발이 저릿했다. 심장께에서 시작되는 고통에 찰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댄이 걱정되는듯 잡은 손을 조금 흔들었다.

"어디 아파요?"

찰리가 며칠내내 물었던걸 이번엔 댄이 물었다. 찰리는 어디가 아프다고 딱 집어 말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온몸이 부서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괜찮아요. 찰리는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내 아프지 않다고 대답했다. 티내지 않아야했다. 티내지 않는건 찰리가 27년동안 제일 열심히 한 일이였다. 어렵지 않았다. 다른 알파가 있는걸 제가 알아채면 댄이 저를 버릴 수도 있다는 비상식적인 공포가 찰리를 집어삼켰다. 모른척하면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댄의 남편은 저고, 새로운 알파가 지겨워지면 저한테 돌아올거였다. 찰리는 그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댄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보다 돌아올거라고 생각하는게 더 쉬웠다.

"진짜? 표정 되게 안좋은데···?"
"진짜 아니에요. 좀 피곤했나···."

그래요 뭐. 나 할 말 있는데! 댄이 더이상 파고들지 않고 쾌활히 말했다. 제 아픈 맘을 눈치채지 못하는 댄이 밉다가도 할 말이 뭔지 두려웠다. 듣고싶지 않았다.

"그 나중에···, 나중에 하면 안될까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에 찰리가 아차해 입을 다물었다. 1년 남짓 너무 편안한 생활을 했는지 숨기고 티내지 않는게 너무 어려웠다.

"어? 벌써 알았어요? 하여튼 눈치 되게 빨라."

그 말을 들은 찰리의 가슴이 무너졌다. 내가 정말 알아차리길 바랐구나. 확인사살 받는 느낌이였다. 찰리는 더이상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제 안이 와르르 무너졌고 죽고싶었다.

안돼-. 안돼요. 내가-, 내가 더 잘할게요. 자존심을 챙길 새도 없었다. 찰리는 생각나는대로 말을 쏟아냈다. 형편없이 다 잘린 말을 하는 찰리가 눈물을 펑펑 쏟자 댄이 기겁을 하고 찰리의 얼굴을 잡아 눈을 맞췄다.

"아니 기쁜 사람치고는 너무 과한데? 황자님 왜이래요?"

얼마나 당황했는지 댄이 부르지도 않던 황자라는 호칭을 내뱉었다. 그 멀게 느껴지는 호칭에 더 눈물을 쏟던 찰리는 그 앞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기쁘다고? 뭐가? 찰리가 생각을 더 하기도 전에 얼굴에서 떨어지는 댄의 손에 찰리가 절박하게 손을 붙들었다.

찰리가 필사적으로 엉겨붙자 유난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댄이 찰리의 손을 가져다 배에 댔다. 자, 울지말고 인사부터!

"인-사요? 누구···."
"누구긴 누구예요, 우리 아기!"

찰리는 그제서야 제가 한 오해를 깨달았다. 오해는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해답은 한방에 찰리의 머리에 꽂혔다. 아이를 가졌으니 잠자리를 피했고, 아이를 가졌으니 미묘하게 다른 향이 나는거였다. 너무 명백한 해답이였다.

"임신했어요?"

응, 네. 댄이 발랄하게 대답했다. 아까부터 계속 이렇게 행복해하는 댄을 두고 그런 오해를 하다니. 오해를 바로잡았는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빠로서 실격일지도 모르지만 아이가 생겼다는 말보다 댄이 사실 저한테 질리지 않았고 다른 알파도 없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찰리는 고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까지 나오는대로 내뱉었다. 

마주안은 댄이 찰리가 엉망으로 하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했다. 응, 당연히 고마워해야죠. 응, 나도 사랑해요. 응? 나는 안 미안한데???



*



플로이드 재상은 한가로운 오후 티타임에 처들어온 제 둘째아들이 임신했다는 폭탄선언을 하는걸 듣고 뒷목을 잡았다. 아니 내 귀하고 어린 둘째 아들을 저런 파렴치한 놈이! 재상부인이 밝게 웃으며 축하를 하는동안 플로이드 재상은 눈가가 발갛게 짓무른 막내황자를 째려봤다

"네 나이가···."

플로이드 재상이 말을 잇지 못했다. 플로이드 재상의 머릿속에서 막 걸어다니기 시작한 댄이 불분명한 단어로 아빠라고 옹알거리며 품에 안기는 모습이 재생됐다.

"스물다섯이요. 어머니가 마일스를 낳았을 때랑 같은 나이예요. 아버지."

댄이 플로이드 재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빤하다는 눈으로 그의 아름다운 잔상을 와장창 깨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큼-, 재상이 멋쩍어 헛기침을 했다. 제 두 아들 모두 늦발현해 오메가치고 늦게 결혼하기는 했다. 사실은 사실인데 아비 눈엔 첫째와 둘째 모두 아직 아기였다. 

"그 자네는···, 잘-, 잘하고."

플로이드 재상이 찰리에게 한마디 하려다 방금까지 울었던게 분명한 그 얼굴을 보고 허망해졌다. 제 사랑스러운 둘째아들은 그래 좀 사람을 기겁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찰리의 맘고생을 훤히 본 재상이 대충 말을 끝냈다. 찰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재상이 손을 휘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정신적 피로가 상당했다.

"아니 아버지, 축하한다는 말도 안하시···."

어? 댄이 말을 하다말고 거침없이 1층으로 몸을 숙이는걸 보고 기겁한 재상이 일어나기가 무섭게 찰리가 더 빠르게 댄의 몸을 잡아챘다. 댄은 남들이 기겁하든지 말든지 1층에서 아직도 유난을 떨며 헤어지는 중인 제 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제이크! 공작저로 돌아가세요?"

댄이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공작을 향해 소리쳤다. 고개를 든 공작이 인상을 찌푸리고 위험하니 안으로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플로이드 재상은 이제 공작의 이름을 맘대로 불러제끼는 둘째를 혼내야할지, 아니면 임신한 몸으로 난간에 매달린 행태를 혼내야할지 약간 혼란스러워져 머리를 짚었다.

"지금 돌아가면 어떡하지? 로버트 임신했는데?"

댄이 떨어트린 폭탄에 플로이드 재상이 채신머리 없이 난간에 매달려 소리질렀다. 자네! 첫째 낳은지 얼마나 됐다고!!!



*



제이크는 난간에서 소리를 쳐대는 둘을 보다 로버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 똑부러지게 공작저로 가서 할일을 일러주던 어린부인은 들켜버렸네라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하면 안가실거였잖아요···."

일 끝나고 공작저로 돌아가면 말하려고 했어요. 로버트가 곤란한 듯 눈을 굴리면서도 말을 마무리했다. 동그랗고 순한 파란 눈이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굴러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혼탁하게 가라앉은 녹안과 딱 마주쳤다.

제이크는 이럴때면 정말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평생 증오하고 절대 닮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이해되는 순간이 잠깐 찾아온다. 로버트, 내 부인이 나만 보고, 나에게만 의지하고, 내 품에서만 사는 것. 괜찮지 않나? 그냥 그렇게 할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런 생각을 떠올린 저에 대한 혐오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제이크는 자신이 마크 세러신의 핏줄이라는걸 깨닫는 이런 모든 순간, 혐오감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등 뒤에 늘어붙은 끔직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언젠간 로버트도 이런 혐오스러운 마음을 알게된다면 다시 외로워질거라는,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지독하고 끈적끈적하게 늘어붙은 외로움이였다. 
 
제이크는 익숙하게 그 감정들을 다시 차곡차곡 아래로 묻었다. 그리고 더 익숙하게 입꼬리를 당기고 근사한 미소를 지었다. 감쪽같이 멀쩡한 얼굴이였다. 정말 저를 놀라게 하네요, 로버트. 장난스러운 말투는 더 쉬웠다. 제이크는 제 연기가 아주 완벽했다고 자부했다. 로버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거나 수줍게 방긋 웃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한 로버트의 오물거리는 입술을 빤히 쳐다봤다. 고맙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럼 제 어여쁜 부인을 한번 안아주고 얌전히 저택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겁주면 안돼. 다짐했다.

"같이 집에 갈까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똑똑하고 어여쁜 제 어린부인은 예상치 못한 말을 내뱉는다. 방금까지 당신은 공작저로 가서 일을 해야죠라고 또박또박 말하던 로버트는 제이크의 손을 잡고 파란 눈을 깜빡거리며 집에 가자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일이 남아있지 않나요?"

제이크가 드물게 자신없는 목소리를 냈다. 로버트는 모른다.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한 적 없는 세러신 공작이 이렇게 자신없는 목소리를 내는건 그의 앞 뿐이라는걸.

"저 혼자 두고 싶지 않으시잖아요."

제이크는 제 밑바닥에 감춰둔 끈적한 감정을 파헤쳐올리는 로버트가 무서웠다. 로버트의 입에서 나올 제 혐오스러운 감정이 싫어 이를 악물고 눈을 잠시 감았다. 아주 잠깐, 잠깐이면 다시 원래의 낯으로 돌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근데 공작저는 더 비워두기가 힘들것 같고, 음, 제 일은 아무래도 저 말고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으니깐요. 아! 편지로 진행상황을 주고 받아도 되고요."

눈을 감았다 뜬 제이크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잡은 손을 흔들며 대답을 재촉하는 로버트를 바라봤다. 표정관리가 되질 않았다. 

"내가 무섭지 않아요?"

제이크는 툭하고 터져나온 제 물음이 아주 나쁜 수라는걸 알았다. 하지만 도저히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이크가요? 무섭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로버트가 입술을 오물거렸다. 로버트가 말을 고르는 그 잠깐의 기다림에도 애가 타 손에 땀이 흥건해졌다.

"음, 제이크는 그냥 제가 없으면 외로운 것 뿐이잖아요." 

정곡이였다. 제이크는 땀에 젖은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그래 로버트는 언제나 돌아가는 법이 없다. 언제나 정공법으로 승부한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로버트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로버트가 있는 곳이 항상 제 옆자리여야 했다. 외로웠다. 로버트가 없으면 딱 죽겠다 싶을정도로. 그러니깐 함께 있자는 말은 로버트가 아니라 순전히 저를 위해서였다. 그 저열한 감정이 싫다가도 제 순하고 동정심 넘치는 부인이 이런 이유로라도 절 한번 더 안아주는게 좋았다. 제이크는 그 저열한 감정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감싸주는 로버트를 너무 많이 사랑했다. 

"맞아요. 전 로버트가 없으면 외로워서 죽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깐 절대 날 두고 어디 가지 마요"

제이크는 로버트가 퍼올리다 못해 밖으로 내던져버린 감정을 입밖으로 꺼냈다. 생각보다 그렇게 혐오스럽지는 않았다. 글쎄, 그건 그냥 사랑처럼 느껴졌다. 당신을 위한다는 말로 메이저 세러신을 가둬버린 마크 세러신과는 달랐다. 제이크가 솔직히만 말한다면 로버트는 언제나 그의 의지로 제 옆에 있을거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순간 제이크는 지독하게 늘어붙은 마크 세러신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응, 우선 집에 가요. 간김에 글렌도 안아줘야겠어요. 제이크는 매일 안아줬는데 우리 아기는 못 안아줬잖아요. 삐졌을지도 몰라요." 
"글렌은 아직 아기라 그런거에 삐지지 않을겁니다. 그러니깐 로버트는 어른인 저부터 안아주셔야죠."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괜찮습니다. 공작이 공작부인을 좀 안는다고 누가 뭐라하겠나요? 제이크는 로버트를 꽉 껴안았다.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니 어렴풋한 풋사과향이 느껴졌다. 내 부인. 로버트 세러신.

"근데 제이크, 무서운건 아닌데 처음봤을 때 조금 재수없다고 생각은···."

제이크는 품에 꼭 안겨 사랑을 속삭이는 대신 첫인상이 재수없었다고 속삭이는 제 어린부인을 껴안고 한참을 웃었다. 사랑스러웠다.



*



"딜런, 왜 읽다 말아요?"

로버트의 나긋한 물음에 첫스키가 다시 더듬더듬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이름은 무려 '제국의 역사'로 천페이지가 훌쩍 넘었다. 첫스키는 당연히 글을 읽을 줄 알았지만 드문드문 나오는 고어를 읽어내기가 영 힘들었다. 먹고 살기 바빴지 역사에는 관심도 없었고.

"로버트, 역사서는 너무 지겹잖아. 딜런, 이걸로 읽어줘요."

첫스키는 허겁지겁 댄의 손에서 책을 받아들었다. 제목은 무려 '전쟁사'. 첫스키가 어정쩡하게 받아든 책을 펼쳤다. 첫페이지부터 침략으로 시작하는 피의 역사였다.

"그, 태교로는 좀···."

첫스키는 조심스럽게 제 의견을 피력했다. 로버트와 댄의 동그란 눈이 뭐가 문제냐는듯 첫스키를 바라봤다. 그 둘의 눈이 마일스와 너무 닮아 첫스키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로 다시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느릿느릿 읽기 시작했다. 배가 동그랗게 부푼 로버트와 댄이 집중했고, 첫스키가 더듬거릴때마다 로버트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단어를 고쳐줬다.

그러니깐 첫스키가 뜬금없이 둘의 태교에 참여하게 된 사유는 이렇다. 한달 전 쯤 혹독한 추위와 폭설이 찾아와 수도와 주변지역이 전부 마비됐다. 재상과 공작은 쉴 틈도 없이 각종 문제를 처리하는데 불려들어갔고, 종래에는 찰리마저 일손을 도와야했다. 어쨌든 찰리는 플로이드가 되면서 플로이드의 유일한 알파였고, 재상이 없을 땐 재상의 대리인이였으니 곧 재상저의 일까지 손대며 엄청나게 바빠졌다.

그리하여 산달이 다가온 로버트와 댄, 그리고 첫스키와 마일스만이 저택에 멀뚱멀뚱 앉아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마일스마저 로버트 대신 연구소의 일을 도와주고 있으니 사실상 저택에 남은건 셋이였다. 맙소사! 산달이 다가온 오메가 둘을 갑자기 책임지게 된 딜런 첫스키가 당황했고, 이게 바로 한 달 전의 일이였다.

"딜런, 댄이 자니깐 다시 역사서 읽어줘요."

로버트가 눈을 빛냈다. 첫스키는 다시 옆에 미뤄뒀던 역사서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사실 첫스키도 알았다. 로버트와 댄은 둘다 어릴적부터 고등교육을 받은 재상의 아들이였고, 이런 몇천페이지의 지겹디 지겨운 책들도 모두 읽었다는걸. 로버트와 댄은 그냥 태교를 핑계로 제 공부를 도와주는거였다.

허울뿐인 작위지만 첫스키가 후작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최소한의 교육수준은 갖춰야했다. 앞으로 마일스와 대외적으로 돌아다니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도 없으니 더 노력해야했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재상이 공작과 황자에게 말할 때와 다르게 저와의 대화에서는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공작과 황자가 티타임에서 그런 수준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니 매번 치부를 들춰내가며 싸우는거란 것도 알았다. 물론 어느정도 둘의 악감정도 있긴하겠지만.

제 입으로 배움을 청하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말도 안되는 자존심인걸 알았는데도 그랬다. 그래서 이렇게 스리슬쩍 책을 들이밀며 읽어달라는 배려를 하는 둘을 거절하지 못했다. 로버트와 댄은 첫스키가 더듬더듬 읽어대는걸 고쳐주기도 하고, 어떤 생각인지 물어보고 대화도 잘 유도해냈다. 가끔 둘은 의견이 달라 싸우곤 했는데 그것조차 건설적인 토론이라 첫스키에게 도움이 됐다. 

한참을 로버트와 주거니받거니 하며 책을 읽던 첫스키는 으엥-하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글렌이 깼나보다. 로버트의 배가 꽤 많이 불러오면서 세러신 공작이 글렌과 로버트를 모두 플로이드저로 보냈기에 글렌도 첫스키가 책임지고 돌봐야하는 존재 중 하나였다.

"앉아있어요. 제가 데리고 올게요."

첫스키는 금방 일어나 글렌을 안아올렸다. 공작과 똑 닮은 녹안이 첫스키를 보더니 울음을 뚝 그쳤다.

"딜런은 좋은 아빠가 되겠어요. 가끔 보면 우리 아기가 딜런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니깐요."

첫스키는 로버트의 목소리를 따라 로버트 쪽으로 손을 뻗어 흔들어대는 글렌을 추슬러 안았다. 아무렴 세러신 핏줄이 로버트보다 저를 좋아할까요. 글렌은 로버트 껌딱지였다. 하긴 다 큰 공작도 로버트한테 매번 안아달라 떼를 쓰는데, 글렌이라고 뭐 다를까. 글렌은 공작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플로이드 재상은 가끔 글렌을 보며 이름을 제이크 세러신 주니어로 했어야하는거 아니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했다.

첫스키는 글렌을 안고 다시 책을 폈다. 글렌은 로버트가 몸이 무거워 저를 안아줄 수 없다는걸 아는지 얌전히 손가락을 빨며 책을 봤다. 유모나 사용인들의 손에 맡겨도 되지만 첫스키는 글렌을 안고있는게 좋았다. 글렌을 보면 저와 마일스의 아이도 상상하게 된다. 말랑하고 사랑스러운 어린 부인의 배에 품은 우리 아이. 생각만 해도 벅찬 상상이였다.

다만 첫스키에겐 마일스가 너무 어리고 약하게만 느껴졌다. 마일스가 아직 아기를 갖기엔 힘들지 않을까. 당장 저기 색색 잠든 댄만 봐도 느꼈다. 언제나 기운 넘치던 댄은 첫아이라 조금 힘들어했고 자주 졸았다. 댄을 좀 무서워하던 첫스키는 댄이 바깥에 산책만 나가도 허리를 붙잡고 안아올릴 기세로 에스코트했다. 덕분에 남편이세요?라는 말을 근 한달간 백번쯤 들었고, 그 말을 들을때마다 댄이 낄낄거려 변명 한마디를 못했다.

"오늘은 첫째형 남편 역할인가봐요, 아저씨."

첫스키가 마일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마일스가 조금 불퉁한 얼굴로 첫스키를 바라봤다. 아가! 첫스키가 마일스를 부르며 다가가자 아가라는 말이 자기를 부르는 말인줄 아는지 글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첫스키의 품에서 첫스키를 쳐다봤다. 그게 귀엽다는 듯 쳐다본 마일스가 손을 뻗자 글렌이 바로 마일스에게 안겼다. 글렌은 로버트를 닮은 댄과 마일스를 아주 좋아했다.

"아저씨, 저한테 아가라고 부르니깐 글렌이 헷갈려하잖아요."
"미안, 아가. 아, 아니 부인···."
"으으-, 부인이라고 하면 형부들 생각나요."

그것도 금지. 마일스의 단호한 말에 첫스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아가 말이 다 맞지. 그 와중에 또 아가라고 부른 첫스키에 마일스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오늘은 둘째형 대신 첫째형 남편으로 취직이라도 하셨어요 후작님?"

아니, 그게, 아가야, 그게 아니고···. 말주변이 없는 첫스키는 이럴때마다 고군분투했다. 공작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사를 칠 자신도, 막내황자처럼 티내지 않을 자신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첫스키는 아주 잠깐이지만 마일스가 후작이던 제게 얼마나 냉정하게 굴었는지를 기억하고 있다. 마일스가 장난스럽게 하는 말인걸 알면서도 후작님이라는 호칭이 나올때마다 반사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바보. 등신. 천치. 마일스가 장난스럽게 질투하는것마저 유연하게 대처 못하는게 한심했다.

"으응, 아저씨 놀리지도 못하겠다."

마일스가 손을 뻗어 첫스키의 팔을 문질렀다. 첫스키는 그제야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일스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가까워진 둘 사이에 끼인 글렌이 벗어나고 싶은지 몸을 버둥대는걸 내려준 마일스가 첫스키의 품에 폭 안겼다.

"아저씨, 우리도 아기 가질까요?"
"그 아가야···, 넌 아직 어리고···."
"나참, 그 말 제가 결혼하자고 할때도 한거 알죠? 그래놓고 어린 나랑 결혼은 잘만 했네요."

그렇긴 하네···. 첫스키가 입을 딱 다물었다. 사실 갖고싶었다. 마일스와의 아이.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상상만으로 행복했다. 첫스키에겐 핏줄로 이어진 남은 가족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아이 갖고싶어, 아가 너만 괜찮다면."

첫스키는 농담이나 마일스의 냉정함에는 대처를 못할지라도 진실은 말할 수 있었다. 내 진심. 진짜 내가 생각하는 것. 첫스키가 더듬더듬 말한 형편없는 첫 진실은 마일스를 사랑한다는거였고, 그걸로 첫스키는 마일스를 얻었다. 첫스키는 마일스에게 제 진심을 숨기는게 의미없는 일이라는걸 알았다.

그럼 이번 사이클엔 조심하지 말구···. 마일스가 속삭였다. 첫스키는 그 말에 얼굴이 붉어지는걸 느끼며 끄덕였다. 제 어린 부인은 가끔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곤 했다.

"오? 사이클에 어떻게 조심하는데요?"

댄이 흥미진진한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첫스키가 뒤를 돌았다. 언제 일어났는지 잠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똥한 눈이 반짝였다. 되게 궁금하다. 그거. 알려주면 안되나? 댄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 목까지 붉어진 첫스키가 뒷걸음질쳤다. 아니 좀, 이게 스물다섯 먹은 오메가가 알파에게 할 말이 맞냐고···. 진짜 울고싶다. 첫스키의 흔들리는 눈이 댄을 피해 로버트에게 닿았다. 로버트라면 도와주지 않을까? 첫스키는 잠깐 기대했다. 나긋한 목소리로 그런 말은 예의가 없다며 댄을 나무라는 로버트의 모습을. 하지만 로버트의 눈도 궁금증으로 반짝였다. 얼마나 반짝였냐면 입을 오물거리는게 이제 댄 대신 질문할 기세였다. 

"그, 정원-, 정원 눈을 좀 치워야겠습니다."

아니 그걸 왜 니가?라는 눈동자 세 쌍이 첫스키에게 꽂혔다. 첫스키는 그 똑 닮은 눈동자 세 쌍을 피해 도망나왔다. 



*



플로이드 재상은 이제 사랑하는 부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셋과, 눈에 넣으면 조금 아플 것 같은 사위들을 쏙 빼닮은 손주 셋이 있다. 눈에 넣기는커녕 꼴뵈기 싫은 사위 셋도 있긴하다.

그리고 이제 곧 귀여운 손주 하나가 더 생길 예정이다. 이번 손주는 제발 우리 애들을 닮길! 제발! 

플로이드 재상은 부귀와 번영 대신 매일 손주가 사위가 아닌 아들을 닮기를 빈다. 간절히!



*
끝이라고 하고 외전 써서 개민망...;;; 근데 변명을 좀 하자면 다시 읽다보니 황실혼에서 생각했던 설정을 많이 빼먹었더라고???
아니 찰리 왜 뜬금없이 이유없이 디저트 싫어하는 사람됨...찰리는 황후 소생이 아니고 찰리 어머니를 황후가 독살해서 싫어한다는 설정이였음;;;
아니 이걸 어디 말할 수도 없고...본편을 수정하자니...어이구...그럼 외전을 써서 설정구멍을 해결하자!가 됐습니다...네...
예 뭐 쓰는 김에 행복한거 쓰자고 했더니 본편 분위기 사라지고 시트콤이 됐지만...뭐...행복하면 됐다...
 
2022.12.09 23:12
ㅇㅇ
아 첫스키 왜 이렇게 귀엽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플로이드가 삼형제한테 몰이당할때마다 당황하는 거 진짜 ㅋㅋㅋㅋ 이러니까 더 놀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22de]
2022.12.09 23:13
ㅇㅇ
제이크도 찰리도 첫스키도 플로이드 가에서 행복해보여서 너무 다행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다 짝을 너무 잘 만난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2de]
2022.12.09 23:18
ㅇㅇ
모바일
하 ㅅㅂ 너무 좋아서 지구 뿌신다 ㅠㅜ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ㅠ 센세가 써주는 행맨밥 찰리댄 첫스키마일스 진짜 너무 좋다 ㅠㅠㅠㅜㅠ 셋 다 관계성도 서사도 다른데 너무 찰떡이고 잘어울리고 ㅠㅠㅠㅜㅠㅠㅠ
[Code: 77ec]
2022.12.09 23: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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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보다 더 갓벽할수 없다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에 프로이드 재상의 간절한 소원까지 킬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77ec]
2022.12.09 23: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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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발 제이크가 글렌보다 자기 먼저 안아달라고 어리광부리는 거 왜 이렇게 좋냐 진짜.. 밥이 전부 다 받아줘서 더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3ea]
2022.12.09 23:46
ㅇㅇ
모바일
갸아악 센세
[Code: 1326]
2022.12.10 0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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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설레고 달달하고 따숩고 힐링되고.. ㅠㅠㅠㅠ 이 센세는 다 해줍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404]
2022.12.10 00: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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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커플 다 사랑해.. 제이크 저렇게 사랑꾼 될줄 누가 알았겠어헉럭 거기에 세러신면모 나오는거 진짜 개좋닼ㅋㅋㅋ본인이 그거 느낄때마다 싫어하는갓도 존나 좋고 헉헉헉 그런 모먼트에서 로버트가 아무렇지도않게 긴장 풀어버리는 아 얘네 관계성 진짜 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
[Code: c8d3]
2022.12.10 00: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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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댄 말모.. 댄 야무진거 개좋음ㅋㅋㅋㅋㅋㅋ10살차이나는 첫스키까지 손바닥의거 공작이자 형부인 제이크마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시니어 플로이드 재상 진짜 자식농사 잘지었는데 배아플만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에 넣기도 싫고 꼴뵈기싫엌ㅋㅋㅋㅋㅋㅌㅋ응 그치만 손주는 옙흐죸ㅋㅋㅋ
[Code: c8d3]
2022.12.10 00:15
ㅇㅇ
모바일
첫스키마일스.. 얘넨 진짜 붕키 원픽.. 오진 마일스에 쩔쩔매는 첫스키 관계성 존좋 첫스키 험하게 살면서 별일다하고 별의별사람 다 만나봤을건데 플로이드 삼형제한텐 쩔쩔 매는거 짠하면서도 왤케 좋지 ㅠㅠ 마일스 깨질까 닳을까 아끼는것도 좋고 마일스가 첫스키한테 사랑도 알려주고 대가족까지 안겨줘서 너무 좋타… 로버트랑 댄도 첫스키 미숙한 부분채워주면서 진심으로 대하는게 왜 내가 행복해🥹🥹
[Code: c8d3]
2022.12.10 00:16
ㅇㅇ
모바일
제이크 찰리 첫스키 다 제대로된 가정 못이루고 살다가 플로이드가에서 대가족됐다니 흑흑 최곱니다 정말 최고에…
[Code: c8d3]
2022.12.10 02:27
ㅇㅇ
모바일
센세 너무너무너무x10000재밌어여.....제이크 어리광 다 받아주는 밥 체고야.....ㅠㅠㅠㅠ
[Code: 4896]
2022.12.10 02:43
ㅇㅇ
모바일
진짜 센세는 최고다....
[Code: f4f6]
2022.12.10 03:26
ㅇㅇ
플로이드 재상은 둘째 임신소식 듣자마자 바로 첫째의 둘째 임신소식까지 듣고ㅋㅋㅋㅋㅋ 손자들이 아들들 안닮고 사위들 닮아서 눈에 넣으면 좀 아플것 같은 플로이드 재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이래저래 제일 고통받는 사람이얔ㅋㅋㅋㅋ 각 쀼들 반려들 잘만나서 잘 지내고 있어서 너무 좋다ㅠㅠㅠㅠㅠ 찰리는 상처받고 삽질하면서도 댄이 손을 뻗거나 달래주면 바로 기분 풀리는게 그저 댄의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좋다ㅠㅠㅠㅠ 다행이도 오해는 풀렸지만 아무리 27년동안 제일 열심히한게 티내지않기여도 댄 앞에서만큼은 안했으면 좋겠다ㅠㅠㅠ
[Code: 474d]
2022.12.10 03:38
ㅇㅇ
"저 혼자 두고 싶지 않으시잖아요."
"음, 제이크는 그냥 제가 없으면 외로운 것 뿐이잖아요."
와... 제이크의 생각과 마음을 바로 알아채고 바로잡아 감싸주는 로버트 최고ㅠㅠㅠㅠㅠ 제이크가 저열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입밖으로 꺼내게 만들고 심지어 그거를 그냥 사랑처럼 느끼게 만들었네 마크 세러신과 다르다는것도 보여줬고ㅠㅠㅠㅠㅠ 결혼전 약속그대로 글렌도 제이크도 열심히 안아주는 밥도 너무 다정하고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74d]
2022.12.10 03:49
ㅇㅇ
티타임에서도 플로이드형제들 사이에서도 첫스키 쩔쩔매는거 솔직히... 너무 커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일스한테 거절당했던 그때의 상처가 남아 마일스가 '후작님'이라고 말하면 몸 굳는건 안쓰러워ㅠㅠㅠㅠ 본인을 바보 천치라 그러고ㅠㅠㅠㅠ 마일스가 놀리지도 못하겠다는 말 이해가ㅠㅠㅠㅠ '마일스에게 제 진심을 숨기는게 의미없는 일이라는걸 알았다.' 그래도 마일스와의 사랑을 통해 이젠 자신의 진심을 마일스에게 말할 수 있게 된게 다행이고 개좋음.. 센세 외전까지 써줘서 너무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덕에 행복한 주말됐음ㅠㅠㅠㅠㅠㅠ 센세 사랑해ㅠㅠㅠㅠ 또 생각나면 외전으로 또 와줘 언제든 기다릴게ㅠㅠㅠㅠ
[Code: 474d]
2022.12.10 04:27
ㅇㅇ
헉헉 내센세가 외전을 들고오셨는데 놓칠뻔했다ㅠㅜㅜㅜㅜㅜㅜㅜㅜ 스크롤부터 존나 감동적이었어 센세......
분명 제이크와 찰리는 만나기만 하면 기싸움하고 플로이드 재상은 자기 아들들 걱정에 사위들 못마땅해하고 첫스키는 5명들 사이에서 쩔쩔매고 있는데 왜케 화목해보이지ㅋㅋㅋㅋㅋ 제이크 찰리 첫스키 모두 가족의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라 플로이드 재상에게는 죄송하지만.. 셋다 플로이드가 아들들이랑 너무 천생연분임ㅜㅜㅜㅜㅜ 제이크에게는 제이크를 안아주고 외롭지않게 해줄 똑똑하고 현명한 로버트가 필요하고, 속으로 불안해도 감추는 것에 익숙한 찰리에게는 무서운게 없고 당돌한 댄이 필요하고, 외롭게 살던 첫스키에겐 오진 사랑둥이 마일스가 필요하고ㅜㅜㅜㅜ
[Code: 1302]
2022.12.10 04:57
ㅇㅇ
아이가 생겼다는 말보다 댄이 사실 저한테 질리지 않았고 다른 알파도 없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함께 있자는 말은 로버트가 아니라 순전히 저를 위해서였다. 그 저열한 감정이 싫다가도 제 순하고 동정심 넘치는 부인이 이런 이유로라도 절 한번 더 안아주는게 좋았다.
첫스키는 농담이나 마일스의 냉정함에는 대처를 못할지라도 진실은 말할 수 있었다. 내 진심. 진짜 내가 생각하는 것.

찰리제이크첫스키가 자기 반려들에게 갖는 이 진심들이 존나 좋음ㅜㅜ 제이크가 걱정하는 세러신 면모를 그저 자기가 제이크 옆에 있으면 되고, 자기가 없어서 외로운 것뿐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로버트가 존멋... 가두지 않아도 로버트는 언제나 자신의 의지로 제이크 옆에 있을거고 그걸 깨닫는 순간 제이크는 지독한 마크 세러신의 악몽에서 벗어났다는 게 개좋음ㅠㅜㅠㅜㅠㅜ 제이크를 이렇게 해감시키고 이렇게 마크세러신 그늘 밑에서 빼내는구나ㅜㅜ
[Code: 1302]
2022.12.10 04:59
ㅇㅇ
하... 너무 존잼이라 댓쓰면서도 계속 다시 읽게돼ㅜㅜㅜㅜㅜㅜ 아 진짜 더 길게 댓글쓰고싶은데 너무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내 어휘력이 한심스럽고 슬프다ㅠㅜㅜㅜㅜㅜㅜ 센세 이런 금무순 읽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Code: 1302]
2022.12.10 06:46
ㅇㅇ
모바일
너무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 그냥 너무좋다는 말밖에 못하겠어ㅠㅠㅠㅠㅠㅠㅠ
[Code: 0049]
2022.12.10 09:01
ㅇㅇ
모바일
선생님 너무 좋아요 이렇게 된거 글렌 얘기랑 댄 마일스 애기들 얘기랑 마크메이저 얘기랑 해서 한 백편 정도만 더 써주시면 안될까요?ㅠㅠ 제발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ㅠㅠㅠㅠ
[Code: 9567]
2022.12.10 19:59
ㅇㅇ
모바일
아 이집안 플로이드재상빼고 다 행복하잖아?ㅋㅋㅋㅋ몽글몽글하고 너무 보기좋닼ㅋㅋ그래서 어떻게 조심하는건데? 이것도 외전 필요할듯 나는 잘 모르겠다 ( ͡° ͜ʖ ͡° )
[Code: c95b]
2022.12.12 10:19
ㅇㅇ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꼭 크리스마스 특집 외전을 본거같은데? 이거 아무래도 센세의 선물같은데? 나에말이맞는거 같은디?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보기엔 항상 완벽한 글이지만 내 센세가 계속 빠진 설정 많다고 느껴서 계속 계속 채워넣어주면 행복하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155]
2022.12.12 10:23
ㅇㅇ
시작부터 찰리의 탈룰라 공격받아버린 첫스키 어떡하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찰리가 댄 임신한거 모르고 오해해서 눈물로 밤 지새우는거 너무 안타까운데 귀엽고ㅠㅠ 그렇게 잔뜩 운 얼굴한 찰리 아빠앞에 끌고가서 자기 임신이랑 형 임신까지 동시에 공개해버리는 오진 댄 너무 좋다ㅋㅋㅋㅋㅋ 응, 당연히 고마워해야죠. 응, 나도 사랑해요. 응? 나는 안 미안한데??? <- 이 문장에 댄 성격 다 드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3155]
2022.12.12 10:28
ㅇㅇ
첫스키는 농담이나 마일스의 냉정함에는 대처를 못할지라도 진실은 말할 수 있었다. 내 진심. 진짜 내가 생각하는 것. 첫스키가 더듬더듬 말한 형편없는 첫 진실은 마일스를 사랑한다는거였고, 그걸로 첫스키는 마일스를 얻었다. 첫스키는 마일스에게 제 진심을 숨기는게 의미없는 일이라는걸 알았다.

첫스키가 플로이드 저택에서 로버트랑 댄 보살피면서 본인도 보살핌 아닌 보살핌 받고 있는거도 너무 좋다 그런 첫스키 장난스럽게 질투하는 마일스도 너무 좋은데 이 문장에서 진짜 눈물흘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결국 글렌 동생도 제이크를 똑 닮게 태어났고 찰리댄네 아기도 찰리를 닮았고 마일스도 임신을 했구나 이번엔 플로이드 재상 소원이 이뤄질지ㅠㅠㅠㅠㅠ 센세 선물같은 글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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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2 10:25
ㅇㅇ
"저 혼자 두고 싶지 않으시잖아요."
"음, 제이크는 그냥 제가 없으면 외로운 것 뿐이잖아요."

로버트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 제이크가 혐오하는 자기 아버지를 닮은 모습이 조금이라도 새어나올까봐 억지로 꾹꾹 누르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퍼올리는 로버트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그런 로버트를 따라 자기 감정을 입밖으로 내뱉어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혐오스럽지 않은거지 오히려 사랑인거지 제이크가 솔직하게 자기 감정 말해주면 로버트는 그 옆에 있어줄거야 억지로 붙잡혀있는게 아니고 자기의지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걸 깨닫는 순간 제이크가 마크세러신의 악몽에서 벗어났다는 그 표현이 너무 벅차서 이마를 퍽퍽 치게 한다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155]
2022.12.16 13:42
ㅇㅇ
모바일
와 센세는 정말 천재야....어떻게 이런글을ㅠㅠㅠ 세 커플에 플로이드 재상네까지 어쩜 한명한명 다 좋아하게 만들수가 있지ㅠㅠㅠ 진짜 너무너무 좋은데 내 표현력이 부족해서 슬프다ㅠㅠ 그냥 세 커플만 두고봐도 천생연분인데 첫스키랑 삼형제 있을때처럼 서로서로 챵챙겨주고 배려해주는것도 너무 합이 좋은거 같아서 플로이드 재상에겐 미안하지만 다들 플로이드가에서 모여살았음 좋겠닼ㅋㅋㅋㅋㅋ 이제 애들까지 있을거 생각하면 진짜 너무 행볻하다ㅠㅠㅠ
[Code: 3f76]
2023.01.01 00:37
ㅇㅇ
모바일
다시봐도 너무 재밌다ㅠㅠ 센세 새해 복 많이 받아
[Code: 0d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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