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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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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임시로 천막친 야전병원은 철거되었다. 언제 또 적군이 쳐들어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군용트럭엔 쓰고 남은 의료물품들과 몇없는 부상병들을 싣었다. 적군에게 위치를 들킨 이상 이곳에서 의료행위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밤사이에 부상병들을 죽인 군인은 권총에 소음기를 달고 있었다. 조용한 학살이 이어졌는지 죽은 부상병들 중엔 눈도 감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개중에 내가 하루만에 정을 붙인 어린 학도병도 있었다.








30.

- ..누나.. 저 무서워요..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 나 이대로 죽기 싫어요..









31.

- ..너 안 죽어.. 왜 벌써부터 그런 걱정을 해.. 눈 감고 얼른 자자..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거야..









32.

..그날 옆에 있어줄 걸.. 무섭다고 할 때 손이라도 더 많이 잡아줄 걸..

나는 그애의 감지 못한 눈을 억지로 감겨 주었다.











33.

..혹시 그 남자였을까.

번쩍이는 찰나의 폭발빛에 마주한 앳된 얼굴의 남자.

작은 돌에 맞아 다쳤다기엔 너무 큰 상처를 달고 왔던 그 남자가 그랬을까.

그랬다면 왜 그랬을까.

한명이라도 더 죽이는게 그 남자의 이력에 더 도움이 되었을까. 인도적인 차원에서 눈감고 그냥 넘어가줄 수는 없었을까. 이미 팔 하나, 다리 하나를 잃어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굴었어야만 했을까.

눈도 감지 못하고 세상과 하직한 이들이었다.










34.

그 남자를 다시 만난다면 묻고 싶은게 참 많았다.









35.

꼭 그렇게까지 이기적으로 굴었어야만 했냐고.









36.

거친 자갈밭을 지나, 수없이 많은 흩뿌연 모래바람을 삼키며 또다른 곳으로 터를 잡았다.








37.

포가 터지고 핏물에 고인 진흙들이 사방에 흩날리며 흙바닥 위로 사람의 사지가 투두둑, 떨어졌다.








38.

비명이 터지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며, 개처럼 바닥을 기는 부상병들을 마주했다.









39.

..이제 지친다..









40.

이곳저곳으로 다친 이들을 치료하러 다니다보면 어느새 소속을 잃는다. 피흘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이제 아군과 적군의 구분은 없었다.

완벽한 이분법이란 오직 산 자와 죽은 자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상처 부위를 봉합하기 위해서 군복을 찢었다. 찢긴 군복은 피웅덩이가 고인 바닥위로 떨어졌다. 새빨간 핏물에 소속군과 이름이 지워졌다.

그들은 입밖으로 언제나 같은 말만 되뇌이고 있었다.











41.

"..집에 가고 싶어.."










42.

의료물품들이 동나버렸다. 지혈에 필요한 붕대들을 모조리 다 써버렸다. 급한대로 가까운 숲길에서 나뭇잎이라도 모을 생각이었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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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숲길을 오른지 얼마지나지 않아 나무에 등을 기댄채 죽어가는 군인 한 명을 발견했다.

본능적으로 그에게 다가가 의식을 확인했다.

그는 추운지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간헐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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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눈을 감은 채 제 어깨를 흔드는 내 손을 힘겹게 감싸쥐었다. 악력이 손가락 틈사이로 파고 들었지만 그 손길을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일어설 수 있겠어요?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야전병원이 있어요. 거기서 총상을 치료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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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가면 난 죽어요...."

그의 푸른 눈을 마주한 순간, 난 그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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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날 부상병들을 모조리 죽인 그 군인이었다.













45.

"..당신.."

내가 남자의 손길을 억지로 뿌리치며 경멸어린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어린 애처럼 얼굴을 구겼다.

곧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처럼 아주 서럽게 말이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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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원망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나라고.. 나라고 원해서 그런 잔인한 짓을 저지른 줄 알아요..?"
"..."
"..당신은.. 당신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47.

그렇다.

난 이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야니스를 통해서 이 남자를 이해할 수는 있었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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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사냥 문화에도 야니스는 마음이 여려 총을 들지 못했다. 어른들의 강압에 못이겨 소총으로 사슴을 죽였을 때 야니스는 열흘동안 앓아누웠다.

그런 야니스가 총을 쥐고 사람을 죽이는 군인으로 징집되었을 때 세상이 정말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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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야니스를 보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이제 야니스가 쓰러져 열병에 시달리는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애가 공황에 빠졌던 그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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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 내, 내가.. 사람을 죽였어..
- ..죽이고 싶지 않은데..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
- 난 이제 어떡해야 돼..?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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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난 당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
"..그래도 난 당신을 치료해줄 의무는 있죠."

난 남자의 다친 복부에 지혈하듯 두손을 지긋이 누르며 남자와 눈을 맞췄다.

"일단 같이 내려가요."
"..."
"적어도 난 당신을 그냥 죽게 내버려둘 순 없어요."

남자의 청명한 푸른 눈이 흔들거렸다.





야니스너붕붕
맥카이너붕붕
2023.02.06 00:42
ㅇㅇ
모바일
와 미쳤다
[Code: 4264]
2023.02.06 00:46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맥카이 적군 맞았냐거ㅠㅠㅠㅠㅠ아 세상에 세가완삼 최고다 진짜ㅠㅠㅠ
[Code: a487]
2023.02.06 00:53
ㅇㅇ
모바일
하 미친 ㅜㅜㅜㅜㅜ 텐션 오진다 진짜
[Code: 64c0]
2023.02.06 00:55
ㅇㅇ
모바일
미쳤다 미쳤어...
[Code: ed34]
2023.02.06 01:03
ㅇㅇ
모바일
오 제발 센세............
[Code: a4dd]
2023.02.06 01:05
ㅇㅇ
ㅠㅠㅜㅠㅠ 야니스 살아있으니까 빨리 나와조으흐흐흑ㅠㅠ
[Code: b0ba]
2023.02.06 01:31
ㅇㅇ
모바일
센세 미쳤다ㅠㅠㅠㅠㅠ.....
[Code: a3ae]
2023.02.06 02:12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ㅜㅜㅠ 강인한 허니
[Code: 784f]
2023.02.06 08: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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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센세 숨 참고 읽었어....
[Code: 2255]
2023.02.06 10: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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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센세 진짜 최고에
[Code: d4d4]
2023.02.06 22: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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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Code: b1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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