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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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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잠깐만 숨겨주시면 안돼요?”


넌 대체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나 그 말은 목구멍에 삼키고 결국 차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움츠렸고, 창 밖을 기웃거렸다. “선팅이 짙어서 밖에선 안보일걸.” 그 말에 아이는 그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웃었다. 진짜요?

넌 내가 이 날을 위해 이 차를 얼마나 짙게 선팅했는지 알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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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같이 숙여요!”


한 눈에 봐도 양아치 패거리로 보이는 무리들이 차 앞을 지나가자, 짙은 선팅이 되어있어 걱정말라는 말에도 아이는 몸을 움추렸다. 그래, 넌 언제나 호기심을 참지 못했지. 반쯤은 재밌어하다가도 반쯤은 여전히 두려워하는 아이의 몸짓에 입고있던 자켓을 벗어 몸에 둘러주었다. 퐁실한 곱슬머리가 손에 살짝 닿자 기분이 이상했다. 빨간 귀끝, 하얀 목덜미, 조금은 안정된듯한 심장소리까지.. 아저씨 같이 숙여요!

나도 숙여야되니? 네.

그렇게 또다시 가까워진 티미의 얼굴에 요한은 숨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어두운 차 안을 조용히 비추는 거리의 조명, 그리고 너의 투명한 초록빛 눈동자. 나는 여전히 네 눈동자만 보면 굳어버려서. 네 눈가를 쓸고, 볼을 쓰다듬고, 머릴 매만지고싶은데.. 하지만 여기까지야. 티미, 이번 생에 난 어떻게 해야할까?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게 제가 사고를 쳐서 도망 중이었는데.. ”

“누구 마음대로 내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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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가. 알파 차엔 함부로 타는게 아니야.”


순식간에 얼어붙은 공기. 그제서야 알아차린 알파의 존재. 숨막히는 상황. 아무리 숨긴다해도 우성알파에게는 감출 수 없는 오메가라는 존재. 발을 동동 구르며 몸을 안절부절거리는 아이의 행동은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싶어하는 여전한, 버릇이었고. 그래서 요한은 아이의 턱을 단단히 쥘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무섭니?
내, 내리게 해주세요.. 잘못 했어요..

저 열성오메가라서 향도 없어요, 아저씨.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네?

요한은 묻고싶은 말을 또다시 참았다. 잘못? 그 어떠한 잘못도 너에겐 없어, 티미. 잘못이라곤..

더더욱 굳어진 요한의 표정에 티미는 방금전까지 자신을 구해준 착하고 잘생긴 알파 아저씨가 단단히 화가 났다고 착각했다. 방금 전까지는 정말로 좋았는데. 오히려 5분도 안 되는 시간 속에서 둘만의 좁고 아늑한, 이상한 세상에 빠져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처음 본 사람인데도, 너무나 오랫동안 봐왔던 인연인 것처럼. 따뜻한 파란 눈동자가 익숙해서..

근데 지금은 또 다른 사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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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다시는 모르는 사람 차에 타지말고 곧장 집으로 가. 냉랭한 그 눈동자가 사라지고, 문이 열렸다. 티미는 황급히 차에서 내렸고, 차는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눅눅한 공기가 티미의 몸을 감싸고, 찬 바람이 불었다. 차는 따뜻했고, 아늑했다. 마치 누군가 그 차에 탈거라는걸 아는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 티미는 곰곰히 곱씹었다. 고개를 숙이자 마주친 서로의 눈. 파란 눈이 자신을 바라보던 그 짧은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

“이상해..”

진짜 이상했다. 왜 익숙하지. 왜..

왜 눈물이 나지? 저 아저씨는 날 차에서 내려주지않고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는 무서운 알파였는데.. 그 잠깐의 시선이 너무나도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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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뭘까, 그 아저씨는?

또 볼 수 있을까? 그러자 또 보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사람 같기도, 아니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사람 같기도. 그게 아니라면 평생을 내 곁에 있었던 사람 같기도..

모르겠다, 정말.

그날 밤, 티미는 잠에 들 수 없었다. 모든게 불확실했으니까. 허나 확실한건 그 아저씨를 조만간 또 볼 수 있을 거라는 불확실한 예감뿐이었다.


















슼탘 요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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