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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3 02:04
“이번 시험도 50점 못넘기면 진짜로 카드 압수야 브렛 세러신.”
중간평가 시험지를 받아든 브렛의 머리에 큰형 마크의 목소리가 스쳤다. 잘 못 본것인줄 알고 눈을 한껏 네모로 뜬 그는 시험지를 눈 가까이 댔다가 멀리뗐다 하면서 눈을 의심해 보았다. 이게...점수? 빨간 펜으로 대문짝만하게 써져있는 >>36<<이라는 숫자가 브렛의 녹안 가득 들어찼다. 늘 에고와 싸가지로 가득찼던 그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씨발 어떡하지? 다음달에 루크 생일있는데 큰일났다. 브렛은 밝은 레몬빛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이런법은 없는겨!!!
르무어 하이스쿨의 자랑스러운 쿼터백이자 점수는 50점을 넘겨본적이 없는 브렛 세러신은 절망했다. 아아 나의 쿼터백인생도 이제 끝이구나.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공부를 더 하라며 큰형이 쥐어준 카드는 당연하게도 루크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데 다 썼으며, 가끔 도서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이유도 거기에 루크가 있었기 때문이지 공부에 뜻이 있는건 아니었다.
전교생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브렛이지만 그딴건 다 필요없었다. 난 잘생겼고 집에 돈도 많은데 다른사람이 나를 좋아하든 말든 무슨상관인가? 외관 만큼이나 타고난 성정이 차남 제이크를 똑 닮은 브렛은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너에겐 꼭 사랑 받아야겠다며 루크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 이후로 그는 부유한 집안의 지원을 십분 활용하기 시작했다. 잠이 많은 루크를 위해 아침마다 따뜻한 스팀밀크를 사들고 집앞으로 픽업갔고, 급식으로 나오는 빵쪼가리를 먹일수 없다며 사제 도시락까지 공수했다. 매점에서 열심히 초코우유를 사다 나른건 덤이다. 무려 세러신 블랙카드로.
당연하게도 성적표를 확인한 마크는 조용히 브렛의 지갑에서 카드를 압수했다. 마크는 공부가 하기싫으면 가서 일하는거라도 배우라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시험에 50점을 넘으면 돌려줄테니 아쉬우면 공부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지만 브렛의 귀엔 영원히 돌려주지 않을거라는 말과 같았다. 태어나서 받아본 최고점수가 45점인데 50점을 어떻게 받냐고!
하지만 얼음장같은 큰형의 눈빛에 브렛은 입한번 떼지 못하고 깨갱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세러신기업을 이어받은 마크는 브렛에게 아버지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였다. 다음달 루크의 생일에 프로포즈를 하려면 큰 돈이 필요하기에 브렛은 울며 겨자먹기로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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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면접보러 왔는데요.”
“오 르무어고 학생이구나, 잘생겼네.”
첫눈에 잘생긴 얼굴덕에 매출이 오를것임을 직감한 점장은 팔뚝을 보니 힘도 좀 쓰겠다며 그자리에서 브렛을 고용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될 놈은 뭘 해도 된다. 브렛은 생각보다 너무 쉬운 알바구하기에 어리둥절해졌다. 역시 잘생긴게 최고라니까. 그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잘생긴 각도로 웃어보였다.
“오, 너 웃지말고 그냥 무표정하게 있어. 웃으니까 양아치느낌이 나네.”
역시 점장의 눈은 날카로웠다. 쿼터백 스마일을 보자마자 쎄함을 감지한 그는 절대 웃지말고 그냥 기본응대만 잘 하라며 브렛을 교육시켰다. 아니 이거 내 비장의 무기인데... 루크도 이거 보자마자 얼굴 빨개졌는데?! 브렛은 억울했지만 일단 돈이 급했기에 큰형을 따라하며 심각한 표정을 고수했다. 공부머리는 없는 브렛이었지만 의외로 물류정리와 계산에는 소질이 있었는지 첫날부터 큰 실수없이 마감까지 해냈다. 힘이 좋아 무거운 음료들도 번쩍번쩍 옮겨대 점장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었다. 결국 알바 2주만에 식스일레븐의 프로멋알바생으로 거듭난 브렛은 이제 짬나는대로 루크에게 셀카까지 찍어보내는 여유까지 부리게 되었다(물론 땀흘리며 소매를 걷어붙인 섹시한 포즈도 잊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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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 30분전쯤, 이시간대엔 손님이 별로없다. 이러다가 10분전에 또 엄청오겠지 에휴. 이미 알바의 법칙까지 깨우친 브렛은 두시간째 읽지 않음 상태인 메신저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중이었다. 또 도서관에 있나? 끝나고 바로 연락하면 데리러 갈 수 있을텐데. 상념에 빠진 브렛은 딸랑 하는소리와 함께 성큼성큼 들어오는 앳된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애기같아 보이는데 우유나 사서 가겠지 뭐 하는 생각과 달리 그는 투브릿지 안경을 추켜올리며 신중하게 맥주 네 캔을 고르더니 계산대로 내밀었다.
“신분증 보여주세요.”
“네? 저 성인인데요?”
“딱봐도 고등학생인데 이러면 잡혀가요.”
“아니 저 진짜로 성인인데, 저 군인이에요. 해군사관학교 졸업도 했고...”
급하게 나오느라 신분증을 두고 나온 로버트는 몹시 당황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신분증 검사를 당할줄이야. 딱봐도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절대 안된다는 알바생에 기분이 좋아야하는건지 나빠야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신분증을 챙기지 않은 제 불찰이니 로버트는 입술을 한번 삐죽이고는 차로 돌아갔다.
“베이비 왜 빈손이야?”
“알바생이 신분증 달랬는데 놓고왔어.”
“뭐? 알바가 네 신분을 달라고 했다고? 감히 베이비의 은밀한 정보를 보려하다니 어떤새끼야! 어떤새끼가 우리 베이비를 탈취하려고!”
아니아니 그게아니고! 야 제이크 세러신!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말을 네가 마음에 드니 이름을 알려달라고 개수작을 부린것으로 해석한 제이크는 항모에서 이륙하는 슈퍼호넷처럼 튀어나갔다.
“감히 누구 번호를 따려고... 엥? 브렛 세러신?”
체력단련실에서 갈고닦은 근육을 한껏 부풀리고 계산대로 간 행맨은 보고말았다. 계산대에 앉아있는 자신과 똑닮은 막내 세러신을.
3초만에 사건의 정황을 파악한 제이크는 배가 찢어져라 웃으며 브렛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아 찍지 말라고 나 지금 덜잘생겼다고! 그러게 공부를 좀 하지 그랬니 아우야. 지는 비행 30점 맞아놓고 말이 길다 등등 우애깊은 형제의 대화가 오가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래도 동생이 태어나 처음으로 제손으로 돈을 버는게 기특해 보였는지 제이크는 매상을 올려준다며 맥주와 함께 매장에 있는 콘돔을 전부 털어갔다. 창고에 있는것까지 전부 다. 브렛의 주머니에 팁이라며 용돈까지 꽂아준 제이크는 휘파람을 불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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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콘돔을 왜이렇게 많이샀어? 이거 언제 다쓰려고..."
"응 괜찮아 오늘 다 쓰면 돼 베이비. 유통기한이 짧더라고."
어쩐지 행맨만 기분이 째지는것 같지만ㅋㅋㅋ
인생 처음으로 알바해보는 도련님 브렛이랑 형수님들이 방문해서 시트콤되는게 보고싶었음
행맨밥 브렛루크 파월풀먼
[Code: d3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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