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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9 18:20
친구야, 나 포카리 좀 따주라.


인적 드문 구석에 쳐박혀 있던 자판기에서 포카리캔을 뽑은 대만이 호열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저 자판기 음료수가 뽑히긴 하는구나,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던 호열은 코앞에 드밀어진 캔을 멀뚱히 바라봤다. 눈 앞에서 포카리를 든 손이 두어번 흔들렸다.


너 나 알아?
엥. 너 양호열이잖아. 유도인가 한다며. 너야말로 나 몰라? 너랑 같은 반 정대만, 농구부고, 같은 운동부에 유망주라 그런가 네 얘기 종종 들리던데. 아니 그보다 나 이거 좀 따줘. 손톱을 너무 짧게 깎았는지 뚜껑이 안 들려.


네 글자짜리 질문에 돌아오는 답변의 양이 질리도록 많았다. 유도 유망주치고 그 소문이 건실하지 못한 호열에게 대만은 뻔뻔한 얼굴로 요구했다. 호열은 포카리를 받아들고 시원스레 뚜껑을 따더니, 자신이 한 모금 마시고 대만에게 돌려줬다.


악! 야! 아, 뭐하냐!
내가 까줬으니까 답례.
답례? 아, 그런가. 아씨, 그럼 입 떼고 마시지.


금방 열이 오르는 주제에 납득도 그만큼 빨랐다. 언제나 어른스럽던 호열의 낯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재밌네. 호열은 생각했다. 뭐야, 이렇게 웃을 줄도 아네. 꽤 괜찮은 녀석이잖아? 유도하는 것도 보고싶다. 부탁하면 보여주려나? 대만은 말만큼이나 생각도 많았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입 밖으로 쏟아내면 안 될 이유를 몰랐다. 대만은 호열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대답이랄 것도 없는 짧은 소리를 들으며 용케 대화를 이어나갔다.


너 제법 우리 나이대처럼 웃는구나.
그런가.
응. 뭔가 항상 무게 잡고 어른 같아 보였는데​​ 방금은 제법 귀여웠다.
하.
아, 포카리 까줘서 땡큐. 나 진짜 목 말라서 쓰러질 뻔했어.
응.
근데 너 유도 잘한다며. 나 나중에 유도하는거 보러가도 돼?
뭐...
나는 영 싸움엔 재주가 없단 말이지. 대신 농구를 아주 잘해! 나 경기 나가면 보러 와. 재밌을걸?
글쎄.


그 뒤로 호열과 대만은 유명세를 얻었다. 유도부와 농구부의 에이스로서라기보다, 그 양호열에게 치대는 겁없는 정대만으로. ​​​​​오, 양호열 안녕! 하고 해맑게 인사하는건 일상이었다.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하고 심지어는 호열을 뒤에서 안고 정수리에 턱을 올리는 대만을 보고 친구들은 선뜩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호열은 그런 대만을 받아주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이리 왕왕, 저리 왕왕. 가끔은 꺙꺙대는 것 같기도 하고. 무해한 강아지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팔랑이는 것을 굳이 우악스럽게 떼어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둘 사이의 기묘한 거리감은 그렇게 유지되었다.


언젠가부터 대만은 호열이 유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성화였다. 호열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자 이번에 연습 경기가 있으니 꼭 보러 오라고 매달렸다. 자기도 농구하는 모습을 보여줄테니 너도 보여줘라, 그런 말을 했는데 어떤 의식의 흐름인건지 호열은 영 이해하지 못했다. 꽤 끈질기게 들러붙기에 호열은 그 단단한 손으로 대만의 머리통을 콱 붙잡았다.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
어? 알았다고? 나 보러 온다고?
그래. 갈 테니까 너도 좀 꺼져.
우하하! 앗싸, 양호열 너 온다고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대만은 히히 웃었다. 그 해맑은 얼굴을 보다가 호열은 작게 한숨을 쉬고 손에 힘을 풀었다. 종소리가 울리고 야, 꼭 와! 소리친 대만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오늘에야말로 메쳐지나 덜덜 떨며 대만을 받을 준비하던 친구들은 십 년은 늙은 표정으로 칠판을 응시했다. 잠시 뒤 들어온 선생님만 오늘따라 차분해서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호열은 체육관 관중석에 앉아 몸을 푸는 대만을 관찰했다. 어디서나 쉽게 녹아들던 대만은 농구부원들 사이에서 약간 겉도는 것처럼 보였다. 선배들이 아닌 척 선을 긋고 빈정댈 떄마다 대만이 어색하게 웃었다. 팔짱을 낀 호열의 팔뚝에 푸른 핏줄이 울퉁불퉁 섰다. 대만은 스트레칭을 하는 척 뒤를 돌더니 눈을 앙칼지게 치켜뜨고 입술을 삐쭉였다. 그러다 호열과 눈을 마주치니 눈을 휘어 접으며 손을 붕붕 흔들었다. 호열은 고개를 한번 까딱여 받아주었지만 얼굴을 찡그린 대만이 팔을 더 크게 흔들었다. 결국 매끈한 호열의 팔이 두어번 흔들리고 나서야 대만은 만족하며 마저 스트레칭을 했다.


철썩! 버저비터로 들어간 대만의 3점슛을 끝으로 경기가 끝났다. 대만이 호언장담한 것치고 엄청나게 재밌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볼 구석은 있었다. 깔끔하고 곧은 자세, 공이 들어갈 때마다 또렷해지는 눈동자라든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표정 같은 것들. 호열은 붉게 자국이 남은 손바닥을 내려다보다 조용히 체육관을 벗어났다. 대만은 텅 빈 자리를 보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날 호열을 다시 마주치지 못했다.


호열은 대만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대만의 포카리를 가져가 한 모금 마시고 넘겨주기도 하고, 자기 위에 턱을 괸 대만의 볼을 쭉 늘이기도 하고, 매끈하게 관리된 손끝을 꼬집기도 했다. 처음엔 어리둥절하던 대만은 금방 적응해 희희낙락했다. 전과 달라진 둘의 양상에 친구들은 바짝 긴장했으나 보고 있으면 어딘지 묘하게 간지러워져서 관심을 껐다.


삼고초려가 아니라 한 백고초려쯤 끝에 대만은 호열이 유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호열의 단단하고 억센 손아귀가 상대의 소매깃을 재빠르게 잡아챘다. 아무리 몸을 비틀어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대를 그대로 메다꽂았다. 한판! 호열보다 훨씬 키가 큰 선배가 상대로 나왔다. 자세를 낮추고 느긋하게 움직이던 호열이 순식간에 아래로 파고들어 상대의 다리를 잡아 메쳤다. 한판!


그 압도적인 광경을 멍하니 보던 대만의 시야에 흐트러진 옷깃 사이로 오르내리는 흉곽과 탄탄한 복근이 맺혔다. 방금 사람 하나를 바닥에 쳐박은 호열의 눈이 윤이 나는 것처럼 번들거렸다. 오싹 소름이 돋은 대만은 어쩐지 귀가 홧홧했다. 호열이 타올 하나를 받아들고 대만에게 다가갔다.


너 엄청 잘하더라. 괜히 유망주, 에이스하는게 아니었어.
그런가.
여태까지 왜 그렇게 꽁꽁 숨긴거야? 이렇게 멋있는데.
멋있었어?


짓궃게 웃는 호열의 눈이 여전히 새까맸다.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한 대만이 아 그렇대도, 잘은 모르지만 엄청 대단하다는 건 알겠다, 진짜 멋있었다, 하며 말을 쏟아냈다. 종알대던 대만의 목으로 호열의 손이 불쑥 다가왔다. 대만은 어깨를 크게 들썩이더니 뒤로 한발짝 물러났다. 허공에 잠시 멈춘 호열의 손이 대만의 접힌 셔츠 자락을 꺼내더니 그 근처를 몇번 눌러 주름을 폈다. 


멱살이라도 잡는 줄 알았어?
아, 아니...
걱정마. 너는 안 메쳐.


두 눈이 마주쳤다. 목에서 붙은 불이 눈으로 옮겨온 듯했다. 이 불길이 무엇을 어디까지 태울지 알 수가 없어서 어지러웠지만, 이것에 저항하는 법도 몰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호열은 대만을 메치지 않겠다는 말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채 타오르지 못한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아아아아 동갑호댐 맛있다.......... 이게 또 별미네 하 나 미쳐 호댐은 끝이 없다 호댐멘... 뭔가 동갑이면 유도하는 호열이가 보고싶었음 왠진 몰라 아.............아아아아아악 매일 호댐하자 제발 하루라도 호댐을 안 하면 나 죽어...............
2023.03.19 18: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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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센세 잠깐만요 유도 하는 호열이 때문에 정신 혼미해짐 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포츠맨인 동갑 호댐 너무 마히다... 농구부 선배들 지금 대만이 잘한다고 꼽주냐? 정대만 남친 유도부 양호열이다 이 자식들아! 조심해라! 진짜 호댐 사랑을 해라
[Code: b1f9]
2023.03.19 18:43
ㅇㅇ
모바일
아 양호열 존나섹시하다진짜... ㄹㅇ 이럴 것같아요 너무 좋아요 센세ㅠㅠ 더 주세요...
[Code: 4bb9]
2023.03.19 18: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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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시발 너무좋아
[Code: 0e77]
2023.03.19 19: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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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씁 양호열 ... 분위기만 봐도 침 한바가지 나옴 ... 양호열과 유도라니 너무나 자.극.적. 거기에 동갑 정대만 ... 야이놈들아 진하고 끝내주는 연애를 해라 ...
[Code: 72d6]
2023.03.19 19: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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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나 침나옴
[Code: 6c8f]
2023.03.19 19:33
ㅇㅇ
모바일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미친거아냐
[Code: ff00]
2023.03.19 19: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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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번복하게 되었을까 센세..,
[Code: 7fa8]
2023.03.19 20: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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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쳨ㅅ다....대만이 범무서운줄 모르고 열심히 치댔는데 그게또 먹혔어 ㄱㅇㅇ ㄱㅇㅇ
[Code: 51bd]
2023.03.19 22: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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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ㅑ. 왜오애왜왜왜왜왜왜왜왜왜.왜번복했는데왜.
[Code: b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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