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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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6 02:24
풋풋하게 동거하는 두 사람 https://hygall.com/521388499
백호군, 태웅엄마에요 https://hygall.com/521638112
내가 북산에 온 이유는 당연히 서태웅 선배님때문이었다. 선배는 우리 신라중학의 주장이었고, 우리의 우상이었다. 과묵하지만 늘 멋진 등을 보여주는 선배는 농구의 신이 가장 정성껏 빚은 피조물 같아 보였다. 선배와 다시 농구를 할 수 있다면, 내 우상과 같은 벤치에서 땀을 닦고, 같은 코트를 누비며, 그가 슛하는 모든 순간에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북산에 온 이유였다.
강백호 선배는 이상한 사람이다. 1학년보다 서툰 기술로 골밑을 장악하는 사람. 누구보다 짧은 경력으로 농구의 상식을 파괴해버린 사람. 내 우상 서태웅 선배의 옆에 한치의 빈틈도 없이 자리잡은 '북산의 그 콤비'로 불리는 사람. 나는 백호선배가 싫었다.
태웅선배는 평정심을 잘 잃지않은 사람으로 유명했다. 재능 위에 더해진 차분한 투지가 그의 강점이었단 말이다. 북산의 서태웅은 강백호라는 용광로 옆에서 푸른 불꽃으로 함께 끓어오른다. 그의 농구색이 달라진 것을 알았을때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내가 그의 변수가 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강백호 선배같은 풋내기가 아니라 중학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내가 그 자리에 서기를 바랐단 말이다. 태웅선배의 농구는 그의 콤비를 만나고 폭발적 생동한다. 백호선배는 그 도화선이었다. 나는 그래서 그가 싫었다. 내 우상의 농구색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버린 것이 싫었다.
그 경기는 정말로 거칠었다. 상대는 지독하게 백호선배를 노리며 더러운 경기를 했다. 백호선배는 점점 거칠어지는 파울에도 골밑을 내주지 않고 제공권을 장악했다. 나는 그를 싫어하면서도 그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음을 안다. 그는 단순한 풋내기가 아니라 인생을 걸고 농구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때, 팔꿈치에 맞은 백호선배가 쓰러졌을 때 태웅선배가 달려오던 속도는 실로 무서웠다. 백호선배가 실려나갔을때 태웅선배의 호흡은 비명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깨어나서 붕대를 감고 다시 교체되어 들어온 백호선배를 보던 선배의 눈빛에 살기가 어린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경기에 이겼지만 북산의 콤비는 그날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았다. 태웅선배에게 뿜어져 나오던 냉기가 승리보다 무겁게 코트에 내려앉았다.
백호선배에게 약을 사다준다는 핑계였던거 같다. 굳이 라커룸으로 다시 간 것은 백호선배를 걱정해서라기보다 나 또한 그의 후배이기 때문에 챙기는것 뿐이라고 되뇌이면서 나는 그를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몇번이나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라커룸이 조금은 열려있었고 태웅선배가 그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북산의 콤비가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도발할 필요가 있었어? 다칠게 뻔한데 넌 일부러 그랬어!"
"그래서 그 놈은 퇴장 당했잖아. 기절한건 아주 잠깐이었어."
태웅선배가 백호선배 옆의 락커를 힘껏 쳤다. 움푹 파인 자국이 무섭도록 선명했다.
"내 앞에서 다시는 쓰러지지 않겠다고 했잖아!"
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백호선배가 태웅선배의 주먹을 끌어다가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가 약봉지를 떨어뜨린건 그때쯤이었을거다. 백호선배가 태웅선배의 주먹을 펴고 상처난 곳에 입을 맞췄을때.
"미안해."
잘못했어. 네 앞에서 다치지않기로 약속했던거 잊어버린게 아니야. 이기고 싶었던건 맞는데 널 상처주면서까지 이기는건 의미가 없다는걸 이제 알겠어. 미안하다.
"...화도 못내게 하지마. 쳐부순다, 멍청아."
태웅선배가 백호선배의 상처를 피해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입을 맞췄다. 나는 조용히 울었던 것 같다. 내 우상이 내 첫사랑에게 입을 맞추고 있어서. 나는 태웅선배만 바라보다 태웅선배가 늘 바라보던 그 사람을 함께 눈으로 쫓았던 것을 깨닫는다.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한게 아니라 태웅선배와 그 사람의 한치의 빈틈도 없는 단단한 사이에 질투했던것 뿐이었다. 백호선배를 더 끌어당겨 키스하던 태웅선배의 눈빛이 번뜩였다. 나를 향한 그 눈빛이 경고를 담아 내리꽂혔다. 태웅선배는 알고있었던 것이다. 내가 백호선배를 마음에 담았었다는 것을.
태웅선배는 나를 가소롭게 여기며 여유롭게 키스한게 아니라 그 사람을 갖는다는게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주며 키스했다. 내 우상과 내 동경하는 사람이 그들의 인생에 키스하는 것을 본다. 북산의 그 콤비는 경기가 끝나고나서도 그들의 치열한 사랑을 플레이한다. 아마 다들 알고있었는데 나만 이제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눈이 멀게 하니까. 나는 울면서 안도한다. 빛나는, 끓어오르는, 투지 넘치는 저 두 사람이 농구와 인생을 걸고 빈틈없는 콤비가 되어 걸어갈 길을 이제 응원할 수 있어 나는 홀로 실연당했으면서도 안도한다. 저들의 사랑엔 빈틈이 없었다. 북산의 콤비는 실로 견고했다. 나는 그들의 후배의 자리로 조용히 물러간다. 두 사람이 보여줄 앞으로의 콤비플레이 또한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태웅선배가 그의 인생에 키스했다.
슬램덩크
백호군, 태웅엄마에요 https://hygall.com/521638112
내가 북산에 온 이유는 당연히 서태웅 선배님때문이었다. 선배는 우리 신라중학의 주장이었고, 우리의 우상이었다. 과묵하지만 늘 멋진 등을 보여주는 선배는 농구의 신이 가장 정성껏 빚은 피조물 같아 보였다. 선배와 다시 농구를 할 수 있다면, 내 우상과 같은 벤치에서 땀을 닦고, 같은 코트를 누비며, 그가 슛하는 모든 순간에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북산에 온 이유였다.
강백호 선배는 이상한 사람이다. 1학년보다 서툰 기술로 골밑을 장악하는 사람. 누구보다 짧은 경력으로 농구의 상식을 파괴해버린 사람. 내 우상 서태웅 선배의 옆에 한치의 빈틈도 없이 자리잡은 '북산의 그 콤비'로 불리는 사람. 나는 백호선배가 싫었다.
태웅선배는 평정심을 잘 잃지않은 사람으로 유명했다. 재능 위에 더해진 차분한 투지가 그의 강점이었단 말이다. 북산의 서태웅은 강백호라는 용광로 옆에서 푸른 불꽃으로 함께 끓어오른다. 그의 농구색이 달라진 것을 알았을때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내가 그의 변수가 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강백호 선배같은 풋내기가 아니라 중학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내가 그 자리에 서기를 바랐단 말이다. 태웅선배의 농구는 그의 콤비를 만나고 폭발적 생동한다. 백호선배는 그 도화선이었다. 나는 그래서 그가 싫었다. 내 우상의 농구색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버린 것이 싫었다.
그 경기는 정말로 거칠었다. 상대는 지독하게 백호선배를 노리며 더러운 경기를 했다. 백호선배는 점점 거칠어지는 파울에도 골밑을 내주지 않고 제공권을 장악했다. 나는 그를 싫어하면서도 그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음을 안다. 그는 단순한 풋내기가 아니라 인생을 걸고 농구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때, 팔꿈치에 맞은 백호선배가 쓰러졌을 때 태웅선배가 달려오던 속도는 실로 무서웠다. 백호선배가 실려나갔을때 태웅선배의 호흡은 비명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깨어나서 붕대를 감고 다시 교체되어 들어온 백호선배를 보던 선배의 눈빛에 살기가 어린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경기에 이겼지만 북산의 콤비는 그날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았다. 태웅선배에게 뿜어져 나오던 냉기가 승리보다 무겁게 코트에 내려앉았다.
백호선배에게 약을 사다준다는 핑계였던거 같다. 굳이 라커룸으로 다시 간 것은 백호선배를 걱정해서라기보다 나 또한 그의 후배이기 때문에 챙기는것 뿐이라고 되뇌이면서 나는 그를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몇번이나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라커룸이 조금은 열려있었고 태웅선배가 그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북산의 콤비가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도발할 필요가 있었어? 다칠게 뻔한데 넌 일부러 그랬어!"
"그래서 그 놈은 퇴장 당했잖아. 기절한건 아주 잠깐이었어."
태웅선배가 백호선배 옆의 락커를 힘껏 쳤다. 움푹 파인 자국이 무섭도록 선명했다.
"내 앞에서 다시는 쓰러지지 않겠다고 했잖아!"
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백호선배가 태웅선배의 주먹을 끌어다가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가 약봉지를 떨어뜨린건 그때쯤이었을거다. 백호선배가 태웅선배의 주먹을 펴고 상처난 곳에 입을 맞췄을때.
"미안해."
잘못했어. 네 앞에서 다치지않기로 약속했던거 잊어버린게 아니야. 이기고 싶었던건 맞는데 널 상처주면서까지 이기는건 의미가 없다는걸 이제 알겠어. 미안하다.
"...화도 못내게 하지마. 쳐부순다, 멍청아."
태웅선배가 백호선배의 상처를 피해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입을 맞췄다. 나는 조용히 울었던 것 같다. 내 우상이 내 첫사랑에게 입을 맞추고 있어서. 나는 태웅선배만 바라보다 태웅선배가 늘 바라보던 그 사람을 함께 눈으로 쫓았던 것을 깨닫는다.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한게 아니라 태웅선배와 그 사람의 한치의 빈틈도 없는 단단한 사이에 질투했던것 뿐이었다. 백호선배를 더 끌어당겨 키스하던 태웅선배의 눈빛이 번뜩였다. 나를 향한 그 눈빛이 경고를 담아 내리꽂혔다. 태웅선배는 알고있었던 것이다. 내가 백호선배를 마음에 담았었다는 것을.
태웅선배는 나를 가소롭게 여기며 여유롭게 키스한게 아니라 그 사람을 갖는다는게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주며 키스했다. 내 우상과 내 동경하는 사람이 그들의 인생에 키스하는 것을 본다. 북산의 그 콤비는 경기가 끝나고나서도 그들의 치열한 사랑을 플레이한다. 아마 다들 알고있었는데 나만 이제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눈이 멀게 하니까. 나는 울면서 안도한다. 빛나는, 끓어오르는, 투지 넘치는 저 두 사람이 농구와 인생을 걸고 빈틈없는 콤비가 되어 걸어갈 길을 이제 응원할 수 있어 나는 홀로 실연당했으면서도 안도한다. 저들의 사랑엔 빈틈이 없었다. 북산의 콤비는 실로 견고했다. 나는 그들의 후배의 자리로 조용히 물러간다. 두 사람이 보여줄 앞으로의 콤비플레이 또한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태웅선배가 그의 인생에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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