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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3 03:09
전편 https://hygall.com/629230236


![IMG_8913.gif]()
축제 당일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노래도 좋았고, 컨디션도 최상이었고, 반응도 최고였다. 공연 후 잔디밭에 앉아 과자 봉투를 까던 무리에게 다가와 ‘아까 무대하던 분들 아니에요? 저 완전 팬 됐어요!‘ 하고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허헝, 고마워요. 바보같이 웃는 크리스의 허벅지를 윌이 티가 나지 않게 쿡쿡 찔러댔다.
이제 어딜 가나 캠퍼스 학생들은 세 사람을 알아봤다. 따위의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는 일어나지 않았다. 매일같이 재밌는 소문과 사건이 터지는 캠퍼스라 그런가 축제의 열기도 금방 사그러들었다. (시험 기간이라는 학생들의 임무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세 사람은 여전히 남들의 눈을 피해 합주를 맞춰봤고, 원래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더 띄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캠퍼스를 누볐다.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때 봤던 그 천사 ‘가이‘는 평범한 삶 속 크리스에게 터진 거대 폭죽이었다. 직원일까? 아르바이트? 나이는 어떻게 될까? 어려보였는데. 헉, 설마 미성년자? 애도 펍에서 알바가 되나?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몇번씩 혼자 떠올렸다. 그 날 자리에 없던 윌도 크리스기 쿡 찌르면 검은색 비니, 오똑한 콧날. 짙은 눈썹, 퍼피 아이, 예명은 가이. 라고 읊조릴 정도였다. 정 그러면 다시 찾아가! 윌이 다시 한 번 멱살을 잡을 기세로 쳐다봤다.
- 어, 여기... 맥주 세 잔이랑... 나쵸 주세요.
그래서 진짜 다시 찾아갔다. 이번엔 윌까지 합세하여 끌고갔다. 둘이 갔을 때 그닥 재미가 없었으니 셋이 가면 재밌을 거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크리스가 두 사람을 이끌었다. 조니는 윌이 쓸데없는 말을 했다며 투덜거렸다. 그때 이후 두번째로 입에 대는 맥주는 전보다 덜 텁텁했다.
- 앗, 저깄다.
맥주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주변을 휘휘 둘러보던 크리스가 급히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이유 없이 다른 두 사람도 크리스를 따라 몸을 숙였다.
- 오. 퍼피 아이.
- 완전 천사지? 그치?
- 그러네. 인기 많겠다.
-그러겠지?
언젠가 그 날처럼 다시 사랑에 빠진 눈을 한 크리스는 두 주먹을 턱에 괸 채, 그 날과 같은 포즈로 남자를 바라봤다. 너 그러다 스토커로 신고당한다. 이번엔 조니가 허벅지를 쿡쿡 찔렀다. 그러면 안되는데... 크리스가 축 쳐지며 자세를 바로했다.
그 뒤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가벼운 수다를 떨었다. 이번에 과제가 어쩌고, 시험 범위가 어쩌고, 학식이 어쩌고.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들의 대화였고, 그 사이 ‘가이‘라는 예명의 천사는 테이블 사이를 몇 번 누비며 서빙을 하고 있었다. 몇 번은 크리스의 시선이 그를 따라 돌아가다 아쉬운 눈빛으로 다시 돌아왔다. 햐.. 불러봐..! 조니가 나직하게 속삭였지만 크리스는 그런 불순한 의도로 그를 귀찮게 할 수 없다했다.
조니와 윌이 화장실을 간 사이 크리스는 정말 여기는 해바라기씨가 없는 것인지 메뉴판을 훑고 있었다. 견과류 보울. 지난번 시켰던 메뉴엔 없었으니 패스. 말고는 용의자로 볼 수 있는 메뉴가 단 하나도 없었다. 메뉴판을 덮으려던 찰나 누군가 앞에 있는 기척에 크리스는 고개를 들었다.
- 안녕하세요. 혹시 지난번에 이 앞 대학 축제에서 공연하신 분 아니에요?
‘천사‘ 소년이 제 앞에 서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 크리스에겐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였다 - 수줍은 듯 테이블과 크리스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걸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제대로 놀라지도 못한다고, 크리스는 멍한 상태로 여상하게 대답했다.
- 맞아요.
- 와! 우리 학교에 그렇게 멋진 밴드가 있는 줄 몰랐어요.
- ...
- 아, 혹시 재학생은 아니신가요? 죄송해요, 무대에 서셨길래 같은 학교인 줄 알았어요.
- ...같은.. 학교..?
- 전 2학년에이에요. 무대 너무 잘 봐서, 오늘 오신거 보고 인사하고 싶어서 왔어요. 친구분들 안 계실 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전 3학년이에요. 축제에서 연주한 곡은 그쪽을 보고 영감을 받아 쓴 노래에요. 저번에 왔는데 너무 아름다우셔서 저도 모르게 그만, 앗 저 사람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저도 살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전 크리스마틴입니다아니잠깐만가지말아봐요
- 그럼 더 방해 안 할게요. 좋은 시간 보내고 가세요.
여전히 쑥쓰러워 하는 기색의 남자가 몸을 돌려 가자마자 크리스는 자기가 입밖으로 아무런 대꾸도 없이 속으로만 주절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안돼 돌아와요!!!! 여전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절규를 속으로 삼키다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박았다.
같은 학교였다고?? 2학년?? 나보다 1살 어리잖아! 목소리도 너무 귀여워 진짜 천사야 뭐야!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쥐어뜯느라, 크리스는 멀어져가는 남자의 귀가 조금 붉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크마가이 붐은 온다
콜플밴


축제 당일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노래도 좋았고, 컨디션도 최상이었고, 반응도 최고였다. 공연 후 잔디밭에 앉아 과자 봉투를 까던 무리에게 다가와 ‘아까 무대하던 분들 아니에요? 저 완전 팬 됐어요!‘ 하고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허헝, 고마워요. 바보같이 웃는 크리스의 허벅지를 윌이 티가 나지 않게 쿡쿡 찔러댔다.
이제 어딜 가나 캠퍼스 학생들은 세 사람을 알아봤다. 따위의 하이틴 무비의 클리셰는 일어나지 않았다. 매일같이 재밌는 소문과 사건이 터지는 캠퍼스라 그런가 축제의 열기도 금방 사그러들었다. (시험 기간이라는 학생들의 임무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세 사람은 여전히 남들의 눈을 피해 합주를 맞춰봤고, 원래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더 띄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캠퍼스를 누볐다.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때 봤던 그 천사 ‘가이‘는 평범한 삶 속 크리스에게 터진 거대 폭죽이었다. 직원일까? 아르바이트? 나이는 어떻게 될까? 어려보였는데. 헉, 설마 미성년자? 애도 펍에서 알바가 되나?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몇번씩 혼자 떠올렸다. 그 날 자리에 없던 윌도 크리스기 쿡 찌르면 검은색 비니, 오똑한 콧날. 짙은 눈썹, 퍼피 아이, 예명은 가이. 라고 읊조릴 정도였다. 정 그러면 다시 찾아가! 윌이 다시 한 번 멱살을 잡을 기세로 쳐다봤다.
- 어, 여기... 맥주 세 잔이랑... 나쵸 주세요.
그래서 진짜 다시 찾아갔다. 이번엔 윌까지 합세하여 끌고갔다. 둘이 갔을 때 그닥 재미가 없었으니 셋이 가면 재밌을 거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크리스가 두 사람을 이끌었다. 조니는 윌이 쓸데없는 말을 했다며 투덜거렸다. 그때 이후 두번째로 입에 대는 맥주는 전보다 덜 텁텁했다.
- 앗, 저깄다.
맥주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주변을 휘휘 둘러보던 크리스가 급히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이유 없이 다른 두 사람도 크리스를 따라 몸을 숙였다.
- 오. 퍼피 아이.
- 완전 천사지? 그치?
- 그러네. 인기 많겠다.
-그러겠지?
언젠가 그 날처럼 다시 사랑에 빠진 눈을 한 크리스는 두 주먹을 턱에 괸 채, 그 날과 같은 포즈로 남자를 바라봤다. 너 그러다 스토커로 신고당한다. 이번엔 조니가 허벅지를 쿡쿡 찔렀다. 그러면 안되는데... 크리스가 축 쳐지며 자세를 바로했다.
그 뒤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가벼운 수다를 떨었다. 이번에 과제가 어쩌고, 시험 범위가 어쩌고, 학식이 어쩌고.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들의 대화였고, 그 사이 ‘가이‘라는 예명의 천사는 테이블 사이를 몇 번 누비며 서빙을 하고 있었다. 몇 번은 크리스의 시선이 그를 따라 돌아가다 아쉬운 눈빛으로 다시 돌아왔다. 햐.. 불러봐..! 조니가 나직하게 속삭였지만 크리스는 그런 불순한 의도로 그를 귀찮게 할 수 없다했다.
조니와 윌이 화장실을 간 사이 크리스는 정말 여기는 해바라기씨가 없는 것인지 메뉴판을 훑고 있었다. 견과류 보울. 지난번 시켰던 메뉴엔 없었으니 패스. 말고는 용의자로 볼 수 있는 메뉴가 단 하나도 없었다. 메뉴판을 덮으려던 찰나 누군가 앞에 있는 기척에 크리스는 고개를 들었다.
- 안녕하세요. 혹시 지난번에 이 앞 대학 축제에서 공연하신 분 아니에요?
‘천사‘ 소년이 제 앞에 서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 크리스에겐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였다 - 수줍은 듯 테이블과 크리스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걸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제대로 놀라지도 못한다고, 크리스는 멍한 상태로 여상하게 대답했다.
- 맞아요.
- 와! 우리 학교에 그렇게 멋진 밴드가 있는 줄 몰랐어요.
- ...
- 아, 혹시 재학생은 아니신가요? 죄송해요, 무대에 서셨길래 같은 학교인 줄 알았어요.
- ...같은.. 학교..?
- 전 2학년에이에요. 무대 너무 잘 봐서, 오늘 오신거 보고 인사하고 싶어서 왔어요. 친구분들 안 계실 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전 3학년이에요. 축제에서 연주한 곡은 그쪽을 보고 영감을 받아 쓴 노래에요. 저번에 왔는데 너무 아름다우셔서 저도 모르게 그만, 앗 저 사람 외모만 보고 판단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저도 살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전 크리스마틴입니다아니잠깐만가지말아봐요
- 그럼 더 방해 안 할게요. 좋은 시간 보내고 가세요.
여전히 쑥쓰러워 하는 기색의 남자가 몸을 돌려 가자마자 크리스는 자기가 입밖으로 아무런 대꾸도 없이 속으로만 주절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안돼 돌아와요!!!! 여전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절규를 속으로 삼키다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박았다.
같은 학교였다고?? 2학년?? 나보다 1살 어리잖아! 목소리도 너무 귀여워 진짜 천사야 뭐야!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쥐어뜯느라, 크리스는 멀어져가는 남자의 귀가 조금 붉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크마가이 붐은 온다
콜플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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