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그렇게 말하지.
아무리 천재적인 파일럿이라 한들, 아이스맨이 왜 그를 그렇게 싸고 도는 지 모르겠다고. 받은 훈장만 따져봐도 별 두 개는 족히 달아야 할 인간이 죽어도 진급은 안하고 대령 자리에 머무르며 포스타를 등에 업고 제멋대로 굴고 있어. 그러니 누군들 그를 좋게 볼 수 있겠어. 그럼에도 아이스맨은 늘 묵묵히 매버릭을 지켜 주었어. 사성 장군일 때에도. 사성 장군이 아닐 때에도.


왜, 아이스맨은 나였을까.
매버릭이 그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건 아니야. 그럴 때마다 아이스맨은 말했지. 난 네 친구로써 널 지키는 게 아니라, 네가 이 군에 꼭 필요한 파일럿이기 때문에 놓을 수 없는 거라고 말야. 그러면 매버릭은 언제나 힘을 내서 날아오르곤 했어. 날 믿어주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았거든. 아이스맨은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해 온 소중한 친구였고, 든든한 전우였으며 자랑스러운 윙맨이었어. 그리고, 그는 매버릭이 봐온 파일럿들 중 최고의 파일럿이었지. 그런 사람이 매버릭을 훌륭한 파일럿이라고 인정하고 있었어. 아이스맨은 사성 장군으로 진급했던 날에 이렇게 말했지. 너를 위해 이 자리까지 온 거라고. 


그러니, 매버릭은 언제나 아이스맨에게 보답하고 싶었어.

정작 아이스맨이 평생에 걸쳐 무엇을 원했던지 알지도 못하고.




왜 나는 항상 깨닫는 게 느린 걸까. 
매버릭은 아이스맨의 유품으로 그의 서재에 있던 액자를 받았어. 인도양 작전에서 함께 미그기를 격추시키고 항모에 내려왔던 때에 찍힌 사진이지. 그때 아이스맨과 매버릭은 처음으로 서로를 윙맨으로 받아들였어. 매버릭이 기억하는 친구로써의 아이스맨은, 이때부터가 시작이었지. 하지만 아이스맨의 장례식에서 만난 슬라이더는 이렇게 말해줬어. 아이스맨은 그 작전 이전에도, 늘 너를 걱정했다고.


그 말이 왜 그렇게 맴돌았던 건지. 매버릭은 아이스맨의 서재에 있던 액자를 격납고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두었어. 그리고 조용히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을 몇몇 꺼냈지. 최근 사진부터 아주 옛날 사진까지, 투병 중이던 아이스맨에서 젊은 아이스맨으로. 시간을 역으로 거슬러올라가는 사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건 딱 하나 있었지. 아이스맨은 언제나 매버릭을 보고 있었다는 거야.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다정한 눈빛으로 말야. 우습게도 매버릭의 눈앞을 가리던 어떤 것이 그제서야 툭 떨어졌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지. 매버릭은 느리게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어. 우습게도, 이제 와서야 매버릭은 보고 말았던 거야. 아이스맨이 단 한 순간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 매버릭이 돌아보지 않았던 어떤 것들을. 


아이스. 우리가 함께 한 36년 간, 너는 어떤 꿈을 꾸었어?



매버릭은 얼굴을 감싸쥐었어. 치미는 그리움에 몸이 떨렸어.

이제 그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


그 마음이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고 끝까지 침묵했던 사람과 그 마음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이 ㅂㄱㅅㄷ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