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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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4 04:43
((현실의 불륜, 바람, 기타등등은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함))
그냥 어딜 봐도 모난 데 없이 완벽하고 부모님 말씀에 거역한 적 한번 없는 이정환이 여행 갔다가 만난 윤대협한테 꽂혀서 약혼도 깨버리고 그러는 거 보고싶다...
처음부터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가 싫거나 그런 건 아니었음. 오히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같이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그래서 둘이 같이 해외여행도 가게 된 거임. 결혼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상태였고 서로 마음에 드는 두 성인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둘 다 와인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여행지에서 같이 즐길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을 예약한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을 거임.
날씨가 생각보다 흐린 탓인지 테이스팅 룸은 텅 비어 있었음. 처음에는 닫은 건가 생각했을 정도로 주변에 사람이 없었는데, 문에 오픈 표시가 붙은 걸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와인 잔을 닦고 있던 젊은 동양인 남자가 그를 맞았음.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2시에 테이스팅을 예약했는데요."
"아, 이정환 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남자는 첫눈에 보기에도 서글서글한 미남이었음. 캐주얼하지만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이 잘 어울리는. 이정환도 어디가서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남자는 그보다 5센치 정도는 더 큰 것 같았음. 뾰족하게 세운 머리 때문인지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음.
"어디서 오셨어요?"
"한국이요."
"멀리서 오셨네요. 그런데 하필 오늘 비 예보가 있어서..."
남자는 창가의 둥근 테이블로 정환과 약혼녀를 안내했음. 날씨 때문에 바깥 풍경이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미안하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음.
"참, 저는 대협입니다. 윤대협."
"한국 사람이세요?"
"네. 어릴 때 이민 왔어요."
대협은 약혼자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짧게 대답하고는 곧 첫 잔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비웠음.
"여기서 한국사람을 보게 되다니 신기하다, 그치."
"응, 그러네."
정환은 잔을 준비하는 대협을 보며 질문에 기계적으로 대답함. 윤대협은 이상하게 시선을 끄는 그런 사람이었음. 걸음걸이는차분했고, 목소리의 톤은 크게 튀는 거 없이 낮고 좋은 울림이 있었음. 마침 날아온 메일에 휴대폰에서 짧은 진동이라도 울리지 않았다면 이정환은 계속 윤대협을 보고 있었을 거임. 다행히도 그 메일 덕에 정환은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게 집중을 돌릴 수 있었음.
가벼운 화이트로 시작해 조금씩 묵직해지는 테이스팅 메뉴를 따라 내려가는 동안 정환은 평소보다 더 금방 술기운이 오르는 것을 눈치챘음. 아마 여행의 시차가 원인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상한 기분이었음. 와인을 가져와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윤대협을 보면서 자꾸만 얼굴이 뜨겁다는 생각이 들었음. 건너편에 앉은 약혼자도 비슷하게 술이 올랐는지 평소보다 조금 들뜬 것처럼 보였음.
이정환은 셔츠 목 쪽의 단추를 조금 느슨하게 푸른 채 와인잔을 가까이 들었음. 오크 배럴의 향과 진하고 달콤한 포도의 냄새, 그리고 발효된 알코올의 냄새가 났음. 지금 그가 마시는 와인에 대해 설명하던 대협과 정환의 시선이 마주쳤음. 순간이지만 정환은 대협의 눈이 그의 목과 그 아래로 떨어졌다가 바로 올라오는 것을 봤음. 그렇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는 설명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났음.
취기에 머리가 풀려버린 건지, 정환의 상상이 미친듯이 폭주하기 시작했음. 방금 그 눈길은 뭐였을까. 혼란스러운 기분이었음. 취했다고는 하지만 이정환은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음.
동성이란게 문제는 아니었음. 약혼자가 생기기 전까지 이성관계는 제법 가졌었고, 정식으로 사귀거나 관계를 맺은 건 아니지만 동성에게 고백을 받거나 일종의 썸을 타본 적도 여러번 있었음. 그렇지만 그는 항상 하나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른 하나를 맺는 편이었음. 만나는 상대-그것도 지금은 약혼까지 한-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넘어선 어떤 충동까지 느끼는 건 처음이었음.
결국 정환은 생각보다 너무 취했다는 이유를 들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음. 약혼자가 테이스팅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워하자 대협이 걱정말라는 듯이 말했음.
"내일 또 오시면 되죠."
"그래도 되나요?"
"서비스로 다른 것도 더 드릴게요. 편하게 오세요."
손님을 대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하는 말이었겠지만, 정환은 그 친절한 약속에서 어떤 구속감 같은 것을 느꼈음. 그게 자신의 발목을 잡아 안정적으로 항해하던 배 아래로 끌어내릴 닻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그때 이미 깨달았던 거였을 거임.
슬램덩크 정환대협
그냥 어딜 봐도 모난 데 없이 완벽하고 부모님 말씀에 거역한 적 한번 없는 이정환이 여행 갔다가 만난 윤대협한테 꽂혀서 약혼도 깨버리고 그러는 거 보고싶다...
처음부터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가 싫거나 그런 건 아니었음. 오히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같이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그래서 둘이 같이 해외여행도 가게 된 거임. 결혼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상태였고 서로 마음에 드는 두 성인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둘 다 와인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여행지에서 같이 즐길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을 예약한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을 거임.
날씨가 생각보다 흐린 탓인지 테이스팅 룸은 텅 비어 있었음. 처음에는 닫은 건가 생각했을 정도로 주변에 사람이 없었는데, 문에 오픈 표시가 붙은 걸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와인 잔을 닦고 있던 젊은 동양인 남자가 그를 맞았음.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2시에 테이스팅을 예약했는데요."
"아, 이정환 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남자는 첫눈에 보기에도 서글서글한 미남이었음. 캐주얼하지만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이 잘 어울리는. 이정환도 어디가서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남자는 그보다 5센치 정도는 더 큰 것 같았음. 뾰족하게 세운 머리 때문인지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음.
"어디서 오셨어요?"
"한국이요."
"멀리서 오셨네요. 그런데 하필 오늘 비 예보가 있어서..."
남자는 창가의 둥근 테이블로 정환과 약혼녀를 안내했음. 날씨 때문에 바깥 풍경이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미안하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음.
"참, 저는 대협입니다. 윤대협."
"한국 사람이세요?"
"네. 어릴 때 이민 왔어요."
대협은 약혼자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짧게 대답하고는 곧 첫 잔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비웠음.
"여기서 한국사람을 보게 되다니 신기하다, 그치."
"응, 그러네."
정환은 잔을 준비하는 대협을 보며 질문에 기계적으로 대답함. 윤대협은 이상하게 시선을 끄는 그런 사람이었음. 걸음걸이는차분했고, 목소리의 톤은 크게 튀는 거 없이 낮고 좋은 울림이 있었음. 마침 날아온 메일에 휴대폰에서 짧은 진동이라도 울리지 않았다면 이정환은 계속 윤대협을 보고 있었을 거임. 다행히도 그 메일 덕에 정환은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게 집중을 돌릴 수 있었음.
가벼운 화이트로 시작해 조금씩 묵직해지는 테이스팅 메뉴를 따라 내려가는 동안 정환은 평소보다 더 금방 술기운이 오르는 것을 눈치챘음. 아마 여행의 시차가 원인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상한 기분이었음. 와인을 가져와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윤대협을 보면서 자꾸만 얼굴이 뜨겁다는 생각이 들었음. 건너편에 앉은 약혼자도 비슷하게 술이 올랐는지 평소보다 조금 들뜬 것처럼 보였음.
이정환은 셔츠 목 쪽의 단추를 조금 느슨하게 푸른 채 와인잔을 가까이 들었음. 오크 배럴의 향과 진하고 달콤한 포도의 냄새, 그리고 발효된 알코올의 냄새가 났음. 지금 그가 마시는 와인에 대해 설명하던 대협과 정환의 시선이 마주쳤음. 순간이지만 정환은 대협의 눈이 그의 목과 그 아래로 떨어졌다가 바로 올라오는 것을 봤음. 그렇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는 설명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났음.
취기에 머리가 풀려버린 건지, 정환의 상상이 미친듯이 폭주하기 시작했음. 방금 그 눈길은 뭐였을까. 혼란스러운 기분이었음. 취했다고는 하지만 이정환은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음.
동성이란게 문제는 아니었음. 약혼자가 생기기 전까지 이성관계는 제법 가졌었고, 정식으로 사귀거나 관계를 맺은 건 아니지만 동성에게 고백을 받거나 일종의 썸을 타본 적도 여러번 있었음. 그렇지만 그는 항상 하나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른 하나를 맺는 편이었음. 만나는 상대-그것도 지금은 약혼까지 한-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넘어선 어떤 충동까지 느끼는 건 처음이었음.
결국 정환은 생각보다 너무 취했다는 이유를 들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음. 약혼자가 테이스팅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워하자 대협이 걱정말라는 듯이 말했음.
"내일 또 오시면 되죠."
"그래도 되나요?"
"서비스로 다른 것도 더 드릴게요. 편하게 오세요."
손님을 대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하는 말이었겠지만, 정환은 그 친절한 약속에서 어떤 구속감 같은 것을 느꼈음. 그게 자신의 발목을 잡아 안정적으로 항해하던 배 아래로 끌어내릴 닻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그때 이미 깨달았던 거였을 거임.
슬램덩크 정환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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