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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23:07
끝이 안 좋았던 만큼 보자마자 얼굴 구긴 태섭이가 먼저 지나가려는데 대만이가 팔 붙잡더니 이젠 인사도 안 하냐? 라고 함.


인사 할 사이 아니잖아요.
왜 아닌데? 선후배 사이잖아.


유난히 선후배에 힘을 주는 말에 태섭이가 실소를 터뜨림.


저는 그것도 싫어서요. 다시는 보지 말죠.


그러고 잡은 손을 거칠게 털어내는데 다시 한 번 붙잡는 손길에 이제는 인상을 쓰게 됨.


다시 안 보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서. 나는 니가 날 보면 꼭 인사해주면 좋겠는데.


웃으며 말하지만 이쪽도 인상이 꽤 사나움. 그렇다고 송태섭이 쫄겠냐? 오히려 더 빡치게만 만들겠지. 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서 다시 잡힌 손을 아까보다 세게 떼어놓고 가니까 두 번은 안 붙잡음. 그게 왜 거슬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사실 여태까지 정리되지 않은 마음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이건 다 짜증나는 정대만 때문이라고 책임전가하고 다시 돌아서 정대만한테 가는데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을 한 걸 보니까 진짜 짜증난다고 생각하며 적당히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췄음.


저한테 인사 받고 싶으시면 먼저 인사하세요. 그 정도는 받아드릴테니까요.


대답을 듣고 싶은 건 아니라 할 말만 하고 뒤돌아서 다시 갈 길 가려는데,


너 그 말 지켜라.


여섯음절 속에서 느껴지는 눈빛이 뒤통수로 단단히 꽂혀서 순간 가던 길을 멈출 뻔한 태섭이는 겨우 걸음을 내딛었음. 어차피 인사할 마음도 없을 거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어지러웠던 마음도 정리가 되었음. 정대만에 대한 마음은 아직 정리가 안됐지만 다시 만날 일은 없을테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태섭이의 인생에 갑작스레 정대만이 자주 나타날 거라는 건 태섭이가 예상하지 못 한 일이었음. 송태섭의 인생에서 정대만이란, 항상 불쑥 나타난 것도 모자라 무자비하게 쳐들어와서 자리를 잡는 사람이었는데 말임.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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