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끼리 모여서 시시콜콜한 잡담이나 나누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좋아보이는 오라이온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재즈가 그런 오라이온 발견하곤 무슨 일 있냐고 묻겠지. 그러자 오라이온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사귀는 메크가 생겼다고 말할 듯. 그 말 들은 순간 광부들 흐뭇 or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바뀜.
"결국 둘이 사귀는구나."
"진짜 오래 걸렸네."
"무슨 소리야?"
오라이온이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재즈는 그냥 오라이온 등 두들길 듯.
"아냐 축하해. 디한테도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디한테는 왜?"
오라이온은 여전히 어리둥절임. 그리고 이제 광부들도 어리둥절이겠지.
"디랑 사귀는 거 아니야?"
"뭐? 하하 무슨 말이야. 디는 친구야."
오라이온은 농담을 들은 것처럼 쾌활할게 웃었음. 광부들은 사색이 됨.
"너.. 이거 디랑 합의는 된 거야?"
"디랑 합의가 필요해?"
오라이온은 왜 자꾸 디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음. 광부들은 자기들끼리 긴급한 회의를 열어 이거 어떻게 하냐고 눈빛을 주고 받고 있겠지. 오라이온은 그러한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눈치임.
"이번에 만나게 된 앤데 진짜 좋은 메크야. 나중에 한번 데리고 올게."
"누굴?"
마침 돌아온 디가 오라이온에게 물었음. 오라이온은 반갑게 디를 맞이했지. 광부들은 오라이온의 입을 막거나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음.
"나 사귀는 메크가 생겼어! 사실 너한테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었는데.."
오라이온이 들떠서 종알종알 말하는 동안 디는 굳어서 움직이지 않을 듯. 가동이 정지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동도 없던 디는 한참 뒤에야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함.
"...잘됐네. 좋아보여서 나도.. 기쁘다.."
디는 힘내서 웃었음. 오라이온이 떠드는 내내 디의 어색함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끝까지 웃으면서 들어주고는 있겠지. 그 모습을 보는 광부들은 자기들이 눈물이 날 지경일 듯.
얼마 뒤 오라이온이 데려온 메크는 옆 구역의 코그리스 광부였음. 이름은 스모크스크린이었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디를 소개시켜준 오라이온은 둘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훈훈하게 바라봤음.
"네 얘기 많이 들었어! 나중에 같이 놀러가자!"
디의 손을 붕방방 흔든 스모크스크린은 오라이온과 함께 다른 메크들에게 인사하러 갔음. 둘이 멀어지는 모습을 여전히 그 미묘한 웃음으로 바라보고 있던 디는 엘리타에게 걷어차였음.
"왜 때려?!"
"뭘 웃고 앉았어! 다른 구역 놈한테 뺏기라고 우리가 그동안 너희 염병 참아준 줄 알아?!"
엘리타의 분노에 프라울이 매우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음. 디는 인상을 찌푸렸음.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나랑 팍스는 그냥 친구야."
엘리타가 속이 터져서 주먹을 불끈 쥐자 디는 움찔 물러났지. 그동안 스모크스크린을 소개받은 재즈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음.
"만나보니 나쁜 애는 아닌 거 같네."
"오라이온이 어디 가서 이상한 놈 만날 녀석은 아니지. 메크 보는 옵틱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럼 더 곤란하잖아. 둘을 어떻게 떨어뜨려 놓지?"
어느 새 다가온 사이드스와이프가 말함. 심각하게 수근대는 광부들을 보며 디는 어이가 없다.
"대체 너희 뭐하는 거야?"
"뭘하냐니. 넌 저걸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들어?"
또 어느 새 다가와 있던 썬스트리커가 디를 툭툭치며 어딘가를 가리켰지. 그쪽을 보니 스모크스크린이 오라이온의 허리에 양 팔을 감고 오라이온에게 폭 안겨있음. 애교라도 부리는 것처럼 오라이온의 가슴 위에 턱을 대고 오라이온을 올려다보면서. 오라이온은 그런 스모크스크린을 귀엽게 바라보며 쓰다듬고 있었고. 디는 스파크가 끓는 걸 느꼈음.
"...사귀는 사이인데 저 정도는 할 수도 있지."
디는 그 광경에서 간신히 시선을 떼며 말했음. 썬스트리커가 답답하다는 듯이 머리를 짚었음.
"저 정도가 끝이 아닐 거니까 문제지!"
"야 네가 오라이온 안 찾아오면 이건 너흴 배려해서 오라이온 안 자빠뜨리고 있던 다른 메크들에게 큰 모욕.."
디가 사이드스와이프를 살벌하게 노려봤음. 사이드스와이프는 냉큼 엘리타의 뒤로 몸을 숨겼지. 엘리타가 짜증을 내며 엎어쳤지만.
"무슨 착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상관 없어. 날마다 팍스가 어디서 또 사고칠까 신경쓰느라 피곤했는데 다행이지 뭐."
디는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를 당기며 팔짱을 꼈음. 광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지.
이래저래 걱정을 하긴 했지만 광부들은 내심 둘이 금방 깨지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음. 이쪽 구역에서도 디 정도나 되어야 감당하는 저 사고뭉치를 저 애송이가 견딜 수 있을까. 광부들은 갑자기 오라이온의 말썽력에 부심을 느끼며 둘의 이별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지.
하지만 스모크스크린도 저쪽 구역에서 만만치 않은 사고뭉치란 게 알려진 뒤 여론이 반전되었다. 어디서 뭘 했는지 둘 다 엉망이 된 채로 다크윙 손에 들려와선 서로를 바라보며 꺄르륵 웃고 있는 걸 보니 존나 천생연분인데? 싶어짐. 오라이온이 다쳤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달려왔던 디는 그 모습을 보곤 주춤대며 돌아섰을 거임. 스모크스크린과 웃고 있던 오라이온은 디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디를 불렀지만 디는 듣지 못했는지 코너를 돌아 사라졌음. 기운 없어 보이는 발걸음에 오라이온이 걱정하며 그쪽을 보고 있으니 스모크스크린이 빙그레 웃었음.
"가봐. 난 이제 내 구역으로 돌아갈게."
"하지만.."
"괜찮아. 친구랑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지."
스모크스크린은 오라이온의 입술에 가볍게 쪽 입맞추더니 손을 흔들 듯. 오라이온은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음. 그리고 디가 사라진 쪽으로 서둘러 달려갈 거임. 자연스럽게 오라이온과 첫키스 성공한 스모크스크린은 룰루랄라 자기 구역으로 돌아가겠지. 그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재즈는 감탄하는 중. 생각보다 강적이다.
"디! 기다려!"
오라이온은 급하게 달려온 덕에 디를 따라잡을 수 있었음. 하지만 마지막 코너를 돌다가 주르륵 미끄러져서 넘어질 듯. 디는 깜짝 놀라서 오라이온 일으켜주겠지.
"또 조심성 없이... 안 다쳤어?"
디는 습관처럼 물었다가 이미 상처투성이인 오라이온 상태를 보고 입을 다물겠지. 디가 자기 상태를 보며 살짝 화내고 있단 걸 알아차린 오라이온은 머쓱하게 웃었음.
"어디서 이렇게 다쳐온 거야. 걔는 뭘했길래."
디는 상처를 노려봤음. 내가 옆에 있었으면 이 지경은 아니었을 텐데. 중얼거리자 오라이온은 디의 손을 붙잡고 일어섰음.
"그러게. 너랑 있었으면 이렇게 안 다쳤겠지."
오라이온이 순순히 인정하자 디는 놀란 옵틱이 될 거임. 그리고 반으로 훅 접힐 듯. 알면서 왜 난 안 데려가. 그런 표정이었음. 오라이온은 동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느라 디의 표정을 발견하진 못했음.
"그럼 스모크스크린도 많이 안 다쳤을 거고. 네가 옆에 있는 게 너무 익숙해지긴 했나봐. 그래도 재밌었어."
오라이온은 환하게 웃을 듯. 디는 스파크가 아프기 시작할 거임. 디는 스파크의 고통을 애써 모른 척하며 일부러 표정을 구겼음.
"그녀석도 고생이겠네. 하필 너같은 말썽쟁이랑 사귀게 되어서."
"...그러게."
오라이온은 이번에도 순순히 인정했음. 살짝 시무룩해지긴 했지만.
최근의 오라이온은 옆구역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둘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건 오랜만이었음. 오라이온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내 뚱해있는 디를 조금씩 살피며 물었지.
"디. 무슨 일 있었어?"
"아무것도..."
"근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오라이온은 조심스럽게 디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디가 자신을 보게끔 끌어당겼음. 디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렸지만 오라이온 또한 집요한 탓에 힐끔 오라이온을 바라봤지. 한순간 시선이 마주치니 오라이온이 디의 뺨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대고 시선을 고정시켰음.
"무슨 고민 있으면 말해봐. 우린 친구잖아."
오라이온은 정말 순수하게 걱정만 가득한 옵틱이었지. 디는 스파크가 아려오는 걸 넘어서서 어째 화가 날 지경이었지만 감정을 꾹 눌러참았음.
"...질문이 하나 있는데."
"응?"
"그녀석이랑.. 왜... 사귀기로 했어..?"
오라이온은 우물쭈물 말하는 디를 보며 옵틱을 꿈뻑거렸음.
디는 한동안 넋이 나가있었지. 오라이온과 엮이지만 않으면 성실하고 사고 한번 안 치던 디 식스틴이 작업 중에 실수를 연발하니 관리자가 화를 내는 건 둘째치고 주변에선 착잡할 따름임. 정말 충격이 컸나봐. 광부들은 디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을 듯.
디는 오늘도 작업이 끝나자마자 저쪽 구역으로 넘어가는 오라이온을 퀭하게 바라봤지.
"그만 정신 차려. 광산에서 이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다같이 죽는 거야."
프라울이 따뜻한 위로를 건넸음. 그걸 위로라고 하냐며 광부들이 프라울과 투닥거리고 있을 때 디가 멍하니 중얼거릴 듯.
"팍스한테 물어봤어.. 걔랑 왜 사귀냐고.."
모두의 시선이 디에게 집중되겠지. 디의 노란 옵틱에 어째 물기가 서려보이는 건 착각일까.
"걔가 사귀자고 해서 사귄대..."
디는 죽을 것 같은 음성으로 말하며 헤드를 감싸쥐었음.
'뭐? 그럼 너한테 사귀자고 하는 애들이랑 다 사귀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 좋다니까 나도 좋고...'
그렇게 말하는 오라이온은 살짝 부끄러워 하고 있었지. 그때의 오라이온을 떠올리면 디는 왠지 모를 억울함으로 속이 답답해졌음. 고백만 하면.. 고백만 하면 된다고? 좋아한다고 해주면 너도 좋다고? 그럼... 그러면...
디는 어쩐지 완성할 수 없는 문장을 속으로 계속 반복하며 괴로워하겠지. 광부들은 측은할 따름이다.
아무튼 이런 거 보고 싶다ㅋㅋ 디오라 너무 그사세라 아무도 끼어들 생각 못하고 있는데 스뫀이라면 당당하게 직진할 수 있을 거 같음ㅋㅋ 심지어 오라이온이 디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어도..
디오라 스뫀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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