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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03:56
허니 비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는 지금 기분이 매우 나빴다.
기껏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는 졸업 직후 봉급조차 나오지 않는 자경단 따위에 속해 그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고, 그 결과 다른 동기들보다 오 년은 늦은 커리어를 가지게 되었다. 늦게나마 그 우수한 성적으로 치료사가 되었다 한들 머글태생 동양인 여자에게 성 뭉고 병원에서의 번듯한 직업이 주어질 리 없었으니 그 결과가 지금 그의 현위치, 그리고 기분이 나쁜 이유인 것이다.
마법사들의 감옥 아즈카반. 이곳에서 그가 맡은 일은 이 곳에서 죄수들의 건강을 확인해 '죽지 않을 정도의' 처치만을 해 두는 것이었다. 디멘터들은 여전히 배고팠고, 그들의 먹이는 시체 따위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이었으므로. 뼈가 부러진 것도, 혀를 깨물다가 실패해 벙어리가 된 것도 신경쓸 필요 없이 그저 정말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약물만을 처방하는 쉽고 간편하며 보람도, 만족도 없는 일.
아마 영국 마법사 사회에서 가장 우울한 장소라고 불러도 무방할 감옥 같은 -감옥 같은게 아니라 정말 감옥이지만- 곳에서 허니는 그저 빨리 벗어날 생각 뿐이었다. 빨리,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이 습하고 어둡고 추운 곳을 벗어나 집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푹 쉬는 거야.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다정한 상상의 나래에 빠진 허니는 재빠르게 일을 마쳤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그의 감시 겸 호위 역을 하는 관리자 A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를 따라 나갔다.
그리고 몇 층을 내려갔을 때였을까.
"...허니?"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그리고 기억속의 것과는 많이 다른 목소리.
그의 하루를 최악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선언하는 목소리.
허니 비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았고, 그 곳에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리우스 블랙, 최악의 배신자이자 이전의 동지, 친구, 그리고 한때는 그가 --했던 남자가. 그는 재빨리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옮겨 멀어지려고 시도했다.
"허니, 나야, 시리우스. 잠시만, 내 이야기를 한 번만 들어줘! 허니, 허니!"
울려퍼지는 남자의 절규 소리와 철컹이는 철창소리.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소리중 하나였으리라 장담할 수 있었다. 허니는 그저 귀를 막고는 지나가려는 작정이었지만.
"제발, 가지 마..."
"..."
그 한 마디가 뭐라고.
그 힘없는 한 마디가 뭐라고.
그저 지나쳤으면 그만이었을텐데, 어째서인지 허니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A씨. 저 죄수,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잠시 대화를 나눠도 될까요? 아뇨,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창 너머로만 대화할거고 저 자는 지팡이도 없는 걸요... 네. 금방 이야기 나눈 후 뒤따라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니 비는 A를 먼저 돌려보낸 후 시리우스의 철창 앞으로 다가가 가증스러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감과 고통, 괴로움과 동시에 반가움과 행복감이 묻어 있었는데, 그것은 허니의 속을 뒤집어 두기는 충분했을 것이다.
"...허니. 나야. 시리우스, 패드풋..."
"알고 있어, 블랙."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한 쪽의 시선은 '노려보는'이 더 적합한 표현이겠으나- 사이 어색하다 못해 싸늘한 정적이 흐르고, 그것을 견디지 못한 것은 허니 비 쪽이었다.
"...날 부른 이유가 뭐야?"
"...내가 아니야."
허. 허니 비는 어이없다는듯 입꼬리를 간신히 올려 얼굴에 웃음기를 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라리 네가 잘못을 빌었다면 이것보다는 나았을 거야. 난 가볼게."
"정말이야. 피터 패티그루, 웜테일이 배신자야. 그가 도망쳤다고. 내가 아니야. 내가...!"
"너는 끝까지. 정말 끝까지 내 친구를 모욕하는구나!"
시리우스의 말에 발걸음을 멈춘 허니는 그만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피터 패티그루와 허니 비는 친구였다. 피터가 마루더즈와 함께 있지 않을 때에는, 아니, 마루더즈와 함께 있을 때에도 그는 꽤 오랜 시간을 허니 비와 늘 함께 보냈다. 아마 시리우스 블랙이 피터를 살해하지만 않았더라도 당장 오늘 저녁에 만나 꿀술이라도 한 잔 하자며 약속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허니 비는 가볍게 이를 갈고는 격양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가 아니라고? 웃기지도 않은 소리 마. 네가 죽였어. 웜테일은, 피터는 네 손에 죽었다고! 그래놓고 뻔뻔스럽게 죄를 그 애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해? 네가, 네가 어떻게 감히. 네가..."
수많은 절규들 사이 허니 비의 것이 자연스레 섞여 들어간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참담한 얼굴으로 그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는 시리우스 블랙에게 모든 것을 쏟아낸 후에야 허니 비는 더욱더 끔찍한 현실에 직면했다. 아즈카반 수용자들의 건강 검진은 한 달에 한 번씩. 이번 달에는 최상층에서 중간층까지, 다음 달에는 중간층에서 최하층까지. 그리고 다음 아즈카반 담당자도 아마 허니 비, 그 자신. 그렇다는 말은, 그는... 한 달 후에 또다시 저 뻔뻔스러운 낯짝을 마주해야만 했다. 심지어 그 때에는 그의 건강을 확인하기까지 해야 했고, 그 사실에 도달하자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다음 달에는 아는 척 하지 마, 역겨우니까. 간다."
그렇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았고, 결코 돌아보지 않았다. 혐오와 경멸을 제외하면 일말의 감정조차 담기지 않은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벌어져만 가는 허니 비의 모습을 시리우스 블랙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충 이런거... 보고싶음
시리우스너붕붕
해포너붕붕
아니,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는 지금 기분이 매우 나빴다.
기껏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는 졸업 직후 봉급조차 나오지 않는 자경단 따위에 속해 그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고, 그 결과 다른 동기들보다 오 년은 늦은 커리어를 가지게 되었다. 늦게나마 그 우수한 성적으로 치료사가 되었다 한들 머글태생 동양인 여자에게 성 뭉고 병원에서의 번듯한 직업이 주어질 리 없었으니 그 결과가 지금 그의 현위치, 그리고 기분이 나쁜 이유인 것이다.
마법사들의 감옥 아즈카반. 이곳에서 그가 맡은 일은 이 곳에서 죄수들의 건강을 확인해 '죽지 않을 정도의' 처치만을 해 두는 것이었다. 디멘터들은 여전히 배고팠고, 그들의 먹이는 시체 따위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이었으므로. 뼈가 부러진 것도, 혀를 깨물다가 실패해 벙어리가 된 것도 신경쓸 필요 없이 그저 정말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약물만을 처방하는 쉽고 간편하며 보람도, 만족도 없는 일.
아마 영국 마법사 사회에서 가장 우울한 장소라고 불러도 무방할 감옥 같은 -감옥 같은게 아니라 정말 감옥이지만- 곳에서 허니는 그저 빨리 벗어날 생각 뿐이었다. 빨리,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이 습하고 어둡고 추운 곳을 벗어나 집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푹 쉬는 거야.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다정한 상상의 나래에 빠진 허니는 재빠르게 일을 마쳤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그의 감시 겸 호위 역을 하는 관리자 A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를 따라 나갔다.
그리고 몇 층을 내려갔을 때였을까.
"...허니?"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그리고 기억속의 것과는 많이 다른 목소리.
그의 하루를 최악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선언하는 목소리.
허니 비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았고, 그 곳에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리우스 블랙, 최악의 배신자이자 이전의 동지, 친구, 그리고 한때는 그가 --했던 남자가. 그는 재빨리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옮겨 멀어지려고 시도했다.
"허니, 나야, 시리우스. 잠시만, 내 이야기를 한 번만 들어줘! 허니, 허니!"
울려퍼지는 남자의 절규 소리와 철컹이는 철창소리.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소리중 하나였으리라 장담할 수 있었다. 허니는 그저 귀를 막고는 지나가려는 작정이었지만.
"제발, 가지 마..."
"..."
그 한 마디가 뭐라고.
그 힘없는 한 마디가 뭐라고.
그저 지나쳤으면 그만이었을텐데, 어째서인지 허니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A씨. 저 죄수,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잠시 대화를 나눠도 될까요? 아뇨,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창 너머로만 대화할거고 저 자는 지팡이도 없는 걸요... 네. 금방 이야기 나눈 후 뒤따라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니 비는 A를 먼저 돌려보낸 후 시리우스의 철창 앞으로 다가가 가증스러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감과 고통, 괴로움과 동시에 반가움과 행복감이 묻어 있었는데, 그것은 허니의 속을 뒤집어 두기는 충분했을 것이다.
"...허니. 나야. 시리우스, 패드풋..."
"알고 있어, 블랙."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한 쪽의 시선은 '노려보는'이 더 적합한 표현이겠으나- 사이 어색하다 못해 싸늘한 정적이 흐르고, 그것을 견디지 못한 것은 허니 비 쪽이었다.
"...날 부른 이유가 뭐야?"
"...내가 아니야."
허. 허니 비는 어이없다는듯 입꼬리를 간신히 올려 얼굴에 웃음기를 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라리 네가 잘못을 빌었다면 이것보다는 나았을 거야. 난 가볼게."
"정말이야. 피터 패티그루, 웜테일이 배신자야. 그가 도망쳤다고. 내가 아니야. 내가...!"
"너는 끝까지. 정말 끝까지 내 친구를 모욕하는구나!"
시리우스의 말에 발걸음을 멈춘 허니는 그만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피터 패티그루와 허니 비는 친구였다. 피터가 마루더즈와 함께 있지 않을 때에는, 아니, 마루더즈와 함께 있을 때에도 그는 꽤 오랜 시간을 허니 비와 늘 함께 보냈다. 아마 시리우스 블랙이 피터를 살해하지만 않았더라도 당장 오늘 저녁에 만나 꿀술이라도 한 잔 하자며 약속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허니 비는 가볍게 이를 갈고는 격양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가 아니라고? 웃기지도 않은 소리 마. 네가 죽였어. 웜테일은, 피터는 네 손에 죽었다고! 그래놓고 뻔뻔스럽게 죄를 그 애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해? 네가, 네가 어떻게 감히. 네가..."
수많은 절규들 사이 허니 비의 것이 자연스레 섞여 들어간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참담한 얼굴으로 그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는 시리우스 블랙에게 모든 것을 쏟아낸 후에야 허니 비는 더욱더 끔찍한 현실에 직면했다. 아즈카반 수용자들의 건강 검진은 한 달에 한 번씩. 이번 달에는 최상층에서 중간층까지, 다음 달에는 중간층에서 최하층까지. 그리고 다음 아즈카반 담당자도 아마 허니 비, 그 자신. 그렇다는 말은, 그는... 한 달 후에 또다시 저 뻔뻔스러운 낯짝을 마주해야만 했다. 심지어 그 때에는 그의 건강을 확인하기까지 해야 했고, 그 사실에 도달하자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다음 달에는 아는 척 하지 마, 역겨우니까. 간다."
그렇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았고, 결코 돌아보지 않았다. 혐오와 경멸을 제외하면 일말의 감정조차 담기지 않은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벌어져만 가는 허니 비의 모습을 시리우스 블랙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충 이런거... 보고싶음
시리우스너붕붕
해포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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