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272
2024.11.23 00:48

센티넬버스au 판석백호 백호른ㅈㅇ
1 https://hygall.com/609204035
2 https://hygall.com/609529963
3 https://hygall.com/609749180
4 https://hygall.com/610032063
5 https://hygall.com/610632511
6 https://hygall.com/611241092
7 https://hygall.com/611912992



너 때문에 내 수명이 준다, 줄어. 대만의 잔소리에 백호가 멋쩍게 웃으며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장갑을 주워 털었다. 백호가 장갑을 내밀자 대만이 길게 한숨을 쉬며 장갑을 꼈다. 폭풍같던 모래폭풍은 지나갔지만 단단한 지반층에 자리잡은 이들의 얼굴엔 가까스로 스쳐지나간 죽음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백호는 몸을 털고 있어나 처참하리만치 무너진 모래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가파른 굴곡으로 떨어지는 모래구멍은 거대하고 시커먼 아가리를 열고 있었다. 백호는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 그 어둠속을 샅샅히 살폈다. 생존자는? 태섭이 다가와 물었다. 백호는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 보이는건 열하나, 아니 열둘. 더 있을수도 있겠어. 움직임이 전혀 없는 이들도 있었지만 백호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태섭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은? 백호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엔 없어. 백호는 고개를 들고 멀게 시야를 돌렸지만 더이상의 말은 없었다. 태섭은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부대를 휩쓴건 기습이 아닌 괴물의 지하둥지가 원흉으로 약해진 지반이 마치 싱크홀처럼 내려앉은 것이었다. 둥지를 지키기위한 이 개체의 특이한 트랩으로 예상은했지만 그 이상으로 규모가 무시무시했다. 이런 녀석이 쉘터근처에라도 둥지를 튼다면 그땐 대규모의 사상자가 나올게 뻔했다. 움직일수 있겠어? 백호는 전투가능한 센티넬들을 힐끔 훑어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태섭과 백호가 잠시 눈빛을 주고 받았다. 태섭은 백호의 능력한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직접 훈련시켰고 한계를 실험했으니까. 그리고 그렇기에 백호의 강함을 믿었다.

이 대규모 소탕작전의 가장 우선 순위는 둥지 깊숙히 자리하고 있을 고치방을 찾아 알을 파괴하는데 있다. 성체로 자라 둥지를 짓기전에 확실히 사살하는게 먼저였고 가능하다면 성체까지 멸살한다. 허나 알을 지키는 괴물을 상대하는것은 쉽지 않다. 진화의 최우선은 번식이었고 괴물들의 종족유지 본능은 굉장했다. 특히 알을 지키는 암컷개체는 결코 손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렇기에 성체가 없는 빈 둥지야말로 알을 없애기에 알맞는 타이밍이지만 문제는 놈들의 둥지가 수십미터의 불빛하나없는 어둠속인데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여러갈래 땅굴속에서 둥지방을 찾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백호라면 충분히 혼자 움직일수 있다. 태섭은 알았지만 홀로 백호를 보내는 것에 망설이고 있었다.

온신경을 곤두세우고 어둠속 땅꿀을 파헤쳐 돌아다니는건 아무리 대단한 센티넬일지라도 신경을 갈가먹게 만든다. 분명 한계에 다다를 것이고 잘못하면 폭주로 이어진다. 백호의 움직임을 좇아갈 가이드도 심지어 센티넬도 없다. 태섭이 가진 속도도 발을 묶어놓는 모래속에선 무용지물이었다. 15분. 태섭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가 온 신경을 열고 힘을 방출했을때의 한계야. 몸이 무너지는 감각 기억하지? 태섭의 말에 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섭은 잠시 망설였다. 믿음과는 모순되는 감정이었지만 태섭은 이를 악물었다. 망설였을지언정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태섭의 오른손이 백호의 어깨를 붙잡았다.

고치를 찾아. 여기는 생존자 구출하고 정비해놓겠어. 알을 파괴한다면 좋지만 괴물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그게 우선순위일 필욘없어. 귀환이 우선이야. 올라오자마자 바로 대만선배에게로 가. 백호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아끼면서도 절벽아래로 떨어뜨려야하는 태섭에게 보이는 자신만만한 미소였다. 백호는 아머툴에 부착된 타이머를 조작했다. 15분을 설정하고 가볍게 숨을 골랐다. 태섭과 백호가 꽤 오랫동안 모래절벽 끝자락에서있는걸 의아하게 응시하던 대만의 표정이 단박에 구겨졌다. 대만은 다급한 표정으로 둘에게로 향했고 백호는 가볍게 태섭을 향해 경례를 붙인다음 절벽 아래 시커멓게 검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저 미친새끼가! 대만이 백호를 쫓아 구멍안으로 달려들려는 것을 태섭이 막았다. 놔! 선배는 못가요! 놓으라니까! 애를 왜 저기 혼자보내는 거야, 너 미쳤어? 정대만! 태섭의 날카로운 일갈에 대만이 우뚝 멈췄다. 멍청하게 굴지마요! 선배가 아무리 구르고 구른 군인이라도 가이드는 센티넬을 쫓아갈수 없어요! 저 안에서 선배는 단 1분도 못버텨요! 태섭의 말은 잔인한 사실이었다. 대만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넋을 잃었다. 그렇다고 백호 혼자. 백호가 얼마나 강한지 봐왔잖아요. 길게도 아니에요. 15분안에 알집을 찾고 돌아올거에요. 우리는 그 사이 생존자들을. 태섭이 말을 멈췄다. 허물어진 표정으로 검은 구멍안을 바라보던 대만이 고개를 돌렸다. 신병, 아니 김판석이 절벽끝에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백호는 어둠속에서 달렸다. 모든 신경을 바짝 세우고 발을 디딜수있는 모든것을 밟고 속도를 붙여 뛰어올랐다. 잔뜩 확장된 동공은 어둠속의 윤관을 잡아채어 길을 찾았다. 시체가 보였고 간혹 가느다른 숨소리도 들렸다. 그것은 발길을 붙잡았지만 백호는 이를 악물고서 전진했다. 백호는 태섭을 믿었다. 살아만있다면 태섭이 그들을 구할 것이다. 백호의 임무는 생존자의 구출이 아닌 고치를, 알을 찾는 것이었다. 자랑하던 시야가 이곳에선 형편없었기에 백호는 후각에 더 집중했다. 깊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모래에서 습한 냄새가 묻어난다. 그리고 괴물의 체취가 섞여있다. 고약한 누린내에 두통이 밀려왔지만 백호는 숨을 고르며 냄새의 흔적을 쫓았다. 누린내가 진해지고 공기가 무거워지는 지점. 땅은 질척해지고 공기는 희박해져간다. 발이 무거워지고 속도가 떨어지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백호는 달렸고 걸었고 종국엔 바닥을 기어야했다. 움직일수 있는 길은 제한적이고 형편없었다. 질척한 모래는 진흙처럼 몸에 엉겨들어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었다. 몇분이 지났지? 타이머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무거운 몸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시야론 보이지도 않을테다. 알람이 울린다면 지체없이 뒤돌아야했다. 좁아드는 모랫속을 손으로 후벼파며 백호는 전진했다. 체취는 분명 진해지고 있었다. 대체 알은 어디에 있는거야! 흐트러져 굴러다니는 모래알맹이들이 시끄럽다. 냄새는 묵직하게 코점막을 할퀴는 것같고 안구는 뜨거웠다. 피부를 스치는 옷감이 거슬리다. 머리가 아팠다. 숨이 막힌다. 짜증과 화가 몰아치고 숨이 가빠졌다. 알이고 괴물이고 나발이고 눈앞에 있다면 맨손으로 찣어버릴테다. 어? 사납게 눈앞의 흙을 후벼파던 백호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무언가 백호의 발목을 낚아챘다.


 
[Code: 7d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