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11501549
view 95
2024.11.16 19:43
그냥ㅃ글 ㄴㅈㅈㅇ

본즈는 솔직히 말해 자신한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함. 커크한테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본인은 그 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혼남일뿐임. 남들 시선에서도, 본인 입장에서도 이게 맞지 않은건 분명함. 그냥 다 내려놓고 '함장과 의사 선생님' 정도의 관계로만 지내려고 함. 그렇게 항상 다짐은! 함. 머릿속으로 다짐만 함. 오늘도 모브 크루가 커크한테 “캡틴~ 이거 좀 봐주세요!” 하면서 가까이 다가가는 거 보는데, 본즈 머릿속에서 뭔가 툭 하고 끊기는 느낌이 듦. 쟤는 젊고, 귀엽고, 싱글이고... 그걸 다 알고 있는 본즈는 뭐랄까, 미묘하게 짜증이 남. 분명 커크에게 사적인 관심이 있다는게 본인한텐 느껴짐. 동족을 알아보는거지.

웃긴고 구차한것도 앎. 커크 짝으로 자기는 아닌데 정말 아닌데, 커크는 다른 좋은 누군가를 만나 정착할 자격이 있는데... 그런데 누가 커크한테 이렇게 들러붙으면 바로 저지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불쑥 나옴.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차트 던지고 커크한테 “짐, 나랑 좀 얘기 좀 해” 이러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도 저지르고 아 젠장 싶긴 한데 멈출 수가 없었음.

커크는 먼저 자신을 부른 크루를 저지하고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돌려 멀뚱멀뚱 바라봄. “뭐야, 본즈?” 하는데, 그 말투에 또 약간 심장이 내려앉음. 이게 다정한 건지, 아니면 걍 본즈라서 편하게 대하는 건지 모르겠음. 근데 본즈는 그게 상관없음. 지금 당장 커크가 자기 쪽으로 와준 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풀림. 모브 크루는 어딘가 억울 속상해 하며 벙쪄있음. 크루가 따라 오려는걸 장교급 리포트라 곤란하다고 하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유치함. 이미 목이 뜨거워짐. 거기다 의무실로 커크 끌고 와서는 본즈도 막상 할 말이 없음ㅋㅋㅋㅋ 무슨 일이냐고 정말 급한 일이 맞냐고 다시 묻는 커크한테 "숨 좀 돌리면서 하라고. 조금 쉬다가 나가” 라고 그럴듯하게 변명을함. 커크는 또 도로 표정이 밝아지며 믿음직스럽다는듯 고개 끄덕임. “알겠어, 고마워, 본즈.” 이런 식으로. 그 말 들으면서 본즈 속으로 ‘고맙긴 개뿔’ 생각하겠지. 지금 자신은 스스로한테 욕이나 하고싶은 심정인데.

그리고 커크가 나가고 나서 본즈는 의무실에서 혼자 멍하게 앉아 있는데 진짜 한숨이 확 나옴. 데스크에 이마를 소리 나게 박음. 이건 상당히 아플게 분명하겠지.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하고 생각하는데, 이게 참... 머리로는 다 아는데 마음이 그걸 못 따라감. 그냥 너무 고되서 누가 강제로 끝내주길 바람.

한참 그러고 있는데 커크가 또 호출해라. “본즈, 브릿지로 와 줄래?” 이러는데, 이게 또 이상하게 기분을 낫게함. 커크는 그냥 일 때문에 부른 거겠지만, 본즈는 ‘쟤가 나를 필요로 한다잖아’ 하는 생각에 조금 위로받는거. 진짜 스스로 한심하다 싶으면서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서 브릿지로 향함.
가는 길에 혼잣말로 “병신 같아, 진짜” 하고 피식 웃는 본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