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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7 21:12

센티넬버스au 판석백호 백호른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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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핵전쟁과 자원싸움으로 지구가 황폐한 사막행성으로 거듭났을때 인류는 새로운 적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들의 시초는 알수없으나 아마 운석따위로 흘러 넘어온 오염체가 지구환경에 적응하여 빠르게 진화한것으로 추측했다. 그것의 진화는 경의로운 수준이다. 토착인류조차 버티지 못하는 환경에서 그것들은 빠르게 분열하고 적응해 신체를 진화하며 괴물이 되었다. 순식간에 생태계 먹이사슬이 바뀌었고 이제는 인류가 이방인이 되었다. 괴물들의 수는 갈수록 늘어만가고 얄팍한 환경에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인류는 멸종직전이 되었을때서야 현실을 자각하고 집결했다. 멸종이라는 벼랑끝의 위기에 다 달아서야 문명이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저들만의 전쟁을 종료하고 새로운 적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쉽지 않았다. 이미 절반의 인간이 죽어나간 세계에서 근원도 모를 비상식적인 개체, 괴물과의 첫 전투에 다시 절반을 잃었고 또 다시 절반. 최후의 최후까지 발악으로 버텼던 전쟁은 겨우 서막에 불과했다. 그렇게 길고긴 전쟁이 이어졌다. 인간은 끈질기게 생존했다. 시간은 인간의 편이 아니었다. 괴물들의 빠른 적응력과 진화는 어떠한 해부와 연구로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과연 인류는 과거의 화석으로 멸종될 운명인가. 생태계의 흐름에서 포식자였던 인류가 도퇴되어 가고 있단 사실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던 시점에서 전세가 바뀌게된 계기가 생겼다. 인류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퍽. 백호는 망설임없는 발길질로 거머리의 알들을 깨부수었다. 다양한 형태의 크로테스한 생김새를 자랑하는 괴물들 중 거머리개체는 모양새만 거머리이지 크기는 성인남성의 두배는 되어 인간의 머리부터 삼켜서 체액을 빨아먹었다. 일단 물렸다하면 마비독까지 있어 산채로 자신의 내장이 녹아 빨리는걸 경험하며 서서히 죽어야했다. 유독 질이 나쁜 개체였고 번식력도 엄청나서 성체를 죽였을시 주변의 둥지까지 싹 뒤져 알을 처리해놓지 않으면 개체수 자체를 줄이는게 어려웠다. 끈적하고 기분나쁜 체액이 군화에 엉겨붙은 것은 적잖은 불쾌감을 주었다. 이쪽은 정리 끝났어. 백호가 무기를 갈무리하고 무전을 하자 동시 연결된 주파수로 연이은 대답이 들려왔다.

오늘 밥은 다 먹었다. 호흡기가 연결된 헬멧을 착용했음에도 스며드는 악취에 누군가 불평을 쏟았다. 대부분 오감이 기이하게 발달한 전투형 타입들이니 당연했다. 백호도 그 중 하나였지만 그렇다고 식사를 빼먹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감가지 못할 얘기들은 흘려버리고 백호는 차분히 전방을 응시했다. 동공이 확장되고 지나치리만치 과한 시각정보를 담는다. 풀한포기 없는 메마른 땅에 숨죽여있는 괴물체들이 눈에 띄었지만 거리탓인지 공격기세는 없었다. 백호는 눈을 깜빡이며 과도하게 열이 오르는 안구를 식혔다. 큰 부상자도 없었고 정해진 구역내의 괴물처리도 완수했다. 별탈없이 완료된 임무에 백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우웨엑. 누군가 다급히 헬멧을 벗으며 구토를 쏟아냈다. 흰색 완장, 신입이다. 첫임무 자체가 혹독한 신고식이었는지 방사능에 얼굴이 발갛게 익어도 신입은 구토를 멈추지 못했다. 공용 통신에서 짖궂게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젖이나 더 먹고오라는 다소 과격한 놀림이 이어지던 중, 신입의 귀에 부착된 피어스가 노란 색으로 깜빡였다. 저런. 갑자기 소리가 사라졌다. 백호가 다가가려하자 태섭이 손을 들어 저지하고 대만이 허리를 피지도 못하는 신입에게로 움직였다. 대만이 장갑을 벗고 꺽꺽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신입의 목덜미를 눌렀다. 깜빡이는 노란불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통신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어이없게도 최단시간 신병 폭주를 걸고 내기를 벌였인 모양이다.

기가 막힌 것은 그 내기 공모자중에 태섭과 대만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 목숨가지고. 백호가 엄벌로 두 사람 옆구리를 주먹으로 찔렀다. 힘조절은 했어도 타격은 있었을텐데 두사람은 옆구리를 부여잡고도 속없이 웃어댔다. 아무래도 이기는 쪽이었는 모양이다. 매정한 선배들은 두고볼것도 없이 백호는 신병을 부축하려했다. 헌데 정수리까지 그림자를 지게 만드는 거대한 덩치가 백호를 가로막았다. 백호가 주춤하는 사이 통신에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거슬리게 굴지마. 평이한 어조였으나 듣는 이로 하여금 위축하게 만드는 위압감이 있었다. 끅끅 대던 신병이 엉망인 얼굴을 제대로 추스리지도 못하고 다급히 헬멧을 썼고 백호를 가로막았던 신병은 대수롭지 않게 한발짝 물러섰다. 짙게 선팅된 쉴드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백호는 그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았다.

이름은 김판석. 드물게 지원입대한 케이스다. 쉘터는 분명 안전하고 정부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군을 관리했지만 백호를 포함하여 대부분은 능력이 발화함과 동시에 강제 입소했다. 그 덩치에 가이드라니. 임무 직후 붐볐던 공용샤워실을 과감히 생략하고 식사를 선택했던 대만과 태섭, 백호는 꽤 쾌적하게 비어있는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태섭의 말에 백호도 판석의 덩치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센티넬과 가이드는 공격과 수비형태로 나뉘어서인지 체격차가 제법 분명했다. 물론 가이드라고 모두 덩치가 작은게 아니라지만 판석은 유독 도드라졌다. 생김새를 보면 백퍼센트 공격형 센티넬인데 말이야. 대만이 거품을 내며 장난스럽게 맞장구쳤다. 자자, 이리와. 강백호. 대만이 거품을 잔뜩 들고 백호를 불렀다.

백호는 얌전히 거품칠을 도와주는 대만의 손길을 받았다. 입소초기부터 대만은 유독 백호를 친동생처럼 챙겨주어왔다. 일단 백호가 최연소로 강제 입소한 어린소년병이란것도 있었고 가이드로써의 특성까지 더해져 백호를 꼭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대하듯했다. 어미새가 따로 없구만. 태섭이 그 모습을 보고 놀렸다. 저래도 태섭또한 대만과 다를게 없었다. 살갗의 접촉으로 백호의 안정된 파장을 확인한 대만은 콧숨을 쉬며 거품을 잔뜩 머금은 빨간머리위로 물을 끼얹어주었다. 거품이 눈에 들어갈까 눈을 꼭 감고있던 백호가 태섭과 대만이 지나치게 조용하게 굴자 슬그머니 눈한짝을 떴다. 대만과 태섭이 질린 표정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곳에서 판석이 대수롭지 않게 샤워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