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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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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ㄴㅈㅈㅇ
ㅇㅌㅈㅇ





태황태후가 불경을 읽다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더니 혀를 쯧쯧 찼음. 황제에게 서비를 귀비로 진봉시키는게 어떠하냐고 했더니 서비가 황자를 출산하게 되면 그때 생각해보겠다고 에둘러 거절한게 못마땅하고 또 괘씸했거든. 황귀태비가 옆자리에 앉아 영견에 자수를 놓다가 몹시 의아한듯 태황태후를 쳐다보았음. 황귀태비가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으셨냐고 묻기 무섭게 태황태후가 연귀비 고것이 유순한줄로만 알았더니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험담을 하기 시작함. 자신이 태후에게 모질게 군것이 하루이틀도 아닌데 갑자기 태후를 위해 그런 어줍잖은 행동을 했다는것이 황당하고 아랫것들 앞에서 우스운 꼴이 되서 화가 난 상태였어. 황귀태비가 자초지종을 듣더니 연귀비가 정말 몸이 좋지 않아서 그랬을거라고 노여움을 푸시라고 말함. 그 말에 태황태후가 다탁을 쾅하고 내리치며 몸이 좋지 않긴! 태후의 환심을 사려고 잔꾀를 부린게지! 지기의 피붙이라 오냐오냐해주었더니 주제도 모르고 감히 후궁 따위가 애가를 이렇게 업신여긴단 말이냐! 하고 소리를 버럭 지름. 황귀태비가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효성이 지극하고 품행이 방정한 연귀비가 고모님을 업신여기고 태후의 편을 들리가 없다며 손을 붙잡음. 그리고 연귀비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계집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거라고 하자 태황태후가 화가 조금 누그러졌는지 한숨을 길게 내쉼. 태황태후는 입궁을 한 이후로 줄곧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해서 다른 비빈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 매사에 행동거지를 조심해도 모자랄진대 어찌 이리 경거망동하냐고 쯧쯧 혀를 찼어. 그러더니 자신이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본 모양이라고 연귀비는 모의천하가 될 자질이 없다고 딱 잘라서 말하겠지. 내명부 세력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한 사람이 황제의 성총을 독차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근시일내로 새로운 후궁을 간택해야겠다고 함.









그 시각 태후는 침상에 누운채로 끙끙 소리를 내어 앓다가 상궁이 내어온 탕약을 마시고 이마에 흐르는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냄. 완의국 궁녀였던 시절 고된 노동에 망가진 몸으로 출산과 유산 그리고 사산을 반복했을때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어. 그때 몸에 한기가 들어서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몸이 아픈거였지. 태후가 상궁에게 귀비전에 선물을 잘갖다주었는지 물었는데 상궁이 귀비께서 선물을 받고 몹시 기뻐하셨다고 대답함. 태후가 머리가 아픈듯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순진해빠져서는 저를 미워하던 이의 태도가 바뀌면 의심부터 해야지. 그냥 선물도 아니고 음식을 그렇게 덥썩 받아들이면 어쩌냐고 한숨을 내쉼. 그런 성정으로 어찌 이 궁에서 저와 자식들을 지킨단 말이냐고 못마땅해 함. 태후는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상궁에게 내일은 연희궁에 얼음을 가져다주라고 명했음. 그 말에 상궁이 웃으면서 마마께오선 연귀비를 싫어하시는게 아니었냐고 질문함. 태후가 선제의 귀비처럼 황제의 총애와 가문의 권세만 믿고 안하무인으로 구는 줄로만 알고 싫어했었지. 무엇보다 내 핏줄인 황후와는 달리 연귀비는 모난데 없고 영특하고 사리에 밝아서 더욱 눈엣가시였었다라고 말함. 상궁이 그런데 어찌 연귀비를 대하는게 달라지셨냐고 물으니 태후가 피식 웃고는 보면 볼수록 강단이 있고 솔직해서 좋더구나. 다른 비빈들과는 달리 가식적이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더군. 그리고는 상궁의 손을 붙잡고는 자네는 내가 상재 시절부터 함께 했으니 내가 겪은 수모와 멸시의 정도가 어땠는지 알지 않느냐고 물음. 태후는 조실부모한데다가 한미한 가문에 궁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시 태후였던 태황태후의 미움을 사서 노비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었음. 선제의 황후와 귀비 자매의 위세에 짓눌려서 숨 한번 크게 제대로 쉬지 못했던 시절만 생각하면 아직도 그때 느꼈던 심신의 고통이 생생했어. 태후는 자신이 비천한 가문 출신이라서 줄곧 업신여김을 당한다고 생각했고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음. 비천한 신분의 제가 구중심처에서 믿고 의지할것이라고는 어린 자식 하나뿐이었는데 아귀다툼에서 살아남느라 어미로서 자식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었어. 결국 그로 인해 지금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지. 태후는 피곤하니 누워야겠다고 말하곤 침상에 누워 눈을 감음. 그리고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는데 언제부터 이리 권력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싶어서 씁쓸해짐. 태후가 되어 정점에 선 순간 그동안 저를 업신여겼던 이들이 저에게 복종하고 경외하는 모습을 보았을때였나? 그때만 해도 저를 진심으로 우러러보는 줄로만 알았었지. 하지만 태후가 되었어도 여전히 저를 비천한 궁녀 출신이라 멸시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 사실을 참고 견디기 힘들었음.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 손아귀에 쥐고 흔든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는걸 깨닫고나선 모든게 허무해졌지. 태후는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수마에 빠져들었어.







그날 늦은 밤 강징은 공주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가 목이 타서 자리에서 일어났어. 침상에 드리운 휘장을 걷어내고 상궁을 부르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건지 침전안에 보이지 않았음. 강징이 한숨을 쉬며 허리를 손으로 받치고 무거운 몸을 천천히 움직였어. 다탁에 놓인 다기에서 물을 따라서 미지근한 물로 목을 축이고 마치 습관처럼 또 한숨을 길게 내쉼.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서 잠시 바깥 바람이나 쐴까 싶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감. 처마끝에 달린 풍경에 뭔가 걸린채 이리저리 움직이는게 보여서 눈쌀을 찌푸림. 보나마나 공주의 헝겊 인형이나 천이 걸린것이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김. 제가 몸이 무거워서 도통 신경을 못썼더니 궁인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모양이었어. 잠시후 강징은 한숨을 쉬며 풍경에 걸린것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표정이 굳어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게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새된 비명을 지름. 공주가 키우는 토끼중 하나가 가죽이 벗겨진채 무명천에 칭칭 묶여 풍경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거든. 강징의 비명 소리에 불당을 소제하고 있던 상궁이 부리나케 달려왔어. 상궁은 강징이 하얗게 질려서는 처마끝을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곤 의아해하다가 토끼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상황을 파악함. 그리고 그때 등뒤에서 잠에서 깬 공주가 모친을 찾으며 걸어나옴. 강징이 저를 부르는 공주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다급히 몸을 돌려서 공주를 품에 안고 안으로 들어왔어. 강징이 안으로 들어가자 상궁이 다급하게 태감들을 부르며 침전의 문을 닫아버림. 공주가 모친의 품이 답답하다고 칭얼거리는데 강징은 토끼가 죽은것을 공주가 알게 될까봐 걱정되서 품에 안고 놓아주질 않았음. 잠시후에 강징이 힘이 부쳐서 공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놓칠세라 손을 힘껏 쥐는데 공주가 손이 아프다고 엉엉 울기 시작함. 강징은 도대체 누가 토끼를 죽인걸까 싶어 의심이 가는 자들을 떠올리다가 순간 어지러워서 비틀거림. 아무런 죄가 없는 짐승을 저리 잔인하게 해칠 자가 누구지? 저리 끔찍한 짓을 벌일 정도로 제게 원한이 깊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그런건지 생각하다가 갑자기 구역질이 치밀고 현기증이 일어서 크게 휘청거림. 공주는 모친이 갑자기 휘청거리다가 곧 바닥에 엎드린채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서 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함. 강징이 힘겨워하다가 아가하고 손을 뻗는데 공주가 눈물 범벅인 얼굴로 품에 안겨듬. 강징은 제가 힘들고 아픈거보다 아직 어린 공주가 우는 모습이 더 가슴이 아프고 걱정되서 어미는 괜찮다고 중얼거리다가 까무룩 의식을 놓음.









그 시각 망기는 서비의 처소인 저수궁에서 서비와 함께 잠자리에 든 상태였음. 강징과 단 한순간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지만 비빈들중에 황손을 회임한 이가 둘이나 더 있으니 지아비된 도리로 그들에게도 신경을 써야만 했지. 홀로 잠을 자고 있을 강징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음. 몸은 여기에 있고 마음은 다른곳에 가 있으니 그럴만했지. 서비가 잠자리가 불편한지 잠결에 계속 뒤척이더니 갑자기 품에 안겨들었음. 망기가 한숨을 쉬며 서비를 조심스럽게 떼내어 바로 눕히고는 계수를 아무렇게나 덮어주었음. 조금의 애정도 담겨있지 않는 무미건조한 손길이었어. 망기는 내일 정무가 끝나자마자 연희궁으로 가서 강징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함. 서비에 이어 심상재까지 회임을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가뜩이나 심성이 여리고 눈물이 많은 이인데 혹시 또 혼자 울고 있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음. 어떻게 하면 강징의 마음을 달랠수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어쭙잖은 위로나 변명이 아니라 제 진심을 다 하리라 다짐했음. 제가 몇마디 말을 한다고 해서 강징의 상처받은 마음을 다 달랠순 없겠지만 당분간은 강징에게만 신경을 쓸 생각이었지. 잠시후 망기가 눈을 감으려는데 태감이 들어와서 연희궁에서 기별이 왔사온데 연귀비께서 갑자기 혼절을 하셨다고 고함. 망기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장 연희궁으로 가겠다고 소리를 지르니 그때까지 자고 있던 서비가 잠에서 깨어 엉거주춤 몸을 일으킴. 서비가 폐하하고 소매를 붙잡는데 그게 거추장스러운듯 손을 떼어내고는 연귀비에게 일이 생겨서 가볼테니 쉬고 있으란 말만 남기고 자리를 뜸. 서비가 저수궁의 상궁을 불러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사이에 망기가 침의에 장포를 대충 걸치고 저수궁을 벗어났음. 그리고 그 이야기는 경인궁의 황후에게도 전해져서 황후가 갖은 짜증을 내며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음. 만삭이면 조심을 할것이지. 갑자기 왜 쓰러진단 말이더냐. 하상궁이 고개를 저으며 영문을 모르겠다고 아뢰는데 소화가 안으로 뛰어들어와서 연희궁에서 전갈이 왔는데 연귀비가 진통을 시작했다고 하니 서둘러 가보셔야 할것 같다고 재촉함. 황후가 진통이라는 말에 당황해서 산달이 다음달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물음. 소화가 출산이 앞당겨진 모양이라고 대답을 하자 뭐가 또 못마땅한지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어. 곧 황후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연귀비가 이번엔 계집아이들을 낳아야 될텐데하고 중얼거림. 괜히 마음이 불안해져서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겨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어.









연희궁의 궁인들은 상궁의 지시에 산파와 태의를 부르고 산실을 차리느라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음. 강징은 산달보다 이르게 진통이 찾아와서 다소 놀란 상태였어. 아까의 일로 충격을 받은 탓에 태중의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긴건 아닐까 무섭고 불안했음. 이번이 초산은 아니었지만 쌍생을 가진터라 출산을 하게 되면 이전의 출산보다 더 힘들거라는 태의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거든. 강징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식은땀을 쉴새없이 흘리며 앓다가 옆을 지키고 있던 상궁에게 공주는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물음. 하필이면 공주의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게 마음에 걸렸음. 유독 겁이 많은 아이인데 겁을 먹고 울고 있진 않을지 걱정이 되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 강징은 상궁에게서 유모가 공주 아기씨에게 상황을 잘 설명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을 듣고 겨우 안도함. 폐하는? 폐하는 아직 오시지 않았냐고 물으니 저수궁으로 사람을 보냈으니 오고 계실거라는 말에 힘이 빠져서 눈을 감았다 떴어. 산파들이 들어와서 아래를 살피고 따뜻한 물과 면포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는걸 보고 마음이 더욱 불안해짐. 아이들을 무사히 낳을 수가 있을까? 혹시라도 제가 출산을 하다가 잘못되면 아직 어린 공주와 황자는? 강징이 불안한 마음에 몸을 뒤채는데 그때 염리가 안으로 들어와 강징의 손을 붙잡았음. 염리가 영견으로 강징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마음을 편히 가지셔야 한다고 힘을 북돋아줌. 강징이 점점 짧아지는 진통 주기에 힘들어하다가 염리가 수저로 떠먹여준 물을 채 넘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뱉어냈어. 염리가 당황스러워하며 젖은 입가와 엉망이 된 의복을 닦는데 강징이 끔찍한 격통에 비명을 지름. 그리고 그때 마침 연희궁의 궁문을 넘던 망기가 비명 소리에 안색이 창백해져서 편전이 아닌 정전으로 뛰어들어갔음. 총관 태감이 편전에서 기다리셔야 한다고 급히 만류했지만 망기의 머리속에는 온통 강징의 안위에 대한 걱정뿐이라 다른 사람의 말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음. 태의들조차 내실의 문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황제가 산실에 들어간다는건 말이 안되는 일이었지. 망기가 산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밖이 소란스러운것을 안 염리가 밖으로 나왔음. 염리는 망기에게 인사를 올리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여인이 아닌 이들은 산실로 들어올수가 없다고 편전에서 기다리시라고 말을 함. 망기가 잠깐 얼굴만 보고 나오겠다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염리가 몸으로 막아섰어. 폐하! 삼신의 노여움을 사서 귀비께서 해산을 하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어쩌시렵니까! 부정을 탈까 저어되서 드리는 말씀이니 편전에서 기다려주십시오. 망기가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린듯 알겠다고 하곤 아징은 어떠냐고 상태를 물어봄. 염리가 귀비께서는 괜찮으시다고 이번에도 이전처럼 별탈없이 해산을 하실것이라고 말했음. 그때 황후가 잔뜩 인상을 찌푸린채 영견으로 코를 가리곤 안으로 들어옴.







그리고 그로부터 세시진(6시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을때. 망기는 편전이 아닌 정전의 명간에 놓인 나한상에 앉아서 강징이 있는 내실쪽만 쳐다보고 있었어. 황후는 간간이 들리는 비명소리와 대야를 들고 분주히 오고 가는 궁인들 때문에 정신이 사나워서 애꿎은 영견만 쥐어뜯는 중이었어. 벌써 진통이 시작된지 세시진이 넘었는데 해산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이러다가 금방 낮이 되겠다 싶어서 기분이 몹시 언짢았음. 총관 태감이 차를 대령하는데 망기가 다완의 덮개도 제대로 열지 못할만큼 손을 떨었어. 태감이 다완을 다시 받아서 미지근한 차를 대령하겠다고 이름. 황후는 황제가 귀신이라도 본양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손까지 떨자 그 모습에 짜증이 확 치밀었어. 연귀비가 초산도 아니고 아이를 둘이나 낳은 경험이 있는데 왜 저리 유난인지 모를 일이었음. 황후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자 망기가 황후까지 여기 있을 필요가 없으니 경인궁에 돌아가서 쉬라고 축객령을 내림. 황후가 그 말에 연귀비가 해산중인데 어찌 제가 편히 쉴수가 있냐고 마음에도 없는 소릴했음. 하지만 망기가 싸늘한 표정으로 지금 자신의 명을 거역할 셈이냐고 언성을 높이자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신첩이 그럴리가 있겠냐고 폐하의 명을 따르겠다고 말함. 황후가 굳은 얼굴로 물러나면서 자신의 심복인 하상궁에게 불당에 향을 피우라고 이름. 하상궁이 의아해하자 황후가 한숨을 쉬며 부처님께 연귀비의 순산을 기원드려야 되지 않겠나라고 함.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연귀비가 해산을 하다가 잘못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겠지. 황후가 자리를 뜨고 얼마 안되서 소식을 들은 태후가 연희궁으로 찾아왔음. 궁녀들이 피에 흠뻑 젖은 면포가 담긴 대야를 들고 나가는 것을 보고 표정이 굳어짐. 망기는 태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림. 태후가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손짓을 함. 그리고 태감에게 연귀비는? 연귀비가 아직 진통중이냐고 물어보는데 벌써 세시진이 넘었다는 말에 의아하게 여김. 초산도 아닌데 이리 오래 걸리는게 이상했거든. 태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산실에 들어가려다가 강징이 비명을 내지르는걸 듣고 멈칫함. 망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태의에게 왜 아직도 연귀비가 해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거냐고 버럭 화를 냈음. 태의가 급하게 달려와서 부복하고는 귀비께서 기력이 쇠하시어 도통 힘을 못 주고 계신다고 소신들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니 걱정하실것 없다고 아룀.








그때 안이 소란스럽더니 산파가 나와서 귀비께서 갑자기 의식을 잃으셨다고 고함. 이전의 출산때보다 훨씬 출혈이 심한데다가 출혈이 좀처럼 멎지 않는다고 이대로 두면 목숨이 위태로우실 수도 있다고 함. 망기가 대노해서 만약 귀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삼족을 멸하겠다고 당장 출혈을 멈출 방도를 찾으라고 윽박을 지름. 태후가 망기의 손을 붙잡고 그리 겁을 주면 태의와 산파들의 심기가 흐트러져 귀비를 제대로 돌볼수가 있겠냐고 진정을 하라고 진정을 시킴. 태후가 평소와 달리 다정한 목소리로 귀비가 황손을 무사히 출산하면 공로를 치하하고 큰 상을 내릴테니 최선을 다 하라고 명을 내렸어. 태의와 산파들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제가 맡은 일에 열심이겠지. 망기가 곧 졸도할 사람처럼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모후 아징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저는 어찌 해야 합니까? 제 잘못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거라고 미처 생각치 못했다고 아이를 가지게 하는게 아니었다고 자책을 함. 태후가 단호하게 황제 그 무슨! 부정타는 소리는 하지 마세요! 잘못되긴 누가 잘못된단 말입니까! 연귀비는 무사히 해산을 할겁니다. 그러니 나약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 이럴때일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손을 붙잡고 토닥였음. 망기가 여전히 불안한듯 태후의 손을 겹쳐잡고는 산실에서 계속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입술을 감쳐물었음. 망기는 강징이 제 아이를 낳느라 고통스러워하는데 아무것도 할수가 없음에 극심한 무력함을 느낌. 그렇게 시간이 더 흘러서 진시가 막 되었을때 산실에서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어. 망기가 울음 소리를 듣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산실 앞으로 달려가는데 굳게 닫힌 문을 열리지가 않았음. 그리고 일각후에 아이의 울음 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어. 잠시후에 연희궁의 상궁이 나와서 웃는 낯으로 망기와 태후에게 귀비께서 황자 아기씨들을 낳으셨다고 고했음. 태후가 둘 다 황자라는 말에 크게 기뻐하는데 망기가 귀비는? 귀비는 괜찮으냐고 물어보았어. 상궁이 귀비께서 평안하시다고 하자마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함. 태후가 귀비가 해산을 한지 얼마 안되어 아직 정신이 없을터이니 잠시 쉬게 두자며 만류함. 궁녀들이 깨끗하게 씻긴 황자들을 강보에 싸서 데리고 오는데 망기가 아이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걸음을 옮김. 편전에 있을테니 귀비의 용태가 괜찮아지면 그때 기별하라는 말만 남기고 말이야. 태후가 강보에 싸인 아이들을 번갈아보며 귀여워하다가 지체없이 밖으로 나가버리는 망기의 뒷모습을 보고 어찌 또 저러냐며 혀를 찼음.






강징은 제가 낳은 아이들의 성별이 무엇인지 듣고나서 지쳐 잠이 들었다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울음 소리에 잠에서 깸. 강징이 일어나자 염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몸은 좀 어떠시냐고 살핌. 강징이 이젠 아프지 않다고 대답하고 아이들은 어디에 있냐고 물음. 유모들이 지금 젖을 물리는 중이라고 하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둘러봄. 염리가 폐하께서는 편전에 계신데 마마께서 깨셨으니 모시고 오겠다고 함. 잠시후에 망기가 안으로 들어오자 강징이 환하게 웃으며 신첩이 폐하께 황자를 한번에 둘이나 낳아드렸다고 몹시 의기양양하게 말함. 망기가 굳은 얼굴로 걸어와선 강징을 으스러질듯이 세게 끌어안음. 강징이 당황해서 폐하하고 부르는데 망기가 주위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감싸쥐더니 입을 맞췄어. 그 모습에 옆에 서 있던 상궁이 자리를 피하고 염리도 난데없는 애정행각에 놀란 나머지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자리를 뜸. 강징은 얌전히 입맞춤을 받다가 맞닿은 얼굴이 축축해서 깜짝 놀람. 그래서 잠시후에 어찌 우십니까? 무슨 일이 있으셨던거냐고 캐묻는데 망기가 짐의 안일하게 행동해서 하마터면 그대를 잃을뻔했다고 눈물을 주르륵 흘림. 강징이 제가 입고 있는 의복의 소맷깃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음. 아이들이 세상의 빛을 본 경사스러운 날에 부친되시는 분께서 이리 눈물을 보이시면 어찌 합니까? 눈물을 거두세요. 신첩은 괜찮습니다. 보세요. 멀쩡하지 않습니까? 하고 달램. 망기가 겨우 눈물을 그치는데 강징이 황자들은 보셨냐고 물으니 또 말없이 고개를 저음. 강징이 짐작가는 바가 있어서 망기의 양손을 붙잡고 아이들이 저를 아프게 했다고 갓 태어난 자식들을 안아주지 않으셨다구요? 왜 이리 철없는 아이처럼 구십니까. 강징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타이르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엄밀히 따지면 아이들이 저를 아프게 한게 아니지요. 폐하께서 저를 이리 아프게 만드셨다고 말함. 망기가 짐이 그대를 아프게했으니 미워할거냐고 묻는데 한숨을 쉬곤 어린 아이 같은 낭군은 싫습니다. 그러니 우시지 마시고 아이를 낳느라 고생했다. 아이들을 낳아주어 고맙다 그리 말씀해달라고 뺨을 어루만짐. 신첩은 무슨 일이 있든 폐하를 원망하지 않을겁니다. 아잠과 이렇게 연을 맺고 아잠과 저를 닮은 아이들을 낳아 기를수가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제가 손이 귀한 황실에 황자를 셋이나 낳아드렸으니 기뻐해주시고 저와 아이들을 어여삐 여겨주세요. 그리해주실거냐니까 망기가 이제야 표정을 풀고 강징을 보며 웃었음. 강징이 망기의 품에 안겨들어 조용히 웃다가 금세 표정이 굳어짐. 그동안은 태중의 황손들 때문에 참고 견뎠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한시라도 빨리 흉악한 간계로 궁중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발본색원해야 하겠지.







망기강징 망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