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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08:22
노잼주의 경찰모름주의





그 남자, 션이의 사정

똑똑-
션이가 두청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 들어와요. ”
문을 열자 두청이 보였다. 커다랗고 다정한 남자. 보면 볼 수록 더 좋았다.

“ 팀장님 몽타주 그릴 거 있다면서요. ”
“ 아... 아...그렇지. 맞아. 몽타주... ”

두청이 건낸 흐릿한 씨씨티비 사진을 받았다. 션이는 좀 전에 페이와의 대화를 말하고 싶었다. 두청을 조금 떠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 팀장님 있잖아요. 페이 선배가 또 소개팅을 하라고.. ”
하지말라고 할까? 아니면 그 선배 또 그러냐며 한숨을 쉴까? 두청의 반응을 기대하며 말을 꺼냈다.

“ 해도 되잖아.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별 일도 아니라는 듯, 니가 누굴 만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심드렁한 말투와 시선에 션이는 들고 있던 cctv 사진을 놓칠 뻔 했다.

“ 이만 나가볼게요. 몽타주 다 되면 말씀드릴게요. ”
션이는 다급하게 뒤돌아 나갔다. 역시, 혼자만의 마음이였다.

함께 하던 출퇴근은 혼자하는 출퇴근으로 변했다.
본청에서 급하게 파견 요청을 해와 본청으로 가게 되었다.

서장이 부른다는 얘기에 서장실로 가니 루 경위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알고 있지? 지금 전국적으로 연쇄 방화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사건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연쇄 사건으로 보지 않았는데 얼마 전 단서가 잡혔나봐. 본청에서는 연쇄 방화로 가닥을 잡고 수사를 하고 있는데 목격자들이 모두 피해자들이라 범인의 인상착의를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루 경위가 션이씨를 요청해왔어. ”
“ 요즘 베이장 경찰서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며? 우리 좀 도와줘. 션이씨. ”

션이는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애써 외면함으로써 얻은 행복이 몇 달 채 되지 않아 깨져버렸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두청 앞에 서려면 산산히 깨진 조각들을 다시 이어붙일 시간이 필요했다.

한시라도 빨리 목격자 진술을 받으러 가야한다며 루 경위가 재촉하자 장 서장은 자신이 두 팀장에게 말해놓겠다면서 두 사람에게 가보라고 손짓했다.

연쇄 방화 사건의 피해자들은 전국 곳곳에 퍼져있었다. 목격자이자 피해자를 만나러 루 경위와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 본청 근무는 어때요? 별 다를 거 없죠? 그래도 본청 커피머신이 더 좋지 않아요? ”
션이가 푸스스 웃었다.
“ 본청에 엉덩이 붙이고 있던 건 이틀도 안되는걸요. 이렇게 목격자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음, 커피머신은 좋긴 하네요. ”
“ 어때요? 이 사건 마무리되고나서도 본청에서 일하는 건? ”
션이는 못 들은 척 눈을 감고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방화사건이 발생한지 3달, 션이가 본청 수사에 합류한지 약 1달만에 방화사건은 해결되었다.
이제 베이장 경찰서로 돌아가, 두청과 얼굴을 맞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한달의 시간동안 두청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무사이 아니니 그게 당연한거지- 혼자서 스스로를 달랬다.



루 경위가 자신도 베이장 경찰서에 가야한다며 굳이 션이의 집 앞으로 데리러 와 그와 함께 출근을 했다.
경찰서 복도에서 두청과 우연히 만났다.
뭐라 인사하지 고민하고 있을 때 루 경위가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 두 팀장. 잘 지냈어요? 션이씨 덕분에 어려운 사건이 잘 해결되었어요. 다시 돌려보내기 아까워 죽겠다니까. ”
루 경위의 인사에 두청이 션이를 바라봤다.

“ 오랫만이네요. ”
고작 1달의 시간이였는데 마치 1년은 못 본 것 같았다.
두청이 딱딱해진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 그래. ”





그 남자, 두청의 사정

똑똑-
두청이 털썩 의자에 앉았다.
“ 들어와요. ”
문이 열리더니 션이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인디고블루의 보송한 가디건을 입은 그는 대학생 처럼 보였다.
어리고, 잘생기고, 능력있는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게 가능하기는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말이 안되긴 하지.

“ 팀장님 몽타주 그릴 거 있다면서요. ”
“ 아... 아...그렇지. 맞아. 몽타주... ”

두청은 책상 위에서 흐릿한 씨씨티비 사진을 건냈다.
“ 팀장님 있잖아요. 페이 선배가 또 소개팅을 하라고.. ”
션이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해도 되잖아.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

두청은 여전히 책상 위의 서류를 뒤적거렸다.
션이와 눈이 마주치면 나랑 만나는거 아니었냐고, 우리 서로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몰아붙일 것 같았다.

“ 이만 나가볼게요. 몽타주 다 되면 말씀드릴게요. ”
뒤돌아 나가는 뒤통수가 동글동글 귀여웠다. 뒤통수까지 귀엽구나.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 사람이였다.
두청은 뒷머리를 감싸 안았다. 진한 한숨이 나왔다.

함께 하던 출퇴근은 혼자하는 출퇴근으로 변했다. 션이가 본청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며칠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나는 사람이 없다는 션이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동안 우린 뭐였냐고, 왜 사람 착각하게 만들었냐고, 날 가지고 논거냐고, 아님 7년 전 일에 대한 복수인거냐고,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 일주일이 넘어가니 션이가 보고싶었다. 본청으로 만나러가도 되고 연락을 해도 되지만 무슨 말을 어떤 식으로 꺼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며칠에 한번씩 션이의 집 앞 고장난 가로등 아래서 션이를 기다리기도 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션이의 집에 불이 켜지지 않았다. 수사 때문인지, 아니면 페이가 말한 소개팅 때문인지, 어두운 창문을 올려다보며 두청은 초조함을 느꼈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달 후 션이가 베이장 경찰서로 복귀했다.
아침부터 루 경위와 함께 출근하는 션이를 보며 두청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었다.
“ 두 팀장. 잘 지냈어요? 션이씨 덕분에 어려운 사건이 잘 해결되었어요. 다시 돌려보내기 아까워 죽겠다니까. ”
루 경위의 인사에도 두청의 시선은 션이를 향해있었다.

“ 오랫만이네요. ”
마치, 베이장 경찰서로 발령 받은 첫날처럼 션이가 인사를 건냈다. 아무 사이도 아니였던 그 때처럼.
입가에 살짝 걸린 미소와 총명한 눈빛이 평소와 같은 모습이였지만 그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 두청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청이 어색하게 션이에게 인사를 건냈다.
“ 그래. ”





엽죄도감 두청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