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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리암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거리의 풍경은 흐릿하게 스쳐갔고, 머릿속엔 온갖 후회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돈, 그깟 돈 때문에, 그 어린애를 이용하기위해 이 동네에 온 건 맞지만… 그 대가가 이렇게까지 큰 고통일 줄은 몰랐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그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침대에 누워 있는 리암을 보자마자 남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의식 없이 누워 있는 그 작은 몸을 바라보며, 그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조용히 흐느끼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아니야. 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건 나지, 네가 아니라고. 절대 아니야…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리암은 천천히 눈을 떴다. 남자는 리암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자마자 얼어붙은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

“삼촌 분과 혈액형이 맞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리암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수혈… 삼촌이 해주셨다고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말없이 리암을 바라봤다. 그러나 차마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그리고 리암은 그날 처음으로 그를 삼촌이라 불렀다. 그리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병실에 단 둘만 남았을때야 이내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있잖아요, 사실… 엄마는 왼손잡이가 아니었어요.”

남자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꼬맹이가… 알고 있었구나. 자신이 진짜 삼촌이 아니라는 걸, 이미 눈치챘던 것이다. 순간 숨이 막히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리암의 말이 남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는 다 상관없어요.”

리암은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원한이든 원망이든,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푸른빛 눈동자였다.

“누가 뭐라든 아저씬 좋은 사람이에요… 고마워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가슴 속이 복잡하게 뒤엉킨 채 리암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리암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우린 이제…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이 된 거에요, 맞죠?”

리암의 웃음소리에 남자는 그제야 겨우 무거운 입을 열었다.

“리암…”

하지만 더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자리에 앉아 머리를 숙인 채, 마음속에 밀려드는 복잡한 감정들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러다 문득 지난날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리암을 처음 찾아갔던 순간, 그리고 그보다 훨씬 이전의 일들까지. 전부 죄책감으로 얼룩진 기억의 조각들이었다.

”아냐, 리암…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절대,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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