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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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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간거
둘이 이어지는 편 아님



북부대공 칼럼이 남부영애 오틴버한테 장가가는 거 보고싶다... 근데 실은 경쟁관계에 있던 두 가문이 동맹을 빙자한 스파이짓 하러 결혼한 거였음. 북부는 군사가 있지만 남부는 산업이 있었거든. 우선 동맹으로 시작했다가 칼럼을 주축으로 남부의 산업을 집어삼킬 생각이었음. 오틴버는 이런 정치적인 것에 소극적이고 워낙 평화주의자라 지지부진하고 있는 동안 호전적인 칼럼이 먼저 혼인 제의를 한 거였을 듯. 북부의 군사와 남부의 경제력으로 가문의 위상을 드높일 목표였음. 근데 칼럼이 생각보다 오틴버한테 세게 감기는 게 좋다....




정략결혼이라 실제로 만나본 건 혼인하러 갔을 때가 처음이었음. 남부사람 답게 구불거리는 금발을 가진 뒷모습을 본 칼럼이 오틴버를 불렀을 때, 그가 뒤를 돌아 칼럼을 바라본 게 첫 만남이었지. 순수하고도 고운 얼굴을 바라본 순간 칼럼의 머릿속에는 단 한가지 생각만 떠올랐음. 아, 아름답다.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순진해보였어. 청초한 모습으로 서있지만 살짝 벌려진 탐스런 입술엔 세상물정 모르는 듯한 순진함이 흘러나왔음. 곧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자 한층 더 아름다움이 아 아니 순진무구함이 돋보였지. 참 맛있어보이 아니 이게 아니라 참 손쉬워보이는 먹잇감이었음. 오틴버도 칼럼이 썩 싫지는 않았는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며 입꼬리를 올려주었음. 이만큼이나 요리하기 쉬운 먹잇감이 또 있을까, 생각하는 칼럼이었지.



첫날밤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음. 얼굴에서도 몸짓에서도 확연히 드러났지. 오틴버는 경험이 없었어. 그걸 알아채자마자 칼럼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묘한 만족감이 있었지. 절대 자기가 이 사람의 처음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쉬워서 그런거임. 첫날밤을 이끌어주는 남편이 되는 것만큼 신뢰를 쌓을 확실한 방법은 또 없으니까. 칼럼은 오틴버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손길로 옷을 벗기고 다리를 벌려주며 입을 맞춰줬음. 혹시라도 첫날밤에 아파했던 기억이 신뢰를 깨뜨리면 곤란하니까, 아픔을 느낄 새도 없도록 여기저기 애무해주며 오틴버가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음. 올라오는 쾌감이 생소하고 낯설은 건지, 푸른 눈동자가 자꾸만 떨리길래 조금 귀엽다고 아니 우습다고 생각하기도 했지. 정원에 만연하게 피어있던 꽃을 닮아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볼에 입을 맞추고 마침내 삽입했을 땐 충족감과 정복욕에 칼럼이 저도 모르게 신음하고는 충동적으로 입맞추고 혀를 섞었음.



계산적이고 냉철하고 자존감 높은 칼럼에게 딱 한 군데 약한 장소가 있다면 그건 파티장이었음. 사교클럽이든 뭐든 칼럼은 그런 귀족들의 모임에 영 끼질 못해왔음. 그건 어쩌면 북부인들 문화가 낯선 사람들과 터놓고 얘기하거나 혹은 험담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일 수도 있음. 칼럼 역시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사람 중 한명이기도 했고. 북부의 대공은 고고하면서 성질은 더럽기로 유명하다고 다들 꺼려하는 걸, 칼럼도 모르진 않았으니까. 근데 이제 사교클럽의 큰손인 남부 귀족과 혼인했으니, 칼럼도 그 자리를 피하지 못했음. 파티 시간동안 오틴버 곁에 머무르며 에스코트하고 맘에도 없는 미소를 꾸며내느라 진이 다 빠진 칼럼이 잠깐 무리에서 빠져나와 평소보다 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조용히 서서 와인으로 목이나 축이고 있는데, 다른 귀족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대화를 나누는 오틴버가 보였음. 다른 사람들에게 밝게 웃어주는 게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자신과 오틴버의 세계가 너무나 다르다는 기분도 들었음. 시간이 갈 수록 꾸며낸 표정이 벗겨지고 본래의 어둡고 굳은 얼굴로 돌아가고 있는데, 우연히 칼럼쪽을 돌아본 오틴버가 환하게 웃었어. 어쩐지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웃음과는 전혀 달라보이는 따스함. 옆에 서서 더러운 눈총으로 자길 경계하는 귀족들은 쳐다도 안보고 성큼성큼 오틴버한테 다가가선 키스해버림. 입술을 떼고 바라보니 놀란 토끼눈이 됐길래 푸스스 웃은 칼럼이 오틴버의 손을 잡고 귓가에 속삭임.

"밖으로 나갈까요?"

뭐라 말도 못하고 순하게 제가 잡아끄는 대로 끌려오는 오틴버를 데리고 조용하고 어둑한 정원으로 향했지. 조명이랄 것도 별로 없어서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로 귓가에 사랑과 애정을 속살거리는 그 순간이 참 좋았음. 오틴버 역시도 자신처럼 저 파티장에서보다 여기 있는 게 훨씬 편해보였음. 가슴 한켠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낯설었지만 지금 자신을 바라보며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두 눈을 보니 아무래도 좋았지. 겸사겸사 오틴버한테 접근해보려던 경쟁 가문들한테서 멀어지기도 했으니까. 겸사겸사? 이게 더 중요해야 하는데? 뭐, 어찌됐든간에.



그렇게 스며들듯이 칼럼은 오틴버의 향기에 젖어갔음. 점점 자신의 야망보다 제 반려와의 행복이 중요해질 때즈음, 가문의 수장들끼리 회의가 열림. 회의라곤 하지만 결국 남부와 북부의 이권다툼을 위한 싸움의 장이었음. 무역을 위한 길을 트기 위해 군사가 필요했는데 북부의 군사를 남부가 얼마를 내어주고 빌려올 것인가 하는 주제로. 고고한 말투로 서로의 약점을 헐뜯는 지루한 회의가 길어졌고 칼럼은 심드렁하게 듣고만 있는데, 옆에서 제 손을 잡고 있는 오틴버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짐. 예상한 대로 제 아내는 이 상황을 무척이나 불편해하고 있었음. 원체 평화주의자였고 이런 정치싸움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음. 결혼 전부터 그랬지. 마찬가지로 이 싸움판이 맘에 들지 않았던 칼럼이 심드렁한 말투로 회의를 종결시킬 폭탄발언을 해버림.

"까짓거 군대 줘버리죠?"

그 한마디에 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됨. 오틴버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흔들리는 눈빛으로 칼럼을 바라봤음. 마치,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냐'고 묻는 것 같았지. 칼럼이 입모양으로 말함. '뭐 어때요.' 전에 없이 천진한 얼굴로 씨익 웃는 칼럼에 맥이 탁 풀려버린 오틴버도 끝내 웃음을 감추지 못했음. 고성과 비난이 난무하는 회의장에서 그 둘만 그렇게 웃고 있었음.



남부의 날씨에 날선 경계심이 허물어졌는지, 생명력 넘치는 땅의 꽃과 풀에 취했는지, 아니면 제 반려의 햇살같은 따스함 때문인지 모르지만 점점 '뭐 어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칼럼이 보고싶었음... 그냥 너랑 나랑 행복하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하는 생각으로....ㅎㅎ... 북부대공 남부사람 다됐네

북부대공 치고 푼수데기같아보이지만 그건 칼럼이 얼빠라 그럼 원래 차갑고 무서운 북부대공이다 그저 첫인상이 너무 칼럼 취저라 냉정하게 나갈 여지가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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