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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19:16
꽃을 토하는 걸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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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는 나에게 뭔가 묻고 싶은 것처럼 입을 달싹였어. 때마침 폭스의 친구들이 강의실로 들어왔고 나는 그 틈을 타 강의실 밖으로 나갔어.

짐을 강의실에 두고 온 나는 달리 갈 데가 없었어. 복도를 서성이다가 폭스에게 꽃을 들켜버린 게 떠오르자 다시 욕지기가 치밀어올랐어.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강의시간 내내 부끄러움과 함께 꽃을 토해냈어.


강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떠나는 소리가 들렸어. 나는 발소리가 멎을 때까지 기다리다 조용히 화장실을 나섰어. 누가 내 가방을 가져가진 않았나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어. 폭스가 그 옆에 앉아있었거든.



"허니, 괜찮아?"


폭스는 내 얼굴을 살피며 손수건을 건넸어. 손수건을 받아 들긴 했지만 걔의 시선이 너무 따가워 도망치고 싶었어. 내가 손수건 고맙다고, 내일 빨아서 주겠다고 하자 프레디는 그냥 가져도 된다 했어. 아무리 꽃이라도 토한 뒤에 쓴 거니 더러웠겠지. 내가 손수건을 가방에 넣는데 폭스가 물었어.

"내가... 아는 사람이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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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강의실을 나서는 내 등 뒤에서 폭스가 "그 사람과 잘 되길 바랄게."라 말했어. 너인 걸 모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겠지. 갑자기 짜증이 난 나는 뒤돌아 폭스에게 말했어.


"사실 나도 회식자리에서 네가 꽃 토하는 거 봤어."

".....그래?"

"걔도 내가 아는 사람이야?"

"아마도."


나는 강의실 문을 쾅 닫고 나갔어. 그냥 이 상황이 너무 비참했어.










그 뒤로 폭스의 안색은 날이 갈수록 파리해졌어. 걔 친구들도 다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만 그냥 잠을 잘 못 자서 그렇다고 얼버무리더라. 눈에 띄게 마른 게 걱정돼 물어보고 싶었지만 폭스 무리를 뚫고 말을 걸 만큼 친하지 않아서 멀리서만 지켜봤어.

내 상태도 그리 좋지는 않았어. 이제 잎사귀와 꽃 줄기를 토하기 시작했어. 나의 생기를 모두 뺏은 것처럼 싱싱한 꽃이었지. 나는 꽃들을 주워 쓰레기통에 처박았어.










예전에 같이 과제를 했던 남자애를 캠퍼스에서 마주쳤어. 과정과 결과가 모두 괜찮았던 몇 안 되는 팀플이라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 나는 그 남자애와 반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주고 받았어. 요즘 듣고 있는 수업 이야기를 하는데 저 멀리에 있던 폭스와 눈이 마주쳤어. 우두커니 서 있다 급하게 가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어.



남자애와 헤어진 뒤 캠퍼스를 가로질러 걷는데 건물 뒷편에 반쯤 쓰러진 폭스가 보였어. 느낌이 심상치 않아 다가갔더니 폭스의 입가에 피가 흘렀어. 걔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목을 붙잡고 꽃 줄기를 토해냈어. 폭스의 주변에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탐스러운 꽃 한 다발이 피로 젖어 있었어.

내가 허둥대다가 떨리는 손으로 구급차를 부르려는데 폭스가 내 손목에 손을 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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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이제... 눈치채주면 안 돼?"


폭스는 말을 마치고 그대로 기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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