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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12:17
최동오 아무래도 전형적인 헤테로상임
우성이 보는 여자들은 대개 얼굴이 한참 아래 있어서 별 인상을 주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기억하려 하지 않았는데도 어깨 너머로 곱슬거리는 머리와 함께 눈매가 그려지는 것을 보면 여자는 키가 큰 편이었다. 요란하게 펄럭이는 블라우스, 반대로 달라붙는 스커트. 눈에 띄는 부분은 없었다. 퇴폐적인 조명 아래 머리 길고 옷이 팔랑거리는 상품들 사이로 적당히 어우러지는 여자였다.
말 들은 거 있잖아. 우리 형이라니까? 걱정돼서 그런다니까.
거슬리는 건 희한한 표정 때문이었다.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 기묘한 무감정의 얼굴. 좀더 나이가 있을 때나 지을 만한 표정을 짓고 똑바로 앉은 여자는 우성의 신경을 긁었다.
형수님 취급을 바라지는 말고, 응? 최동오 어디 있냐고.
저 여자 맞아?
어디서 지 같은 거 골랐나 요령없이 입 꾹 닫고 있는데...
그럭저럭 예쁜 얼굴이지만 시선을 끌 정도는 아니다. 몸매도 특별하지 않고, 목소리는 거의 듣지도 못했다. 업소에서 돋보이는 상품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 최동오가 끼고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맞을 거야. 업소 애 아니잖아.
현철이 담뱃불을 붙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튀는 거구에 연회색 수트와 화려한 셔츠가 존재감을 숨길 생각이 없음을 전방위로 뿌리고 있었다.
담배 끊은 거 아니었어?
뭐 하다 여기 왔는지 물어봐봐. 집도 이 뒤에 오피스텔 아니던데. 아지트도 따로 없고 거기 뒤져야지.
아닌데 마담을 시킨다고?
애들 관리도 안 하지 싶은데. 끄나풀로 있는 거야. 건들지는 마라. 동오 살아 있으면 뒷감당 안 될 거다.
겉보기로는 약간 더 성숙한 업소 마담. 화려한 차림새. 신경쓰이는 이질적인 분위기. 우성은 그제서야 여자의 이상함에 일관된 코드를 읽었다. 술 팔려는 장사치가 아니다. 적당히 위장해 있을 뿐이다.
누님. 지금 깔고 앉은 거 우리 공동재산이라고 몇 번 얘기해.
그 사람 오면 말해요. 내 마음대로 못 해요.
우리 형 찾으려면 큰형님한테 보여드려야 된다고.
나는 그런 거 몰라. 맡아둔 거예요.
명의가 당신 거잖아!
내 돈 아니에요.
우리 형 안 오면 네가 가질 생각이지?
반말하지 마.
뭐?
너 그 사람 동생이라며. 말 놓지 말라고.
동오는 물장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현금줄이라 관리를 하긴 하는데 가게에서는 비위 맞추기도 힘들고 깔아보는 태도도 짜증나는 관리자였다. 조직 인간답게 권력에는 민감해서 밑에 기기 싫어하는 놈들은 또 가만두지 않았다. 상품도 아닌 부엌데기였던 솔이가 그 눈에 들었을 때 가게 사람들은 진짜 이상한 놈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어린애들 예쁜애들 많은데 굳이 그 언니?
일반인 좋아하나봐. 그런 놈들 변태 아냐?
조용한 척 얌전한 척 하더니 대학 나와서 룸에서 박히기나 하고 꼬시다.
진짜? 룸에서 했어? 대박.
걔만 남기고 문 잠갔잖아. 둘이서 뭐 했겠어?
형이랑 잤어?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대답은 없었다.
했냐고.
우성은 술병을 다시 들어 마시고 여자를 노려봤다.
등 뒤로 지는 그림자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솔이는 그것이 육감인지, 사랑인지, 신뢰인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남자는 솔이가 돌아서리라는 예상은 못 했는지 한순간 중심을 잃었다가 그대로 상체를 숙여 껴안았다.
괜찮아요?
어... 오랜만.
잠시 팔이 풀린다 싶더니 강렬한 눈매가 약간 부드러워졌다. 입술은 말라 있었지만 껄끄럽거나 피 맛이 나지는 않았다. 동오는 자꾸 그를 확인하려는 솔이를 힘으로 끌어안고 다시 입을 맞췄다. 겨우 입술이 떨어지자 몸을 더듬는 손길을 느끼고 가벼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건물에 다른 출입구가 없으니 경비실만 차지하면 감시가 될 걸로 생각했다. 경비로 까는 말단들에게 눈썰미까지 바라기는 무리였지만, 그렇게 찾던 놈이 대놓고 걸어가는데 그냥 못 보던 주민이라고 보고한 건 좀 쥐어박을 수밖에 없었다.
형님 오셨으면 어쩌려고 미친 놈이.
동오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그 품에 안긴 여자는 조용했다. 화장이 지워진 얼굴은 가게에서 볼 때보다 훨씬 어리고 단정해 보였다. 우성은 다 튿어지고 얼룩진 치마가 발에 걸려 신경질적으로 구두를 닦았다.
멀쩡한가보네 오자마자 떡치러 갈 정도면.
보통은 보고를 먼저 하고 가지?
지원보낸 애들 명단 있지?
동오야 먼저 할 일이 있지 않냐?
나중에. 본부지원이 통수를 쳐서 대가리 아파 죽겠다.
아니, 그럼 계약 건은?
계약은 무슨. 나오지도 않았어. 명헌이 오면 얘기할게.
물건은? 뺏겼어?
거기 어디 처박아 놨는데 안 들켰으면 가져올 거고. 현철아 나 너한테 말한건데. 명단 보여 줘.
다같이 통수를 쳤다고? 너는 어떻게 멀쩡히 나왔냐?
총 있더라? 맞으면 죽고 안 맞았으니까 멀쩡하고.
이런 염병... 알았다. 기다려봐.
그리고 우성아. 솔이가 속상해하는데.
... 그게 누구... ... 형.
내가 소개 안시켰다고 이럴 거야?
그런... 게...
물건 가지러 갈 때 우성이가 같이 가자. 다녀와서 사과해.
정우성. 듣고 있냐?
슬램덩크 슬덩
우성이 보는 여자들은 대개 얼굴이 한참 아래 있어서 별 인상을 주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기억하려 하지 않았는데도 어깨 너머로 곱슬거리는 머리와 함께 눈매가 그려지는 것을 보면 여자는 키가 큰 편이었다. 요란하게 펄럭이는 블라우스, 반대로 달라붙는 스커트. 눈에 띄는 부분은 없었다. 퇴폐적인 조명 아래 머리 길고 옷이 팔랑거리는 상품들 사이로 적당히 어우러지는 여자였다.
말 들은 거 있잖아. 우리 형이라니까? 걱정돼서 그런다니까.
거슬리는 건 희한한 표정 때문이었다.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 기묘한 무감정의 얼굴. 좀더 나이가 있을 때나 지을 만한 표정을 짓고 똑바로 앉은 여자는 우성의 신경을 긁었다.
형수님 취급을 바라지는 말고, 응? 최동오 어디 있냐고.
저 여자 맞아?
어디서 지 같은 거 골랐나 요령없이 입 꾹 닫고 있는데...
그럭저럭 예쁜 얼굴이지만 시선을 끌 정도는 아니다. 몸매도 특별하지 않고, 목소리는 거의 듣지도 못했다. 업소에서 돋보이는 상품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 최동오가 끼고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맞을 거야. 업소 애 아니잖아.
현철이 담뱃불을 붙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튀는 거구에 연회색 수트와 화려한 셔츠가 존재감을 숨길 생각이 없음을 전방위로 뿌리고 있었다.
담배 끊은 거 아니었어?
뭐 하다 여기 왔는지 물어봐봐. 집도 이 뒤에 오피스텔 아니던데. 아지트도 따로 없고 거기 뒤져야지.
아닌데 마담을 시킨다고?
애들 관리도 안 하지 싶은데. 끄나풀로 있는 거야. 건들지는 마라. 동오 살아 있으면 뒷감당 안 될 거다.
겉보기로는 약간 더 성숙한 업소 마담. 화려한 차림새. 신경쓰이는 이질적인 분위기. 우성은 그제서야 여자의 이상함에 일관된 코드를 읽었다. 술 팔려는 장사치가 아니다. 적당히 위장해 있을 뿐이다.
누님. 지금 깔고 앉은 거 우리 공동재산이라고 몇 번 얘기해.
그 사람 오면 말해요. 내 마음대로 못 해요.
우리 형 찾으려면 큰형님한테 보여드려야 된다고.
나는 그런 거 몰라. 맡아둔 거예요.
명의가 당신 거잖아!
내 돈 아니에요.
우리 형 안 오면 네가 가질 생각이지?
반말하지 마.
뭐?
너 그 사람 동생이라며. 말 놓지 말라고.
동오는 물장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현금줄이라 관리를 하긴 하는데 가게에서는 비위 맞추기도 힘들고 깔아보는 태도도 짜증나는 관리자였다. 조직 인간답게 권력에는 민감해서 밑에 기기 싫어하는 놈들은 또 가만두지 않았다. 상품도 아닌 부엌데기였던 솔이가 그 눈에 들었을 때 가게 사람들은 진짜 이상한 놈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어린애들 예쁜애들 많은데 굳이 그 언니?
일반인 좋아하나봐. 그런 놈들 변태 아냐?
조용한 척 얌전한 척 하더니 대학 나와서 룸에서 박히기나 하고 꼬시다.
진짜? 룸에서 했어? 대박.
걔만 남기고 문 잠갔잖아. 둘이서 뭐 했겠어?
형이랑 잤어?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대답은 없었다.
했냐고.
우성은 술병을 다시 들어 마시고 여자를 노려봤다.
등 뒤로 지는 그림자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솔이는 그것이 육감인지, 사랑인지, 신뢰인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남자는 솔이가 돌아서리라는 예상은 못 했는지 한순간 중심을 잃었다가 그대로 상체를 숙여 껴안았다.
괜찮아요?
어... 오랜만.
잠시 팔이 풀린다 싶더니 강렬한 눈매가 약간 부드러워졌다. 입술은 말라 있었지만 껄끄럽거나 피 맛이 나지는 않았다. 동오는 자꾸 그를 확인하려는 솔이를 힘으로 끌어안고 다시 입을 맞췄다. 겨우 입술이 떨어지자 몸을 더듬는 손길을 느끼고 가벼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건물에 다른 출입구가 없으니 경비실만 차지하면 감시가 될 걸로 생각했다. 경비로 까는 말단들에게 눈썰미까지 바라기는 무리였지만, 그렇게 찾던 놈이 대놓고 걸어가는데 그냥 못 보던 주민이라고 보고한 건 좀 쥐어박을 수밖에 없었다.
형님 오셨으면 어쩌려고 미친 놈이.
동오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그 품에 안긴 여자는 조용했다. 화장이 지워진 얼굴은 가게에서 볼 때보다 훨씬 어리고 단정해 보였다. 우성은 다 튿어지고 얼룩진 치마가 발에 걸려 신경질적으로 구두를 닦았다.
멀쩡한가보네 오자마자 떡치러 갈 정도면.
보통은 보고를 먼저 하고 가지?
지원보낸 애들 명단 있지?
동오야 먼저 할 일이 있지 않냐?
나중에. 본부지원이 통수를 쳐서 대가리 아파 죽겠다.
아니, 그럼 계약 건은?
계약은 무슨. 나오지도 않았어. 명헌이 오면 얘기할게.
물건은? 뺏겼어?
거기 어디 처박아 놨는데 안 들켰으면 가져올 거고. 현철아 나 너한테 말한건데. 명단 보여 줘.
다같이 통수를 쳤다고? 너는 어떻게 멀쩡히 나왔냐?
총 있더라? 맞으면 죽고 안 맞았으니까 멀쩡하고.
이런 염병... 알았다. 기다려봐.
그리고 우성아. 솔이가 속상해하는데.
... 그게 누구... ... 형.
내가 소개 안시켰다고 이럴 거야?
그런... 게...
물건 가지러 갈 때 우성이가 같이 가자. 다녀와서 사과해.
정우성. 듣고 있냐?
슬램덩크 슬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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