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 보고 방구석에서 우는 중
도파민 중독자라 3분에 한 번 씩 폰 화면(너튭-햎-웹툰) 바꾸는데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 동안 다 읽음...

보통 이민자 2세 얘기면 본인이 이방인으로서 원주민들과 어떤 갈등을 겪는지가 주된 이야기거리인데, 이 책은 같은 이민자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엄마와의 갈등을 이야기해서 신선했음
같은 부모와의 갈등이어도 이런 경우는 외부에서 정체성을 공격받고 원망이 생겨서 부모와 싸우잖아? 근데 저자는 펄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는 편임에도 엄마와의 갈등을 겪음
그 과정이 그냥 펄럭 모녀들하고도 다를 게 없어서 더 공감갔음

저자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암에 걸린 엄마를 돌보는데도 결국 엄마가 죽는데 이때 진짜 눈물나더라
저자가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데, 엄마가 죽으니까 자기가 태어나서 처음 말해 본 단어가 그냥 튀어나왔다고 함
근데 그 단어가 한국어로 '엄마'였고, 이건 저자의 엄마가 저자의 외할머니 장례식에서 그토록 되뇌이던 단어였음
단순히 죽음이 슬픈 게 아니라...엄마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그저 엄마라고 불러보는 거 밖에 없구나 싶어져서 슬퍼졌음
뭐든지 내게 알려주고, 심지어는 내가 누구인지까지도 말해주는 엄마조차도 엄마가 죽었을 땐 하염없이 '엄마'라고 외치는 거 밖에 못하는구나 싶더라
딸에게 있어 엄마의 죽음과 부재는 '엄마' 그 이상일텐데도 말이지
훗날 저자가 그토록 엄마가 반대했던 꿈을 이루고(사실 저자가 밴교주라죠) 서울에서 공연도 하게 되는데 엄마의 죽음이 없었으면 꿈을 못이뤘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 공연장에 엄마가 있기를 바랐다는 거 보고 막판까지 눈물 뽑았다...

사실 책보고 눈물 잘 안 흘리는데...이게 두번째임
첫번째 책은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였음
이건 암에 걸린 아내를 위해 암환자식을 직접 만들면서 아내를 간병하는 교수가 쓴 에세이임
H마트에서 울다 보다 좀 더 음식에 비중이 가 있는데 이것도 마지막에 교수가 아내 보낼 때 울었음...
음식과 이별 키워드에 약한가...
근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음식이란 건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사람 자체를 만드는 요소잖아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건, 그 사람의 존재와 일상을 지지해주는 거고, 존재를 지지해 줄 만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면 슬프게 다가오는게 당연한 듯

눈물이 앞을 가려서 횡설수설 좀 했는데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책 읽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