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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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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H군

형은 어릴적부터 얄밉기로는 동네최고, 아니 세계최고였다니까요. 내가 사탕이 먹고싶어 엄마한테 하루종일 졸라도 엄마는 정해진 요일이 아니면 절대 주지 않았죠. 그럼 밖에 놀다온 형이 일부러 사탕을 먹어서 파랗게 변한 혀를 낼름 거리며 약올려요. 엄마한테 일러도 형은 잔소리를 한귀로 흘리며 눈하나 깜짝하지않죠. 그러다 내가 시무룩해서 조용해지면 나한테 다가와 작은 사탕하나를 쥐어주곤 몰래 먹으란 제스처를 취해요. 나는 신나서 사탕을얼른 입에 집어넣지만, 그대로 악! 하는 소리를 내뱉게 돼죠. 위그든씨도 용서못할 썩을새끼.. 내게 계피맛 사탕을 준거였어요. 비명소리에 놀라 달려 온 엄마한테 몰래 사탕을 먹었다고 또 혼났죠. 저런 악마새끼가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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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쿨 동창 G씨

한마디로 재수 없어요. 얼굴 반반하고, 집안 좋고, 인싸중에 인싸라 인기도 많죠. 저런놈들은 자기랑 급이 맞는 애들하고만 사귀는거 다 알아요. 그런데 괜히 심심하다고 자기 눈에 차지도 않을 애들을 툭툭 건드려보잖아요. 그러곤 얼마 안가 재미 볼 거 다 봤다고 냅다 치워버리죠. 그리고 또 다른 애를 탐색하죠. 저 놈도 마찬가지에요. 실은 관심도 별로 없었으면서. 내가 크리스에게 관심이 있다는듯이 말하니까 장난기 가득한 눈을 빛내며 웃더라고요. 이 때 알아채야 했는데... 갑자기 눈에 좀 들어왔나? 아니면 기하학 숙제 대신 해줄 사람이 필요했나? 내가 점찍어둔 크리스에게 접근하기 시작한거에요. 생전 그 쪽으론 발길도 안하던 놈이 뻔질나게 도서관을 드나들더니 어떻게 한 건지 둘은 며칠사이에 퍽 가까워져 보였죠. 얼마 안돼서 휴일에 따로 만나 놀기도 했다더군요.
맨날 파티에 미친 사이코처럼 놀기만 하더니 그 시기에 성적이 엄청나게 오르기도 했어요. 아이비 리그를 노리자며 선생님들을 흥분하게 만들었죠. 제 생각인데...아마 크리스를 이용해 무슨짓을 한게 아닐까요? 그놈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죠. 안그래요? 아아 네, 너무 흥분했네요. 여긴 잘라줘요. 뭐...크리스가 공부를 가르쳐줘서 성적이 올랐다는 얘기를 하긴 했어요 그녀석이. 아, 그래서 어떻게 됐나구요? 말했잖아요. 그런놈들은 재미볼 거 다 보면 냅다치운다고. 버렸어요. 네. 크리스를 헌신짝 버리듯이 대학에 가자마자 치워버렸죠. 은혜도 모르는놈 아닌가요? 자기가 누구덕에 그 대학에 갔는데... 웃긴점은 크리스도 그녀석과 같은 대학에 갔어요. 가끔 굳은 얼굴로 마주쳤다고 하던데. 크리스는 어떤 기분이었겠어요? 좆같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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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B양


이사님에 대해? 그런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얼굴도 잘 못뵙는데. 제 입사동기가 법무팀에서 일하는데 걔는 종종 본다고 하는것 같기도 해요. 팀장님 보러 자주 온다나...? 근데 이사가 법무팀 팀장을 왜 자주 만나겠어요? 그렇죠. 이사님이 사실 뒤에선 엄청 무서운 일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어요. 대기업에 그런 어두운 일처리를 할 사람이 필요 하니까요. 그래서 불법적인 일들에 대한 법적 자문을 구하려고 법무팀장을 찾는거라고요. 그렇게 천사같이 잘생기신 분이, 어떤 소름끼치는 짓을 하고 다니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소문때문에 회사 사람들은 이사님을 꺼려요. 이사님한테 그나마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 글쎄요. 몇몇 있긴한데 친동생인 회장님 아니면 그 주위사람들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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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들은 C씨


애인인 제가 이런말을 해봤자 별 신뢰도는 없겠지만. 사실 오해가 좀 많아요. 동생 H가 말한 얘기는 사실 제 탓인거 같아요. 그냥 어릴적에 우리집에 놀러온 레오랑 간식 먹다 동생들한테도 갖다주고 싶다고 하길래 우리집 유리병에 있는 사탕을 몇개 줬어요. 가풍이 엄격해서 이런걸 잘 못먹는다니까 동생들이랑 먹으라고.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유리병은 할아버지가 가끔 드시는 사탕들만 모아둔 유리병이었던거죠, 정말 계피맛인 줄 몰랐어요. 레오도 몰랐을걸요.

그리고 동창 G가 말한 내용은 아예 와전된 내용이에요. 저는 레오처럼 인기가 많은 친구랑 엮이면 학교생활이 귀찮아질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거리를 두자고 한거였어요. 그러다 저를 좋아한다는 G의 얘기를 듣고 버튼이 눌린 레오가 참지 못하고 다시 더랑 어울리게 된거죠. 뭐.. 어차피 몇년만 있음 졸업이고.. 그냥 레오랑 같이 다녔어요. 그리고 레오는 그즈음에 성적 안올리면 해외로 강제유학 보내버리겠단 아버지 엄호령이 떨어져서 죽자살자로 공부한거에요 옆에서 좀 도와준건 맞지만... 내가 안도와줘도 알아서 했을걸요. 대학에 가서는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서 레오랑 다시 좀 멀어지자고 부탁한거에요. 레오는 싫다고 며칠을 울었지만. 대신 변호사가 되면 바로 결혼해주겠다고 약속해서 겨우 진정시켰죠. 학교에서 가끔 얼굴 마주치면 저도 슬펐답니다... 방학땐 잠깐 만나기도 했지만.

마지막 얘기는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겠다. 싶어요. 어차피 이런 대기업에선 파다한 소문이잖아요. 레오는 그냥 제 얼굴 보고 싶어서 오는거지만...잘생기고 수상한 이사님이 제 오피스에 들락날락 하니까 부부인 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게 되나봐요. 아는 사람들은 그냥 '그래. 하루종일 회사에서 띵가띵가 노는 이사도 있는 법이로군' 하고 신경을 꺼요.



레오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