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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20:52

https://hygall.com/605207401  (압해 전 - 안봐도 됨) 

https://hygall.com/605823327  - 1편 

https://hygall.com/606025684 - 2편


*악마가 주제긴 하지만 종교알못이라서 고증, 개연성 1도없음 주의




 
chapter 6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첨탑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허니는 순백의 사제복을 입고 빛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걸었어. 그녀가 갈 때마다 문이 열리고 그 문은 본당의 제일 안쪽까지 열렸지. 허니가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어.

- 허니 비.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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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맡은 일을 잘 해줬다고 들었다. 허니, 이리와서 인사해다오.

높은 곳에 앉은 남자가 허니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허니는 계단으로 올라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손등에 입을 맞췄어. 페드로의 손이 허니의 턱을 가볍게 올려 그와 눈을 마주치게 했지.





허니는 신의 대리인이라고 불리는 남자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사랑받는 기분이 들었어. 마치 자신이 피와 살을 떼어내 허니를 만든 것처럼 애정과 자애가 담긴 눈으로 보았지. 페드로는 허니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어.

- 무사히 나의 품으로 돌아왔구나. 아이야.

- ... 저희는 모두 신의 미천한 종. 모든 건 신의 안배 덕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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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안배라... 그렇다면 지금도 신이 널 구원할 수 있을까?

-네?

페드로는 허니에게 뻗었던 손을 거두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말했어.

- 사제 허니 비는 악마와 싸우는 과정에서 신성력을 잃고 타락했다 그녀의 몸에서 악의 기운이 나오는구나.

페드로의 외침에 알현실 안 밖에 있던 사제와 성전기사들이 몰려들었지. 허니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을 잡지도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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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꼈던 사제가 타락했다는 것이 무척 슬프구나. 내 친히 그녀를 다시 빛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녀를 구속하고 데려가라. 내가 그녀를 구원할 것이니 그 누구도 이 죄인에게 손대지 말지어다.

- 성하!! 저는 타락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신실한 신의 종복입니다. 성하!!

허니는 반항했지만 건장한 기사와 사제들에게 먹힐 리 없었어. 그녀는 손발과 눈, 입까지 가려진 채 어디로 끌려갔고 당혹감과 두려움에 눈물만 흘렸지. 공포감은 허니를 약화시켰고 마침내 눈물에 젖은 눈가리개가 풀렸을 때 허니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어.




그녀가 있는 곳은 감옥이 아니라 작은 기도실처럼 보였고 그녀 앞에는 페드로가 있었지. 페드로가 입에 물린 천까지 풀어주자 허니는 쉬어버린 목소리로 말했어.


- 성하. 저는 타락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악마에게 물든 게 아닙니다.

- 가엾게도 입가가 찢어졌구나.

- 성하... 

-  너를 해칠 생각은 없다. 그저 여기서 너의 신실함을 나에게 증명하면 된다.

- 성하. 하지만 이곳에는 그 흔한 성상하나 없고 성물 하나 없지않습니까. 그리고... 성하의 그림자는 어디로 간 것 입니까.


허니는 알현실에서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결국 입밖으로 꺼냈어. 자신이 상상한 최악의 상황이 아니길 바라며. 하지만 페드로는 그 동안 허니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웃음을 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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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상과 성물이 왜 필요하지? 신이 그대 앞에 있는데. 나의 선택을 받은 너는 구원받을 것이다. 평생 신을 모셨던 것처럼 나를 경배하고 사랑하라. 너에게 영원한 낙원을 줄 수 있는 이는 나밖에 없을테니. 


end. 루시퍼, 오만의 악마










 
bonus stage






생각보다 게임은 힘들었고 마지막 장까지 클리어한 허니는 해안가의 선베드에 누워 주말을 보내고 있었어. 하얀 백사장, 부드러운 파도소리, 그리고 좋은 목소리에 호감가는 인상의 대화상대.


- 그래서 모두 끝낸 거에요? 그 게임?

- 네. 가상현실이라고 하더니 진짜 현실같았어요. 아마 그 게임 몇시간만 더 했으면 뭐가 현실이고 게임인지 구분 못 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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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같은 게임이든, 게임같은 현실이든 이 곳에서 머물다보면 모든 걸 잊게 될 거에요.

- 맞아요. 여긴 정말 천국이네요.


순간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와 누워있던 허니의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만들고 갔어. 허니가 인상을 구기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넘기자 옆에서 큰 손이 불쑥 건너와 허니의 머리카락을 조심히 정리하기 시작했지.


이렇게 거리가 가까워도 되나 생각들었지만 그것보다 머리정리를 끝낸 페드로가 아무렇지 않게 손을 거두자 허니는 괜히 오해한 것 같아서 민망해져 아무 이야기나 불쑥 꺼냈지.


-  큼. 여길 떠나도 당분간은 이 곳이 계속 생각날 거 같아요.

- ... 이곳을 떠날 건가요?

- 이제 다시 일도 알아봐야하고, 집도 옮겨야 할 때가 되어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에요. 그래도 여기서 푹 쉬다가 가니까 다시 힘내서 해봐야겠죠!

- 굳이 힘낼 필요가 없지 않나? 여기서 계속 있을 거면?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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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 세상은 당신이 노력해서 이룬 것들을 저 파도처럼 부수고 휩쓸겠지. 그리고 당신은 상처입고 슬퍼하고 좌절하여... 결국에는 침잠하겠지. 이 곳에서는 애쓰거나 노력 하지 않아도 돼. 당신을 상처입힐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그냥 나와 함께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거야. 몇달간 그렇게 했던 것처럼 말이야.




몇달? 페드로의 말에 허니는 자신이 언제 이 섬에 왔는지 떠올리려고 했어. 아니, 애초에 어떻게 이 섬에 들어온거지? 이 섬은 어디지? 혼란에 빠진 허니가 선베드에서 일어나 해안가를 둘러보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모습을 페드로는 가만히 보고 있었지. 저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허니는 다시 제 옆자리로 올테니. 오래된 나태는 사고와 기억을 흐리게 만들거든.





같은 시간, 거대한 저택 제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침실. 작은 빛줄기만 들어오는 그곳에 허니는 부드러운 실크 이불 위 엎드린 채 누워있었어. 그녀는 눈은 떠 있었지만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지. 작게 오르내리는 등만이 그녀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어. 페드로는 그 옆에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지. 나태에 빠져드는 이를 방해해서는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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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떤 고통이나 괴로움이 없는 곳에서 잠들라. 세상은 너를 상처 입히고 너는 피흘리게 되리라. 모든 것이 멈춘 이 곳에서 나와 함께 머무르라.




chapter 7. end 벨페고르, 나태의 악마 














에필로그




- 제 안에 삿된 감정과 욕망을 사라지게 하시옵소서. 그 어떠한 번뇌와 유혹에 빠지지 않게 저를 인도해주시옵소서.


한 남자가 있었어. 그는 강한 신성력과 정신력을 가졌으며 예언의 때가 오면 대천사 중 하나가 그를 그릇 삼아 지상으로 내려올 예정이었어. 악마들은 그를 유혹하려고 했지만 그는 그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갈고 닦으며 예언의 날을 기다렸지. 하지만 그런 그를 굴복시킨 건 악마가 아니라 인간 여자, 단 한 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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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숨결이 그녀에게 닿을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그녀의 발에 입을 맞추고 그녀를 찬미하고 싶습니다. 그녀로 인해 고통받고 들끓는 제 심장을 뽑아 그녀를 위한 제물로 바치고 싶습니다. 저는 그녀를 원합니다.


그래서 남자는 악마와 계약했어, 그 여자를 가지게 해달라고. 악마들은 인간 여자를 불러들였고 남자는 자신이 선택한 악마의 권능에 따라 여자를 가질 수 있게 되었어.

결국 이 게임은 처음부터 남자에겐 해피엔딩이겠지만 허니에게는 엔딩이 없는 게임이었지.


END







페드로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