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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21:55

https://hygall.com/605207401  (압해 전 - 안봐도 됨) 

https://hygall.com/605823327  - 1편 



허니는 어떤 게임의 베타테스터로 참여하게 되었어. 무슨 장치를 통해서 가상현실로 접속해서 게임을 하는 건데 뇌랑 연결되어서 실제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대.
연애시뮬? 이라고 하던데 특이하게 챕터를 선택하면 그 안에 있는 악마의 이름이나 죄악을 알게 되면 클리어하는 형태인가봐. 하지만 허니도 게임의 설정에 동화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뻔한 연애게임보다는 재밌어 보여서 허니는 참여하기로 했어.
튜토리얼이나 설명서는 잘 안보는 편이니까 그냥 바로 게임 플레이를 눌렀어.


그럼 허니는 어떤 악마들을 만나게 될까.





 
chapter 5: 탐욕에서 흘러나온 것
 




- 미세스 파스칼 덕분에 이번 자선파티는 성공했네요.
- 그럼요. 미스터 파스칼이 아니었다면 사업한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겠어요?
- 뵐 때마다 미스터 파스칼은 더 멋있어지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허니는 오늘도 일 하나를 무사히 끝냈다고 생각했어. 페드로는 사업가와 정치인들에게 둘러쌓여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 뒤로도 그와 인사를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지. 한 무리와 이야기가 끝난 듯 잠시 페드로의 주변이 비워지자 페드로와 허니는 잠시 눈이 마주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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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웃으며 허니에게 다가오려고 했지만 곧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다시 그 자리에 묶여버렸지. 그들의 귀가시간은 늦어지고 있었어.




11시 쯤 페드로와 허니는 파티장을 나왔어. 3시간 동안 사람들과 웃고 대화하던 그들은 차 뒷자석에 앉아서 잠깐의 정적을 만끽했지. 부드러운 가죽시트에 몸을 기대자 애써 무시하고 있던 발바닥의 통증이 올라와 허니는 슬그머니 발을 죄이던 구두에서 뒤꿈치를 뺐어.

- 구두 벗어요. 우리 둘 밖에 없는데.

허니는 운전기사가 있는 앞좌석을 무의식적으로 한번 봤어. 운전석과 뒤의 좌석 사이에 막이 있었지만 둘만 있다고 하기엔 애매했어.

- 그냥 이렇게만 있어도 편해요.

- 흠. 가만히 있어요.

페드로는 허니 쪽으로 상체를 숙이더니 허니의 발목을 잡고 구두를 벗겼어. 그리곤 허니의 양 발목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지. 순식간에 다리를 올리게 된 허니는 흐트러진 치마를 정리하면서 페드로를 말렸어.

- 이럴 필요 없어요.

다리를 빼내고자 허니가 미약하게 발버둥 쳤지만 페드로는 큰 손에 잡힌 허니의 발목은 그대로였어.

- 새로운 구두를 장만해야겠어요. 발등하고 발뒤꿈치 피부가 벗겨졌네요.

페드로는 빨간 생채기가 난 허니의 발을 안타깝게 보더니 그녀의 발등과 발바닥을 주무르기 시작했어. 발버둥을 치던 허니도 효과가 없는 걸 알았는지 페드로가 원하는 대로 두고 지켜보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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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고생한 내 파트너를 위해 이정도는 하게 해줘요.






그들이 탄 차가 저택에 도착했을 때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저택은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어. 페드로와 허니는 차에서 내렸고 잘자라며 인사를 했지. 그리고 페드로는 본채로 허니는 별채로 향했어.





허니는 고용인들에게 인사한 후 1층의 침실로 들어갔어. 야간용 조명만 켜져있는 방 가운데는 환자용 침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여러가지 장치를 달고 있는 남자가 누워있었어. 허니는 남자와 연결된 모니터를 한번 보고서 그의 이마에 짧게 키스했어.

- 다녀왔어요. 잘 지냈어요?

허니의 인사에도 남자도, 남자와 연결된 모니터에도 어떤 반응이 없었지. 인공호흡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만 가만히 듣던 허니는 옆에 문으로 연결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어.







다음 날 허니는 아침부터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와의 통화를 끝내고서 방문을 열었지. 그리고 그 곳에는 자신을 기다리는 듯 서 있는 페드로와 마주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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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니 같이 밖에서 아침이나 먹자고 전화를 했는데 통화중이더라구요. 

- 집에서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정신없이 얘기했네요. 기다리셨다면 미안해요.

- 내가 마음대로 기다린건데 뭐. 갈까요?

-좋아요.





- 아. 페드로, 어제는 고마웠어요. 파티참석한다고 출장일정도 조정했다면서요.

- 내가 고마워해야죠. 허니가 아니면 우리 가문에서 자선파티 같은 곳에 초대받을 일이 없잖아요. 나한테도 필요한 일이었어요.



틀린 말은 아니었어. 5년 전만해도 사람들은 파스칼 가문과 얽히기 꺼려했어. 마피아로 성공했던 파스칼 가문이었기에 최근 불법적인 사업을 정리한 뒤에도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했지.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던 파스칼 가문은 지역유지면서 정치인을 배출한 비 가문과 정략결혼을 제안했고, 허니 비 파스칼이 결혼 이후 사교계에 부지런히 얼굴을 비치면서 파스칼 가문은 여러 인사들로부터 초대를 받기 시작했지.



- 다들 당신한테 인사하고 싶어하던데요. 앞으로는 저를 거치지 않고 당신에게 초대장이 갈 거에요.

- 사업제의면 몰라도 어떤 파티에 참석하고 말아야 할지 혼자 결정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당분간은 허니가 같이 봐줬으면 해요.

- 물론이죠. 도움이 될 만한 자리만 추려보도록 할게요.


이런 일은 보통 안주인이 하겠지만 페드로는 아직 미혼이었기에 허니는 안주인의 업무대행을 하는 것에 불만은 없었어.




- 후안은 어때요?

- 그대로에요. 주치의는 이제 병원을 알아보라고 하는데...

- 당신은 할 만큼 했어요. 그를 병원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 부담 가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 조금 더 여기 있게 하고 싶어요. 가족이 있고 익숙한 집이 있는 이 곳이 더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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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가 후안의 아내니까. 당신 뜻에 따르도록 하죠.



페드로의 동생이자 허니의 남편인 후안이 사고를 당한지 2년이 넘어가고 있었어. 본인의 음주로 인한 운전사고였고 옆자리에 있던 여자는 바로 즉사했어. 후안은 모든 장기와 뇌가 손상되어 생명장치로 잡아두고 있었지만 그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 주치의가 허니에게 병원을 권유한 건 이제 그를 놓아줄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했어.







며칠 뒤, 허니가 잠시 외출을 하고 돌아오자 하인이 그녀에게 달려왔어. 

- 작은 마님. 지금 침실에...

하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침실 쪽 문이 열리면서 남자가 나왔어. 남자는 허니를 보며 인사했지만 공손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였지. 

- 오랜만입니다. 제가 못올 곳을 온 건 아니겠죠?

- 오랜만이네요. 못 올 곳이라뇨. 후안도 좋아할 거에요. 다시 들어가요.

남자는 남편의 친구이자 부하였던 사내였지. 남편과 같이 질나쁜 사업을 해서 허니도 그를 좋아하진 않았어. 사고 이후 몇달간은 수시로 문병을 오더니 최근에는 뜸했기에 허니는 남자가 다시 남편을 볼 수 있게 안내했지.



- 사람들이 말하더라구요. 후안이 얼마 살지 못할거라고.

- 그가 계속 버텨주길 기도해야죠. 


허니의 대답을 들은 남자는 코웃음을 쳤어.


-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 우습네.

- 뭐라구요?

- 당신이 바라던 일이잖아. 여자 만나고 술 마시고 손찌검도 하는 남편이 사고로 죽는 거.


남자는 허니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아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허니는 일부는 인정하기로 했어.


- 그가 저에게 좋은 남편은 아니었죠. 하지만 그가 죽길 바란 적은 없어요.

- 그래? 들리는 소문은 그게 아니던데? 당신 친정집에서 당신의 재혼상대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다 파다하던 걸? 하긴 2년이면 오래 기다렸지.

허니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어. 며칠 전 친정집에서 걸려온 전화가 허니의 재혼에 관한 내용이 맞았으니까.

- 아니면 그 형으로 갈아타려고...

- 어떻게 그런 말을! 당장 나가요!

- 당신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어!

- 뭐라구요?

- 후안이 옆에 있을 때에는 나한테 찍소리도 못하더니 이제 와서 주인 행세를 하려는 건가!


남자는 허니의 축객령에도 언성을 높이며 그녀를 위협하듯 그녀 쪽으로 다가왔어. 더 이상 남자를 놔둘 생각이 없었던 허니는 사람을 불러 그를 끌어낼 생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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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이 기르는 개를 가르치겠다는 건데 뭐가 문제지?


방금 외출에서 돌아온 듯한 페드로가 방으로 들어섰고 그의 등장으로 방 안에 있던 팽팽했던 긴장감은 어떤 공포감으로 바뀌기 시작했어. 남자와 허니 둘 다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고 페드로는 허니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았지.


- 잊고 있나 본데 이쪽은 허니 비 '파스칼'이지. 나, 페드로 '파스칼'처럼 말이야. 

- ......

- 조직에 들어올 때 했던 서약, 기억나나? 한 줄 뿐이지만.

- 파..파스칼에게 복종 할 것....

- 허니 비 파스칼에 대한 불복은 나에 대한 불복이고 곧 가문에 대한 불복이다.


페드로는 이제 허니의 앞을 막아섰고 허니의 시야에는 페드로의 등만 보였어. 하지만 차라리 그의 등만 보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그의 목소리가 주는 위압감만으로도 서있기도 힘들었으니까.


- 페드로님. 저는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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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대답을 구하는 것 같나?

- ......

- 마땅히 형으로서 동생이 끝내지 못한 교육을 대신 해야겠군.


페드로의 말이 끝나길 무섭게 수행원들이 들어와 남자를 끌고 갔어. 방은 끌려가길 거부하는 남자의 비명소리로 시끄러워졌지. 허니는 페드로를 보기 두려워 바닥만 보고 있었고, 페드로는 굳어있는 허니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어.



- 이런 모습 보게해서 미안해요.


페드로는 굳은 얼굴로 방을 나갔고 그제서야 허니는 바닥에 주저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어. 








페드로와 허니는 다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냈어. 그 남자는 허니 앞에서 사라졌지만 그가 했던 말 중에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었지.
  
허니는 페드로에게 저택에서 파티를 열 것을 제안했어. 과거에는 이 저택에 마피아나 각 범죄 조직의 간부들이 모였지만 이제는 정치인, 사업가, 지역 유지들을 불러 모을 때가 되었다고 했지. 페드로는 떨떠름해 했지만 허니의 의견에 따랐고, 사실상 허니의 총괄 아래 저택의 파티는 무사히 열렸어.

본채와 정원을 개방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참석했지. 파티가 무르익자 사람들은 모여서 얘기를 하거나 연주자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어. 그리고 그들이 모습을 허니는 조용한 별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지.




- 나만 저 아수라장에 던져두고 당신은 여기서 쉬고 있다니 너무하다는 생각 안해요? 

- 페드로?


어두운 복도의 그림자 속에서 페드로가 나타나자 허니는 당황했어. 아직 주최자가 퇴장하기엔 이른 시간이었거든.


- 여기 오면 어떻게 해요. 주최자가 춤은 한 곡 정도는 춰야죠. 

- 허니. 난 춤 대신 총질을 배우면서 자랐어요. 건실한 사업가인 척 연기할 순 있어도 춤은 못춘다구요.


페드로는 허니가 앉은 소파 빈자리에 앉았어.


- 허니도 같이 내려가면 안되나요? 혼자서는 저 능구렁이들 상대하기 너무 피곤해요.

- 지금까지 파티에 초청받을 때는 보통 파트너가 동석하는 게 원칙이니까 함께 한거고...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서까지 동생 부인인 제가 옆에 서 있으면 이상하잖아요. 


페드로는 모르겠지만 허니가 이 파티를 열자고 주장한 건 사교계의 입지를 다지는 것도 있었지만 페드로의 혼처를 찾아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어. 그의 반응을 봐서 실패한 게 분명하지만.



- 이제와서 누가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아, 당신한테 주려고 한 선물이 있었는데.

- 선물이요?


허니는 페드로가 건네는 상자를 받았지.


- 허니도 이번 파티에 참석하는 줄 알고 준비했는데 이렇게 주게 되었네요.


페드로의 설명을 들으며 허니가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늘씬한 디자인의 검은색 구두가 들어있었어. 앞부분에는 다이아몬드가 사선으로 박혀있고 검은색이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새틴 소재의 구두였지.


- 너무 예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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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신어봐요. 아기가 신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달라고 했거든요.


허니가 신고 있던 신발을 벗자 페드로가 소파에서 내려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선 그녀의 발에 구두를 하나씩 신겨줬어. 구두를 신은 허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었지.


- 진짜 편안해요. 발도 안 아프고.

- 괜히 편한 척 하는 거 아니에요?

- 아니요. 이런 구두라면 몇시간을 춤춰도 발이 안아플 거 같은데요?

- 그럼 나랑 춰요. 그 춤.

- ... 춤 못춘다면서요.

- 허니가 가르쳐주면 되죠.

- 다음에... 다음에 가르쳐 드릴게요.

- 난 지금 허니와 춤을 추고 싶어요.


페드로는 춤을 청하는 것처럼 손을 내밀었고 허니는 고민했어. 페드로는 편한 상대였지만 어디까지나 남편의 형이었지. 선을 넘으려고 하는 페드로를 거절해야하는데 허니의 몸은 다른 대답을 했지.    


- 저한테 배우실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허니가 페드로의 손을 잡자 페드로의 다른 손이 허니의 허리를 감쌌어. 허니는 자연스레 페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둘의 사이는 가까워졌지. 창문 밖에서는 느린 연주곡이 들려왔고 허니가 박자에 맞는 간단한 스텝을 알려주면서 그들의 춤은 시작되었어.


- 왼발부터 다시 움직이고 오른발. 잘하는데요? 페드로. 정말 춤을 배운 적 없어요?

- 몸으로 하는 건 빨리 익히는 편이라. 훌륭한 선생님도 있고.


가끔 스텝이 엉키기도 했지만 둘의 춤은 부드럽게 흘러갔지.


- 어릴 때는 파티에서 춤 추는 게 부끄럽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추니까 재밌네요.

- 나하고 재밌는 거 계속하면 되겠네요.

- 페드로. 제발 다음에는 저기 예쁜 여성분들 중 한분이랑 이렇게 춤을 추세요.

- 허니가 있는데 왜 그래야 하죠?


허니는 미루려고 했던 말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춤을 멈추고선 그를 올려봤지.


- 난 당신의 아내가 아니에요. 당신 동생의 아내고 언제까지 안주인 역할을 대신할 수 없어요.

- 당신은 누구를 대신할 필요 없어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돼요.

- 요즘 당신하고 내가... 너무 친해진 것 같아요. 이, 이건...

- 내가 그러길 바랐으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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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나의 관계 때문에 당신을 놓칠 생각은 없어요.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을 깨닫고 나선 잠시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라도 당신을 만나고 함께 할 수 있으니까.

- 그만. 페드로 그만해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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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당신을 원하고 있다는 거 당신도 알잖아.


끝내 피하고 싶었던 고백에 허니는 머리가 지끈거렸어. 하지만 페드로는 멈추지 않았지. 그는 허니에게 입을 맞췄어. 처음에는 부드럽게 그리고선 허니의 대답을 구하는 듯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기 시작했고 그녀가 밀어내지 않자 그녀의 호흡 하나라도 놓치지 않은 것처럼 집요하게 키스를 이어갔지. 마침내 허니가 그의 어깨를 밀어내자 페드로가 물러났어.


- 안돼요. 이건 옳지 않아요.

- 내가 당신을 원하는 게 왜 옳지 못하다는 거야?

- 그만! 그만해요. 오늘은 없던 걸로 해요.

- 난 그러고 싶지 않아.

- 페드로. 날 더 힘들게 하지 말아요. 제발.


허니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고 몇 분 뒤 페드로는 다시 파티장에 나타났어. 다들 파티가 훌륭하고 다시 이 저택에 초대받고 싶다고 했지.






그들의 바람은 한달 뒤 후안 파스칼의 장례식으로 이뤄졌고 사람들은 슬프게 우는 미망인과 그 옆을 지키는 페드로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네게 되었지.







장례식이 끝난 뒤 허니는 별채의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웠어. 옷도 장례식의 검은 드레스를 입은 채였지. 그녀는 실패한 결혼생활이 끝나게 되면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그녀를 덮쳐온 슬픔은 생각보다 크고 깊었어. 허니는 너무 울어서 메말라 버린 눈으로 왼손 4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봤지.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들어왔어. 그는 누워있는 허니 옆에 앉았어. 그리고 허니의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허니의 시선은 반지에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어.


-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거죠?

- 그냥 여기 있으면 돼.

- 제 가족들이...

- 당신 부모님하고는 얘기했어. 정확히는 우리의 결혼에 대해 얘기했지.


허니는 몸을 일으키고선 페드로를 봤어.


- 무슨 소리에요? 우리의 결혼이라뇨? 난 이제 막 장례식을 마친 미망인이에요!

- 그렇지 않아도 일년 뒤가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 애도기간을 포함해서.


예정된 사업 스케쥴을 말하는 듯 페드로의 목소리는 평온했어.


- 말도 안돼. 이럴 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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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 비 파스칼. 당신은 자신의 이름을 잊으면 안돼.

- ......

- 파스칼의 이름이 붙은 것 중에 내가 가지지 못할 건 없어. 당신 하나 가지지 못한다면 내가 이 가문의 수장인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비 가문과 파스칼 가문의 계약은 이행될 거고 당신은 파스칼의 아이의 임신할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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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이 되겠지. 당신이 내 것이 된다면 말이야. 나는 어서 그 날이 오길 바랄 뿐이야.



허니는 욕정과 탐욕으로 빛나고 있는 페드로의 눈을 봤어. 그리고 깨달았지. 저 포식자에게서 달아날 방법은 없다고. 허니는 다시 힘없이 침대 위로 쓰러졌고 페드로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를 한 뒤 방을 나갔어.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손에 넣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말이야.  








end. 마몬, 탐욕의 악마




탐욕편의 이야기는 이 시리즈(?)를 생각하기 전에 따로 써놨던 내용이라 분량이 다른 챕터에 비해서 많음
탐욕편이라 탐욕을 담아 많이 쓴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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