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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21:30
떠돌이 개가 인적드문 곳에 있는 걸 보고 커크는 먹던 샌드위치 속 햄조각같은 거나 슬슬 던져주고 말았음. 딱히 평생 책임질 생각도 아니었고 그냥 눈에 보이고 앞에 있고 개는 불쌍해보였고 내손에 얘가 먹어도 될 만한게 있으니까 하고 가볍게 생각하면서 보이면 툭툭 뭘 던져주는거지.

처음에는 커크가 자리를 떠날 때까지 개는 먹이에는 눈길도 안주고 커크를 경계하기만 했음. 자리를 뜨는 시늉을 해야 겨우 먹을 거에 다가가곤 했음. 개는 대부분 인적드문 골목 구석에 있었고 그 골목은 커크가 지름길로 자주 다니는 곳이라 심심치않게 개와 만나게 됐음. 개는 대형견이지만 비쩍마르고 털은 더러워서 볼품은 별로 없었어. 귀염성도 별로 없었지. 한동안 먹을거리를 줬지만 개는 여전히 경계심도 많아보였고 멀찍이 던져준 고깃조각을 먹긴 먹으면서도 계속 이쪽을 보면서 긴장을 늦추지도 않았음. 어차피 길에서 살 놈이니 딱 그정도로 사람을 피하는게 괜찮겠지싶기도 하고 내가 키울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에 커크도 굳이 다가가거나 살갑게 굴진 않았어. 빼빼말라서 뼈밖에 안남았던 개를 속으로 본즈라는 별명으로 부르긴 했지만 한번도 직접 그런식으로 개를 불러본적은 없었지. 그냥 가는 길에 먹을 걸 주고 먹는 걸 잠시 보다가 다시 제갈길을 가곤 했음.

커크는 그냥 이러고 허기 달랠것들이나 주다가 말거라고 생각했어. 방금 비쩍마른 개, 본즈가 차에 치여서 피 흘리는 걸 보기전 까지는. 커크는 초조한 마음으로 외투를 벗어 피 흘리는 개를 감싸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감 옷에 피가 스미는 느낌에 식은땀이 났음. 이 뜨듯한 피가 빠져나갈 수록 이 개는 시시각각으로 목숨을 잃고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어. 정신을 차렸을 땐 수술은 이미 끝났고 잘 됐다는 말을 듣고있었지. 커크는 그제야 깊게 숨을 내뱉으며 오랫동안 꽉 쥐고 있어서 저릿한 주먹을 폈다 쥐었다하며 고개를 푹 숙였음. 머리가 복잡했어. 여러 생각을 했지만 접수증 보호자 칸에 적었던 자기 이름과 반려동물 이름 칸에 적은 본즈 라는 글자가 눈앞에 아른거렸지.

이래서 언제 키우고 언제 늑대수인인거 들키냐 zipzip해서 암튼 이때부터 엉겁결에 시작되는 커크의 우당탕탕 반려동물 본즈 키우기가 보고싶다.... 근데 아마 대부분 커크만 뚝딱거리고 사고치는.... ㅅㅂ 이부분이 보고싶은거였는데 힘빠짐..... 꼬질한 본즈 목욕시킨다고 하다가 자기만 물 다 뒤집어엎어서 쫄딱 젖은 커크... 어떻게든 목욕 시키고 털말려주는데 어라 우리집 개 잘생긴거 아님? 하고 슬슬 눈에 콩깍지 씌이는 커크 보고싶다.... 그리고 자기혼자 헛짓거리하며 사고치는 커크 보면서 이거 별로 경계안해도 될것같다 싶어진 본즈보고싶다.... 뭔가 커크가 키우긴 키우는 건데 시종일관 본즈가 너는.... 어휴 그래 내가 맞춰준다 이런 느낌일것같음. 그리고 잘먹어서 털 반지르르하고 덩치 개커진 본즈보고 내가 키웠다 하고 뿌듯해하면서 사진 아는 사람한테 보여줘가면서 자랑하는데 '.....???? 얘 개가 맞아요???' 하는 사람들 반응보고도 이 덩치면 개가 아닌것같다는 생각도 못하는 눈새커크 보고싶다.... 본즈가 늑대수인인거 들키는 건 커크가 뭐 뜨거운 거 들고있다가 넘어질 뻔해서 그거 구해주다가 수인인거 다 들키면 좋겠음. 근데 본즈 커크 도와주고나서 사실 난 개도 아니고 늑대도 아니고 늑대수인이야하고 이렇게 고백하는 게 아니라 너는 뜨거운 걸 들고있으면 조심해야지 뭐하는거야 큰일날뻔 했잖아하고 잔소리부터 쏟아낼것같음. 커크만 혼나면서 ???우리 애가 갑자기 사람이 됐는데??? 이러고 있으면 너 또 딴 생각하지하고 본즈한테 더 혼남

늑대수인 본즈랑 뭔가 허당인 커크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