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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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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 수십 통, 읽지 않은 메시지 수백 개, 음성메시지 5개. 허니는 단 하나도 열어보지 않고 휴대폰을 꺼서 서랍에 넣었어. 이번이야말로 그에게서 독립할 때야. 마음 약해지면 안 돼.

지금까지는 야니스 덕분에 풍족하게 살았지만 사실 허니가 가진 돈은 별로 안 됐어. 허니는 아무 상도 받지 못한 무명 작가였으니까. 집세를 내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어. 허니는 급하게 구한 웨이트리스 알바를 마치고 뻐근한 다리로 집에 도착해 불을 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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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떻게 알았어?"


"집에 가자, 허니."


허니가 당연히 따라갈 것처럼 외투를 집어 든 야니스는 가만히 서 있는 허니에게 다가왔어.


"집에 가자니까."


"거긴 처음부터 내 집이 아니었어. 내가 네 집에 얹혀 산 거지. 넌 거기에서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난 내 살을 뜯어먹는 것 같았어. 더 이상은 안 할 거야."


"그럼 난 어떡하고? 너 없는 내가 어떨지 생각해봤어? 난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혀."


"난 네 옆에 있는 동안 항상 그랬어. 이제 네 뮤즈로서의 삶은 끝이야."



야니스는 입가를 쓸어내리다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현관문을 열었어. 문을 나서기 전 그는 현관 선반에 열쇠를 올려뒀어.

"언제든 돌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허니는 웨이트리스 일과 집필을 병행했어. 일을 끝내면 손목이 아려 타자를 치기 어려웠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견딜 만했어. 그러나 노력이 무색하게 허니의 원고는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했어.

하루는 문학상 결과 발표가 늦어져 전화를 걸었어. 담당자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누군가에게 물었어.


"결과 발표가 언제냐고 물으시는데요?"


"누군데?"


"허니 비 작가님이요."


"그냥 적당히 얼버무리고 끊어. 걔 상 주면 글 안 줄 거라고 니뵈너 서슬이 퍼래."


"네, 알겠습니다."




불행히도 담당자가 송화기를 제대로 가리지 않아 모든 대화를 허니가 듣고 말았어. 허니는 조용히 전화를 끊고 실성한 듯 웃었어. 그랬구나. 네가 한 짓이었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부.












야니스는 타는 냄새에 잠에서 깼어. 영문 모른 채로 아랫층으로 내려 온 그는 하얗게 질렸어. 벽난로 안에서 불타는 종이 뭉치를 허니가 막대로 쿡쿡 찌르고 있었어. 끈으로 가지런히 묶어둔 게 허니의 원고가 분명했어. 야니스가 벽난로로 뛰쳐가 한 장이라도 구해보려 했지만 이미 모두 시커멓게 변했어. 야니스는 벽난로 앞에 무릎을 꿇고 망연자실 불길을 바라봤어. 허니는 옆에서 입꼬리를 올린 채로 있다가 나지막히 말했어.


"하마터면 애꿎은 종이만 계속 낭비할 뻔 했어. 어차피 안 된다는 걸 나만 몰랐던 거야. 니뵈너도 알고, 출판사도 알고, 협회도 아는데 나만 멍청하게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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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네 글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기나 해?"


"가치 있다면서 왜 남들한테 못 보여주는데. 네가 말했잖아, 글은 독자 안에서 살아나는 거라고. 내 글만 영원히 죽어 지내야 할 이유가 뭐야!"


"........"


"내 글을 전부 태우는 데 꽤 시간이 걸리더라. 너처럼 다작한 것도 아닌데 오래, 오래 탔어. 네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났으면 단편 하나쯤은 건질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이랬든 저랬든 내 글이 세상에 남지 못한 건 모두 네 탓이야."


허니는 야니스를 두고 후련하게 떠났어.






"아니야, 이게 아니었어... 허니는 이런 표현 안 쓴다고."

'제인은 숲을 거닐며.. 거닐었... 거닐다가,'

"아니라고!"


허니의 글을 기억해내려던 야니스는 폭발해 책상 위 물건을 거칠게 쓸어버렸어. 타자기는 벽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냈고 유리잔 파편은 야니스의 손바닥에 박혔어. 하지만 가장 괴로운 건 허니의 글이 존재하지 않는 거였어.













휴대폰을 바꾼 허니는 매일 같은 번호로 오는 전화에 신경이 곤두섰어. 니뵈너겠지, 거머리 같은 놈. 허니가 번호를 차단하려는 때 그 번호로 문자가 왔어.

- C 출판사입니다. 가능하신 시간에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C는 허니가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였어. 계속 귀찮게 하는 게 짜증나서 바로 전화를 걸었지. 연결음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남자가 전화를 받았어.

"C 출판사입,"


"절필했어요."


"네?"


"절필했으니까 귀찮게 하지 마세요."


"마음을 돌리시는 게,"


"그럴 생각 없습니다."



이게 마지막 통화일 줄 알았지만 C 출판사는 끈질겼어. 언제든지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라는 메시지, 연휴 잘 보내라는 메시지 등등... 그래서 허니는 몇 개월만에 다시 전화를 걸었어.


"C 출ㅍ,"


"알고 있어요."


"비 작가님?"


"네."


"혹시 절필을 번복,"


"아니에요. 근데도 계속 연락하시는 게 거슬려서요."


"그렇다면 이전에 쓰셨던 글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불태웠어요."


"아...."


한참 말이 없던 남자는 마감 기한은 얼마든지 늘려드릴 테니 단편이라도 계약하고 싶다 말했어.

"제 글에 관심 가지는 이유가 뭐예요?"


"만나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찾아뵐까요?"


"아뇨, 됐어요."


"그럼 XXX가 35번지로 언제든지 방문해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처음으로 남자가 먼저 전화를 끊었어.







허니는 그 날 저녁, 아니, 다음날 출판사 문을 두드릴 때까지도 고민했어. 니뵈너의 계략인가? 아니면 사기? 그게 뭐든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문을 열었어.


아늑해보이는 응접실 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뒤를 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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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너붕붕
캐머런채프먼너붕붕
2024.09.22 21:09
ㅇㅇ
모바일
여기서 캐머런의 등장이요? 미친다 센세 맛잘알
[Code: 35fd]
2024.09.22 21:10
ㅇㅇ
모바일
아 센세 진짜 개존맛
[Code: 2a85]
2024.09.22 21:12
ㅇㅇ
모바일
센세 돌아오셨군여!!
[Code: d0d3]
2024.09.22 21:18
ㅇㅇ
모바일
제목 보고 심장 떨어졌다 ㅠㅠㅠㅠ 억나더로 붕키 심장 붙여줘 센세
[Code: 50f0]
2024.09.22 21:21
ㅇㅇ
모바일
미친 야니스 무릎꿇고 빌라고 ㅠㅠㅠㅠㅠㅠ 이러다 진짜 뺏긴다 ㅠㅠㅠㅠㅠ
[Code: 8acc]
2024.09.22 21:51
ㅇㅇ
모바일
맛있다... 시발 이거지ㅠㅠㅠㅠ
[Code: 9230]
2024.09.22 22:18
ㅇㅇ
모바일
아 허니 다 태우는 거 맴찢이다ㅠㅠㅠㅜㅜㅜㅜㅜㅜ
[Code: 71cd]
2024.09.22 22:38
ㅇㅇ
모바일
이 삼각형은 진짜 완벽하다... 허니 절필한다고 다 불태운 거 굳게 마음먹은 느낌인데 캐머런이 어떻게 허니를 설득할지 궁금하고.. 야니스는 더 굴렀으면 좋겠고.. 억나더가 필요해 센세
[Code: fa1a]
2024.09.22 23: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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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 👏
[Code: 1b10]
2024.09.23 01:58
ㅇㅇ
모바일
이마 빡빡 쳤어 센세 ㅠㅠ 너무 맛잇다 ㅠㅠㅠㅠㅠ
[Code: 7df9]
2024.09.23 0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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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존나 좋다 센세 글이
[Code: 2b78]
2024.09.23 11:44
ㅇㅇ
모바일
존맛..
[Code: e9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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