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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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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발굴중이지만, 비가 내려 무너진 산자락에서 몇 개의 봉분이 포개진 고분이 발견되었다.
무덤을 만든 이의 취향인지 죽은 사람의 취향인지 화려하진 않지만 고풍스럽게 장신구를 착장한 남성으로 추정되는 피장자가 발굴되어 무덤 주인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높았다.

당시 환생을 상징하는 다량의 물건들과 함께 묻혀진 나이를 추정할 수 없는 남자.

'누굴까. '


공준은 연구실에 앉아 미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분의 시신의 인위적인 훼손을 막으려고 관의 내부까지 송진과 황랍, 방충효과가 있는 역청까지 세심하게 발라져 있었다.

공준은 미라를 보며 골똘히 생각했다.

'누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했을까. 그의 부모일까 아니면 부인일까...아니면 자식인가.'

공준은 미라가 입고 있는 옥색 장포를 보며 꽤 고급스럽다고 생각했다. 포개진 손과 긴 머리카락. 얼굴 형태는 남아있지 않았지만 왜인지 꽤 잘생긴 모습일 것 같았다.

얼굴에서 시선을 내려 목부근을 쳐다보는 중에 무언가 눈에 띄었다.
조심스럽게 장갑을 끼고 목깃을 살짝 들추니 툭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얇게 땋은 끈에 이어진 반지였다. 얇은 끈 조차도 썩지 않도록 꼼꼼히 역청이 발라져 매끈한 윤기가 흘렀다.

당장 가게에 진열된 것이라도 생각해도 될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반지.

이 반지는....


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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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 뭐하고 있어?"


성문만한 석불 앞에 서서 구경을 하던 주자서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절에 보시를 하고 나타난 온객행은 빠른 걸음으로 주자서에게 다가왔다.

"부처님의 형상은 천년의 세월동안 풍파를 이겨내고 자애로운 미소로 만 중생을 보듬어 오셨는데..."

주자서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인간은 고작 백년도 살지 못하면서 한순간에 유혹에 지옥불에서 만년을 튀겨져야하니."

"......."

"그냥 뭔가 우스워졌어."


온객행은 허무함이 스치는 주자서의 얼굴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

그 때 주자서의 발 아래로 무언가 떨어졌다. 그가 몸을 숙이기 전에 온객행이 얼른 주웠다. 떨어진 것은 정교하게 세공 된 반지였다.이건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맹세한 후 온객행이 그에게 건넨 반지였다. 늘 끼고 있던 반지는 그의 몸이 말라가면서 손가락에서 자주 빠지게 되었다.

오늘 하루만에도 벌써 세번째였다.

"이러다가 영원히 잃어버리겠네."

주자서는 반지를 끼며 중얼거렸다.

"이번에 장에 가서 튼튼한 가죽끈을 사서 목에 걸고 다닐까봐. 어때, 로온?"

"좋은 생각이야."

온객행은 옅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알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그가 변해가는 것을.

주자서는 미안한 표정으로 온객행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내가 너까지 울리게 되면 정말 지옥에 떨어질텐데."

"그럼 나도 같이 갈거야."

그 말은 온객행이 늘 했던 말이라 주자서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야? 정말 같이 지옥불에 떨어질 생각이야?"

"당연하지. 어떤 상황이라도 혼자보단 둘이 낫지 않아? 너도 내가 있는게 훨씬 재밌을걸."

뻔뻔할정도로 당당한 온객행의 말에 주자서는 하늘을 쳐다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그래....

로온...육도六道를 지나 다시 환생하게 된다면.

그 땐 나를 기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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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둑.

공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반지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실험대에 누워있는 미라를 쳐다봤다. 숨이 거칠게 쉬어졌다.

갑자기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면서 눈물이 한없이 터져나왔다.

입을 막고 이 떨림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불러 보고 싶었지만 목이 메여 나오질 않았다. 주변에 공기가 사라진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슈...

그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갈 곳을 잃은 두 손이 눈 앞에 누워있는 그의 몸 위를 떠다녔다. 행여나 부서질까봐 만질 수도, 그렇다고 내버려둘수도 없었다.


"나는.....아슈......"


공준은 떠오르는 추억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귓가에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고여있던 눈물이 넘쳐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공준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울면서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로온.

我不知道你什么时候来 怎么来,
但我知道 你一定会来。

나는 네가 언제 올지 어떻게 올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올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


爱你

사랑해.












산하령
메이비
지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