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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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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보면 두청이 아픈(?) 날도 있겠지

그날은 날씨가 조금 더운, 두청팀으로선 드물게 사건배정이 아직이라 각자가 자잘하게 미뤄놨던 업무를 처리하던 어느날이었음. 두청도 출근하자마자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다른 의미로 바빠서 결재받으러 오거나 뭐 물어보는 사람들 아니면 팀원들 따로 얼굴보거나 할 시간도 없었을거임 간만에 책상머리에 앉으니 벌써부터 온 몸이 쑤시고 근질거려서 두청은 남은 일을 빨리 해치워버리고 짬을 내서 운동이라도 하고 와야겠다 했음 그런데 초조하니까 될 것도 더 안되잖아. 그래서 집중이 안된다는 구실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는 두청이었음

션이도 아침부터 사무실에 박혀 내내 뭔가를 하고있던 참이었음 다른곳은 묘하게 우중충한데 션이가 레이선배의 사무실을 쓰기 시작하자 이상하게 햇빛이 잘 들고 밝아져서 해골이 이곳저곳에 널려있는데도 나름 기분전환을 하기 좋았지. 두청이 노크를 하고 션이의 공간으로 들어갔음. 션이가 두청을 보는둥 마는둥 작업을 이어가며 인사해왔음.


"뭐해?"
"다른 곳에서 수사협조가 들어와서요. 신원미상인인데 지하실에서 백골화 된 상태로 발견되신 분이래요."


션이가 슥삭슥삭 선을 그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길래 두청이 션이의 곁에 가까이 다가갔음. 션이가 참고하기 위해 가져다놓은 각도가 다른 시신사진 수십장이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었음. 두청이 새삼스럽지만 또 놀라 입을 턱 벌렸음. 대체 뭘 보고 얼굴을 그린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음.


"...아니 이런....상태인데도 그릴 수가 있어?"


두청의 얼빠진 목소리에 션이가 소리나지 않게 웃었음. 일단 해보는 거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말도 안되는 사건들에서 늘 결정적인 몽타주들을 그려냈던 션이였지. 두청은 사건 해결을 위해 작업에 몰두하는 션이를 성가시게 방해하고 싶진 않았음 그래서 조용히 물러나 근처 아무 의자에 팔을 괴고 앉았지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션이를 찬찬히 뜯어보다가 두청은 정말 무의식적으로 션이에게 말을 걸고야 말았음.


"오늘은 반팔차림이네??"
"아, 네. 좀 덥지 않나요?"


출근하던 첫날부터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션이는 꼭 자켓이나 긴 셔츠를 걸치고 다녔음. 그래서 늘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을 줬지.(서장님께서 흡족해 하실만큼) 그런데 헐렁한 반팔티 하나만 입은 션이는...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농구하러 가는 고등학생들처럼 보여 그가 작정하고 남을 속이면 누구나 속을 수도 있을 것 같았음. 그러고보면 저 녀석은 분위기는 차분하게 변했어도 옛날, 취조실에서 조사를 받던 그 때와 외양 자체는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지. 나이는 나만 먹는 건가. 두청이 세월을 한탄하며 션이의 모습을 머리끝부터 찬찬히 담았음. 되게 별 의미없이, 경찰이 된 이후 직업병같이 생긴 버릇같은 행동이었지. 그런데 그 시선이 짧아진 소맷단 아래 비죽 튀어나온 맨살에 닿자 두청은 당황하여 고개를 확 돌려버렸음.

뭐야.

두청이 혼란스러워하면서 얼굴을 벌겋게 달궜음. 맹세컨대 자신이 아무리... 한창 건강할 때라지만 성인남성의 팔을 선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뭐가 잘못되도 한참 이상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임. 두청이 못 볼 것을 몰래 훔쳐보듯 한 번 더 션이의 팔을 흘긋거렸음 그런데 다시봐도 야릇한 게...

두청은 본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쳐서 깨버리고 싶었음.

두청이 벌떡 일어나 휴게실로 도망쳤음. 션이가 뭐랬더라, 덥댔나? 그러고보니 자신도 몸이 좀 후끈한 것 같았음. 하지만 지금은 더운거 아닌거 가릴 처지가 못되었지. 휴게실엔 운동기구들이 있어 리한에게 잘보이려고 매일 몸을 키우는 장펑이 시간 날 때마다 상주중이었음. 그가 펌핑된 근육을 이리저리 거울에 비춰보며 뿌듯해하다가 두청에게 인기척을 느끼고 인사를 했지. 거의 헐벗고있는 장펑의 팔은 봐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음. 하지만 션이는...정신차리지 않으면 온갖 위험한 상상을 일으킬 것만 같았지. 악! 아악!!! 대체 뭐가 다른 건데!!!! 두청은 얼른 머릿속 마귀를 쫓아내야겠다 싶어 일을 끝내고 느긋하게 운동하려했던 원래의 계획을 대폭 수정해 장펑과 바쁘게 쇠질에 매진했음

운동하고 씻고 나오니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음. 찬물에 하도 머리를 대고 있었더니 상대적으로 더운 날씨가 더 잘 느껴졌지. 사무실 밖에서 션이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옅게 웃고 있는 모습이 블라인드 너머로 보였음.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졌음. 저래도 되나? 저 모습이 안 위험한가? 하, 위에 뭐라도 더 걸쳤으면 좋겠는데... 그러다가 이쪽 사무실을 돌아보는 션이와 눈이 마주쳐 두청은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였음. 마음이 무거웠음. 자신은 절대로 어린애들한테 성적으로 끌리는 미친놈도 아니었고 신체의 특정 부위에 요상한 성벽을 가진 변태도 아니었는데...

똑똑


"팀장님, 차 드실래요?"


션이가 머리만 빼꼼 들이밀며 두청에게 차를 권했음. 두청은 오로지 커피만 취급하는 입맛이었으나 마침 목도 탔고 저렇게..흠...귀엽게 권하는데 거절하기도 좀 그래서 어 나도 한잔 줘. 해버렸음. 그래. 차만 얻어먹고.. 이젠 진짜 정신차리고 일해야 돼. 두청이 다시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보고서에 몇 줄을 더 써넣었음. 션이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음.


"여기요. 시원한 냉침차예요. 상큼해서 맛있어요."


두청이 앉아있다가 차를 받아들기 위해 몸을 돌렸음. 그러다보니 컵을 건네주느라 팔을 쭉 펴고 있던 션이의 희고 은밀한 안쪽 팔 부분이 아무 대비도 하고 있지 않던 두청의 시야에 폭력적으로 박혀들었음.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머리로 뜨거운 열이 확 몰렸음.

투툭..툭


"어? 어어?? 팀장님!! 코피나요!!!"


놀란 션이가 두청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음. 멀리서 보기만했던 션이의 흰 팔이 두청의 눈 앞에서 바쁘게 왔다갔다했음. 그냥 나가주는 게... 가장 도움을 주는 방법이겠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봐 두청은 션이가 처치해주는대로 얌전히 코를 틀어쥐었음 정말이지 몹시도 어지럽고 난감하고... 행복했음.

그렇게 두청은 그날로 직장동료의 특정 신체에 흥분하는 변태가 되었음.







두청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