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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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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다보면 션이 컨디션이 안좋은 날도 있겠지

두청팀 사건하나 맡게되는데 목격자가 어린아이 하나에 cctv아래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아서 골머리를 앓겠지. 아이는 너무 어려서 안타깝게도 진술이 계속 바뀌고 지목도 불가능함 결국 알쏭달쏭한 최초진술을 토대로 리한이랑 션이랑 cctv아래 지나다니던 인물들 죄다 분석해서 션이가 일일히 몽타주 따는 상황이어라. 분명 사건의 실마리를 쥔 사람이 cctv속에 찍혀있긴 한데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인거지. 근데 지나다니는 비슷한 사람 너무 많고...션이는 뭔가 점점 몸이 으슬으슬 안좋아지는 걸 느끼면서도 아이와 부모를 인터뷰하고 돌아와 리한과 밤새 cctv를 돌려보고 바쁘게 몽타주작업을 이어나갔음. 분명히 마지막 인물을 그리고 그림을 책상 위에 정리해놨던 게 기억나. 그리고 아이가 했던 최초진술을 곰곰이 되풀이해보다 어느샌가 띵하게 무거워진 머리를 식히며 잠시 쉬려고 팔을 괴고 눈을 감았었는데...

다시 눈을 떴을 땐 이상하게도 천장을 바라보며 깨게 되었음.


"앗, 션선생님 일어나셨어요?"


곁에서 들리는 발랄한 목소리에 션이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빠릿하게 말을 듣지 않았음. 뭐지? 왜 이러지?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혼몽하고 팔다리가 나른하니 욱씬거려서 션이는 상체를 일으키고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어. 그때 리한이 타이밍 좋게 션이에게 물컵과 약을 내밀었음. 션이는 멍하게 그것들을 바라보다 힘없이 고맙다고 중얼거렸음.


"일어나면 병원에 가보라고 하시던데요."
"...네?"
"그게 싫으면 약 먹고 꼼짝없이 최소 두 시간은 쉬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게 대체 무슨소리지? 션이가 여즉 손바닥에 알약을 올려다두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리한이 션이에게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없이 바쁘게 눈짓을 했음. 그러고보니, 그녀의 시선이 닿는 제 몸 위에 낯익은 자켓 하나가 마치 담요처럼 덮여있었지. 션이는 그 옷의 주인을 떠올리곤 살풋 미간을 찡그렸음. 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음


"제가 여기 왜.. 누워있죠?"
"저도 팀장님이 좀 가보라고 부탁하신거라 잘은 모르지만 아마..."


리한이 션이의 질문에 이야기를 하다말고 눈을 굴리다 입을 다물었음. 그러더니 양 손을 앞으로 펴 내밀고 뭔가를 들어올리고 옮기는 듯한 제스쳐를 하는 것이었음.


"그 간이침대, 팀장님 거거든요. 사무실에서 가끔 블라인드 내리시고 주무실 때... 아차차 암튼, 아직은 딱히 나온 정보는 없고 선생님이 그려주신 몽타주로 조사중이니까 눈 좀 더 붙이세요. 팀장님 돌아오시면 알려드릴게요."


션이는 리한이 나가고도 잠시간 이마를 짚고 있다가 겨우 약들을 물과 함께 넘겼음. 두청 팀장님이 옮겨서 눕혀준 거라고? 그런데도 전혀 몰랐다니...진짜 몸 어딘가가 망가지긴 한 모양이다. 션이는 생각을 이어나가다가 머리가 또 지끈거려 본능적으로 다시 웅크리고 자리에 누웠음. 약보다도 큼직한 자켓이 주는 의외의 포근함이 유일하게 션이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 같았음.

언제 정신을 잃었는지도 모르게 기절하듯 잠든 와중에도 꿈을 꿨던 것 같아. 다름아닌 목격자 아이의 방이 션이의 앞에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었지. 어딘가 묘하게 신경쓰이던 게 하나 있긴 있었음.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잘 보니 아이가 유독 좋아하는지 스케치북도, 색칠도구도, 심지어 장난감까지 어떤 특정 만화를 상품화 한 제품들이었어. 꿈속에서 션이는 그 만화의 캐릭터들을 유심히 관찰하게되었음. 그러다가 션이는 뭔가를 깨닫고 억지로 꿈을 찢어내듯이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음

션이가 일어났을 땐 리한이 말했던 두시간이 채 채워지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두청과 팀원들이 벌써 관련자를 데리고 돌아와 취조실에 있다고 했음. 약과 잠깐의 휴식이 큰 몫을 했는지 션이의 상태는 한결 가벼워진 상황이었음. 션이가 취조실 반대편으로 들어와 조용히 내부의 광경을 살폈지. 한 남자가 두청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는데 두청이 마침 잠깐 쉬고합시다. 하며 밖으로 빠져나왔음

두청이 션이가 있는 맞은편 방으로 들어왔음. 아니 정확히는 들어오려다가 멈칫하며 션이를 발견하고 얼굴을 찌푸렸음.


"왜 벌써 여기있어?"


두청이 문을 닫고 성큼성큼 션이에게로 걸어왔음. 그리고 잠깐만 하며 션이의 이마에 불쑥 손을 대고 열을 재봤지. 갑자기 이마를 덮는 큼지막한 손이 시원해 션이가 눈을 깜빡이다가 머리를 의자에 기대며 고개를 뒤로 더 젖혔음 눈앞에 두청의 걱정스런 얼굴이 슬핏 보였음.


"다행이 약이 듣는 중인가보다. 열은 많이 내렸네."
"...팀장님이 사주신 거예요?"


무방비하게 올려다보는 션이의 살짝 풀린 눈동자에 두청이 조금 흠칫했음. 두청이 뒤늦게 뭐 그렇지.. 말끝을 흐리며 반듯한 이마에서 손을 거뒀지. 션이의 머리칼이 흩어지며 손등을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게 느껴졌음. 두청은 새삼스럽게 지금... 조금 자각없이 너무 가깝지 않았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본인의 행동거지를 스스로 곱씹어보았음. 뻘쭘해진 두청이 션이의 옆에 천천히 팔짱을 끼고 앉았어.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맴돌게 되었어.


"아이가 좋아하던 만화가 있었던 게 기억났어요."
"어? 어어..."
"그래서 거기 나온 캐릭터를 찾아봤는데... 저 사람, 그 중 하나와 얼굴이나 외형이 좀 닮았더라구요. 그리고 진술 중에 바뀌었던 옷 색깔도 캐릭터가 입었던 옷 색깔과 동일했고요."


션이가 휴대폰으로 검색한 캐릭터 사진을 두청에게 내밀며 유리 너머의 사건관련자를 응시했음 두청도 사진을 힐끗 보고 턱을 매만지며 션이가 지목한 인물을 바라봤지.


"이 건으로 조사받으면서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은 사람들 중 하나야. 그래서 장펑에게 알리바이를 한번 더 체크해달라고 이미 말해놨어. 뭐라도 나오길 기대해봐야지."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해당 사건관련자의 진술에 미심쩍은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을거야. 설상가상으로 장펑이 발로 뛰며 그가 진술한 알리바이가 가짜라는 것을 알아냈고 작지만 결정적인 증거로 용의자를 압박해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음 사건이 잘 풀려 다행이기는 하다만, 두청팀에게는 눈코뜰새없이 바쁘고 긴 하루였겠지. 두청은 가벼운 인사를 하고 퇴근하려 돌아서는 션이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집에 들어가려던 션이를 불러세웠음. 션이, 몸도 안 좋은데 자전거 타고 가려고? 집까지 데려다줄게.

두청의 제안으로 차에 나란히 타게 된 션이는 문득 그가 걸친 자켓이 오전에 제가 덮고 졸았던 그 옷이라는 걸 깨달았음. 옷을 좀 여유있게 입는 자신의 것보다도 커서 담요같이 느껴지던 그 옷 말임. 어째 그걸 의식하니 졸음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밀물처럼 스멀스멀 션이에게로 밀려들어왔지. 그러면서 두청의 차도 신호대기를 위해 잠깐 도로 위에 멈추게 됐음.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 사이에 수상한 고요함도 내리깔렸고. 일을 할 땐 잘만 말을 걸었었고 조용한 상황도 불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음. 이상하게도 실없는 말 한마디 하는 게 긴장이 된다고 해야하나. 그 쉽지 않은 분위기를 참지 못해 핸들을 손가락으로 살살 두드리며 장난을 치고있는 두청에게 션이가 먼저 입을 열었음. 나름의 용기를 거듭한 결과였음.


"팀장님, 고마워요."
"엉?? 뭐가?"
"여러가지로...저 잘 챙겨주셔서요."


그러자 두청의 손장난이 고장난 인형처럼 멈춰버렸음. 그와 동시에 차 안은 다시 짧은 정적이 흐르게 되었고.. 대답이 없던 두청이 차를 출발시키고 나서야 션이에게 지나가듯 한 마디하는 것이었음.


"...넌 좀..잘 먹어야겠더라."


그럼 그 말에 어쩐지 리한이 보여줬던 뭔가를 번쩍 대놓고 들어 옮기는 모습과, 두청이 잠든 저를 안아서 눕히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어 자동재생되어버리는 션이겠지. 그래서 두청의 차에서 내리며 인사하기 전까지 뭐라고 대꾸를 하기도 민망해서 입 꾹 다물고 가는 그런 거 보고싶음





그리고 둘은 헤어지고 나서도 대체... 그거 뭐였지?? 하며 상대의 순간순간을 되돌아보다 잠이 들었음 좋겠다.

뭐긴 뭐야... 진짜.....






두청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