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3928602
view 508
2024.09.07 23:30
재생다운로드img-1656051948771a1c656d.gif

둘이 연애하면 두청이 가로등 나간 션이네 집 어두운 골목길 션이 혼자 보내겠냐

일 할때는 덥썩덥썩 션이 마른 손목도 잡아서 끌고, 가까운 거리에서 야릇한 자세로 사격도 잘만 코칭해줘놓고는 정작 연애하려니까 뚝딱이는 두청이겠지 숨 쉬는 걸 의식하면 수동이 되고 혀의 위치를 곱씹으면 존재가 어색해지는 것처럼 두청은 션이와의 관계가 좀더 명확하게 연결되자 그가 의식되고 신경쓰여 미칠것같았음. 근데 그도 그럴게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션이가 기적처럼 예쁜 걸 어떡해 손등을 슬쩍 덮는 옷을 좋아하는 부분이나, 몸집만한 크로스백을 메고 걸어가는 뒷모습이나, 조금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는 모습까지 션이는 두청에게 어떤 새로운 심미적 기준을 재정립해주고 있는 수준일거란 말이야 언젠가 리한이 상대가 사사건건 귀여워보이면 이미 답이 없는거랬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이미 션이는 두청에게 출구없는 블랙홀이나 마찬가지였을거임

그래서 불면 날아갈까 쥐면 망가질까 아끼는 마음이 커서 함부로 진도도 못빼는데 두청이 유일하게 아쉬움때문에 선을 넘는 곳이 어둑어둑한 션이네 집 앞 골목길이었음 좋겠음.

원래는 완전 집 앞까지 데려다 줄 생각도 못하다가 뭘 도와서 들어준다거나하는 사소한 계기로 잠깐 같이 걸었겠지 근데 그게 너무 좋아서 그때부터 매번 차 세워두고 걷다가 코앞에서 션이 집 안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나올거야 대개 션이를 데려다 줄 땐 야근으로 시간이 많이 늦었을 때라 더이상 질척거리기 힘들어야함 보내긴 싫고, 마음은 급하고, 이런 마음을 말로 토해놓을 수도 없어 두청이 골목길 끝자락 션이 집쪽을 바라보며 길 초입에서 션이의 손이나마 쓱 잡아봤겠지. 근데 션이도 같은 마음이라 두청 손 안에서 손가락 꼼지락거리고 얽으면서 마주 붙잡아야함. 그냥도 좋은데 손잡고 걸으니 얼마나 더 좋겠어. 그때부턴 누가 이러자 한 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골목 어귀에서 손잡는 둘임

그러다가 사건이 터져서 한 이주는 꼼짝없이 서에서, 현장에서 죽어라 일만 했을 때가 있었음 워낙 긴급한 사안이라 제대로 잠을 자 본게 언제인지 모를정도로 매달려 결국 용의자를 검거하고 증거도 전부 수집하고 결정적인 자백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을거임 팀원들 단기간에 너무 털려서 원랜 이렇게 힘든 사건 하나 끝나면 밥이라도 같이 먹고 헤어지는데 그럴 힘도 없다고 두청이 다 쉬라고 들여보냄. 그럼 션이는 무척 피곤해보이는 두청이 보고서를 마무리하며 미간을 꾹꾹 누르고 있는 걸 보면서 말도 걸고싶고 걱정되지만 방해될까봐 혼자 사무실 돌아와서 그림도구 정리하고 소일하면서 두청 기다렸을 것 같다.


"왜 먼저 안 들어가고 있었어. 가자. 데려다줄게."


션이는 팀장님이랑 같이 가고 싶어서요. 하려다가 아, 공과 사 구분이 좀 안되는 건가 싶어 살짝 웃으며 그냥요. 얼버무리고 말았음. 뭔가 이 둘은 사귀게 되어도 일에 몰두하는 상대를 존중해줄 것 같음. 열정적인 모습에 반한 것도 맞아서. 일중독자들끼리 잘 만났지 뭐.

이주일을 정신없던 것 치곤 차 안에서 두청과의 대화는 특별하지 않았음. 두청팀이 맡았던 사건이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지치는 사건이기도 했고 두청이 일부러 션이에게 말을 걸고 싶은 걸 참았기 때문임 자기도 이정도로 피곤한데 션이는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어 조금이라도 재우려고. 근데 션이는 두청과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졸지도 않았음. 그래서 말을 거는 쪽이 션이었겠지. 팀장님 어제 잠은 좀 잤어요? 며칠전에 넘어졌던 데는 좀 어떤데요? 궁금했던거 그제서야 조금씩 물어보고.. 차분하고 낮은 션이 목소리 들으면서 운전하는 두청의 굳었던 얼굴이 그제서야 좀 부드럽게 풀려가기 시작하겠지

그치만 집은 야속할만치 빨리 도착해야하는 법 아니겠음? 골목 입구 늘 주차시키는 곳에 차를 세우고 션이와 밤바람을 맞으며 걷는데 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지. 운좋게 겹친 비번에 내일은 하루종일 붙어서 데이트라도 했음 좋겠지만 두청은 션이도 고생한 거 아니까 그거 말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아. 내일 볼래? 하는 말이 턱끝까지 올라왔지만 꾹꾹 억지로 삼키고.. 몇 번을 그러다보니 이제 션이를 보내줘야 하는 곳이 코앞까지 왔겠지. 두청은 터질것처럼 복잡해진 마음에 걷던 발걸음을 우뚝 멈췄음 손을 잡고 있던 션이가 반걸음정도를 더 내딛다가 팔이 당기는 걸 느끼고 의아함에 뒤돌아봤지. 어둠속에서 두청이 션이의 팔을 좀 더 부드럽게 끌어당겼음. 그리고 가까워진 션이를 품에 냉큼 안았음


"..조금만 이러고 있자."


체중을 실어 션이를 깊게 끌어안는 두청에게서 숨겨두었던 그리움이 묻어났음 션이는 조금 놀라서 가방끈만 꾹 쥐고 있다가 살며시 손을 둘러 두청을 마주 안고 토닥여줬지. 그러자 두청이 줄곧 공기 한 모금 없는 물 속에만 있다가 비로소 숨을 틔우듯 나지막한 한숨을 터트렸음

단단한 몸, 조금 뜨거운 두청의 체온과 옅은 비누냄새가 섞인 체향이 션이의 마음을 어지럽혔음 귀가 달아오를 정도로 민망했지만 두청과 껴안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평소보다도 더 헤어지기가 싫었어. 두청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꽤 오래도록 션이를 안고있다가 슬쩍 몸을 물려 떨어졌지. 피곤하겠다. 들어가. 일부러 짧고 건조하게 이야기하는 두청의 말에도 미련이 남았어.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지. 헤어지기 전에 가까이서 얼굴이나 마주 보고 싶은데 두청은 자꾸 먼 곳만 보면서 딴청을 부리기나 하는 거야. 팀장님? 불러도 시선이 아주 잠깐 이쪽에 머물렀다가 전광석화처럼 고개를 돌려 아주 대놓고 섭섭하게 션이를 바라봐주지도 않는거지. 션이가 두청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다가 손을 뻗었음. 두청의 뺨과 턱에 션이의 손끝이 닿았음.


"팀장님, 왜 이쪽 안봐요? 얼굴 보여줘요."


그러자 두청이 눈에띄게 움찔하면서 뚜르르 눈을 굴렸어. 두청의 목울대가 꿀꺽 움직이며 긴장하는 게 느껴졌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 션이가 갸웃거리면서 두청을 기다렸어. 두청은 낭패감에 박박 마른세수라도 하고 싶었는데 왜냐면


"...지금 너 얼굴보면...키스해버릴지도 몰라."


그럼 션이는 션이대로 그 말을 듣고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싶어서 소리가 날 정도로 웃음이 터졌음. 야 웃지마 진짜. 확 뽀뽀해버린다 어? 두청이 당황해서 전혀 무섭지도 않은 협박조로 션이에게 아무말이나 하는데 션이는 웃으면서 속으로 뽀뽀하고 싶은 쪽은 오히려 이쪽인데.. 생각함. 완전 망했지. 션이는 이제 진짜로 두청을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음.

그래서 욕심이 나 두청의 손을 먼저 살짝 잡아봤지.


"들어가서 자고 가요."
"...ㅁ..뭐???"
"내일 다른 일이나 약속이 있어요?"
"..그건 아닌데...뭐..너한테 데이트 신청하려고 했지."
"그럼 지금부터 같이 있으면 되겠네요. 싫어요?"
"..엇, 아, 아니! 싫을리가!!"


두청은 배시시 눈을 접고 다행이라며 웃는 션이를 진짜 홀린듯이 바라봤을듯 막 션이 주변만 밝게 빛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음. 근데 블랙홀이 이렇게 밝고 아름답고 신성할수도 있나? 블랙홀이 아니라 그냥 천사 아냐? 뭐 이딴 멍청한 생각이나 하면서 션이 손에 붙들려 션이네 집 들어왔겠지.

그리고 뭐...션이네서 알콩달콩 뽀뽀도 하고 션이랑 잘 쉬고나서 서에 다시 복귀하면 이상하게 기분 좋아서 헤헤거리는 두청임 그래서 다들 말 안해도 저거저거 끝내주는 데이트를 했나보네 했음 좋겠다고ㅋㅋㅋㅋㅋㅋ




두청션이 두청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