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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3:58
보고싶었다고 말해요

하고싶었다고 말해

무른 복숭아가 터지고 뭉그러지듯이 감정이 터져 나왔다. 사람의 살은 손으로 쥔다고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지만 해묵은 마음은 달콤한 향기와 부패의 기미를 내보이며 줄줄 흘렀다. 셔츠 단추가 떨어지고 솔기에서 옷이 터지고 찢어지는 섬찟한 소리가 났다. 최동오는 의식이 없는 것처럼 고개를 떨어뜨리고 정우성의 행동에 따라 흔들렸다. 하지만 정우성은 그걸 걱정하지는 않았다. 정신이 없다면 몰라도 기절한 건 아니었다. 최동오는 자기 발로 땅을 디디고 서 있었다.

놓고, 말해

웃기지, 마 놓으면 도망갈거지

언제는 싱그러웠나? 산뜻하고 간지러웠나? 우리 사이가 담백했던 적이 있었나? 입으로 해결할 문제들이었나? 기억은 흐리고 멋대로 조작된다. 믿을 수 있는 건 기록 뿐. 그러면 그 기록에는 최동오가 정우성의 무엇이었나? 빌어처먹을 학생기록부. 뭐라고 써 있었지?

우성아, 너 후회할거야.

안해. 나는 후회할 짓은 안해요. 그러는 형은?

셔츠가 기능을 잃어버리고 반라로 서서 비틀거리던 남자는 계속 기대고 있던 벽에 머리를 대고 크게 웃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던 것과는 딴판인 웃음에 그를 밀어붙이고 있던 남자도 움찔했다.

내가 왜? 내가 뭘 후회해.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