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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0:13
박철은 단순한걸 좋아했다. 말하자면, 정대만 같은. 정대만에게 있어 인생의 작은 디테일들ㅡ예를 들자면 박철 자신ㅡ을 지우고 나면 남는건 하나였다. 농구. 정대만 이꼴 농구라는 그 사실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정대만이 그렇게 단순하게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좋아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그래서 박철은 양호열이 탐탁지 않았다. 강백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그 눈빛이 거슬렸다.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갖고 싶다는 건지.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만 놓아주고 싶다는 건지? 양호열이 턱을 괴고 묘한 미소를 지으면 박철은 그 멱살을 틀어쥐어 고운 미간이 찡그려지는 꼴을 보고싶어졌다.



그래서 박철은 양호열 앞을 막아섰다.

"양호열. 맞지?"
"뭐냐?"
"내가 할 말이다."

제 동문서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삐딱하게 올라가는 눈썹을 보고 있자니 박철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양호열의, 단순하게 화가 난 표정.

아, 나도 이녀석의 인생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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