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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2:14
ㅅㅈㅈㅇ


대협이가 조그마한 인어일때 어린 정환이를 만난적 있는거지. 어렸던 정환이는 바닷가에 가서 이 작은 비밀친구랑 만나는걸 정말 좋아했었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상상친구였나 싶은 기억이랄까. 그래도 정환에게는 유년기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사실 인어대협이는 정환이 잡아먹을 생각 하고 있었던게 보고싶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아직 작으니까 저 인간을 잡아먹는건 힘든 일이야.. 하면서 입맛 다시고 있던 인어대협이. 인간 아이의 두 손을 합친것보다 조금 더 큰정도였으니까. 다행히 인간아이는 도망가지도 않고 대협을 자주 찾아왔어. 대협이 어느정도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기 시작했을 때, 정환이가 해주는 바닷속에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재밌어서 좀 더 나중에 잡아먹기로 했지. 그리고 아직 아이니까 더 커질거 아냐. 그럼 먹을게 더 많아지는거고 포만감도 늘어나겠지. 당장 배고픈건 아니니까, 먹기 좀 더 편해질때까지 기다려도 되겠다고 생각한거야.

인어대협이도 정환한테 정들어서 잡아먹는거 자꾸 미루고 그런거면 좋겠다. 정들었단 자각은 없겠지. 아무래도 인외다보니까, 인간은 먹이로 보고있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인간인외물이 보고싶다.




정환이 이 작은 친구한테 달달한 간식도 같이 먹고싶어하고, 젤 좋아하는 농구랑 서핑도 같이 하고싶어하는 순수한 어린이었겠지. 혼자 다 먹고싶은거 참고 바닷가에 갖고와서 나눠먹는거. 대협이는 정환이가 갖고온게 맛있다 맛없다는 모르겠고 인간음식이라 그냥 신기해했을거야. 그래서 주는대로 잘 먹었겠지. 대협이도 정환이에게 이것저것 줬을거 같은데 사람들이 바다에 빠뜨린 귀중품같은거 주워올거 같아. 이거 주면 내가 잡아먹을때까지 안도망가겠지? 이런 생각. 좀 더 깊숙한 본심은 다르겠지만.

정환이는 착해서 대협이가 준거 분실물센터에 전달하겠지. 정환이가 대협이를 착한 요정(?)같은거로 생각한 이유ㅋㅋㅋㅋㅋ 인어라 직접 갖다줄수 없으니까 나한테 부탁하는거구나! 분실물 찾은 사람이 고맙다고 하면 요정이 찾아준거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어린 정환이 어른들은 엄청 귀엽고 대견하게 봤을거 같아.

이런 만남이 정환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어느순간 안만나게 되니까, 어린시절 상상친구였나 싶어지는 그런 기억이 되어버린거지. 작은 인어가 줬던 조개나 소라껍데기도 아직 방에 남아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남들한테 말하기엔 현실성이 없으니까 혼자만의 추억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을거야.

그랬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저녁이었어. 정환이는 해수욕장 안전관리요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 이제 날이 저물면 위험하니 바닷속에서 나오라고 사람들에게 안내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어. 마지막으로 확인차 한번 둘러보는데, 아직 안나온 사람이 있는거야. 좀 멀어서 소리치는게 안들리나 싶었지. 아직 그렇게 어두운건 아니니까 차라리 빨리 끌고 나오는게 낫겠다 생각했어. 그 남자의 어깨를 잡아서 돌려 세우는데, 마주친 얼굴에 정환이 엄청 놀랐을거야. 추억속의 인어랑 너무나 닮은 얼굴이라... 당황해서 굳었는데 남자의 눈꼬리가 휘어지며 웃더니 오랜만이에요- 하고 인사하는거야.

대협이도 정환이 못만나는동안 열심히 성장하고, 인간의 다리 얻는법도 알아낸거지. 이제 막 다리 얻은거라, 조금 휘청거리는거 정환이가 부축해서 일단 물 밖으로 나왔어. 당연히 알몸인 상태인데 정환이가 엄청 당황해서 대협이는 그거 귀엽다고만 생각하겠지. 다른 사람이 보면 안되니까 정환이가 잠시 기다리라 하고 여분옷 후딱 갖고와서 입히고, 대협이 인간옷 첨 입어보는거라 한참 걸리긴 했겠지.

대학생인 정환이 자취중이라 대협이 자취방에 데려가겠지.정환이 잘사는 도련님이라 대학생 자취방치고는 꽤 넓을듯. 아무튼, 대협이가 조개랑 소라껍데기 발견하고 엄청 기뻐할거야. 아직 갖고 있었네요. 정환이는 아직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싶을거야. 대협이는 자길 부축해주고 있는 정환이 팔 가만가만 더듬으면서, 너무 딱딱해져서 바로 못먹겠네, 이런 생각 하고 있고.

침대 하나라 정환이가 대협이보고 침대에서 자라고 했는데, 대협이는 정환이 따듯해서 붙어서 자고싶다 그럴거야. 정환이 이성적으로는 대협이는 인어였으니까 별 의미 없는거다 생각하는데 자꾸 뭔가 두근거리고 이 인어 책임질 생각밖에 머릿속에 없고 그럴거 같아. 어릴때 봤던 인어는 작아서, 동생처럼 대했던거 같은데 사실 그것보단 첫사랑에 가까운 감정이었단걸 재회하고 깨닫는거지. 그리고 늘 궁금했던 인어의 목소리를 듣는게 그저 좋아서, 이렇게까지 좋을줄은 몰랐지.

대협이가 자연스럽게 정환이형 하고 부르는게, 어릴때 동생 갖고싶었던 정환이가 대협이한테 말걸때 자길 형이라고 지칭해서면 귀엽겠네.

그렇게 같이 살게되면 좋겠다. 대협이는 정환이 몸 만지면서 딱딱해서 어떻게먹지... 이러고있고 정환이는 첫사랑 자각에 설래하고 있는 그런 동거생활.

영화나 드라마보면서 키스장면 보고 대협이가 깨달음을 얻은듯 저렇게 맛이라도 봐야겠다 해서 키스하게될거 같아. 맛보는것도, 그럴때마다 정환이 꽉 안아주는것도 기분 좋은 대협이. 가끔, 정환이가 대협이 처음 다리를 얻었을때처럼 힘이 안들어가게 만들때도 있지만...

대협이가 키스해왔을때 정환이 진짜 심장 멎을뻔했을거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어. 인간이 입맞추는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면서 이러는건 너무한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 정환이 사랑한다고 말해도 돌려주는 대답이 없어 야속하다 여긴적도 있지. 그런데 어느순간 알게 되었어. 너도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럼 된거지. 대협이가 몰라도 괜찮았어. 정환이는 내가 더 많이 말해주고 더 많이 사랑하면 된다는걸 깨달았거든.

그렇게 정환이 죽을때까지 정환이 사랑했다는건 자각 못하는 대협이. 점점 나이들어가는 정환이 보면서는 싱싱할때 먹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버렸네 이런 생각이나 했겠지. 정환이가 심장이 멎는 순간까지 옆에 있었으면서.

평온하게 잠든듯 보이는 정환이의 주변에 흩뿌려져있는 물기를 머금은 수많은 진주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