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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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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치다가 글자를 어느 정도 익힐 때쯤
마님께선 손수 다도를 비롯해 안주인이 갖춰야 하는 교양을 가르쳐 주시기 시작했어
그와 더불어 더 이상 마치다에게 허드렛일을 시키지 않았지
대신 노부를 도와 서신을 분류하고 서재에서 책을 정리하는 걸 맡게 되었어
그러니 목욕 시중과 옷시중도 이제 다른 하인을 붙여야 했지만 그건 제가 계속하고 싶다 고집을 부려 두 가지는 여전히 마치다의 몫이었지
“어머니께 혼이 나면 어쩌려고?”
"... 그렇지만.. 도련님 몸을 다른 하인에게 보이는 거 싫단 말이에요."
삐죽 입을 내밀고 볼멘소리를 하는 마치다에 노부는 하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어 지금 질투하는 거야? 되물어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선 고개를 획 돌리는 앙큼한 모습에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 했지
무릎에 올라타는 것조차 삐걱대던 마치다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질투도 할 줄 아네 그는 왠지 기분이 좋았어 놀리는 제게서 도망가려는 마치다를 품으로 낚아채 끌어안자 부드러운 옷감이 감겨왔지
이제 허드렛일을 하지 않게 된 마치다는 엄연히 기존의 하인들과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해 그러니 하인들이 입는 뻣뻣하고 어두운색의 유카타 대신 부드럽고 화사한 유카타를 마님께 받게 되었지
마님께서 어릴 때 입던 유카타래
예쁜 오메가를 낳게 된다면 물려주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며 마치다에게 주셨지 귀한 옷감에 화사한 무늬
가 들어간 유카타는 마치다의 얼굴이 한층 살아나게 했어 옷이 날개라더니
이제 누가 봐도 어엿한 스즈키 가의 예비 안주인 같지 뭐야
“.. 이상해요. 제가 이런 귀한 옷을 입어도 될까요?”
“뭐가 이상해. 이렇게 예쁜데.”
그의 말처럼 유카타는 예뻤어 그걸 입은 자신이 영 어색할 뿐이지
마치다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분명 도련님의 반려가 되고 싶은 건 맞지만.. 마님께 유카타를 물려받을 때부터 마치 속에 돌덩이가 얹어진 기분이 들었어 원래라면 마님의 귀한 오메가 아기씨께서 입으셔야 할 옷인데 고작 열성 오메가인 내가 받아도 되는 걸까 이제 겨우 글을 반쯤 깨우쳤고 아직 배워야 할게 차고 넘치는데 그럼에도 때때로 버거운 기분이 드는 제가 이런 귀한 옷을 입고 있으니 꼭 겉만 치장한 허수아비가 된 것 같아 한없이 부끄러워졌지
그런 검은 생각들로 인해 칭찬을 들어도 거울을 보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 제 오메가를 보며 노부는 알만 하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뱉었어
“케이 넌 너무 생각이 많아. 다른 생각 말고 지금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면 돼.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네. 도련님..”
“그 도련님 소리도 이제 그만해야지.”
맞아 이제 저는 도련님의 몸종이 아니라 반려가 될 거니까...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미 입에 붙어 버린 걸 어떡한담 괜스레 억울해서 마치다가 속삭이듯 네 노부..라고 답하자 그 작은 소리도 듣기 좋은지 노부는 활짝 웃으며 마치다를 다시 끌어안았어
그 단단한 품에 안겨 기분이 나아진 마치다 덕에 옷방에서 꽤나 오래 노닥 거리던 두 사람은 밖에서 식사 준비가 되었다는 하인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나올 수 있었지
—
“쯧, 네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가주님에 마치다는 겁을 집어먹고 노부 뒤로 숨어버렸어 그럼 그 모습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마님께서 아무렇지 않게 답하셨지
“제가 불렀어요. 이제부터 케이타는 이곳에서 같이 식사할 거예요. 그러니 더 이상 저 아이를 몸종으로 대하시지 마세요. 아시겠죠?”
당장 불호령을 내릴 기세였던 가주님이
단호한 마님에 기세가 꺾여 마치 풀 죽은 맹수처럼 고개를 끄덕였어 그걸 노부의 옆자리에 앉아 숨죽여 지켜보던 마치다는 조용히 감탄했지 아무래도 이 집안의 권력자는 마님인 게 분명해
그런 마님께서 자신에겐 호의적이란 사실이 다행으로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실망을 안겨드릴까 덜컥 겁이 났지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마치다는 제 앞에 놓인 상에 정신을 뺏기고 말았어
‘우와.’
스즈키 가문은 명문가라 하인들의 식사도 전에 비해 풍족하다 느꼈건만 귀족들은 늘 이런 걸 먹는 걸까 고급스러운 접시에 정갈히 담긴 음식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어 여전히 가주님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는 것도 잊을 만큼 말이야
마치다는 노부를 방패 삼아 가주님이 보이지 않게 슬쩍 시야를 가려 앉아서 홀린 듯 양볼이 볼록해지게 음식을 먹었어 맛있다. 도련님은 어떤 걸 좋아하실까라는 생각을 하다 문득 이곳이 하인들의 식당이 아니라 가주님과 마님이 있는 곳임을 깨달은 마치다는 퍼뜩 고개를 처 들었지 어떡해! 교양 없다고 혼이 날지도 몰라
“케이타 천천히 먹으렴.”
“네에..”
다행히 마님께서 나무라진 않으셨지만 마치다는 제 자신이 한심했어 방금 전까지 실망하실까 걱정했으면서 음식을 보자마자 식탐을 부리다니.. 푹 한숨을 내쉰 마치다가 눈에 띄게 느려진 손길로 다시 최대한 식사예절을 지키려 노력하자 노부는 그 모습에 몰래 웃음이 났어
이상한 데서 뻔뻔한 구석이 있다니까
유카타를 입은 채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할 땐 언제고
아버지의 한숨소리에 얼어버릴 줄 알았더니 자신을 가림막으로 생각하는 건지 저를 슬쩍 쳐다보고는 신나게 식사하던 마치다가 그의 눈엔 귀엽기만 했어
방으로 돌아가서 먹보라고 놀리면 삐질까?
그렇게 마치다의 일상은 평화로운듯했어
아직 배울게 산더미지만 노부는 늘 다정했고 마님은 저의 느린 배움을 한 번도 나무라지 않으셨지
하지만 모든 사건은 방심하는 순간 일어나곤 해
단순히 하인들과 마치다를 분리한다고 해서 그들의 관심이 사그라지는 게 아니야 오히려 우후죽순 더 커져만 갔지 그렇잖아 저들과 같은 몸종이었던 마치다가 하물며 베타도 아닌 열성 오메가 주제에 도련님을 꼬드겨 특별 취급받는 것도 눈꼴이 시렸는데 이제 하루아침에 저들의 상전이 될거라니 하인들은 잔뜩 샘이 났어
특히나 마치다의 머리핀을 가주님께 일러바친 하인들은 마님에 의해 궂은일을 맡게 돼서 더 골이 난 상태였지
이기회에 본채 하인이 될 수도 있었는데 이게 다 저 열성 오메가 때문이야! 어떻게 도련님과 마님을 사로잡았는지는 몰라도 몸종이 도련님의 반려가 가당키나 해? 요즘 들어 마님께서 주셨다던 유카타까지 입고 돌아다니는 행색이 그들 눈엔 가시 같아서 결국 사고를 치고 말 거야
—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 하인들은 마침내
안채에서 서재로 돌아가던 마치다를 낚아채 으슥한 창고로 밀어 넣고는 그 주변을 둘러쌓어 눈 깜짝할 사이에 거칠게 창고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마치다는 놀란 눈으로 그들에게 소리쳤지
“..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그렇게 입으니 네가 진짜 귀한 집 아기씨라도 된 것 같아?”
적대감 가득한 눈동자들을 보고 마치다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어 왜 이렇게 화가 난 걸까 내가 뭘 어쨌다고 억울한 마음에 따져 묻기도 전 마치다는 눈물부터 날것 같았지 예전 같았으면 정말 울기만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젠 아니야 눈을 홉뜬 채 그들을 노려봤지
“ .. 난 더 이상 너희들과 같은 몸종이 아니야.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진 몰라도 그만 내보내 줘 마님이나 도련님께서 아시면 너희들을 가만둘 것 같아!?”
마치다는 난생처음 누군가에게 큰소리로 화는 내보았어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반항으로 볼 일지 몰라도 어릴 때부터 몸종으로 팔려와 남들 앞에서 어깨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마치다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지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려와 부러 주먹을 꽉 쥔 채로 소리친 마치다는 제발 이만하고 상대방도 물러나 주었으면 했어
그러나 그런 마치다의 날카로운 외침에 그들은 삐뚜름하게 입꼬리를 틀어 올렸지
“네가 여기서 엉망으로 겁탈 당해도 두 분께서 너를 귀애하실까? ”
“고작 열성 주제에 우리 상전 노릇을 할 생각을 하다니 우습기도 하지.”
“하인에게 다리나 벌리는 오메가를 누가 반려로 맞아 주겠어.”
마치다는 그 말에 놀라 저를 에워싼 하인을 밀치고 있는 힘껏 문쪽으로 도망치려 했어 하지만 수적으로 불가능했지 금방 뒷덜미를 잡혀 다시 바닥으로 엎어진 마치다가 벌벌 떨며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자 그들은 그 꼴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어 정말이지 독안에 든 쥐가 따로 없다니까
거친 손길들에 속수무책으로 유카타를 잡히자 마치다는 패닉이 왔어 그만두라고 소리를 질렀다가 기어코 입안에 손수건까지 집어 넣어졌지 제발 그만해 이러지 마 애원하듯 손을 떼어내려 해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어
“이런 게 너한테 가당키나 해?”
언제 손에 들어간 건지 노부에게서 받은 머리핀을 쥐고 하인이 이죽거렸어 마치다는 그걸 보고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손을 뻗었지만 덩치 큰 하인이 얌전히 굴라는 윽박과 함께 빰을 때렸지 화끈거리는 얼굴에 마치다는 절로 눈물이 터졌어
저들의 말처럼 내가 도련님의 반려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려서 이렇게 된 걸까 분수에 맞지 않는 걸 탐해서 그래서... 귀한 옷이 짓밟히고 장신구가 바닥을 나뒹구는데도 마치다는 꼼짝할 수 없었어 막힌 입에서는 억눌린 울음만 터져 나왔지 차라리 이대로 사라지고 싶어
어느새 반쯤 벗겨진 유카타에 마치다의 어깨가 드러나자 그들은 왜 도련님이 이 열성 오메가 따위를 끼고 계신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생각했어 뭐 이제 아닐 테지만
아무리 도련님이라도 다른 이에게 겁탈당한 오메가를 거둬 주실리 없잖아 안 그래?
저애가 먼저 유혹해 왔다고 한다면 적어도 쫓겨나진 않을 거야 헤프게 다리나 벌리는 열성 오메가의 말 따윈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
.....너무 오랜만에 왓네...(›´-`‹ )
노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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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가 글자를 어느 정도 익힐 때쯤
마님께선 손수 다도를 비롯해 안주인이 갖춰야 하는 교양을 가르쳐 주시기 시작했어
그와 더불어 더 이상 마치다에게 허드렛일을 시키지 않았지
대신 노부를 도와 서신을 분류하고 서재에서 책을 정리하는 걸 맡게 되었어
그러니 목욕 시중과 옷시중도 이제 다른 하인을 붙여야 했지만 그건 제가 계속하고 싶다 고집을 부려 두 가지는 여전히 마치다의 몫이었지
“어머니께 혼이 나면 어쩌려고?”
"... 그렇지만.. 도련님 몸을 다른 하인에게 보이는 거 싫단 말이에요."
삐죽 입을 내밀고 볼멘소리를 하는 마치다에 노부는 하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어 지금 질투하는 거야? 되물어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선 고개를 획 돌리는 앙큼한 모습에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 했지
무릎에 올라타는 것조차 삐걱대던 마치다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질투도 할 줄 아네 그는 왠지 기분이 좋았어 놀리는 제게서 도망가려는 마치다를 품으로 낚아채 끌어안자 부드러운 옷감이 감겨왔지
이제 허드렛일을 하지 않게 된 마치다는 엄연히 기존의 하인들과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해 그러니 하인들이 입는 뻣뻣하고 어두운색의 유카타 대신 부드럽고 화사한 유카타를 마님께 받게 되었지
마님께서 어릴 때 입던 유카타래
예쁜 오메가를 낳게 된다면 물려주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며 마치다에게 주셨지 귀한 옷감에 화사한 무늬
가 들어간 유카타는 마치다의 얼굴이 한층 살아나게 했어 옷이 날개라더니
이제 누가 봐도 어엿한 스즈키 가의 예비 안주인 같지 뭐야
“.. 이상해요. 제가 이런 귀한 옷을 입어도 될까요?”
“뭐가 이상해. 이렇게 예쁜데.”
그의 말처럼 유카타는 예뻤어 그걸 입은 자신이 영 어색할 뿐이지
마치다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분명 도련님의 반려가 되고 싶은 건 맞지만.. 마님께 유카타를 물려받을 때부터 마치 속에 돌덩이가 얹어진 기분이 들었어 원래라면 마님의 귀한 오메가 아기씨께서 입으셔야 할 옷인데 고작 열성 오메가인 내가 받아도 되는 걸까 이제 겨우 글을 반쯤 깨우쳤고 아직 배워야 할게 차고 넘치는데 그럼에도 때때로 버거운 기분이 드는 제가 이런 귀한 옷을 입고 있으니 꼭 겉만 치장한 허수아비가 된 것 같아 한없이 부끄러워졌지
그런 검은 생각들로 인해 칭찬을 들어도 거울을 보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 제 오메가를 보며 노부는 알만 하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뱉었어
“케이 넌 너무 생각이 많아. 다른 생각 말고 지금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면 돼.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네. 도련님..”
“그 도련님 소리도 이제 그만해야지.”
맞아 이제 저는 도련님의 몸종이 아니라 반려가 될 거니까...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미 입에 붙어 버린 걸 어떡한담 괜스레 억울해서 마치다가 속삭이듯 네 노부..라고 답하자 그 작은 소리도 듣기 좋은지 노부는 활짝 웃으며 마치다를 다시 끌어안았어
그 단단한 품에 안겨 기분이 나아진 마치다 덕에 옷방에서 꽤나 오래 노닥 거리던 두 사람은 밖에서 식사 준비가 되었다는 하인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나올 수 있었지
—
“쯧, 네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가주님에 마치다는 겁을 집어먹고 노부 뒤로 숨어버렸어 그럼 그 모습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마님께서 아무렇지 않게 답하셨지
“제가 불렀어요. 이제부터 케이타는 이곳에서 같이 식사할 거예요. 그러니 더 이상 저 아이를 몸종으로 대하시지 마세요. 아시겠죠?”
당장 불호령을 내릴 기세였던 가주님이
단호한 마님에 기세가 꺾여 마치 풀 죽은 맹수처럼 고개를 끄덕였어 그걸 노부의 옆자리에 앉아 숨죽여 지켜보던 마치다는 조용히 감탄했지 아무래도 이 집안의 권력자는 마님인 게 분명해
그런 마님께서 자신에겐 호의적이란 사실이 다행으로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실망을 안겨드릴까 덜컥 겁이 났지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마치다는 제 앞에 놓인 상에 정신을 뺏기고 말았어
‘우와.’
스즈키 가문은 명문가라 하인들의 식사도 전에 비해 풍족하다 느꼈건만 귀족들은 늘 이런 걸 먹는 걸까 고급스러운 접시에 정갈히 담긴 음식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어 여전히 가주님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는 것도 잊을 만큼 말이야
마치다는 노부를 방패 삼아 가주님이 보이지 않게 슬쩍 시야를 가려 앉아서 홀린 듯 양볼이 볼록해지게 음식을 먹었어 맛있다. 도련님은 어떤 걸 좋아하실까라는 생각을 하다 문득 이곳이 하인들의 식당이 아니라 가주님과 마님이 있는 곳임을 깨달은 마치다는 퍼뜩 고개를 처 들었지 어떡해! 교양 없다고 혼이 날지도 몰라
“케이타 천천히 먹으렴.”
“네에..”
다행히 마님께서 나무라진 않으셨지만 마치다는 제 자신이 한심했어 방금 전까지 실망하실까 걱정했으면서 음식을 보자마자 식탐을 부리다니.. 푹 한숨을 내쉰 마치다가 눈에 띄게 느려진 손길로 다시 최대한 식사예절을 지키려 노력하자 노부는 그 모습에 몰래 웃음이 났어
이상한 데서 뻔뻔한 구석이 있다니까
유카타를 입은 채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할 땐 언제고
아버지의 한숨소리에 얼어버릴 줄 알았더니 자신을 가림막으로 생각하는 건지 저를 슬쩍 쳐다보고는 신나게 식사하던 마치다가 그의 눈엔 귀엽기만 했어
방으로 돌아가서 먹보라고 놀리면 삐질까?
그렇게 마치다의 일상은 평화로운듯했어
아직 배울게 산더미지만 노부는 늘 다정했고 마님은 저의 느린 배움을 한 번도 나무라지 않으셨지
하지만 모든 사건은 방심하는 순간 일어나곤 해
단순히 하인들과 마치다를 분리한다고 해서 그들의 관심이 사그라지는 게 아니야 오히려 우후죽순 더 커져만 갔지 그렇잖아 저들과 같은 몸종이었던 마치다가 하물며 베타도 아닌 열성 오메가 주제에 도련님을 꼬드겨 특별 취급받는 것도 눈꼴이 시렸는데 이제 하루아침에 저들의 상전이 될거라니 하인들은 잔뜩 샘이 났어
특히나 마치다의 머리핀을 가주님께 일러바친 하인들은 마님에 의해 궂은일을 맡게 돼서 더 골이 난 상태였지
이기회에 본채 하인이 될 수도 있었는데 이게 다 저 열성 오메가 때문이야! 어떻게 도련님과 마님을 사로잡았는지는 몰라도 몸종이 도련님의 반려가 가당키나 해? 요즘 들어 마님께서 주셨다던 유카타까지 입고 돌아다니는 행색이 그들 눈엔 가시 같아서 결국 사고를 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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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탐탐 기회를 엿본 하인들은 마침내
안채에서 서재로 돌아가던 마치다를 낚아채 으슥한 창고로 밀어 넣고는 그 주변을 둘러쌓어 눈 깜짝할 사이에 거칠게 창고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마치다는 놀란 눈으로 그들에게 소리쳤지
“..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그렇게 입으니 네가 진짜 귀한 집 아기씨라도 된 것 같아?”
적대감 가득한 눈동자들을 보고 마치다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어 왜 이렇게 화가 난 걸까 내가 뭘 어쨌다고 억울한 마음에 따져 묻기도 전 마치다는 눈물부터 날것 같았지 예전 같았으면 정말 울기만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젠 아니야 눈을 홉뜬 채 그들을 노려봤지
“ .. 난 더 이상 너희들과 같은 몸종이 아니야.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진 몰라도 그만 내보내 줘 마님이나 도련님께서 아시면 너희들을 가만둘 것 같아!?”
마치다는 난생처음 누군가에게 큰소리로 화는 내보았어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반항으로 볼 일지 몰라도 어릴 때부터 몸종으로 팔려와 남들 앞에서 어깨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마치다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지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려와 부러 주먹을 꽉 쥔 채로 소리친 마치다는 제발 이만하고 상대방도 물러나 주었으면 했어
그러나 그런 마치다의 날카로운 외침에 그들은 삐뚜름하게 입꼬리를 틀어 올렸지
“네가 여기서 엉망으로 겁탈 당해도 두 분께서 너를 귀애하실까? ”
“고작 열성 주제에 우리 상전 노릇을 할 생각을 하다니 우습기도 하지.”
“하인에게 다리나 벌리는 오메가를 누가 반려로 맞아 주겠어.”
마치다는 그 말에 놀라 저를 에워싼 하인을 밀치고 있는 힘껏 문쪽으로 도망치려 했어 하지만 수적으로 불가능했지 금방 뒷덜미를 잡혀 다시 바닥으로 엎어진 마치다가 벌벌 떨며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자 그들은 그 꼴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어 정말이지 독안에 든 쥐가 따로 없다니까
거친 손길들에 속수무책으로 유카타를 잡히자 마치다는 패닉이 왔어 그만두라고 소리를 질렀다가 기어코 입안에 손수건까지 집어 넣어졌지 제발 그만해 이러지 마 애원하듯 손을 떼어내려 해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어
“이런 게 너한테 가당키나 해?”
언제 손에 들어간 건지 노부에게서 받은 머리핀을 쥐고 하인이 이죽거렸어 마치다는 그걸 보고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손을 뻗었지만 덩치 큰 하인이 얌전히 굴라는 윽박과 함께 빰을 때렸지 화끈거리는 얼굴에 마치다는 절로 눈물이 터졌어
저들의 말처럼 내가 도련님의 반려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려서 이렇게 된 걸까 분수에 맞지 않는 걸 탐해서 그래서... 귀한 옷이 짓밟히고 장신구가 바닥을 나뒹구는데도 마치다는 꼼짝할 수 없었어 막힌 입에서는 억눌린 울음만 터져 나왔지 차라리 이대로 사라지고 싶어
어느새 반쯤 벗겨진 유카타에 마치다의 어깨가 드러나자 그들은 왜 도련님이 이 열성 오메가 따위를 끼고 계신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생각했어 뭐 이제 아닐 테지만
아무리 도련님이라도 다른 이에게 겁탈당한 오메가를 거둬 주실리 없잖아 안 그래?
저애가 먼저 유혹해 왔다고 한다면 적어도 쫓겨나진 않을 거야 헤프게 다리나 벌리는 열성 오메가의 말 따윈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
.....너무 오랜만에 왓네...(›´-`‹ )
노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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