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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00:40
*스포 주의, 날조 주의
*연화루 진정령 크로스오버, 본편 이후 시점으로 죽었다 깨어난 후 독에서 자유로워지고 내력을 되찾은 이연화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옛 인연과 재회하는 이야기.
눈을 뜬 이연화가 처음 느낀 감각은, 부드러운 옷감의 감촉이었다. 분명 눈꺼풀을 들어 올렸으나 여전히 눈앞이 캄캄한 것으로 보아 마침내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된 듯했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저는 분명 마지막 힘을 쥐어짜 바다로 향했고, 그 무엇도 남기지 않고자 푸른 물결 속으로 몸을 던졌다는 것뿐이었다. 평생 남에게 휘둘려 온 덧없는 인생에 직접 마침표를 찍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 그마저도 실패한 모양이다.
이를 증명하듯 마지막으로 제가 걸치고 있던 거친 옷감과는 거리가 먼 비단 옷자락이 사락거리는 감촉이 지나치게 생생했다. 이곳이 어디일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이연화는 순간 깨달았다.
몸 속에서 벽차지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양주만을 통해 운기를 시작하자 매끄럽게 온몸의 경맥을 내달리는 내력을 느낀 순간 손끝이 전율로 가볍게 떨렸다. 그러나 그 떨림은 곧 차분히 멎었다.
한때는 이 감각을 미친 듯이 그리워하던 때가 있었다. 아니, 10년 동안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선고도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한 줌의 내력마저 남김없이 긁어 모으며 모든 일을 끝마치기 전까지 제발 비루먹을 몸뚱이가 조금이라도 더 버텨 주길 바랐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연화는 할 일을 마쳤고 그의 삶을 지탱하던 것들은 근본부터 모두 부정당해 사라진 지 오래인데.
이연화는 순간 스쳐 지나간 이들의 얼굴을 애써 지워 냈다.
그의 짐을 대신 짊어지겠다고 선언하던 선하고 올곧은 소년과, 삶을 강요하던 맹목적이고도 열망 어린 눈을 한 남자.
누구보다도 남겨진 이의 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연화는 그들을 떠났다. 자연스럽게 어린 제자의 눈이 젖어드는 모습이 떠올라 입맛이 썼다. 그리고 그 남자는... 곧 저 같은 병자는 잊어버린 채 다른 강자를 찾아 떠났겠지. 마지막 즈음에는 친우 비슷한 관계가 되었으니 조금은 슬퍼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운기를 마친 그는 자신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놀랍게도 과거 내력의 7할 정도가 돌아와 있었다. 손발은 구속되지 않은 채 편안히 늘어져 있었으며, 눈앞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리고 곧 이연화는 깨달았다.
이곳은 좁은 상자 안이다.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니라 빛 한 점 들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어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를 여기 가둔 이들의 목적은 알 수 없지만, 이연화가 이상이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지 오래일 테니 모든 것을 경계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제 그가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이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과거의 무력을 대부분 되찾았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독을 해독해 준 것조차 자신을 이용하고자 하는 적의 모략이라면? 천하의 명약 망천화로도 해독 가능성이 1할뿐이라던 그의 몸을 이상이였던 시절과 비슷한 상태로 돌려 놓은 자다. 만약 그를 통제할 목적이라면 아무런 제어 장치조차 심어 두지 않았을 리는 없다. 기감에 잡히지 않는 또다른 독, 아니면 남윤의 주술일까? 수십 갈래로 뻗어 나간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적을 알아야 대응도 할 수 있는 법. 이 공간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손에 내력을 집중시켜 장을 내질렀다. 와중에 몸을 시원하게 내달리는 내력이 익숙하고도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콰앙!
이연화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제 몸이 갇혀 있던, 아니... 담겨 있던 곳은 놀랍게도 관 속이었다.
아마도 조금 전까지는 봉분이었을 너저분한 흙더미에 가볍게 착지한 그는 가볍게 흰 소매의 흙을 털어 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의를 비단으로 지어 입힌 모양새를 보아 누군가 제 장례식을 나름 정성껏 치러 준 듯했다.
그리고 이연화는 이쪽을 경악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소년들과 눈이 마주쳤다.
"위, 위 선배! 시체가 움직여요! 시체가 무덤을 뛰쳐나왔다고요! 왜 예전에 멀쩡히 장례식까지 치러 준 사람을 갑자기 흉시로 만드는데요!"
빽 소리를 지른 소년은 단정하게 생겼지만 어딘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인상이었고, 흰 고급스러운 비단 옷을 차려입은 채였다. 나머지 소년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적과는 거리가 먼 듯한 어리숙한 모습에 이연화는 태평히 제가 걸치고 있는 수의와 그들의 옷이 대충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들이 제 장례를 치러 준 듯한데, 따로 수의를 지을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닐까?
"으잉? 나 아무것도 안 했어! 손가락도 까딱 안 했다고. 그치, 남잠?"
"음."
아마 저자가 소년이 부른 '위 선배'인 모양이다. 왜 흉시를 부리냐고 원망의 말을 들은 것을 보니 사술에 능한 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의 옆에 선 남자가 아마 '남잠'인 모양이지. 교완만, 방다병, 적비성 등 외모가 출중한 이들에게 익숙한 이연화가 보기에도 굉장히 수려한 남자였다. 무척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위모 씨를 바라볼 때만큼은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지는 듯했다. 밝고 쾌활한 인상의 미소년과 정적이고 수려한 미남의 조합은 기묘하면서도 어딘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 때, 남잠이라 불린 자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물러서. 너희는 상대하기 어렵다."
고수다. 이연화가 느낀 것을 상대 역시 알아차린 듯했다. 지지는 않겠지만, 몸 상태와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로 저만한 이를 상대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 판단한 이연화가 마치 겁먹은 듯이 처연한 눈을 꾸며내며 물었다. 건방진 제자가 옆에 있었다면 저 늙은 여우가 또 시작이라고 치를 떨었을 모습이었다.
"여러분은 누구십니까? 아니, 혹... 제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연화루 이연화 이상이 다병연화 비성연화 진정령 망기무선
*연화루 진정령 크로스오버, 본편 이후 시점으로 죽었다 깨어난 후 독에서 자유로워지고 내력을 되찾은 이연화가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옛 인연과 재회하는 이야기.
눈을 뜬 이연화가 처음 느낀 감각은, 부드러운 옷감의 감촉이었다. 분명 눈꺼풀을 들어 올렸으나 여전히 눈앞이 캄캄한 것으로 보아 마침내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된 듯했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저는 분명 마지막 힘을 쥐어짜 바다로 향했고, 그 무엇도 남기지 않고자 푸른 물결 속으로 몸을 던졌다는 것뿐이었다. 평생 남에게 휘둘려 온 덧없는 인생에 직접 마침표를 찍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 그마저도 실패한 모양이다.
이를 증명하듯 마지막으로 제가 걸치고 있던 거친 옷감과는 거리가 먼 비단 옷자락이 사락거리는 감촉이 지나치게 생생했다. 이곳이 어디일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이연화는 순간 깨달았다.
몸 속에서 벽차지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양주만을 통해 운기를 시작하자 매끄럽게 온몸의 경맥을 내달리는 내력을 느낀 순간 손끝이 전율로 가볍게 떨렸다. 그러나 그 떨림은 곧 차분히 멎었다.
한때는 이 감각을 미친 듯이 그리워하던 때가 있었다. 아니, 10년 동안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선고도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한 줌의 내력마저 남김없이 긁어 모으며 모든 일을 끝마치기 전까지 제발 비루먹을 몸뚱이가 조금이라도 더 버텨 주길 바랐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연화는 할 일을 마쳤고 그의 삶을 지탱하던 것들은 근본부터 모두 부정당해 사라진 지 오래인데.
이연화는 순간 스쳐 지나간 이들의 얼굴을 애써 지워 냈다.
그의 짐을 대신 짊어지겠다고 선언하던 선하고 올곧은 소년과, 삶을 강요하던 맹목적이고도 열망 어린 눈을 한 남자.
누구보다도 남겨진 이의 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연화는 그들을 떠났다. 자연스럽게 어린 제자의 눈이 젖어드는 모습이 떠올라 입맛이 썼다. 그리고 그 남자는... 곧 저 같은 병자는 잊어버린 채 다른 강자를 찾아 떠났겠지. 마지막 즈음에는 친우 비슷한 관계가 되었으니 조금은 슬퍼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운기를 마친 그는 자신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놀랍게도 과거 내력의 7할 정도가 돌아와 있었다. 손발은 구속되지 않은 채 편안히 늘어져 있었으며, 눈앞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리고 곧 이연화는 깨달았다.
이곳은 좁은 상자 안이다.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니라 빛 한 점 들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어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를 여기 가둔 이들의 목적은 알 수 없지만, 이연화가 이상이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지 오래일 테니 모든 것을 경계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제 그가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이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과거의 무력을 대부분 되찾았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독을 해독해 준 것조차 자신을 이용하고자 하는 적의 모략이라면? 천하의 명약 망천화로도 해독 가능성이 1할뿐이라던 그의 몸을 이상이였던 시절과 비슷한 상태로 돌려 놓은 자다. 만약 그를 통제할 목적이라면 아무런 제어 장치조차 심어 두지 않았을 리는 없다. 기감에 잡히지 않는 또다른 독, 아니면 남윤의 주술일까? 수십 갈래로 뻗어 나간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적을 알아야 대응도 할 수 있는 법. 이 공간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손에 내력을 집중시켜 장을 내질렀다. 와중에 몸을 시원하게 내달리는 내력이 익숙하고도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콰앙!
이연화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제 몸이 갇혀 있던, 아니... 담겨 있던 곳은 놀랍게도 관 속이었다.
아마도 조금 전까지는 봉분이었을 너저분한 흙더미에 가볍게 착지한 그는 가볍게 흰 소매의 흙을 털어 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의를 비단으로 지어 입힌 모양새를 보아 누군가 제 장례식을 나름 정성껏 치러 준 듯했다.
그리고 이연화는 이쪽을 경악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소년들과 눈이 마주쳤다.
"위, 위 선배! 시체가 움직여요! 시체가 무덤을 뛰쳐나왔다고요! 왜 예전에 멀쩡히 장례식까지 치러 준 사람을 갑자기 흉시로 만드는데요!"
빽 소리를 지른 소년은 단정하게 생겼지만 어딘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인상이었고, 흰 고급스러운 비단 옷을 차려입은 채였다. 나머지 소년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적과는 거리가 먼 듯한 어리숙한 모습에 이연화는 태평히 제가 걸치고 있는 수의와 그들의 옷이 대충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들이 제 장례를 치러 준 듯한데, 따로 수의를 지을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닐까?
"으잉? 나 아무것도 안 했어! 손가락도 까딱 안 했다고. 그치, 남잠?"
"음."
아마 저자가 소년이 부른 '위 선배'인 모양이다. 왜 흉시를 부리냐고 원망의 말을 들은 것을 보니 사술에 능한 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의 옆에 선 남자가 아마 '남잠'인 모양이지. 교완만, 방다병, 적비성 등 외모가 출중한 이들에게 익숙한 이연화가 보기에도 굉장히 수려한 남자였다. 무척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위모 씨를 바라볼 때만큼은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지는 듯했다. 밝고 쾌활한 인상의 미소년과 정적이고 수려한 미남의 조합은 기묘하면서도 어딘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 때, 남잠이라 불린 자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물러서. 너희는 상대하기 어렵다."
고수다. 이연화가 느낀 것을 상대 역시 알아차린 듯했다. 지지는 않겠지만, 몸 상태와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로 저만한 이를 상대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 판단한 이연화가 마치 겁먹은 듯이 처연한 눈을 꾸며내며 물었다. 건방진 제자가 옆에 있었다면 저 늙은 여우가 또 시작이라고 치를 떨었을 모습이었다.
"여러분은 누구십니까? 아니, 혹... 제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연화루 이연화 이상이 다병연화 비성연화 진정령 망기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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