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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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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다병과 적비성은 처음에 잘못 들은줄 알았어. 그들이 예상하고 대비하던건 이연화의 중독 상태가 어떤지,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몸을 고칠수 있는지등등 목숨에 관련된 진단이었는데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는 말을 들어 일견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어. 임신? 기맥이나 벽차지독이나 내력이나 그런것과 전혀 상관없는 생소한 단어에 둘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조차 몰랐어. 다 죽어가는 사람이 갑자기 어떻게 아이를? 적비성과 방다병은 혼란스러운 시선을 교환하다 관하몽을 바라봤지만 그 또한 매우 당황해하는 표정이었어. 그러다 적비성은 퍼뜩 입을 열었어.


-  이상이는 양인이었다


적비성과 마찬가지로 이상이 또한 강호에서 알아주는 우성 양인이었어. 이상이는 비무를 할때마다 보란듯이 제 향을 뿜어내며 자신의 우위를 내새우곤 했었어. 그래서 십년만에 이연화로 재회했을때 양인의 형질을 느낄수 없었던건 몸이 몹시 허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 양인이...양인이 아이를 가질수 있어요?


방다병은 말까지 더듬었어. 이연화로서만 알았던때는 형질이 느껴지지 않아 그냥 평인이겠거니 했었어. 그런데 이연화와 이상이가 동일 인물인것을 알았으니 그렇다면 이연화도 당연히 양인이 아니겠는가. 양인이라도 여성이라면 아이를 가질수 있지만 이연화는 남자야. 어떻게 임신을 할수가 있지? 


- 이문주는 음인입니다. 그러니 임신도 가능하지요... 넉달정도 됬네요


관하몽의 말투에 당혹감이 어렸어. 


- 예전에 진맥했을때 형질이 매우 옅어 거의 평인이나 다름없긴 했어도 음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불과 몇개월만에....


관하몽은 말을 잇지 못했어. 동식물 같은 경우 매우 드물게 형질이 바뀌는 사례가 있기는 해.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타고난 것을 바꿀수 없어. 수많은 환자를 만났고 의학서적을 공부해왔지만 이런건 생전 처음이었어. 다시 한번 맥을 잡아봤지만 이연화는 열성이긴 해도 확실하게 음인이고 태아를 품고 있었어. 


- 이연화,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세 남자를 경악에 빠트린 당자사는 정작 태연했어. 이연화는 여전히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관하몽에게서 손을 빼내었어. 잠시 무슨 생각을 하듯 버릇처럼 콧등을 몇번 톡톡 두드리는것에 세 사람은 살짝 긴장했어. 


- 관협의, 전 이제 문주가 아니라 그 칭호는 잘못됬네요. 지금 사고문의 문주는 초자금이에요


방다병의 질문에 이연화는 엉뚱한 답변을 했어. 그냥 이연화라고 부르세요, 아니면 샤오화나 아화도 상관 없어요, 편한데로 부르시면 되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상태가 아니라 호칭이라는 듯 자못 진지하게 한바탕 늘어놓았어. 자길 문주라고 부르면 초자금이 뭐라고 생각하겠냐면서. 적비성과 방다병의 얼굴이 점점 더 괴이해져갔지만 이연화는 아랑곳하지 않았어. 


- 이연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답답함에 방다병이 벌컥 화를 내며 이연화의 말을 끊었어. 이연화는 약간 짜증난다는듯이 방다병을 째려봤어.


- 아니지, 완전 중요하지. 하당주가 지금 한창이신데 누가 널 지금 방당주라고 불러봐, 패륜도 이런 패륜이 어딛겠어?


계속 어거지로 잔소리하는 이연화에 방다병은 주화입마가 올것 같았어. 항상 피하고 싶은 주제가 나오면 이연화는 교묘하게 말을 돌려가며 두리뭉실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다가 상대방이 이해를 못해 상대를 못하겠다는듯 대화를 끊냈어. 방다병은 가슴을 탕탕 치며 아 좀 헛소리 작작하라고 눈을 부라렸지만 예전의 이연화에게도 안먹혔던것이 지금의 이연화에게 먹히겠어. 이연화는 콧방귀만 뀌며 방다병이 불효를 하면 하당주와 방상서가 얼마나 마음이 안좋겠냐며 주절주절 설교를 늘어놨어.  


- 헛소리 다 했으면 이제 사실을 말해라


참을성있게 이연화의 일장연설을 듣던 적비성은 단호하게 말했어. 적비성의 한마디에 이연화의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갔어. 적비성, 방다병, 관하몽 세 사람의 뚫어질것 같은 시선에 이연화는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어.


- 음인이 됬고 아이를 가졌어. 그거면 됬지 뭘 더 알려고 해?


그냥 지나가다가 무를 샀다는것처럼 충격적인 사실을 아무렇게나 나열하는 이연화에 방안의 공기는 더욱 당혹스러운 충격만이 감돌았어. 


- 이게 말 몇마디로 끝날 일이야? 이연화 너 아이를 가졌다고! 그러면 더욱 몸을 보살펴야지! 넉달째라니 그럼..


이연화가 사라져 있던 내내 혼자 임신한 몸으로 그런 허름한 집에서 혼자 아픔을 견뎠을거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방다병은 속으로 울화통이 터져 미칠것만 같았어. 원래도 굳은 얼굴인 적비성의 낯 또한 눈에 뛰게 어두워지는것을 보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것 같았어. 이연화는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듯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입을 다물었고 적비성과 방다병은 계속 답을 요구하는듯 노려보았어. 세 사람이 눈싸움을 하는 동안 관하몽은 약간 넋이 나가서 벽차지독때문인가라며 중얼거렸어. 적비성은 미간을 더욱 찌푸리며 이연화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누군가를 불렀어.


- 약마!

긴 백발을 늘어트린 노인이 들어오며 관하몽의 말을 반박했어.


- 벽차지독은 형질을 변형시키지 않네


존상을 뵈옵니다, 정중하게 적비성에게 인사를 올린후 약마는 말을 이어갔어. 


- 벽차지독이 비록 음독이기는 하나 양인의 형질을 바꾼적은 없습니다.
- 그걸 어떻게 확신합니까? 당신이 비록 그 독의 제조자이긴 해도 모든 사례를다 아는건 아닐텐데요


저를 보는 관하몽의 곱지 않은 시선에 구부정하니 평범해 보이는 늙은이는 음흉하게 미소 지었어.

- 정파의 애송이가 뭘 알지? 다 아는 방법이 있지 클클


관하몽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으며 고개를 돌렸어. 약마가 말하는 사파의 방법이라는건 뻔하지. 인체 실험. 관하몽이 가장 경멸하는 수법이었어. 차갑게 굳은 관하몽의 낯을 본체만체하며 약마는 적비성에게 공손히 말했어.


- 존상, 세상엔 강호에 알려지지 않은 여러가지 사술이 많습니다. 제가 어디서 언뜻 들어본것도 같긴한데 조사해보겠습니다. 이자의 생존 여부가 여기게 달려있을것도 합니다


적비성은 허락하듯 고개를 끄덕였어. 


- 관하몽과 함께 조사하며 이연화를 치료할 방법을 같이 모색하라.


관하몽을 흘끔 보는 약마의 시선은 탐탁치 않았지만 명을 받겠노라 했지만 관하몽이 반대했어. 그는 굳이 혐오감을 갇추려고 하지도 않았어. 


- 저는 저렇게 사람을 해치는 사파와 함께 할수 없습니다


자리를 털고 바로 떠나려는 관하몽을 방다병이 다급히 붙잡았어. 


-관형, 제발 도와주세요. 아이까지 있다잖아요. 저런 몸으로 임신까지 했는데 이연화의 몸이 견딜수 있어요? 이연화를 죽게 내버려두실거에요? 


방다병의 간절한 눈빛에 관하몽은 조금 주춤했어. 방다병의 눈망울은 크고 맑아서 간절한 염원과 애원이 여실없이 드러났어. 버림 받은 강아지처럼 울망한 눈빛은 많은 아픔과 희망이 담겨있어 그를 외면하기 어려웠지. 방다병이 얼마나 이연화를 찾아헤매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관하몽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결국 이연화를 돕겠노라고 약속할수밖에 없었어. 약마와 관하몽이 서로를 불신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 방을 나서자 다시 세사람만 남게되었어.


주변 사람들이 자신때문에 난장판인데 이연화는 유유자적 차를 홀짝였어. 마치 자기랑 전혀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이 말이야. 벽차지독은 그대로이고 하지만 형질은 변했고 거기에 임신까지. 죽음을 목전을 둔 사람에게 일어날수 있는 일인가? 이미 일어났으니 현실이라 받아들이긴 하는데 그렇가면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머리속을 계속 맴돌았어. 


지금 음인에 임신이라는 엄청난 사태를 야기해놓고 정작 본인은 그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으니 적비성과 방다병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어. 묻고 싶은 말이 많았어. 질문을 요구하면 이연화는 답을 내놓기는 하지. 하지만 그게 진실일지는 전혀 알수가 없어. 약마와 관하몽이 조사를 하면 이연화의 몸에 대해 어느정도 답이 나오겠지만 사실 정말로 궁금한건 따로 있었어.


- 이연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


이연화 바로 천연덕스럽게 대꾸했어.


- 어, 그게 남해파에 온 사람인데 그냥 좀 어쩌다가 정을 통했어
- 잠깐, 넉달전이면 우리 한창 남윤일 때문에 우리 항상 같이 있었는데 네가 그럴 시간이 어딨었다는 거야?


과연 백천원의 형탐이야, 말의 헛점도 바로 집고 말이야. 이연화는 속으로 살짝 웃음이 나왔지만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말을 이었어.


- 사람이 말이야, 하려면 뭐 또 다 어련히 하게 되있어. 방소보 뭘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려고 해? 어린애는 그런거 몰라도 돼


이연화는 두리뭉실하게 쏘아붙였어. 자길 애 취급하는 이연화에 방다병은 얼굴이 벌게졌어. 기실 양인과 음인이 관계를 했다는 지점에 생각이 미치니  어쩐지 더욱 얼굴에 열이 나는것 같았어.  적비성이나 방다병이나 이연화가 상대방을 굳이 설득할 의지도 없으면서도 사실을 말하기 싫어서 아무말이나 했다는걸 잘 알고 있었어. 이연화가 두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는을 잘 알면서도 진실을 감추기 위해 그럼에도 태연히 거짓말을 늘어놓는다는 것도 말이야. 방다명이 불퉁하게 소리쳤어.


- 조사하면 바로 발각될 거짓말 좀 그만해!
- 그럼 물어보지 말던가
- 허면 사실대로 말해라
- 아 나도 몰라. 됬지?


적비성은 목을 졸라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어. 방다병은 저 주둥아리를 꼬메버리고 싶었어. 이연화의 말빨은 같은 편이면 든든한 아군이었지만 적이라면 정말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재앙이었어. 두 남자의 험학한 기운에도 이연화는 눈썹 하나 깜짝 안하며 투덜거렸어.

- 아니 사실을 말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그 표정은 뭐야. 믿지도 않을거면 왜 물어봤어. 그리고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게 너네랑 무슨 상관이야?


이연화의 마지막 말이 적비성과 방다병의 머리속을 쌔게 내려치는것 같았어. 둘에게 있어 이연화의 생사가 가장 중요했어. 그외의 것은 이연화가 건상히 살아있기만 한다면 부수적인 것이지. 그런데 어째서 이연화와 정을 통했다는 사내가 미친듯이 신경쓰이지는지 알수가 없었어. 적비성은 다시 입을 다물었고 방다병이 멍하게 물었어.

-... 그 사람을 연모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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