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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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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주의, 주화입마 주의
*방다병,적비성과 센티넬/가이드스러운 연형제인 과거 이상이 현 이연화가 요마 우두머리인 천마왕 현야와 얽히는 이야기.
26편.
이연화는 마차 밖으로 나오며 두통에 머리를 짚었다. 땀에 젖은 옷이 찬 기운을 만나 오한이 났지만 이연화는 땀을 식히고 열을 내리는 일이 더 급했다. 누워있던 동안 바깥 상황이 정리가 되었는지 결계는 없고 이미 풍경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있었다. 아침 불을 피우기 위해 땔깜을 주우러 갔는지 방다병과 적비성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인지.
이연화는 땀으로 푹 젖은 몸이 불편해 이리저리 옷을 추스려 털었다. 방금 꾼 꿈도 엊그제 본 여우의 환영도 심상치가 않았다. 여우의 환영에서 욕정한 상대가 설마 천마왕이었나? 현월도를 가지러 가는 길에 심란하여 이런 괴이한 꿈을 꾸는가? 이연화는 혼란스러웠다.
반요인 이연화로 세상에 섞인 척 숨어 살던 수깁년간 남색은 커녕 보통의 정욕을 해소하겠다는 욕망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요력이 들끓고 한독이 발작하는데다 과민한 감각이 통증을 더 크게 만들어, 이연화에게 성적인 감각은 어쩌다 팔이 가려운 것만큼 사소한 것이 되어 버린지 오래였다. 방다병을 만나 속임수를 쓰며 접문을 하거나 두 연형제를 곁에 두고도 성적으로 크게 동요치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수십년을 둔감해져온 탓이었다. 하지만 연형제들과 같이 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감각이 조금씩 살아났다. 그 영향으로 저도 모르게 욕구불만이 된게 꿈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지만 그 상대가 방다병이나 적비성이 아니라 천마왕이라는 것은 희한한 일이었다. 꿈이야 원래 기이하다지만 이렇게나 생생하게 정사를 벌일 일인가. 천마왕은 그렇다쳐도 꿈 속의 자신은 과했다.
소녀처럼 다루지 말라며 도발하고 올라타 허리를 비빈 장면이 떠올라 이연화의 얼굴이 홧홧해졌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자기가 그랬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잘 주무셨습니까."
기척도 내지 않고 어느새 등 뒤로 다가온 모한이 가라앉은 목소리를 냈다. 화들짝 놀란 이연화는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며 돌아보았다.
"모공자."
모한의 낯빛이 파리했다. 표정이 굳은 것인지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독때문인지 몸이 안 좋았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지금은 괜찮습니다. 너무 누워 있었네요. 여기가 어디쯤인지요?"
"천천히 가도 저녁이면 탑에 도착합니다. 이선생, 악몽이라도 꾸었는지요?"
질문이 공교롭다고 생각했다. 이연화는 당혹감을 감추려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 안색이 안 좋습니까. 씻고 와야겠네요. 정신이 덜 들어 그런가봅니다."
자리를 뜨려는 이연화의 팔을 모한이 나꿔채듯 잡았다. 작게 놀라 돌아보자 모한이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악몽을 꾸었냐 물었습니다."
당장 추궁하고 고문이라도 할 것 같은 눈빛으로 묻는 모한에, 이연화는 어제 지네를 갈갈이 찢어낸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왜 물으십니까?"
"대답해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모한이 이연화의 팔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이연화가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꿈을 꾸었다 한 적도 없고 답할 이유도 없습니다만. 못할 이유도 없지요. 굳이 선몽이냐 악몽이냐 따진다면 악몽이었습니다."
이연화는 다른 팔로 모한의 손을 떼어냈다. 모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연화는 모한의 눈빛에 기시감을 느꼈지만 어딘지 불편한 기분에 더 생각치 않고 시선을 피했다.
마침 멀찍이서 제 연형제 둘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땔깜을 든 방다병의 밝은 얼굴과 물통을 든 적비성의 무심한 얼굴이 어쩐지 반가웠다.
"이연화!"
예의 그 강아지같은 얼굴을 하고 방다병이 뛰기 시작했다. 투당당 땔감 몇 개가 떨어져 구르자 줍느라 두어번을 허리를 숙이고 뒤로 돌아가면서도 발은 동동거렸다. 적비성이 뭐라 잔소리하듯 중얼거렸다. 이연화는 새삼 두 사람을 보며 웃음을 짓는 자신을 발견하고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언제 이렇게 편해졌는지 모를 일이었다.
"방소보, 그러다 다 흘리겠어."
"이연화! 괜찮아? 너 땀을 엄청 흘려서 물이랑 땔감을 더 가져왔어. 물 데워서 대충이라도 닦자."
방다병다운 배려에 이연화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땀에 절은 제 옆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리저리 살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고마워."
"뭐야, 어디 아파? 갑자기 착해졌어. 주화입마야?!"
장작까지 떨구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제 머리까지 짚으며 호들갑을 떠는 방다병에 내심 웃음이 나왔으나, 이연화는 머쓱해져 괜히 눈을 흘기고 방다병의 손을 탁 쳐냈다.
"사람이 고맙다 하는데 주화입마라니 방소보 사자소학 다시 배워야겠어."
"불이나 피워."
적비성은 어느새 나뭇가지를 엮어 솥을 걸고 있었다.
"숲에 토끼가 다닌 흔적이 있다. 잡아오지."
적비성은 야렵에 익숙한 요마사냥꾼답게 손도끼와 활을 챙겨들고 숲으로 사라졌다. 이연화는 방다병이 끓여 식힌 물로 몸을 닦기로 했는데, 방다병이 어찌나 성화를 부리는지 몸을 닦기 보다 실갱이하기 바빴다. 추우니 마차 안에서 닦아야 한다, 내가 등을 닦겠다, 관둬라 등등 아웅다웅하는 소리로 마차가 다 들썩일 지경이었다.
"방소보. 자꾸 고집 피우지 말아."
"그냥 좀 해. 등에 팔이 다 안 닿잖아. 안 찝찝하게 해준대도?"
"그럼 다 닦아보던가."
이연화는 안되겠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방다병이 말릴 틈도 주지 않고 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겉옷과 상의를 벗을 때까지는 의기양양하게 수건을 들고 섰던 방다병도 이연화가 바지를 내리려 하자 눈이 커드래졌다.
"자자잠깐, 뭐해?"
"뭐하긴. 천기당 소당주가 몸소 씻겨준다기에 옷을 벗고 있지. 감질나게 등만 닦지 말고 구석구석 다 해줘. 죽은 듯이 누워있을테니. 이왕할거 제대로 해야지."
"뭐?"
어안이 벙벙해진 방다병 앞에서 이연화는 태연하게 등을 돌려 바지춤의 끈을 풀렀다. 허리선 아래로 흰 골반과 엉덩이골이 슬며시 보이자 방다병이 당황해 얼른 뒤돌아섰다.
"알았어, 알았어! 나갈게."
"왜. 연형제끼리 뭘 내외해. 이리 와."
방다병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연화가 등과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낸 채 뒤돌아 서있었다. 뒷모습이지만 제 연형제의 나신을 본 열아홉 방다병은 얼굴이 벌개져서 뻐끔대고 있었다.
"뭐해? 닦지 않고."
"등만 닦고 나갈게."
방다병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당장 뛰쳐나가야겠다는 마음과, 그래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아웅다웅하다가 후자가 이겼다. 이연화의 몸에 닿고픈 마음이 없다하면 거짓이겠으나 당황스러움과 이연화를 편하게 해줘야한다는 일념에 비하면 뒷전이었다. 혈기왕성한 나이였으나 제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유독 큰 성실한 방다병이었다.
이연화는 방다병이 얼굴이 벌개져 수건을 내던지거나 나갈 것이라 예상했었다. 고집이 세다해야할지 우직하다 해야할지. 장난을 쳐 쫓아낼 생각이었는데 뒷모습을 내보이고 등을 맡기게 생겨 퍽 곤란했다. 접문도 했는데 뭐 뒷모습 쯤이야 하다가도 접문을 했으니 더 곤란한가 싶어 이연화도 방다병이 의식되었다. 괜히 어린애 괴롭히는 꼴이 되었나 싶기도 했다.
"닦을게."
긴장이 역력히 묻어난 목소리에 이연화마저 덩달아 긴장될 것 같았다. 보드라운 천이 닿으며 따뜻한 물이
등을 적셨다. 천에서 나온 물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려 엉덩이 골사이로 들어가 간지러웠다. 방다병은 이연화의 어깨와 등, 허리를 꼼꼼히 닦았지만 허리 아래로 손을 내리지는 않았다. 성실한 손길이 방다병다웠다.
"됐어, 방소보. 나머지는 내가 할게."
"잠깐!"
방다병이 다급하게 이연화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나 나가고 해. 알았지?"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방다병이 쌩하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차의 묵직한 휘장이 출렁대며 흔들리는 꼴이 방다병이 얼마나 무서운 기세로 튀어나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연화는 결국 피식 웃었다.
이연화는 끈적해진 몸을 천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을 흠칫 떨며 손을 멈추었다. 부드러운 천으로 가슴팍을 닦는데 순간 소름이 돋았다. 환영처럼 눈 앞에 풀밭과 까만 하늘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차 안에는 저 혼자 뿐인데, 가슴팍에 흰 머리카락이 쓸고 가는 광경과 함께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천마왕의 축축하고 뜨거운 혀가 닿던 감각이 생생하게 올라왔다.
이연화는 저도 모르게 천을 떨구고 몸을 수그리며 앗소리를 냈다. 번개가 내리치는 것 같이 머리 속에 천마왕에게 애무 받던 장면이 꽂혀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몸 여기저기에서 천마왕의 입술과 혀가 느껴졌다. 이연화는 소리가 나지 않게 입을 틀어막고 주저 앉고 말았다.
제발 그만!
마음과 달리 도무지 멈춰지지가 않았다. 꿈이 드문드문 재생되면서, 이연화는 숫제 옆으로 쓰러져 몸을 잘게 떨고 있었다. 천마왕이 그의 것을 물고 있었다. 다행히 현실에선 다리를 한껏 오므리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희롱 당할 때의 감각만은 어찌 막을 도리가 없어 그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쾌감과 싸워야했다.
한낱 꿈이 아니야.
그 와중에도 이연화의 머리가 기민하게 굴러갔다. 강력한 환영술이 분명했다. 갑자기 모한이 떠올랐다. 모한은 환영술을 쓸 수 있을까? 정체가 뭐지? 천마왕은 정말로 결계에 갇혀 있는가?
이연화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온몸에 넘실대는 쾌감을 잊기 위해서라도 다른 일로 정신을 분산시켜야했다. 이연화는 떨리는 손으로 작게 진을 그려 검은 시호를 불러냈다. 간만에 천마곡의 두꺼비 요괴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아!"
이연화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혹여나 소리를 듣고 방다병이 올까 싶어 이를 악물었다. 이연화가 요력을 써서 그리려던 진이 손가락 끝에서 허물어졌다. 이연화는 바닥에 널브러진 제 옷가지를 틀어쥐었다. 그로는 안되겠어서 옷을 이로 꽉 물어 신음을 틀어 막았다. 날카롭게 머리 속을 파고 드는 환영 속에서, 자신이 천마왕의 아래에서 교성을 지르며 흔들리고 있었다. 아래에 견딜 수 없이 기분 좋은 감각이 사납게 휘몰아쳐 양물이 빳빳하게 굳고 다리가 떨렸다.
비술사 서고의 기록을 봐야해-
이연화는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감각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깨물고, 다시 진을 그렸다. 아까보다 큰 시호가 타오르듯 진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시호 두 마리를 쳐내듯 날려보냈다. 검은 나비 두 마리가 문틈으로 빠져나가자마자, 이연화는 괴로움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달뜬 숨을 내뱉었다. 등이 휘고 다리가 빳빳해졌다.
이제 끝났어.
이연화는 이 색정적인 발작이 또 올까 두려워졌다. 너무 오래 걸리면 방다병이 걱정할 터였다. 이연화는 숨을 몰아쉬며 다시금 천천히 몸을 닦아냈다. 천의 평범한 감촉이 이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
적비성은 마른 자작나무가 들어찬 숲에서 짐승의 흔적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산토끼 두어 마리만 잡아도 될 터였다. 척박한 땅이라고는 하나 일단은 숲이고, 여기저기 작은 들짐승이 흘렸을 배설물이나 열매의 씨앗이 흩어져 있었다. 적비성은 한쪽에 열매 몇 알과 덫을 놓고 활을 들어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거침없이 들어가던 적비성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선득한 요기가 훅 끼쳐왔다.
'요마인가?'
적비성은 활을 거두고 제 장도에 손을 댔다. 가까이서 선명하게 느껴지는 요기는 아니었다. 희미하게 느낄만큼 거리가 있지만 뾰족하게 찔리는 느낌이었다. 이는 대개 먼 거리에서도 영향을 줄만큼 강력한 요기라는 것을 의미했다. 적비성은 몸을 낮추고 기운이 느껴지는 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쿠궁!
큰 소리와 함께 새가 푸드덕 날아올랐다. 끼익하는 짐승 소리도 났다. 자작나무 수 그루가 한 번에 베여 나간 듯 기울어 넘어갔다. 적비성은 몸을 더 낮추고 소동이 난 곳으로 다가갔다. 바위로 시야가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으나 가까이 갈수록 저릿하게 몸을 찌르는 선득한 기운이 강해졌다.
짐승 소리인지 사람의 소리인지 언뜻 분간이 어려운 포효와 함께 바위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수 그루가 뒤로 넘어갔다. 사내는 분노에 차 마구잡이로 주변을 부수느라 인기척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남청색 장포가 사납게 펄럭였다. 요기가 몸을 휘감아 올려 주변의 돌과 나뭇가지를 사방으로 튕겨냈다. 요기가 만들어낸 회오리에 사내의 길고 하얀 머리카락이 뻗쳐 올라 휘날렸다.
적비성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는 사내가 눈치 채지않도록 최대한 조용히 그곳에서 벗어났다. 이연화와 방다병에게 알려야했다. 모한이 요기를 내뿜으며 폭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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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굴 장면에서 감독이 뱀에 물린 연기를 하라했을지 아래 뚫린(...) 연기를 하라 했을지 궁금한 1인(그럴리 없잖아)
연화루 이연화 이상이 방다병 적비성 현야 현야상이 다병연화 비성연화 일단 성의가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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