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중국연예
- 중화연예
https://hygall.com/597739079
view 1683
2024.06.21 15:09
전편 https://hygall.com/597624274
떠들썩한 운몽성의 대시장.
강징이 말한 모 객점의 앞에 당도한 남희신은 일부러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운몽을 대표하는 도성의 시장은 채의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우선 오가는 사람들이 거칠게 던지는 말투가 달랐고, 가판대의 모양새며 건물의 처마에 박힌 문양이나 수수한 사람들의 옷차림마저도 어딘지 색다른 빛을 띠는 것 같았다.
단신으로 밖에 나와 신분 낮은 사람들 사이에 휘말릴 일이 별반 없는 남희신은 느긋하게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문득, 무언가 거슬리는 느낌이 들자. 노련한 수사답게 수상한 움직임을 분별해낸 눈이 가늘어지며 긴장감이 스쳤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남희신의 주의를 끈 자는 분명 고강한 내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순간적으로 경계심을 세웠던 남희신은 어딘지 익숙한 몸놀림을 읽고는 점차 눈빛이 바뀌었다.
이윽고 온통 검은 빛깔의 의복에다, 도둑처럼 복면까지 쓰고 있는 사람이 다가오자 그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강종주. 너무 지나친 게 아닙니까?”
그러자 코까지 덮은 복면 위로 빛나는 눈이 남희신의 아래위를 훑어보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건 제가 할말입니다만?”
뒷짐을 지고 시원스레 웃는 남희신의 장포는 눈이 부실 듯 빛나는데다 푸르스름한 자수가 별이 뿌려진 것처럼 수놓여 있었다. 기다란 말액이 단정하게 흘러내린 검은 머리 위로 나부꼈고, 그 안에 귀인처럼 놓인 얼굴이 얼마나 잘생겼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모습에 발길을 멈추고 쳐다보고 있는 행인들을 일각만 더 버려두면, 시장에 고소 남씨의 귀공자가 행차했다는 소문이 천리만리 퍼져나갈 것 같았다.
“누가 잘난 줄 모를까봐...”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강징은 입을 꾹 다물며, 알 수 없는 반감에 투덜투덜하며 남희신을 잡아끌었다.
용의주도하게 아랫사람을 시켜, 평소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 00관의 내실을 준비하게 했다.
“채의진에서 만날 때에는 제발 이러지 마시고 몸 좀 사리십시오.”
“그러니까 계속 운몽에서 만나면 되잖습니까.”
“익...!”
방에 들어서자마자 복면을 거두고 불만을 털어놓아 보았지만 남희신은 대수롭잖게 흘려버렸다.
웃돈을 많이 쥐어준 듯, 방은 쓸데없이 널찍했으며 더더욱 쓸데없이 화려하기까지 했다.
매끄러운 마루바닥 한가운데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득한 다과상이 차려져 있었다.
강징은 남희신에게 자리를 권하고, 자신도 그 앞에 앉았다.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할 말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강징은 잠시 뜸을 들였다. 애써 의젓하게 행동하려고 했지만, 거북살스러운 감정을 이기지 못해 득득 뺨을 긁고 말았다.
“남종주.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별 말씀을...”
산뜻하게 웃으며 흘려버리려는 남희신에게 강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꼭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
남희신이 미소를 지었다.
“아직 치료가 효과를 보지도 못했는데. 감사 인사는 성공한 후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미칠듯한 폐를 끼치고 있잖아!!!
철벽처럼 부드럽게 사양하기만 하는 남희신의 앞에서, 강징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으로 소리없는 외침을 질렀다.
하나를 당하면 열을 갚아줘야 하는 성격으로, 빚을 지는 것도 참지 못했다.
그런데 선수를 치듯, 남희신이 입을 열었다.
“강종주, 우리가 친분이 없다고 하셨지만. 햇수로만 얼마를 알아왔으며, 심지어 함께 전쟁까지 치렀던 사이가 아닙니까.”
“......”
“만약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역시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켜주지 않겠습니까?”
“......”
“그러니 우리가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건 틀린 말씀입니다.”
꿀먹은 벙어리가 됐을 뿐, 눈빛은 전혀 수긍하는 모양새가 아닌 강징에게, 남희신이 끈질기게 말했다.
“당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닥친다면, 저는 마음이 매우 언짢아질 겁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남희신이 대담하게 던지는 말에, 강징은 선뜻 어느 쪽으로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물론, 당신에게 흉한 일이 생긴다면 나도 맘이 좋진 않겠지.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란 사람은, 당신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그리 애를 쓰지는...”
“애를 쓰십시오, 그러면.”
“에??”
“이제부터는 저에게 그만한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그러면 공평하겠지요?”
“........”
강징이 살짝 입을 벌린 채 남희신을 쳐다보았다. 남희신은 복잡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보며, 조용하게 찻잔을 들어 비웠다.
혼란스러워하던 강징이 문득 정신을 차리며 흘겨보았다.
“...남종주, 참으로 언변이 좋으시군요. 그런 재주는 공담에서나 쓰실 일이지...”
남희신이 낮게 웃자 강징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 도리가 없다는 듯, 체념의 빛이 얼굴에 스쳤다.
특정한 가문의 방이 아닌, 돈으로 사서 숨은 공간에 있으려니 한결 마음이 편한 듯도 했다.
수인으로 변한 뒤 어김없이 옷더미를 빠져나온 강징은, 남희신의 손에 들어올려지는 절차를 영 참아낼 수가 없었다.
진짜로 무력한 아기 고양이인 양 힘없이 들어올려지곤 하던 몸이 슬쩍 피하자 예기치 못한 반응에 남희신이 멈칫하는 사이, 강징은 짧은 팔다리를 놀려 재빨리 기어올라갔다.
순간적으로 멍해진 남희신이 놀란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차닥차닥, 조그마한 수인의 발바닥이 몸을 밟을 때마다 심장에 깊은 발자국을 찍는 것 같은 충격을 남겼다.
한겨울에 꽁꽁 얼어버린 강물처럼 두텁게 막아둔 감정인 줄 알았더니, 실상은 툭 쳐도 부서지기 쉬운 유리장과 같았음을.
남희신은 어수선해지는 마음을 다잡느라 좀처럼 그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이 작고 귀여운 몸뚱이에 한 번만 입맞출 수 있다면-
남희신은 고요해 보이는 입술 안에서 양 이빨을 지그시 물며 불측하게 튀어나온 욕망을 억눌렀다.
단정하고 너른 가슴 너머에서 어떤 갈등이 휘몰아치는 지도 모르고, 강징은 단단한 팔뚝 위를 꾹꾹 누르며 마냥 제 편한 자리만 만들었다.
한참 후 길다란 손가락이 머리 위를 스치자, 좀체 그의 손길이 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강징이 포옥 한숨을 쉬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반쯤 열린 창을 통해 들려오는 운몽성 시장의 소음이 익숙했다. 그러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 문득, 어린 날 사형 사제들과 성 나들이를 나와서 헤집고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친한 사람, 알던 사람을 몽땅 잃어버리고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시절에는 괜히 마음이 약해질까 두려워서 과거를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떠올리고 싶어도 올망졸망 친밀한 얼굴들이 너무 흐려져버렸다.
그 때나 지금이나 생각하면 괴로워서 묻어두기만 했는데. 어쩐지 누가 손을 넣어 끄집어낸 것처럼 향수에 젖어서는.
좀체 잡히지 않는 기억에 애가 타면서도, 무언가가 깨지기 쉬운 가슴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만 같았다.
희신강징
떠들썩한 운몽성의 대시장.
강징이 말한 모 객점의 앞에 당도한 남희신은 일부러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운몽을 대표하는 도성의 시장은 채의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우선 오가는 사람들이 거칠게 던지는 말투가 달랐고, 가판대의 모양새며 건물의 처마에 박힌 문양이나 수수한 사람들의 옷차림마저도 어딘지 색다른 빛을 띠는 것 같았다.
단신으로 밖에 나와 신분 낮은 사람들 사이에 휘말릴 일이 별반 없는 남희신은 느긋하게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문득, 무언가 거슬리는 느낌이 들자. 노련한 수사답게 수상한 움직임을 분별해낸 눈이 가늘어지며 긴장감이 스쳤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남희신의 주의를 끈 자는 분명 고강한 내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순간적으로 경계심을 세웠던 남희신은 어딘지 익숙한 몸놀림을 읽고는 점차 눈빛이 바뀌었다.
이윽고 온통 검은 빛깔의 의복에다, 도둑처럼 복면까지 쓰고 있는 사람이 다가오자 그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강종주. 너무 지나친 게 아닙니까?”
그러자 코까지 덮은 복면 위로 빛나는 눈이 남희신의 아래위를 훑어보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건 제가 할말입니다만?”
뒷짐을 지고 시원스레 웃는 남희신의 장포는 눈이 부실 듯 빛나는데다 푸르스름한 자수가 별이 뿌려진 것처럼 수놓여 있었다. 기다란 말액이 단정하게 흘러내린 검은 머리 위로 나부꼈고, 그 안에 귀인처럼 놓인 얼굴이 얼마나 잘생겼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의 모습에 발길을 멈추고 쳐다보고 있는 행인들을 일각만 더 버려두면, 시장에 고소 남씨의 귀공자가 행차했다는 소문이 천리만리 퍼져나갈 것 같았다.
“누가 잘난 줄 모를까봐...”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강징은 입을 꾹 다물며, 알 수 없는 반감에 투덜투덜하며 남희신을 잡아끌었다.
용의주도하게 아랫사람을 시켜, 평소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 00관의 내실을 준비하게 했다.
“채의진에서 만날 때에는 제발 이러지 마시고 몸 좀 사리십시오.”
“그러니까 계속 운몽에서 만나면 되잖습니까.”
“익...!”
방에 들어서자마자 복면을 거두고 불만을 털어놓아 보았지만 남희신은 대수롭잖게 흘려버렸다.
웃돈을 많이 쥐어준 듯, 방은 쓸데없이 널찍했으며 더더욱 쓸데없이 화려하기까지 했다.
매끄러운 마루바닥 한가운데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그득한 다과상이 차려져 있었다.
강징은 남희신에게 자리를 권하고, 자신도 그 앞에 앉았다.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할 말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강징은 잠시 뜸을 들였다. 애써 의젓하게 행동하려고 했지만, 거북살스러운 감정을 이기지 못해 득득 뺨을 긁고 말았다.
“남종주.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별 말씀을...”
산뜻하게 웃으며 흘려버리려는 남희신에게 강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꼭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
남희신이 미소를 지었다.
“아직 치료가 효과를 보지도 못했는데. 감사 인사는 성공한 후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미칠듯한 폐를 끼치고 있잖아!!!
철벽처럼 부드럽게 사양하기만 하는 남희신의 앞에서, 강징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으로 소리없는 외침을 질렀다.
하나를 당하면 열을 갚아줘야 하는 성격으로, 빚을 지는 것도 참지 못했다.
그런데 선수를 치듯, 남희신이 입을 열었다.
“강종주, 우리가 친분이 없다고 하셨지만. 햇수로만 얼마를 알아왔으며, 심지어 함께 전쟁까지 치렀던 사이가 아닙니까.”
“......”
“만약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역시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켜주지 않겠습니까?”
“......”
“그러니 우리가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건 틀린 말씀입니다.”
꿀먹은 벙어리가 됐을 뿐, 눈빛은 전혀 수긍하는 모양새가 아닌 강징에게, 남희신이 끈질기게 말했다.
“당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닥친다면, 저는 마음이 매우 언짢아질 겁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남희신이 대담하게 던지는 말에, 강징은 선뜻 어느 쪽으로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물론, 당신에게 흉한 일이 생긴다면 나도 맘이 좋진 않겠지.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란 사람은, 당신에게 문제가 생긴다고 그리 애를 쓰지는...”
“애를 쓰십시오, 그러면.”
“에??”
“이제부터는 저에게 그만한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그러면 공평하겠지요?”
“........”
강징이 살짝 입을 벌린 채 남희신을 쳐다보았다. 남희신은 복잡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보며, 조용하게 찻잔을 들어 비웠다.
혼란스러워하던 강징이 문득 정신을 차리며 흘겨보았다.
“...남종주, 참으로 언변이 좋으시군요. 그런 재주는 공담에서나 쓰실 일이지...”
남희신이 낮게 웃자 강징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 도리가 없다는 듯, 체념의 빛이 얼굴에 스쳤다.
특정한 가문의 방이 아닌, 돈으로 사서 숨은 공간에 있으려니 한결 마음이 편한 듯도 했다.
수인으로 변한 뒤 어김없이 옷더미를 빠져나온 강징은, 남희신의 손에 들어올려지는 절차를 영 참아낼 수가 없었다.
진짜로 무력한 아기 고양이인 양 힘없이 들어올려지곤 하던 몸이 슬쩍 피하자 예기치 못한 반응에 남희신이 멈칫하는 사이, 강징은 짧은 팔다리를 놀려 재빨리 기어올라갔다.
순간적으로 멍해진 남희신이 놀란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차닥차닥, 조그마한 수인의 발바닥이 몸을 밟을 때마다 심장에 깊은 발자국을 찍는 것 같은 충격을 남겼다.
한겨울에 꽁꽁 얼어버린 강물처럼 두텁게 막아둔 감정인 줄 알았더니, 실상은 툭 쳐도 부서지기 쉬운 유리장과 같았음을.
남희신은 어수선해지는 마음을 다잡느라 좀처럼 그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이 작고 귀여운 몸뚱이에 한 번만 입맞출 수 있다면-
남희신은 고요해 보이는 입술 안에서 양 이빨을 지그시 물며 불측하게 튀어나온 욕망을 억눌렀다.
단정하고 너른 가슴 너머에서 어떤 갈등이 휘몰아치는 지도 모르고, 강징은 단단한 팔뚝 위를 꾹꾹 누르며 마냥 제 편한 자리만 만들었다.
한참 후 길다란 손가락이 머리 위를 스치자, 좀체 그의 손길이 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강징이 포옥 한숨을 쉬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반쯤 열린 창을 통해 들려오는 운몽성 시장의 소음이 익숙했다. 그러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 문득, 어린 날 사형 사제들과 성 나들이를 나와서 헤집고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친한 사람, 알던 사람을 몽땅 잃어버리고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시절에는 괜히 마음이 약해질까 두려워서 과거를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떠올리고 싶어도 올망졸망 친밀한 얼굴들이 너무 흐려져버렸다.
그 때나 지금이나 생각하면 괴로워서 묻어두기만 했는데. 어쩐지 누가 손을 넣어 끄집어낸 것처럼 향수에 젖어서는.
좀체 잡히지 않는 기억에 애가 타면서도, 무언가가 깨지기 쉬운 가슴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만 같았다.
희신강징
https://hygall.com/597739079
[Code: a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