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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6 11:58
좋은 메크, 용감한 메크. 유능하고 기지 넘치는 전사. 그림자 속에서 일하는 오토봇의 필수 전력. 사이버트론과 옵티머스를 위해서 최후까지 충성할 믿음직한 메크. 팀 프라임 대원들에게 재즈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전반적인 평가는 그러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속이 뒤틀렸다. 그런 메크가 대장님을 배신했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게다가 이렇게 불미스러운 사건이 과연 이번 한 번 뿐이었을까? 재즈를 수식하는 어구들이 모두 평소에 스모크스크린이 탐내는 것들이었던 탓에 반감이 두 배가 되었다는 걸 부정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대장님에게 위협이 된다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대장님도 알아야 했다.

“저 아무래도 재즈를 좋아하기는 힘들 거 같은데요.”

쿼터로 복귀한 대장님에게 얘기하자 푸른 조리개가 급격히 수축했다. 마치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얘기라도 들으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네. 아주 확실하게 무슨 일이 있었죠.”
“얘기해보게.”

그가 스모크스크린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이끌었다. 스모크스크린은 대장님의 넥 케이블 뒤로 손깍지를 끼고 무릎에 올라탔다.

“돌려말할 기분 아니니까 본론부터 말할게요. 만약 대장님이랑 제일 친한 친구가 저 꼬시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뭐?”
“대장님 몰래 쿼터 비밀번호까지 주면서 새벽에 놀러오라고 하면 어쩌실 거냐고요.”
“....재즈가 그럴 리 없네.”
“이거 재즈 비밀번호 아니에요? 본인이 안 줬으면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 걸세. 분명 무언가 오해가 있었을 거야.”

통신으로 비밀번호를 건네도 재즈에 대한 대장님의 믿음이 건재하자 스모크스크린은 옵틱을 한바퀴 굴렸다. 대장님은 오토봇들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쉬이 의심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당장 스모크스크린한테만 해도 그랬고, 그게 대장님의 눈부신 장점이지만 설혹 상대가 그걸 악용하는 날에는… 그렇잖아도 이러실까봐 생각해둔 수가 있었다. 그는 보란듯이 형상변환기를 건넸다.

“그럼 이따가 스텔스 모드로 만들어드릴 테니 저랑 같이 가서 지켜봐요. 오해였다면 제가 직접 재즈한테 사과할게요.”

형상변환기를 내려보는 대장님은 잠시 말이 없었다.

“...나는 여기에서 기다리겠네.”
“네? 왜요? 피곤하시면 제가 웬만한 일은 다 끝내놨으니까, 새벽되기 전에 눈이라도 좀 붙여두세요.”
“그런 건 아닐세. 다만… 나 없이도 자네 일은 자네가 잘 해나가리라 믿네.”

대장님이 시선을 피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마뜩치 않은 대답이라 여겼는지 변명처럼 덧붙였다.

“자네 말처럼 자네는 스파클링이 아니라 어엿한 어른이니까.”
“왜 그러세요, 대장님? 혹시 제가 재즈 비밀번호 받아와서 화나셨어요?”
“그렇지 않네.”
“그럼 대체 왜요? 저 혼자 가기 싫어요. 대장님 없이는 바람피우러 가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괜찮네.”
“아니,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정 그러시면 저도 안 가요.”

대장님이 뒷목에 매달린 스모크스크린의 손을 부드럽게 풀어내더니 형상변환기를 돌려주었다.

“걱정 말게. 별일 아닐걸세. 마침 저녁 시간이니 둘이 식사라도 같이 하고 놀다오게나. 재즈는 견문이 넓어서 바깥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거야.”

이쯤 되자 황당한 걸 넘어서 화가 나려고 했다. 아무리 대장님 아량이 넓다고 해도 이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다. 재즈랑 눈 맞으라고 등 떠미는 수준이잖아. 이건 무슨 뜻으로 이해해야하지? 그만큼 날 믿으신다는 거야, 아니면 재즈를 믿으신다는 거야?

“저라고 재밌으면 다 장땡인 줄 아세요? 대장님은 제가 바람필까봐 걱정되지도 않아요?”

대장님은 그저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또 나왔다, 중요한 얘기하고 있을 때 묵묵부답이거나 말 돌리시는 버릇.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건지 알려주질 않는다. 내가 그렇게 미덥지 못한 거야? 그동안 종종 참아왔던 괴상한 불안감이 갑자기 스파크 밖으로 왈칵 쏟아져나오는 것 같았다.

“좋아한다면서 어떻게 이래요?”

대장님은 침묵으로써 시위하기로 마음먹은 듯 했다. 스모크스크린은 주먹을 꽉 쥔 채 립 플레이트를 눌러 다물었다. 당최 대답이 없으니 답답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대장님에게 심하게 화내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에, 무작정 복도로 동체를 끌고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스모크스크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를 쿼터에 남겨두고 떠났다.

“이쪽도 콘적스 싸움?”

코너를 돌자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휠잭과 마주쳤다. 그에게 별다른 유감은 없지만 지금은 도저히 누굴 상대할 기분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 질문을 받으니 대장님과 콘적스마저 못 되는 사이라는 사실만 재확인하게 돼서 속이 더 상하려고 했다. 스모크스크린은 단답하고 지나쳤다. 

“그냥 싸움이요.”
“프라임한테 보고하기 좋은 타이밍은 아니겠군.”

휠잭이 뒤를 쫓아왔다. 처음에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중이려니 싶었지만 기지를 벗어나자 그는 아예 스모크스크린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뭐 하세요?”
“너랑 레이싱 내기하러 가는 길인데.”

그건 구미가 당겼다. 듣는 순간 끓어오르는 승부욕이 느껴졌다. 일부러 단속 카메라가 있는 구간에서 실컷 질주해서 과속 딱지를 잔뜩 받아오고 싶었다. 파울러 요원이 또다시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지만 대장님을 향한 불만의 메세지는 톡톡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스모크스크린은 씨익 웃었다.

“뭘 걸고요?”
“오면서 보니 재즈 우주선에 고급 엔젝스가 한 병 있더라고. 아직 한 번도 안 깐 완벽하게 아름다운 새 거. 몇백 스텔라 사이클은 족히 되어보이던데.”
“훔치자고요?”
“훔치는 거라니 섭섭한 말씀을. 그냥 보관 위치만 조금 바꿔놓는 거지. 메인 모니터룸에 모셔놓고 다들 모여있으면 재즈도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깔 수 밖에 없을걸. 딜?”
“딜.”

얄미운 재즈를 골탕 먹일 수 있기까지 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스모크스크린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클 모드로 변신했다. 기습적으로 출발하려던 건 휠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두 대의 레이싱 카가 거의 동시에 튕겨져 나가듯 질주했다.

기지 근처에는 레이싱 서킷 대용으로 얼추 쓸 수 있을만큼 흥미로운 곡선을 지닌 지형이 있었다. 스모크스크린은 평소에 눈여겨 봐둔 그 곳으로 안내하며 지구에 먼저 발 붙이고 있던 메크의 이점을 실컷 이용했다. 스포츠카 모델인 범블비도 달리는 걸 좋아했지만 실제 전투에 대비한 부품 성능 유지 차원에서 급가속이나 급감속을 꺼리는 편이었으므로 그다지 재미있는 레이싱 상대는 아니었다. 그에 반해서 휠잭은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기는 간발의 차로 스모크스크린이 이겼다. 둘 중 하나가 달리다가 폭발해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순수하게 속도로 따지면 스모크스크린 쪽이 빨랐으나 드리프트나 스핀 턴과 같은 전반적인 기술은 휠잭이 훨씬 노련했다. 둘은 레드존을 넘나들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복했다. 우열을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를 하고 있자니 브레인 모듈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잠시간은 콘적스니 대장님이니 하는 걸 까맣게 잊고 내기에만 빠져들 수 있었다. 경주가 끝났을 무렵, 그들은 어느새 몇 킬로사이클은 알고 지낸 듯한 사이가 되어있었다.

“야 너 방금 형상 변환기 썼지? 그건 반칙이지, 요 발칙한 꼬맹아.”
“안 썼는데요? 증명 가능하신?”
“그럼 암벽에 그렇게 바짝 붙었는데 도어윙에 스크래치 하나 안 나는 게 가능?”
“아마 테크닉이 좋아서겠죠. 아니 반칙으로 따지면 아까 형이 장애물에 폭탄 던진 건 뭔데요? 하마터면 파편에 맞아서 세상 하직하는 줄 알았다고요.”
“그럼 건방진 바위놈이 앞길을 가로막는데 내버려둬?”
“그걸 피해가는 게 레이싱의 본질 아닐까요?”
“사이버트론에선 폭파시켜도 아무도 신경 안 썼는데. 그럴거면 다시 해, 이놈 자식아. 폭탄이랑 형상변환기 떼고 정정당당하게 재경기하자고.”

그가 스모크스크린의 어깨를 잡고 으르렁거렸다. 사실 형상 변환기를 몰래 쓴 건 맞았다. 다음번에는 휠잭이 승기를 잡을 게 불보듯 뻔했으니 승부를 마무리 지으려면 지금이었다. 어차피 해가 남김없이 진 후라서 슬슬 기지로 돌아갈 때가 되기도 했다. 그건 재즈의 쿼터에 방문하기로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스모크스크린은 형상 변환기를 휠잭의 손목에 부착시켰다.

“대신 제가 재밌는 구경 시켜줄게요. 끝나면 겸사겸사 같이 엔젝스도 챙기고, 어때요?”

휠잭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형상 변환기를 조작해보는 중이었다. 이윽고 스텔스 기능의 존재를 깨달은 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형?”

답이 없었다. 스모크스크린은 잠시 기다리다가 재차 불렀다.

“재키 형?”
“....”
“...저 혼자 복귀해요?”
“...”
“진짜 갑니다?”
“.....왁!”

모습을 드러낸다면 등 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휠잭은 근처의 낮은 암벽 위에서 떨어지며 스모크스크린을 덮쳤다. 헤드가 붙잡혀서 세상이 마구 흔들리는 와중에 꼴사납게 비명 지르는 신세만은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스모크스크린은 너무 어이가 없어도 웃음이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칙에 대한 응징이다, 꼬맹이. 하메크 짓한 거 인정?”
“아 예에, 예에. 그래서 같이 갈 거에요?”
“그렇게 재밌는 구경이라면 당연히 하러 가봐야지.”

휠잭이 사악하게 웃었다. 지루하고 난감한 일은 뭐든 폭파시켜버릴 것 같은 미소였다. 당분간 알씨와 라쳇의 유압계가 고장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에도 스모크스크린은 실컷 키득거렸다.








트포 스뫀옵티
2024.05.26 12: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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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왔구나 일요일 아침부터 성실하기도 하지
[Code: b894]
2024.05.26 12: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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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뫀이랑 휠잭 말투 진짜 잼민이같고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개로 옵대장은 무슨 생각하는건지 모르겠고..ㅠ설마 스뫀이가 떠난다고 하면 언제든 보내줘야한다고 땅파고있는건 아니겠지ㅜㅜㅜㅠㅜ
[Code: b894]
2024.05.26 12: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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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옵대장이랑 재즈랑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궁금해서 미칠 거 같음 이와중에 휠잭 데려가는 스뫀이ㅋㅋㅋㅋ
[Code: f09b]
2024.05.26 13: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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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뭐무머ㅜㅜ뭐뭐야!! 이미 옵대장이랑 재즈 이야기가 된 건가?? 대장님이랑 재즈가 스뫀이 떠보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아보이는데 아니면 또 대장님 삽질하고 있는 거 재즈가 해결해주려고 하는 건지 무슨 의도인지 진짜 궁금하다•••
[Code: 140f]
2024.05.26 1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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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에 스뫀이랑 휠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둘이 진짜 잘놀것같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잼민쾌남들 둘다 스피드 즐기는 타입이라 더 즐거워보인다
아니 근데 대장님이 저런 반응하는데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 짐작도 못하겠네 스뫀이 서운해하는 것도 이해되고 한편 완강하게 안 가시겠다고 하는데 이유가 있을 것 같고 단순히 재즈에 대한 믿음 때문만이라고 보기에는 삼자대면 자체를 안 하시려고 하는데 스뫀이가 서운해하는 걸 알면서도 묵묵무답이라니 너무 궁금해!!!!
[Code: 140f]
2024.05.28 15: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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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무순 다시 감상하러 왔다가 내가 쓴 댓 다시 봤는데 묵묵무답이 뭐냐..... 묵묵부답 하...... 이런 신성한 무순에...
[Code: ccc9]
2024.05.26 17: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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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대장님 뭐가 맘에 걸리시는거지
[Code: 3e78]
2024.05.26 17:54
ㅇㅇ
센세 최고얌...!!!
[Code: d5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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