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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4 16:56
비슷한 거 쓴 적 있음.









친애하는 후원자님께,

후원자님, 미국은 날씨가 많이 따듯해졌습니다. 이제는 봄이 아니라 여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날씨예요. 후원자님께서 계신 영국은 어떤가요? 책에서 볼 때는 영국은 항상 비가 오고 꽤나 우울한 도시라고 하던데, 후원자님께서 지내시는 곳은 그렇지 않기를 빕니다.

학교 생활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래도 이제 어느정도 적응을 했습니다. 대학은 정말 고등학교와는 다른 곳이라 많이 놀랐어요. 시간표가 한 수업 끝난 후 바로 다른 수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수업도 그리 많지 않고요. 

대신 수업 일수가 적다고 과제가 적은 건 아니라... 그것 또한 놀랐습니다. 아, 투정을 부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과제가 많지만 그래도 해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중간고사 기간이에요. 어떤 수업들은 과제로 시험을 대신한다고 하는데 조금 걱정됩니다. 에세이를 쓰는 게 지금까지 어렵다고 느낀적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교수님께서 많은 양을 요구하셔서요... 

아, 또한 다음 달에 출판사 공모전에 작품을 하나 보내보려고 합니다. 큰 출판사는 아니지만 우승자에게는 책 한 권을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요. 좋은 책을 쓸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

쉽지는 않지만 매일을 착실히 보내고 있습니다. 후원자님께서 보내주시는 돈도 허투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후원자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딱히 답장을 보내주시지 않으실 것은 잘 알고 있으니 그냥 형식적으로 쓰는 질문입니다. 저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뉴스로밖에 접하고 있지 않지만 유럽이나 영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도 꼼꼼히 읽어봅니다. 혹시나 후원자님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을까 싶어서요. 그리고 매일 후원자님께서 안전하게 복귀를 하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여기서 줄이고 또 다음 달 편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허니 비 올림.


***


게일은 벌써 몇 번이나 읽어 모서리가 닳은 편지를 천천히 읽어내려갔음. 몇 번이나 읽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이 편지의 내용을 게일이 이제 외울 수 있을 것만 같았음.


"또 편지 읽고 있어?"


어느새 게일의 옆에 선 존이 질문했음. 존 또한 게일의 손에 들린 편지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음. 게일이 후원하는 대학생에게서 정기적으로 오는 편지.

아니, 정기적으로 왔던 편지라고 말을 하는 게 더 옳았음. 그야 매 달 꼬박 받던 그 편지가 끊긴 것은 불과 4개월 전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편지 속에서는 날씨가 이제 따뜻해졌다는 말을 했지만 게일이 있는 영국의 날씨는 이제 낙엽들이 붉게 물들고 있었음.

조금 이상한 일이었음. 허니는 누구에게나 사근사근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후원자인 게일의 말은 잘 듣는 사람이었음. 편지를 매 달 보내달라고 이야기를 하면 꼭 보냈고, 편지 내용에 학교나 일상의 이야기를 섞어달라는 게일의 말에 그리 기뻐하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꼬박적어서 보냈음.

그랬는데 갑자기 편지가 뚝 끊겼음. 마치 누군가가 이어져있던 실을 가위로 끊은 것처럼 말임.

물론 지금은 전쟁 중이니 여러 가능성은 있었음. 애초에 편지 배달원이 오는 기간도 일정하지 않은데, 편지가 안전하게 배송되는 것 또한 쉽지 않았음. 특히나 미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길에 많은편지들을 잃어버렸고 훼손되기도 했으니까.


"별일 없겠지."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까 게일은 제 옆에서 나름대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존의 말에 작게 긍정했음.

그래, 별 일 없을 것이라고 믿었음. 일단 전쟁은 이곳 유럽을 중점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미국 본토는 그래도 이곳에 비하면 훨씬 안전했음.

도착하지 못 하고 있는 편지들은 그저 배달원의 사정일 뿐이라고 믿었음.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게일은 오늘도 그 생각을 하며 몇 번이고 읽은 마지막 편지를 제 자켓 안주머니에 찔러넣었음.


***


"벅, 새로 오게 될 센티넬은 너네 부대에 배치될거야."
"뭐?"


아침 식사를 하던 게일의 옆에서 과일을 으적거리며 씹어삼키던 잭의 말은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음.


"센티넬? 갑자기?"


잭의 말에 게일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음.


"어. 다른 신병들이 훈련이 될 때까지는 센티넬들을 보낼 생각인가봐."
"..."
"상부 측에서는 차라리 센티넬의 목숨을 내다 버리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 같아."


잭의 말에 게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음. 그리고 순간 차오르는 분노에 쥐고 있던 포크를 내던졌음. 

센티넬이라니. 게일은 짜증이 밀려왔음. 그야 센티넬은 다루기가 쉽지 않았음. 플라잉스쿨에서 들었던 수업에 의하면 센티넬은 쉽게 끓어오르는 귀찮은 종족이었음. 그리고 그게 심하면 폭주로까지 이어졌음.

아무리 진정제가 있다고는 해도 가이드에 비하면 별로 효과가 좋지 못 했음. 그리고 센티넬에게 맞는 매칭 가이드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음.

쉽게 말을 하면 상부 측에서는 센티넬이라는 시한폭탄을 100전대에 넘기는 꼴이나 다름이 없었음. 나름대로 상부 측에서는 시간을 벌기 위해 내놓은 전략인 것 같았지만 게일의 마음에는 들지 많았음. 이번에 오게 될 센티넬이 혹시라도 폭주를 하면 위험해지는 것은 게일의 부하들일 것이 뻔했으니까.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올리는 게일을 보며 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그야 잭도 이 상황이 얼마나 짜증나는 상황인지 잘 이해했음. 조금이라도 잘못되는 순간 운이 좋으면 하늘, 또는 운이 나쁘면 지상에서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 터져 모두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

그럼에도 게일이나 잭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음.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었음. 상명하복. 까라면 까야지. 

하, 게일의 입에서 한숨이 결국 터져나왔음.


***


센티넬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게일이 전해들은 것은 그 날 오후였음.

빨리도 도착했네, 라는 생각을 하며 게일은 자신을 호출한 하딩의 사무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음. 

그리고 하딩의 사무실 앞에서 게일은 표정을 풀려고 노력했음. 그래, 아무리 센티넬이라고 해도 이제는 게일의 부하 센티넬이었음. 죽이되든 밥이되든 자신이 데리고 가야 할 센티넬이라고 생각했음. 이걸... 이제 제 다른 부하들에게는 어떻게 납득을 시켜야할지는 아직도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 골치아픈 고민은 조금 이따 하기로 마음을 먹었음.

거기까지 생각한 게일이 이내 문고리를 돌리며 하딩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음.


***


"아, 클레븐."


문을 열고 들어온 게일을 보자마자 하딩이 먼저 입을 열었음. 그리고 쓸모없는 서론은 모두 잘라내고 게일에게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군인을 턱짓으로 가르키며 말을 이었음.


"350대대로 들어가게 될 센티넬이야. 대충 들었지?"
"네, 그렇습니다."


하딩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게일은 조금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음. 왜인지는 모르겠음. 어쩌면 제 앞에 여전히 등을 보이며 서 있는 군인의 뒷모습이 어쩐지 익숙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몰랐음. 

그리고 이내 하딩의 말이 다시 이어졌음.


"그래, 허니 비 중위야. A급 센티넬이라더군."


그 말을 들은 게일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음. 누구라고?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기도 전에 제게 등을 보이고 서 있던 센티넬이 몸을 돌려 자신을 마주했음.

재생다운로드Tumblr_l_124197677671682.gif

그리고 게일은 몸이 굳는 것을 느꼈음.

검은 머리, 동양인. 게일이 누구보다 잘 아는 얼굴이었음. 

그야 다른 누구도 아닌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겨버린 제 피후견인, 허니 비였으니까.






마옵에너붕붕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2024.05.24 20:18
ㅇㅇ
와 허니 차출돼서 편지 못한거였어.. 이제 후견인 피후견인이 아니라 부대 대대장과 센티넬병사 사이가 된거네 둘다 전쟁 끝날때까지 괜찮나요 센세ㅠㅠㅠㅠㅠㅠ
[Code: 10e8]
2024.05.25 11:27
ㅇㅇ
모바일
억나더 ㅠㅠㅠ
[Code: 4a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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