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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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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휴식이 또다시 불쑥 튀어나온 목소리 때문에 방해받고 말았음.



"안녕하세요!"

넉살 좋게 "루키, 안녕!" 하고 루키와도 인사하더니, 알렉스한테 허락을 구하더라고.

"루키한테 간식 줘도 돼요?"

그러면서 가방에서 주섬주섬 쿠키를 꺼냈음. 강아지와 놀고 싶어서 챙겨온 모양이야. 제 몫의 과자였음이 분명한데, 또 그걸 나눠 주겠다고 챙겨온 게 기특하기도 해서, 반갑지 않은 만남이어도 거절할 수는 없었음.

"원래는 사람 먹는 거 잘 안 주는데.. 이번만이야."



루키한테 하는 소리인지 아이한테 하는 소리인지 모를 소리에 루키도 꼬리를 흔들고 아이도 배시시 웃지. 쪼그리고 앉아 루키한테 과자를 먹이면서 한참을 쓰다듬는 모습은 나쁘지 않은 광경이었음. 시끄러운 건 질색이지만, 뭐 한동안 조용하긴 했었지. 이 정도 만남은 무해하고 괜찮을지도 모르지. 알렉스가 사람들 만나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는 노집사가 들으면 놀랄 만한 생각을 하며 쳐다보고 있으니, 아이가 대뜸 질문을 던졌음.





"근데, 아저씨, 놀러 오라니까 왜 안 왔어요?"
"내가 거길 왜 가."
"잘 해준다니까요. 진짜예요."
"됐어, 그런 거 관심 없어."
"...세상에 그런 데 관심 없는 알파도 있어요?"

허, 이건 시비를 거는 건지 비아냥대는 건지. 얘가 어른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어이가 없어서 돌아보니 아이는 정말로 순진하게 궁금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 한소리를 하려다 그 순진무구한 얼굴에 말문이 막혀버렸음. 그런 알렉스의 정신을 들게 한 건, 느닷없이 들려온 뱃고동 소리였음. 꼬르륵 소리가 아주 우렁차게 울리더라고. 슬쩍 쳐다보니 아이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음. 참나. 여러모로 귀찮게 하는 녀석이네.







"루키 먹이겠다고 널 굶기면 어떡하냐."



타박하니 아이는 눈치를 보면서도 입술을 삐죽였음. 다행히 가정부가 집안에 음식은 가득 채워놓는 편이라, 집안에서 빵이며 음료수를 꺼내왔지. 꺼내준 간식을 군말 없이 먹는 걸 보면 입맛에 맞긴 하나 봐. 괜히 옆에 앉아서 빵을 뜯으며 잔소리를 시작하지.

"학교는 왜 안 가고 대낮에 자꾸 돌아다녀."
"저 같은 애를 받아줄 학교는 없을걸요."

태연한 말투로 본인을 탓하는 태도가 편하지는 않지. 말을 못 하는 편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얘랑 대화하다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알렉스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 아이는 괜히 허세를 섞어서 덧붙여.

"괜찮아요, 저도 학교 같은 건 가기 싫어요."
"......언제부터 거기 살았어?"
"태어났을 때부터요?"



간식 몇 점에 경계를 풀었는지, 아이는 조잘대며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셔서 엄마라는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원래 거기서 일하던 사람이었대요. 저를 낳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얼마 안 있어서 죽었고, 저도 곧 죽을 줄 알고 병원에도 안 가고 내버려뒀나봐요. 그런데 어른들 기대와는 다르게 어찌저찌 살아남아서 형 누나들 손에 자란 셈이에요. 마담이 여태 거둬주고 길러준 비용을 다 갚을 때까지는 놓아주지 않겠다고, 어디 갈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일하라고 해서... 어차피 갈 데도 없고, 이런 동네야 경찰들도 다 한통속이니까... 빚 갚으면서 지내는 중이에요.

명랑한 목소리로 조잘대는 이야기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상당히 심각한 내용이야. 알렉스의 눈살이 찌푸려진 걸 모르는지 아이는 머핀을 먹는 데에 열중했음. 그러다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내더라고.

"아저씨, 안 드실 거면... 저 하나만 더 먹어도 돼요?"

남은 건 다 먹어도 된다며 손을 휘두르니 신나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속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음. 알렉스가 심각하게 생각에 빠져서 말을 잇지 않으니,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 이방인에게 궁금한 게 많았던 건지 이제는 아이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해.



"아저씨는 그럼 앞으로 계속 여기서 살아요?"
"아니. 이번 여름만."
"가족들은 어쩌구요?"
"없어."

그랬더니 아이가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혼자예요?" 하더라고. 응, 하는 알렉스 대답을 듣더니 꽤 진지하게, "혼자 있으면 안 외로워요?"라잖아. 혼자인 게 뭐 대수라고 저렇게 심각하게까지 질문하는지. 어리긴 어리다 싶어서 웃음이 삐져나온 알렉스가 대답했지.

"안 외로워. 얘 있잖아."



흘끗 루키를 가리키는 턱짓에 아이의 시선도 루키를 향하지. 영특한 루키는 주인이 본인 이야기를 하는 걸 알아챘는지 공을 물고 다가왔음. 같이 놀자는 신호야. 헥헥 대는 강아지에게서 공을 받아서 던지니 신나서 달려 나가지. 그 모습을 보고 아이가 우와, 감탄을 내뱉더라고. 멀리 가는 것 같더니, 루키는 어느새 힘껏 던진 공을 주워 물고 다시 돌아와서 발치를 맴돌아.

"너도 던져줘. 루키가 좋아할걸."

알렉스의 권유에 머뭇대며 공을 들고서 일어났음. 신난 강아지가 다시 공을 물고 돌아오고, 아이는 어느새 일어서서 공을 던지고 받으며 신나하지. 사소한 놀이에도 금세 눈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좀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어. 이편이 훨씬 보기 좋다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음.



"루키 보러 또 놀러 와도 돼요?"
"맨날 말도 없이 쳐들어와 놓고서 뭘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물어."

말투야 퉁명스럽지만 긍정의 의미가 분명한 대답이었음. 아이도 알아채고 처음으로 크게 소리 내서 웃었지. 맑은 웃음소리가 퍽 듣기 좋았어. 그러다 평소의 자신답지 않다는 걸 문득 깨달았지. 아마도 내가 조용하고 잔잔한 휴가에 내심 적적했던 모양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음.












알슼조엘
2024.05.21 07: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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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ㅠㅠㅠ기다렸어ㅠㅠㅠㅠㅠ 조엘 어린 나이에 세상 풍파를 심하게 겪었는데 너무 해맑아ㅠㅠㅠㅠ알슼 점점김기는거 같은데
[Code: 8f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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