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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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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휴일에 당일치기로 놀러왔는데 종일 장마처럼 비가 내려서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그나마 미리 예매해둔 막차마저 도로 사정 때문에 끊겨 버린 밤.

간신히 구한 숙소에서 저녁으로 컵라면 끓여먹고 주인 아저씨한테 커다란 랜턴 빌려서 길을 나서는 두 사람이 보고 싶다

나름 귀여운 커플티를 입었지만 외투에 가려 안 보이겠지. 가로등마저 흐린 밤에 깜깜한 길 위로 두 개의 빛줄기가 굵은 빗발을 헤치고 나아갈 거야. 명헌이는 노란 우비에 고무장화까지 신고 철벅철벅 거침없이 걸어가고 준호는 커다란 골프우산 들고 뒤따라감


늦은 밤이고 날씨까지 궂어서 길에 사람은 별로 없었음. 빗소리가 워낙 거세서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못했지만 일종의 흥분과 기대마저 느껴지는 산책일 거임. 큰길을 한참 지나 논밭 사잇길로 걸어갔더니 산기슭을 등지고 있는 큰 건물들이 나오겠지. 4~5층짜리 건물 두어개랑 체육관 하나인데, 체육관에만 불이 들어와있음. 장대비 내리는 습한 밤에 올려다보니 어쩐지 한기가 들었을듯




- 산왕에 온 걸 환영한다뿅.

- 정말 멋지다. 그런데 이 시간에도 학생들이 있어?

- 전국대회 앞두고 특훈뿅.

- 대단하다. 혹시 그때도 그랬어? 그해 여름에도...

- 어.

- ...그랬구나. 정말 열심히 했네.

- 전국대회 나간게 10년 다 되어가는데 그때 이겼다고 사람을 두번 상처준다뿅?

- 앗, 미안! 그런 뜻은 아니었어. 산왕의 역사가 그냥 생긴 건 아니구나, 하고 존경심이 들어서...

- 농담뿅. 그래도 덕분에 준호를 만났잖아.

- 이명헌 선수가 여기 온 걸 알면 후배들이 정말 좋아하겠는데.

- 아무도 몰라삐뇽. 너랑 여기 온거.


어느새 다가온 명헌이가 준호 랜턴 스위치 꺼버리고 우산 손잡이 확 잡아당겨서 머리 완전히 가려버린 채로 키스함. 평소에는 탐색하는 듯이 가볍게 몇 번 누르다가 입을 여는데 오늘밤은 왠지 과감해져서 턱을 잡고 깊게 입을 맞춰올거야.
축축한 몸이 점점 가까워지다 랜턴이 달가닥 부딪히는 소리에 준호가 입을 떼면, 우산이 드리운 그림자에 잠겨 컴컴한 명헌의 얼굴 위로 검은 두 눈만 반들반들 빛나고 있겠지. 그 모습에 푹 빠진 준호가 뭐라 말하려는 순간 산줄기 위로 별안간 번개가 치는 거 보고 싶다
2024.05.16 22: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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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요... ㅠㅠ
[Code: 7f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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