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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6:25
Loki TV Source — Loki - Season 2 First Look

12. 사랑


 요툰헤임 성에 잠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성문을 지키는 경비병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스림과 나는 아주 쉽게 성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스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마 두 부대로 나뉘어 한쪽은 천둥의 신을 맡고, 다른 한쪽은 전하를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겠지.”
 
“정신없는 성치고는 너무 조용한데….”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조용한 정도가 아니라…”
 
 
스림이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꼭 폭풍이 지나간 것 같군.”
 
 
 
 스림의 말대로 요툰헤임 성은 어디서든 당장이라도 유령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었다.

벽면을 수놓았던 조각상들은 모두 머리가 떨어져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고, 햇빛을 가려주었던 휘장들은 갈기갈기 찢어져 마치 거미줄을 걸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럼 라우페이 왕을 찾아야 하는 거지?”
 
 
내 물음에, 스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전하께서 겨울 상자를 집어삼켰으니 되찾으려면 그래야지.”
 
“아까부터 겨울 상자를 ‘집어삼켰다’고 해서 물어보는 건데…”
 
 
내가 스림의 팔을 툭툭치며 물었다.
 
 
“설마 ‘꿀꺽’ 삼켰다는 뜻이야?”
 
“그럼 그거 말고 다른 뜻이 있어?”
 
“뭐?”
 
 
스림의 말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그럼 라우페이 왕을 만난다 하더라도 겨울 상자를 쉽게 빼앗을 수 없잖아!”

“전하를 만나면 내 힘으로 다시 잠들게 하면 돼.”
 
 
스림은 의기양양하게 말했지만, 나는 되려 그를 쏘아 붙이며 물었다.
 
 
“그래서? 잠들게 한 다음, 뭐, 배라도 가르게?”
 
 
스림은 내 말에 대답대신 얼굴만 긁적였다. 나는 길게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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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스림도 거인이었지...
 

“아! 이거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졌네-!”
 
 
 
 그 순간, 스림이 내 입을 틀어막더니,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 스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 주변을 천천히 살피더니 복도 너머 어두운 곳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꽤 많은 목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스림은 나를 데리고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우리는 머리만 내놓고 조심스레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와 함께 커다란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림!”
 
 
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림과 함께 다니던 거인들이었다. 


거인들은 스림과 나를 번갈아 보며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스림과 가짜 프레이야, 모두 무사했구나!”
 
“우리는 너희가 죽은 줄 알았는데.”
 
“이 바보야, 스림은 죽지 않아.”
 
 
그들은 서로 말다툼을 하면서도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너희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다!”
 
 
나는 그들의 손가락을 맞잡으며 악수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그들의 몸에는 하나같이 불에 지진듯한 상처들이 있었다. 

난 그 상처를 알아보고 거인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토르 왕자님 때문에 생긴 상처구나?”
 
“천둥의 신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어.”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그들 모두 그깟 상처 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들이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을 본 스림은 서둘러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그럼 너희들, 천둥의 신을 피해 도망가던 중이었어?”
 
 
스림의 말에, 거인들은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그랬어. 계속 그곳에 있다가는 천둥에 맞아 죽을 것 같아서 도망치려 하는데, 갑자기 라우페이님께서 나타나셨어.”
 
“전하께서?”
 
 
스림이 눈가를 찌푸리며 되물었다. 

왕의 이름에 나 또한 고개를 들어 거인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스림의 물음에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우린 처음에 전하께서 천둥의 신을 쫓아내려고 온 줄 알았어.”
 
“하지만… 전하께선 천둥의 신이 아니라 거인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시작했지.”
 
“그리고 우리만 겨우 빠져나왔어.”
 
 
거인들의 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스림은 라우페이 왕이 다시금 제 백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거인들을 공격했다는 말에, 그것이 사실이냐며 분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한 사람을 떠올리며 거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만 빠져나왔다니? 그럼 천둥의 신은 어떻게 됐어? 토르 왕자님은?”
 
 
거인들은 말까지 더듬으며 몸을 떠는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내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그리고 그들 중 나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노란 눈을 가진 거인이 허리춤에서 무언가 꺼내어 살포시 내 앞에 내려놓았다. 

그것은 어딘가 모르게 빗물에 빠진 다람쥐처럼 축 늘어진 몰골을 하고 있었는데, 만약 그의 몸에 위대한 아스가르드의 문양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그가 누군지 알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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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인이 내려놓은 것은 다름 아닌 천둥의 신이었다. 
 
 
“왕자님!”
 
 
깜짝 놀란 내가 소리쳤다. 

내 목소리에 왕자님께서는 잠시나마 미세한 반응을 보였지만, 금세 두 팔을 힘 없이 떨어뜨리며 다시 기절해버렸다.
 

내가 왕자님께 다가가 걱정되는 얼굴로 그를 계속 쳐다보자, 거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께서 나타나 거인들을 먹어치우자, 천둥의 신이 전하와 맞서 싸웠어.”
 
“맞아, 우리를 구해줬어.”
 
 
거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란 눈의 거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천둥의 신이 거의 다 이기고 있었는데, 전하께서 그의 가슴을 꿰뚫으자 갑자기 망치를 떨어뜨리고 그대로 기절해버렸어. 그리고 전하께선 그대로 천둥의 신이 떨어뜨린 망치를 삼켜버렸고 말이야.”

"가슴이 진짜로 뚫린 것도 아니였어. 전하께서는 꼭 마법사처럼 천둥의 신을..."
 

그 순간, 내가 거인들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아니, 잠깐만... 라우페이 왕이 묠니르를 삼켜버렸다고?”
 
 
내 물음에, 거인들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거인들의 이야기와 힘 없이 축 늘어진 토르 왕자님의 두 손을 보며,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스림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라우페이 왕이 토르 왕자님의 힘줄을 빼앗아 간 것 같아. 왕자님이 다시는 묠니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말이야…. 게다가 왕자님의 힘줄을 가지고 있으니 이젠 얼마든지 묠니르를 사용할 수 있어.”
 
 
스림은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겨울 상자에 이젠 그 망치까지 휘두른다니… 요툰헤임의 종말이 코 앞까지 다가왔군.”
 
“더 늦기 전에 라우페이 왕을 찾으러 가야 돼! 시간이 없어!”
 
 
나의 재촉에 스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거인들이 갑자기 수군거리며 서로 귓속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가 왜 그러냐는 얼굴로 쳐다보자, 거인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잠시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며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그들 대표로 노란 눈의 거인이 앞으로 나왔다.
 
 
“스림과 가짜 프레이야에게 할 말이 있어.”
 
 
하지만 그 거인은 말을 꺼내놓고도, 정작 말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니까…”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
 
 
참다못한 스림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거인은 스림의 호통에 어깨를 움츠리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하는 수 없다는 듯이 품 안에 있던 것을 꺼내 우리를 향해 내밀었다.
 
 
그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겨울 상자였다.
 

나와 스림은 그것을 보고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깜짝 놀란 나는 후긴과 무닌도 놀랄법한 높은 비명을 질렀고, 스림은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거인에게 소리쳤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스림은 식은땀을 흘리며 겨울 상자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은 눈에 보일 만큼 크게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Period Face Claims - Tom Hardy - Wattpad
“분명 전하께서 겨울 상자를 삼켰는데…. 너 설마… 전하의 배를 갈라서…!”
 
“아니야!”
 
 
스림의 말에, 거인은 커다란 손을 허공에 휘휘 저으며 울부짖었다. 

그 바람에 겨울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전하께서 망치를 삼키기 전에 헛구역질을 했는데, 그때 겨울 상자가 내 머리 위에 쿵하고 떨어진거야!”
 
 
거인은 정수리를 매만지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을 들은 스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에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라우페이 왕은 묠니르를 삼키려고 겨울 상자를 토한 것 같아. 한 번에 삼키기엔 두 힘이 너무 강하니까.”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 말해?”
 
 
스림은 거인에게 타박하며 말했다.

거인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전하께서 내게 맡기신 거니까…. 하지만 스림과 가짜 프레이야가 나보다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괜찮아.”
 
 
거인들은 일제히 미소를 지었다.
 
 
 
 상황이 좀 이상하게 흘러가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겨울 상자를 되찾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림의 생각일 뿐 나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토르 왕자님의 안색을 더 자세히 살폈다. 

힘줄을 빼앗긴 탓에 근육 하나라도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다행히 그 외에 부상은 없어 보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힘줄을 빼앗기시긴 했지만, 왕자님께선 아스가르드에 가시면 기운을 되찾으실거야.”
 
 
나는 곧 바로 스림을 향해 말했다.
 
 
“너희는 왕자님을 모시고 아스가르드로 가도록 해.”
 
“뭐?”
 
 
스림이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 없이 겨울 상자를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스림은 얼떨떨하게 상자를 받아 들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남쪽으로 길게 늘어진 협곡을 따라 걷다 보면 아스가르드로 통하는 길이 있어.”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혹시 헤임달을 만나더라도 토르 왕자님이 계시니까 너희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 너희들은 아스가르드로 가서 폐하께 이 모든 상황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하도록 해.”
 

스림이 불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너는 어쩌려고?”
 
“난 묠니르를 되찾아야 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묠니르는 토르 왕자님께도… 그리고 아스가르드에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물이야. 게다가 겨울 상자만큼이나 위험한 무기라고. 그걸 두고 갈 순 없어.”
 
“널 혼자 보낼 순 없어!”
 
 
스림이 소리쳤다.
 

“전하께선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널 해칠 수도 있어! 굳이 망치를 찾으러 가야겠다면 나랑 같이…”
 
“너도 다친 몸이잖아! 겨우 걷는 주제에!”
 
 
나는 스림의 상처들을 가리켰다. 

그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마치 당장이라도 험한 말을 내뱉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거인들끼리 혼자 경계를 넘게 둘 순 없어, 스림. 친구들을 지켜주고 토르 왕자님을 무사히 아스가르드로 모시고 가 줘. 겨울 상자를 들고 폐하께 이 상황을 알릴 사람은 너밖에 없어!”
 
 
내 말에, 스림은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알았어.”
 
 
그는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하나만 약속해.”
 
 
스림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쳐다보자, 그는 시선을 떨구며 작게 중얼거렸다.
 


Demon of Lust — ◢ GIF REQUEST MEME ◣ @darkness-is-at-hand asked:... 
“죽지 마.”
 
 
나는 스림을 껴안았다. 

깜짝 놀란 스림이 내 뒤통수를 내려다보는 게 느껴졌다.
 
머리 위로 거인들이 휘파람을 불며 스림에게 말했다.
 

“스림, 얼굴이 빨개.”
 
“…조용히 해.”
 
 
스림이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나는 스림의 품에서 벗어나 다른 거인들을 돌아보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그들은 새로운 임무에 기뻐하며 ‘천둥의 신은 우리에게 맡겨, 가짜 프레이야.’라는 말을 나에게 전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토르 왕자님께 나의 작은 힘을 불어넣었다. 미약하게나마 안색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걱정마세요, 왕자님. 아스가르드에 가까워지실수록 기운을 차리실 거에요.”
 
 

 
 스림과 거인 무리는 서둘러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거인들은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내게 손을 흔들었고, 스림도 몇 번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하지만 요툰헤임 성에 완전히 혼자 남게 되자,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어서 묠니르를 찾아보자. 어서 찾아야 돌아갈 수 있어.”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리고 곧 복도 너머로 느껴지는 묠니르의 기운을 따라 어두운 길을 겁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WELCOME TO FILMREEL — lady-arryn: Diane Kruger as Helen of Troy TROY...
 프레이야는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항상 그녀를 빛내주던 브리싱즈와 깃털 망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이야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여신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했다.
 

그 때 프레이야의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여신의 무릎 위로 껑충하고 올라오더니, 아기 같은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울음 소리에, 프레이야는 밝아진 얼굴로 서둘러 외출을 위해 가운을 둘러 입기 시작했다.
 


 여신은 상기된 표정으로 정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신은 곧 달빛 아래에 드리운 그림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프레이야가 다가가자, 그 그림자가 여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로키!”
 
 
프레이야는 정답게 장난의 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반대로, 로키는 어둠보다 더 어두운 얼굴로 프레이야의 미소를 외면했다. 
 
 
“왜 그래요, 로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러면서 여신은 왕자의 주변을 살폈다.


프레이야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혼자 있는 거예요? 토르는요? …허니는 어딨어요, 로키?”
 
 
로키는 그녀의 물음에, 흠칫하며 어깨를 떨구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허니에게서 받은 브리싱즈를 여신에게 건네었다. 


 프레이야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로키를 바라봤다.
 

“로키, 이건 브리싱즈잖아요.”
 

로키는 달빛보다 더 희미한 목소리로 여신에게 말했다.
 
 
“정령이… 제게 전하라고 부탁하더군요.”
 
 
프레이야는 가만히 브리싱즈를 내려다보았다. 

여신은 여전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허니는 어딨는데요? ...로키!”
 
 
여신은 소리치며 왕자의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달빛 아래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로키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속임수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목소리로 여신의 물음에 대답했다.



Tom Hiddleston | Tom hiddleston, Toms, Tom hiddleston loki
“정령은 아직 요툰헤임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스가르드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왜요?”
 
 
여신의 질문에, 로키는 헛웃음을 지었다.
 
 
“망할 거인들이 위험에 처했으니까요. 그들을 구하려고요.”
 
“거인들이 위험해 처했다고요?”
 
“네.”
 
 
로키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키를 바라봤다.
 
 
“그럼 당신은 그걸 알면서도 혼자 돌아온 건가요? 위험에 처한 거인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허니를 내버려두고요?”
 
 
프레이야의 말에, 로키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그의 두 눈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 안 됩니까?"


프레이야는 예상 밖의 답변에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로키... 그들은... 그들은 당신의..."


그 순간, 왕자가 여신을 노려봤다.

프레이야는 자신을 쏘아보는 로키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에시르 신들은 항상 거인들을 괴물처럼 취급했죠. 네, 저는 그 괴물들이 죽든 말든 관심 없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겁니까? 제가 그들과 같은 서리 거인이라서요?"   
 

로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는 그 무엇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에시르 신도, 서리 거인도 아니죠."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동안, 저는 완전한 에시르 신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게서 거인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 제 모든 걸 바쳤습니다. 왜냐하면 아스가르드의 모두가... 심지어 그 정령마저 거인들을 무서워했으니까요."


왕자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로키의 속임수는 더 이상 슬픔을 가리지 못 했다.  
   
 
“허니는 어디서든 서리 거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귀를 막고 눈을 감았어요. 거인을 두려워하는... 아스가르드의 여느 종족과 다를 바가 없었죠. 그런데 요툰헤임에서 다시 만난 허니는… 거인에 대한 거부감은 찾아볼 수도 없었어요. 마치 아스가르드의 모든 것들이 거인에 대해 뭐라고 수근대는지도 잊어버린 것처럼, 어느새 거인들과 친구가 되어 있더군요. ”
 
 
로키는 제 뺨을 쓸어 내리며, 눈물을 닦아냈다.
 
 

 왕자는 프레이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왕이되려 했습니다."


갑작스런 고백에 여신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로키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왕이 되서, 북쪽의 모든 거인을 없애고 완전한 에시르 신이 되려고 했습니다.”
 
 
로키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울음을 삼켰다. 

프레이야는 그 침묵을 견뎌내며 말없이 왕자를 지켜봤다.
 
 
“하지만 이제 전 그 꿈을 이룰 수가 없겠죠. 이대로 요툰헤임이 사라진다면, 이 세상 누구보다 그 정령이 가장 슬퍼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완전한 에시르 신이 된다하더라도, 제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로키…”
 
 
프레이야가 나지막이 왕자의 이름을 불렀다. 

로키의 뺨 아래로 다시 눈물이 흘러 내렸다.
 


Tom as Prince Hal. (GIF) | Tom hiddleston, Toms, Tom hiddleston loki
“제가 바란 건 딱 그 두 개 뿐 입니다. 완전한 아스가르드인이 되어서 나의 정령과 함께 영원히 사는 것이요. 제겐 너무 과분한 거였나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전쟁의 볼모로 잡혀 온 천한 핏줄이 바라기엔 너무 과분한 거였냐고요!”
 
 
왕자는 소리 없이 눈물을 떨어뜨렸다. 

프레이야는 조용히 왕자에게 다가가, 두 팔로 그를 감싸 안았다.


 여신이 말했다.
 
 
“로키, 왜 당신이 하필 허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혹시 그 이유를 아나요? 다른 에시르 신도 아닌, 한낱 정령을 말이예요.”
 
 
왕자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자, 프레이야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이 누구든 당신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허니 하나 뿐이었거든요. 그건 허니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녀가 누구든 그녀의 모습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로키, 바로 당신 뿐이었죠. 나는 그걸 느꼈고, 그 옛날 당신과 허니가 숲에서 처음 만난 날, 두 사람의 마음 속에 사랑을 심어 주었어요. 그리고 그 사랑은 다르게 태어난 허니와 당신이 영원히 같은 시간 속에 살 수 있는 기적을 만들었죠.”
 
 
프레이야는 로키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당신이 유일하게 바라는 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란 거 알아요. 하지만 로키, 부디 허니의 사랑을 믿고 용기를 내줘요. 허니가 당신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그 때처럼... 저는 또 다시 기적이 일어나리라 믿어요.”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lady-arryn: Diane Kruger as Helen TROY (2004)...
"당신의 사랑을 믿어봐요."
 
 
프레이야는 밝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키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따라 더욱 높게 올라갔다. 프레이야는 그녀의 아름다운 오른손을 로키를 향해 뻗었다.

왕자는 여신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물 자국을 닦아낸 그의 얼굴 위로, 더 이상 공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버지를 봬야겠어요.”
 
 
로키는 허리를 숙여 프레이야에게 예의를 표한 뒤, 서둘러 성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라우페이 왕을 찾기 위해 요툰헤임 성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 길을 가는 동안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치 성 안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스산함만 가득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곧 수 많은 거인들의 시체와 마주했다.

그들은 신체 일부분이 모두 사라진 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는데, 누군가는 머리가 없었고 또 누군가는 팔다리가 없었다. 

거인들은 미미르님이 그랬던 것처럼 모두 누군가에 의해 몸이 찢겨 죽어 있었다.

  
 한편 나는 시체들 뒤로 라우페이 왕의 방으로 통하는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인들의 시체가 그곳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들은 외부로부터 왕을 지켜내려고 필사적이였던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넘어 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까부터 느껴졌던 스산한 공기가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두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돌렸다. 그러자 그 순간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온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인 방이었다. 

발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 위에 내 얼굴이 반사되어 스스로 눈이 마주칠 정도로 얼음은 아주 단단하고 정교했다. 

희한한 점은 천장 위로 나무가 뒤엉켜 자라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하얀 꽃송이를 품고 있었다. 

나는 곧 그것이 겨울나무란 걸 깨달았다.
 

 겨울나무의 가지들은 모두 왕좌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라우페이는 없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방 안에 나무들은 나를 경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손을 뻗어 왕좌에 닿을 만한 거리까지 다가가자, 나무들은 가지를 내리치며 내 앞을 막았다.
 
 

 나는 그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난 거인을 해치러 온 게 아니야. 물건을 되찾으러 온 것 뿐이야.”


내 말에도 나무들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그들이 두 번째 경고를 시도해오자, 나는 그들을 향해 다시 말했다.
 

“난 묠니르를 찾으러 왔어.”
 

내 진심에, 나무들은 그제야 비로소 가지를 치우며 서서히 굽은 허리를 펴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천히 가지를 일으켜 일제히 한 방향을 가리켰는데, 그 끝에는 애타게 찾던 묠니르가 주인을 잃은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찾았다!”

  
나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묠니르를 향해 달려가 그것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내가 손잡이를 아무리 비틀고 쥐어짜도, 묠니르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망치는 오로지 천둥의 신만 따르는 충성스러운 도구였다. 

그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나는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며 여러 번 묠니르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결국 손이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으악!”
 

나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망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묠니르를 들어 올리기 위해선, 라우페이 왕이 가지고 있는 토르 왕자님의 힘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오래 전에 일이다.

나는 숲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왕궁에 있는 로키가 다급히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에게 달려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 로키는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는데, 불쌍하게도 그의 다리는 묠니르와 함께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
 



Tom Hiddleston Henry V Séance Photo  
“안녕, 허니.”
 

로키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는 기분이 안 좋을 법한 이 상황에도, 나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나는 그의 얼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을 마주쳤다.
 
 
“이번엔 무슨 장난을 쳤길래 그래, 로키?”

“아주 사소한 거야.”
 
 
로키가 묶여있는 자신의 처지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토르가 레이디 시프에게 주는 선물로 이둔에게서 황금 사과를 받아 왔거든. 하나만 달라니까 자기도 하나밖에 없다고 안 주려는 거야. 분명 여러 개 받는 걸 이 잘생긴 눈으로 똑똑이 봤는데 말이지.”
 
“그래서?”
 
“그래서 몽땅 트롤의 머리로 바꿔 버렸지. 뭐, 시프가 상자를 열자마자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형이 금방 알아채기는 했지만 말이야.”
 
 
로키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웃지 않자, 로키는 곧 바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내게 건네주었다. 


바로 이둔의 황금 사과였다.

 
내가 그것을 받아들며 로키를 쳐다보자, 그는 내 말도 듣지 않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한테 줄려고 하나 챙겼지. 고맙다는 말을 됐어.”
 
 
로키가 눈을 찡긋하며 속삭였다. 

그리고는 힘겹게 손을 들어 발에 묶인 묠니르를 가리켰다.
 
 
“그나저나 내 발에 달린 저 쇠붙이 좀 떼어주겠어? 슬슬 어지러워서 말이야.”
 
“떼어주고는 싶은데 그렇게는 못 할 것 같아, 로키.”
 

무심한 내 말에 로키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저건 묠니르잖아.”
 
 
나는 그가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토르 왕자님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그거라면 문제 없어. 토르의 힘줄만 있으면 묠니르를 들 수 있거든.”
 
 
로키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의 몸이 바람과 함께 잔잔히 흔들렸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힘줄?”
 
“그래. 그것만 있으면 저 멍청한 쇠붙이를 속일 수 있어.”
 
“나보고 그걸 가져오라고?”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로키는 ‘뭐가 문제냐’는 듯한 얼굴로 나에게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허공에 손을 뻗으며 내게 자세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힘줄은 토르의 심장 안에 있어. 형이 당신에게 가까이 왔을 때 힘줄을 빼앗겠다는 생각으로 심장을 움켜잡으면 돼.”
 
“되게 무섭게 들린다.”
 
 
쓸데없이 진지한 로키를 보며 내가 망설이자, 그는 내 어깨를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죽지는 않을테니까. 뭐, 산송장이 되긴 하겠지만.”
 
 
그는 손을 뻗어 내 뺨을 쓰다듬었다. 

그는 거부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The Chaotic Angel • fluturojdallandyshia: Tom Hiddleston as Prince Hal... 
“해 줄 거지? 날 위해서.”
 
 
 
 
 
 
 
 
 


 
 
 나는 얼음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묠니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긴 숨을 내쉬며 라우페이 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묠니르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나의 행동을 지켜보던 겨울나무 가지들이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처음 모습 그대로 왕좌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라우페이 왕이 그 자리에 있었다.

  
 

 거인들의 왕은 붉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긴장감에 숨을 몰아쉬면서도 천천히 왕을 향해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내가 왕좌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거부하던 겨울나무는, 이번만큼은 조용하게 나를 지켜봤다.
 
 
 실제로 본 라우페이 왕은 어느 거인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또 강인해 보였다. 

나는 그의 앞에 나가 예의를 표하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왕은 커다란 입을 열고 나에게 말했다.
 

“사령관은 분명 프레이야를 데리고 왔다고 말했었는데...”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대는 프레이야가 아니야.”

“저는 허니라고 합니다.”
 
 
내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허니? 처음 듣는 이름이군. 그대는 무슨 신이지?”
 
“대지를 다스리는 여신입니다. 아스가르드의 오딘의 숲이 저의 고향입니다.”

  
나는 천천히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또한 저는 오딘의 아들이자 그리고 전하의 아들이신, 장난의 신 로키와 혼인의 언약을 맺은 아스가르드의 왕자비입니다.”
 
 
라우페이 왕은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산처럼 높은 허리를 숙여 얼굴을 들이밀고는 찬찬히 내 모습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충분히 만족할 만큼 나를 들여다보았는지, 다시 곧게 허리를 펴고 왕좌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그는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한낱 정령 주제에 아스가르드의 왕자비라니.”
 
 
거인들의 왕은 붉은 눈을 움직여 나를 내려다보았다.

  
“못 본 사이에 에시르 놈들의 권위도 많이 낮아진 모양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정령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오딘의 은혜를 입고 이그드라실의 인정을 받아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저는 대지 위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을 보호하며, 또 그들을 위해 언제든 죽을 수 있습니다.”

  
나는 거인의 붉은 눈을 바라봤다.
 
 
"아주 오래 전, 아스가르드와의 전투에서 백성들과 또 알지 못 하는 어린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구하려고 애쓰셨던... 또 하나 뿐인 아들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삼키며 당신의 어린 아들을 바위 틈에 숨기셨던 전하처럼 말입니다.”

  
라우페이 왕은 로키의 이름을 듣고서도, 그저 이 상황이 지루하다는 듯 두 눈을 깜빡였다.
 
 

 왕은 침묵을 깨고 나에게 물었다.
 


ღΜψ Δδɸʀαβℓε Μιៜϲհιεẜღ — I think of Jotünheim Frost Giants And my Of...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번엔 제가 로키를 지킬 겁니다. 그리고 그의 고향인, 요툰헤임 또한 함께...”
 
 
내 목소리가 다시 단호하게 바뀌었다. 

얼음 바닥 사이로 흐르던 대지의 기운이 내 몸을 휘감으며 따뜻한 빛을 내뿜었다.


  
 나는 왕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니 그 몸에서 당장 나가라, 헬라.”
 


***

결말까지 얼마 안 남았네 3___3 늘 읽어주는 히들러들 고마워어어어
 
2024.05.12 16: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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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까지 얼마 안남았다니???센세 조크지??우리 엔딩에 외전에 외외외외외외외전 억나더까지 함께 할꺼죠?!!
[Code: e0fa]
2024.05.12 16: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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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물들 하나하나 너무 좋다ㅠㅠㅠ거인들 왜이렇게 착해ㅠㅠㅠㅠ싸우다가도 토르가 구해주고 허니가 부탁하니까 바로 토르 챙겨서 떠나는거 귀엽고 짠해ㅠㅠㅠ 허니 꼭 살아남아 로키 만나서 행복해라ㅠㅠㅠ
[Code: e0fa]
2024.05.13 01: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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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진짜 너무 좋아서 엎어져있음...
[Code: ad89]
2024.05.15 06: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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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안남았다고? 안돼 ㅠㅠㅠ 억나더 백나더 함께해 와 개좋아ㅠㅠ
[Code: b3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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